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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trend #issue

therefore I am Feminist

editor Jung Hee Soon

작성일 | 2017.11.09

정치, 사회, 문화를 막론하고 ‘젠더 감수성’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뿐 아니라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는 요즘이다. 전과는 확 달라진 요즘 분위기, 여성주의 이슈를 하나씩 짚어보자.
therefore I am Feminist

Part 1 커밍아웃, 페미니즘

‘걸 크러시’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여성 혐오에 대한 공동의 분노는 페미니즘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페미니즘 열풍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두려움 없는 소녀’, Kristen Visbal 作
지난 2017년 3월 7일,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새벽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돌진하는 황소상(Charging Bull)’ 앞에 양손으로 허리를 짚고 당당하게 서 있는 소녀상이 세워졌다. 남성 지배적 환경을 타파하고 불평등과 여성 차별에 대한 항의를 상징한다.

‘두려움 없는 소녀’, Kristen Visbal 作 지난 2017년 3월 7일,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새벽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돌진하는 황소상(Charging Bull)’ 앞에 양손으로 허리를 짚고 당당하게 서 있는 소녀상이 세워졌다. 남성 지배적 환경을 타파하고 불평등과 여성 차별에 대한 항의를 상징한다.

걸 크러시에서 페미니즘으로
당당하고 진취적인 캐릭터의 여성을 두고 사람들은 “걸 크러시한 매력이 있다”고 표현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윤정수와 가상 부부로 출연한 개그우먼 김숙이, 청순과 섹시를 오가는 걸 그룹들 사이에서 실력으로 도전장을 낸 마마무가, 목소리 큰 남자 래퍼들 사이에서 시원한 폭풍 랩을 보여준 ‘치타’나 ‘제시’가 이 수식어의 주인공이 되곤 했다. 

걸 크러시는 ‘소녀’를 뜻하는 ‘Girl’에 ‘반하다’는 뜻의 ‘Crush on’을 합성한 말이다.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여성이 동성에게 느끼는 강한 호감이라 정의한다. 걸 크러시의 대표 주자 김숙은 ‘가모장(家母長)’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는데, 그는 가상 남편인 윤정수를 향해 “어디서 남자 짓이야?” “여자가 일하고 들어왔는데 남자가 방긋방긋 웃고 그래야지” “남자가 조신하니 살림 좀 해야지” 하는 식의 말을 던지곤 했다. 일부에서는 ‘여자들의 복수’ ‘미러링(젠더 폭력을 남성에게 반사 적용하는 것)’으로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김숙과 윤정수의 ‘역전’은 중요한 시사를 준다. 우리 사회는 인간이기 이전에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먼저 주어지는 ‘젠더’ 사회라는 점, 진정한 여성주의란 여성의 사회진출이 아니라 어쩌면 사적인 영역에서의 혁명이라는 점이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걸 크러시 열풍이 분 이유를 “왜곡된 성역할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이를 뒤엎는 캐릭터의 등장에 열렬한 환호를 보낸 것”이라 분석했다. 

무엇에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과 ‘쿨함’은 시대를 주도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고 여성들은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웃고 넘길 것만 같았던 걸 크러시 열풍의 불씨가 다소 무겁게 느껴져온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옮겨붙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들의 목소리는 특히 SNS상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대표적인 것이 해시태그를 통한 페미니즘 운동이다. 2015년 2월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한 패션지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김모 군’을 언급하며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의 글이 온라인상에 공개되자 김태훈을 비난하는 여론은 들끓었고, 한 트위터 사용자의 제안으로 SNS상에서 ‘페미니스트 해시태그’ 운동이 촉발됐다. SNS 게시물에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지닌 인간임을 개개인의 자발적 의지로 선포하는 방식이다. 

이 페미니즘 운동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페미니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차별을 경험한 여성들의 대다수는 일명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증후군을 경험하기도 한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탓에 성차별로 고통받고 있고, 그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신이 페미니스트로 인식되는 것은 싫어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부당함을 경험하고서도 차마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던 여성들이 겪는 자기방어 체제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 선언 운동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한 것도 페미니즘의 전략에 큰 도움을 주었다. 

‘여성 혐오’ 사이트를 ‘미러링한’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 ‘메갈리안’의 등장도 눈여겨볼만 하다.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당시 홍콩에서 한국인 격리 대상자 중 여성 두 명이 격리 요구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김치녀가 그렇지. 자기만 알아’라는 비방 글이 이어졌다. 이후 격리 대상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한국 여성들을 비방하는 목소리는 계속됐고, 결국 ‘남혐, 여혐’이라는 대결 구도가 생겨나면서 ‘여혐 사이트’를 미러링한 반여성 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개설됐다. 

인터넷 상에서 불붙은 논쟁은 결국 ‘페미니즘’을 공부하려는 시도에 불을 붙였다. 외국에서 출간된 페미니즘 번역서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고, 국내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문화 콘텐츠들이 속속 만들어지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 나 는 페 미 니 스 트 입 니 다  # I A M F E M I N I S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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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아우르는 시대정신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대표적인 것이 할리우드 스타 엠마 왓슨의 유엔 연설이다. 엠마 왓슨은 지난 2014년 7월 유엔 여성 친선대사로 위촉됐는데 그해 9월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사에서 여성 인권 신장 캠페인 ‘히포시(HeForShe)’를 론칭하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당시 그녀는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하면 할수록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 종종 ‘남성 혐오’와 같은 의미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같은 현실을 바꿔야 한다. 페미니즘의 정의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고 이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평등을 의미한다. 성평등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보다 많은 남성들이 변화에 참여해 실질적인 성평등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페미니스트 ‘커밍아웃’을 시위한 쪽은 패션계였다. 비슷한 시기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 열린 2015 S/S 샤넬 쇼에서는 ‘HeForShe’ ‘History is Her Story’ ‘Feministe mais Feminine’ 등 페미니즘과 관련된 피켓을 든 모델들이 거리를 런웨이 삼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젤 번천, 카라 델레바인, 조지아 메이 재거, 켄달 제너 등 쟁쟁한 톱 모델들은 물론이고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도 동참했다. 

2016년엔 디올이 디올 역사상 처음으로 첫 여성 디자이너인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를 영입했다. 그녀는 자신의 첫 번째 디올 쇼인 2017 S/S 컬렉션에서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오늘날의 여성을 재현하는 패션을 창조하고 싶었다”며 ‘We Should All be Feminists’라는 문구가 적힌 레터링 티셔츠를 선보였다. 국내 배우 중에선 김혜수가 입어 화제를 모았고, 최근 빅뱅의 멤버 탑과의 대마초 흡연 논란으로 화제를 모은 한서희 씨도 법정에 해당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한서희 재판 패션’이라는 타이틀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Part 2 좋아요 vs 싫어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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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 전부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던 ‘여성 내각 30% 임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공개된 추석 인사 영상에서는 “이번 한가위는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즐거우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람한 영화도 ‘미혼모’와 ‘워킹맘’ ‘다문화가정’ 등 여성 관련 이슈들을 포괄적으로 다룬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 문 대통령을 향한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도 꾸준히 이어질 듯.

웹툰 ‘며느라기’
지난 5월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min4rin)에 연재 중인 웹툰. 민사린이라는 여성이 무구영이라는 대학 동기와 결혼해 맞벌이 가정을 꾸리며 겪는 일상을 그린다. 작가는 며느리가 되며 변화를 겪는 시기를 ‘사춘기, 갱년기’에 빗대 ‘며느라기’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이 시기의 며느리들은 시집 식구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그래서 자신답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에도 응하게 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쳤던 성차별적인 요소들이 현실감 있게 그려진 것이 특징. 해당 계정의 페이스북 팔로어 수는 19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32만 명에 이른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내는 통에 시댁 식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가 하면,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19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들에 대한 작가의 묘사가 탁월하다.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에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를 치밀하게 그려냈다. 픽션이지만 논픽션 같은 소설.

onstyle ‘뜨거운 사이다’
여성 출연진 6인이 한 주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인물, 최신 이슈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간 시사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철저하게 배제돼온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아나운서 박혜진, 개그우먼 김숙, 변호사 김지예, CEO 이여영, 저널리스트 이지혜 등이 출연한다.

페미니스타 한예리
지난 6월 개막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2대 홍보대사로 발탁된 영화계 대표적인 ‘페미니스타’. 영화제 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예리는 “여성 영화인으로서 고민들이 있었는데 그 해답은 단순했다. 여성 영화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외침에 대답하는 게 페미니스트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잘 팔리는 페미니즘
빅뱅의 멤버 탑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재판을 받은 가수 지망생 한서희 씨는 재판 당시 디올의 ‘We Should All be Feminists’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티셔츠를 입어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데뷔 계획을 알리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걸 그룹 콘셉트는 정확히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청순을 하겠나. 성격에도 안 맞는다”며 “회사에서도 이미 내가 페미니스트인 것을 너무 잘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SNS를 통해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며 “남들이 보기에 내 행동들이 당장은 과할 수 있다”면서 “페미니스트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분들도 날 통해서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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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트리오 옹달샘
개그맨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가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는 지속적인 여성 비하·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머리가 안 된다” “처녀가 아닌 여자, 성경험을 숨기지 않는 여자를 참을 수 없다”고 말하며, ‘개보×’ ‘개 같은 ×’ 등 욕설을 한 바 있다. 방송 내용에 대해 ‘여혐 논란’이 일자 이들은 2015년 4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도 하나 둘씩 하차했지만, 그들의 폭언을 어떻게 쉽게 잊을까.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2015년 2월 한 패션지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김모 군’을 언급하며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해당 칼럼에는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 군이 트위터에 남긴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발언을 소개하며 ‘과거의 페미니즘이 충분히 남녀평등을 이루었고, 현대 페미니스트들은 단지 어린애들처럼 남성을 공격하는 무뇌아적 모습을 보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사용해 무조건 편을 가르고, 남녀평등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자신들만의 사사로운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장사꾼들에 대한 염려를 말하고자 했던 것”이라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쉬이 수그러들지 않았고, SNS상에서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는 페미니스트 선언 운동이 촉발됐다.

자유한국당 & ‘마초’ 대표 홍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형적인 반페미니즘 인사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돼지 발정제를 이용해 강간을 모의했던 일화가 소개된 자서전이, 지난 8월에는 부인 이순삼 씨의 고향을 찾아 “촌년이 출세했다”고 발언한 것이 논란을 낳았다. 홍 대표는 지난 9월 19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젠더 감수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마련한 ‘한국정치 : 마초에서 여성으로’ 여성 정책 토크쇼에 참석해 부인 이순삼 씨를 ‘집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젠더 폭력이 뭐냐”라고 당당하게 물어 안하느니만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브이아이피’
배우 김명민, 장동건, 이종석이라는 초특급 라인업을 구축해 2017년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 ‘브이아이피’는 개봉 이후 ‘여혐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국정원과 CIA의 비밀스러운 보호를 받는, 북에서 온 귀빈 VIP 김광일이 영화 속에서 저지르는 여성 살인에 대한 묘사가 문제가 됐는데 영화 속 여배우들은 하나 같이 성적·살인 도구로만 이용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결국 박훈정 감독은 이에 대해 사과하며 자신의 ‘젠더 감수성’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청와대 행정관 탁현민
2007년 펴낸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에 ‘콘돔 사용은 성관계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건 테러를 당한 기분’이라 적었다. 탁 행정관을 포함한 문화계 인사 4인의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2007)도 문제가 됐다. 대담집에는 ‘임신한 여교사’ ‘동네 아줌마’를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 삼았다거나, ‘룸살롱 아가씨는 너무 머리 나쁘면 안 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여중생과 첫경험을 가졌다고 소개하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다, 그녀를 공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탁 행정관은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게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으나,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을 빗대어 비판적인 글을 게재한 ‘여성신문’에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Part 3 뜨거운 그녀들

onStyle ‘뜨거운 사이다’  문신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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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STYLE ‘뜨거운 사이다’는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모토로 지난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ONSTYLE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매주 여섯 명의 출연진은 한 주를 달군 뜨거운 이슈를 주제로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다루는 주제와 내용 면에서 기존에 있던 다른 토크쇼 프로그램들과는 차이가 있다. 데이트 폭력이나 성폭력을 비롯해 성교육, 생리컵, 여성용 자위 기구 등에 대한 출연진의 거침없는 발언들은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문신애 PD는 어쩌다 이런 ‘사이다’ 같은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됐을까.

‘뜨거운 사이다’를 기획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인지요. 이유는요.
언젠가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더 크게 눈을 뜨고, 더 크게 목소리를 내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시선, 여성의 목소리를 보여주는 방송은 왜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어느 날 구글링을 하다 드레스업한 여성들이 물 한 잔 놓고 원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미지를 봤어요. 특별할 것 없는 사진 한 장이었지만 2017년 대한민국의 텔레비전 속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있고 당당한 여성들이 모여 무엇이든 얘기할 수 있는, 그러나 좀처럼 하지 않는 ‘One & Only’ 테이블을 만들어 보자!’ 생각한 게 시작이었죠.

뷰티, 패션 등을 다루는 채널이던 ONSTYLE이 최근 ‘밀레니얼 여성 세대’의 타깃 채널로 대대적인 개편을 했다고 들었어요. 밀레니얼 여성 세대의 특징을 무엇이라고 보고 있나요.
ONSTYLE의 새 슬로건인 ‘나답게 나로 서기’라는 문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밀레니얼 여성 세대는 결국 ‘나’라는 개별성에 더욱 파고드는 세대, ‘나’라는 고유성을 더욱 표출하는 세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D님께서도 여성으로 살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경험이 있나요.
여성 PD들은 많지만, 방송국에서 간부급 이상의 여성은 쉽게 보기 어려워요.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 직장여성들이 느끼는 유리 천장은 두껍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사회가 변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뜨거운 사이다’를 만든 것도 그 흐름에 있지 않나 해요.
 
▼‘뜨거운 사이다’는 매주 이슈를 선정해 토크를 진행하는 데 특별히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이슈를 폭넓게 다루려고 합니다. 일부러 그러려고 하는 건 아닌데, 그중에서도 ‘공분’이 담긴 이슈들을 주로 다루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우리가 분노할 일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죠. 

남성 출연진이 모여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뜨거운 사이다’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앞서 ‘공분’을 말씀드렸는데요. ‘뜨거운 사이다’만이 꼬집을 수 있는 공분의 영역들이 더 다양하고 입체적이라는 게 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매력적인 여성은 어떤 여성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여성, 동시에 주변의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여성. 그런 여성이 진짜 매력 있잖아요.


‘책방무사’ 사장님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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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인디 뮤지션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요조는 지난 2015년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서울 북촌에 ‘책방무사’라는 독립서점을 냈다(책방무사는 현재 제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책방에는 자신이 직접 큐레이팅한 서적들을 가득 채웠는데, 유달리 페미니즘 관련 도서가 많은 편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고, ‘사장님’인 요조는 관련 워크숍을 열며 자신과 가치관을 공유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고 있다. 페미니스타 요조에게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을지를 물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뭔가요.
예전부터 여성의 삶에 관심이 있었어요. ‘조용히’요(웃음). 그러다가 한 패션지에 김태훈 씨가 기고한 칼럼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무섭다’를 읽게 됐는데 페미니즘이 IS와 나란히 놓여 비교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죠. 그리고 얼마 후에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미약하게나마 나도 페미니스트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여성’으로 살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가요.
이 질문 앞에 잠시 먹먹해지네요. ‘여성’으로 느끼는 불편함이 한둘이어야지요. 일단 당장은 생리대 걱정이죠. 지난달 생리 때 그나마 안전하다는 생리대를 사서 사용했습니다만, 다가오는 생리 때가 걱정이에요. 어딜 가도 그 브랜드 제품은 품절이라서요. 인터넷으로 해외직구 주문을 했는데도 재고가 없다고 강제 환불이 됐고, 면 생리대나 생리컵은 아직 시도해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생리대를 쓰는 것밖에 대안이 없는 현실, 일단 이거 하나만 말하기로 하죠. 그 외에 나이 마흔을 앞둔 비혼 여성으로서, 길거리나 대중교통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홍대 여신’이라는,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던 프레임 속에서 십여 년 음악하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 당했던 일들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책방에 페미니즘 도서를 많이 비치하는 이유는 뭔가요.
시작은 제 개인적인 관심과 의지의 반영이었어요. 그러다보니 페미니즘 도서를 추천받거나 구입하기 위해 찾아주시는 손님들도 점점 생기게 됐죠. 찾아주는 분들에 대한 감사와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는 중이에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제 책방의 한 부분은 페미니즘 도서들이 차지할 것 같습니다.

과거의 페미니즘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과 요즘의 페미니즘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어떻게 달라졌다 보시나요.
확실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목소리를 함께 내주는 사람도 많아졌고, 그걸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잖아요. 저는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조금씩조금씩 사회가 바뀌어나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일반 여성들은 어떤 노력을 하는 게 좋을까요.
‘표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을 참고 넘어가지 않고 표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힘들게 용기 내준 다른 여성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끝까지 연대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Part 4 한 걸음 더

성평등을 핵심 가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여성가족부 기능을 강화하고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도 달성했다. 지금, 페미니스트 정부에서는 여성과 관련해 어떤 것들이 논의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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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여성인 데다 비고시 출신 인물이 우리나라의 주요 부처 중 한 곳인 외교부의 장관직을 맡았다고 해 ‘파격 인사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강경화 장관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책특보로 활약한 경력이 있으며, 국내외의 글로벌 현안을 두루 살피고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문재인 정부 첫 여성 장관급 인선. 1956년생으로 1979년 교사에서 국군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 헬기 조종사를 거친 선구자다. 군 내부의 성차별과 성폭력 실태에 끊임없이 저항해온 인물로, 사복 입은 예쁜 부사관을 술자리에 보내라는 사령관의 명령에 전투복을 입혀 내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유방암 판정을 받아 가슴을 절제하고 전역 명령을 받았으나 소송을 통해 이를 바로잡아 복직하기도 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1991년 낙동강 페놀 무단 방류 사건 때 시민 대표로 활약하며 환경 운동에 뛰어들어 ‘페놀 아줌마’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지속가능발전비서관을 지내며 지속가능발전기본법 제정 등을 주도했다. 미세먼지, 녹조 등의 환경 관련 이슈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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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문재인 정부 첫 내각 최연소 여성 장관.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에서는 정무위, 기획재정위 등에서 활약하며 경제통으로 실력을 쌓았다. 취임 직후 김 장관은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며 집값 잡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출신으로 사회, 역사, 노동 분야에 정통한 인물. 한국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 등에서 공동대표를 맡은 이력이 있다. 서울시 성평등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약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여가부의 가장 큰 역할은 성평등을 각 영역에서 핵심 의제로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김영란 전 위원장을 잇는 두 번째 여성 위원장. 법철학자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김대중 정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등 학계, 현장, 정책, 행정 등의 경험을 두루 쌓은 인물이다. 박은정 위원장이 이끄는 권익위는 검찰의 위법 부당한 수사 절차나 수사 행태 등으로 인한 국민 고충을 해소하는 검찰 옴부즈맨 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서울신탁은행 농구단 선수로 활약하다 은퇴 후 은행원으로 변신한 경력이 있다. 조직 내 여성 차별을 실감하며 노조 활동에 뛰어들어 여성 최초로 금융노조의 상임부위원장을 지냈다. 노동문제에 대한 풍부한 이해력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3선을 지내 정치권과의 스킨십도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issue 4
여성 일자리 안정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성장, 고용, 복지의 선순환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다. 저출산을 방지하고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여성의 노동 안정.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얼마든지 쉽게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우선적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에 여성가족부는 맞춤형 보육 서비스와 함께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대표성 제고를 위해 공공 부문에서부터 채용목표제를 적용해 향후 민간 부문으로도 확대해나가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젠더폭력방지 기본법
젠더 폭력이란 상대 성에 대한 혐오를 담고 저지르는 신체적, 성적, 정서적 폭력을 말한다. 성폭력, 가정 폭력, 성매매뿐 아니라 몰래카메라 이용 범죄,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모두 8천3백67명. 폭력 유형으로는 폭행 및 상해가 6천2백33명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고, 감금이나 협박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가해자 10명 중 6명은 전과가 있는 재범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의 신체를 촬영해 SNS나 인터넷에 올리는 디지털 폭력 역시 쟁점 중 하나다. 디지털 폭력은 여성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정부와 국회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법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세계 위안부 기림일인 8월 14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가 일본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피해자를 위로하자는 취지다. 생활 안정 지원 대상에 대한 지급 가능 항목에 장제비도 추가됐으며,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경우 피해자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반영됐다.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도 공간 조성 등 위령 사업도 기념 사업 범위에 규정했다.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문제
지난 8월, 위해성 논란이 불거진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는 담당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이고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여성환경연대와 정의당은 지난 9월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 긴급 토론회를 열고 국무총리 산하에 민관 공동 역학 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생리대 문제가 국민 절반의 건강에 관련한 이슈이니만큼 식약처가 주요 조사 기관으로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생리대와 여성 질환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학조사는 식약처와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합동으로 착수한 상태다. 지난 10월 열린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도 생리대 파동에 대한 식약처의 잘못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Part 5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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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ation 1  “난 어디 좀 들렀다가 갈게. 조금만 고생해줘. 내가 도와줄게.”
얼마 전 시할아버님 제사가 있었는데 남편이 친구 아이 돌잔치를 다녀온다며 시댁에 먼저 가 있으라고 했다. 얼굴 도장만 찍고 와서 제사상 차리는 일을 돕겠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쏘아붙였다. “나는 너네 할아버지 얼굴 본 적도 없거든? 내가 널 돕는다는 생각은 안 하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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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ation 2 “김 서방 밥은 잘 챙겨줬니?”
시부모님 혹은 친정 부모님께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내가 밥해주려고 결혼했어?”라는 말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훅’ 하고 올라오지만 한 템포 쉬어보자. 이보다는 좀 더 절제된 언어로 돌려 막는 방법이 있다. “자기가 알아서 잘 챙겨 먹는 사람이잖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얼마나 우아하고 여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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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ation 3 “왜 아직 결혼 안 하셨어요?”  “아이는 왜 없어요?”
결혼과 출산이 예전에는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졌지만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비혼을 선언하는 여성도 많고, 전체 여성의 20% 이상이 출산을 하지 않으므로 이런 질문들은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내 삶의 진실을 구구절절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보통 이렇게 답한다. “결혼 왜 안 하셨어요?” 하고 물으면 “왜요? 저한테 관심 있으세요?” 혹은 “네. 갔다가 왔습니다” 하는 식으로. “아이는 몇 살이냐”고 대뜸 물으면 좀 과격하긴 하지만 “글쎄요. 태어났으면 열 살쯤 됐겠네요”라고 답한다.

Situation 4 “남편분은 안 오셨습니까? 남편분과 말씀을 나누고 싶은데요.”
상대방의 말이 어이가 없어서 나중에서야 ‘왜 내가 그때 그렇게 받아치지 못했지’ 하고 혼자 푸념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내 경우는 자동차 판매장에서였다. 마음에 드는 차를 이리저리 보면서 딜러에게 설명을 들었는데 여러 전문 용어들이 나오니 머리가 팽팽 돌았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그는 대뜸 남편이 근처에 있는지를 물었다. 혼자 왔다고 답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뒤늦게 그 딜러가 굉장히 무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 “당신 상사는 어디 계세요? 상사분과 말씀 나누고 싶은데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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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ation 5 “김 대리, 커피 좀 부탁해.”
처음엔 그저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부탁하는 것일 뿐이라 여겼다. 꼭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 후배가 들어온 후에도 회의록을 작성하는 일을 비롯해 손님 응대하는 일, 우편물을 찾아오는 일 등을 내게 시키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어떻게 불만을 제기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괜히 예민하게 구는 건가?’ 싶어 수십 번을 망설이기도 했다. 친구에게 고민을 얘기했더니 그런 잡무를 후배에게 슬쩍 떠넘기거나 아예 망쳐버리라는 조언이 돌아왔다. 용기를 얻고 곧장 실행에 옮겼다. “김 대리, 이 자료 정리 좀 해줄래?” 하는 선배의 부탁에 “제가 지금 프레젠테이션 준비 때문에 바빠서요. 지난번에 보니까 저 친구가 정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더라고요”라며 남자 후배를 가리켰다. 남자 후배에겐 미안하지만 어쨌거나 그날 이후 나는 잡무에서 해방됐다.

Situation 6 “여자는 군대 안 가잖아?”
시도 때도 없이 ‘군대드립’을 쳐대는 대학 동기. 무슨 말만 꺼내면 “넌 그래도 군대 안 갔다 왔잖아” “여자가 그 정도는 해야지. 군대도 안 가면서” 식의 억울함을 앵무새처럼 토로한다. 시쳇말로 ‘군무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데 최근 다른 여자 친구로부터 이렇게 받아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건 가부장제가 만들었으니까 거기에다 말해. 여자가 만든 거 아니라는 걸 알면서 만만하다고 따지지 말고.”

Situation 7 “한국의 페미니즘은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야.”

자기가 페미니즘의 심판자인 양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페미니즘이 어딘가 잘못됐다고. 그런 이들을 만날 때면 난 두말 않고 되묻는다.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진정한 페미니즘은 뭐냐고. 뭐가 성차별이고 불평등인지는 그 사람이 정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우리를 가르치려 할까? 그들에게 고한다. “그럼 그 진정한 페미니즘을 네가 하면 돼.”


최지혜 ‘YES 24’ MD가 추천하는 페미니즘 관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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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ㅍ’ 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미국에서 출간된 후 20년 넘게 페미니즘 교과서로 불리는 페미니즘 분야의 고전. 미국의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저자 벨 훅스는 이해하기 쉽게 잘 읽히는 페미니즘 책이 출간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런 책이 출간되지 않자 직접 페미니즘 안내서를 집필했다. 간결하고 명확하고 친절하기까지 한 이 책은 페미니즘 입문서로 딱! 페미니스트 하면 남자를 혐오하는 성난 여자들이라는 편협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저자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그것이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모두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 혐오 운동’이 아닌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 억압을 끝내기 위한 운동’임을 강조한다.

아들도, 딸도 페미니스트로 키우고 싶다면엄마는 페미니스트
2016년 화제의 TED(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 강연을 묶은 책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저자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어떻게 하면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열다섯 가지의 답이다. 아디치에는 뿌리 깊은 사회적 성차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양육에서부터 올바로 세우기를 제안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성차별적인 말과 행동에 대해 부모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아이를 키우느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부모들에게도 전혀 부담 없는 얇은 두께의 책.

여자이기 때문에 또 어이없는 질문을 받았다면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맨스플레인(man+explain)’이란 단어로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리베카 솔닛의 신작.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여성 혐오 살인, 여성을 배제하는 문학작품, 코미디, 역사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침묵을 거부하고 말하기 시작한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로 출간된 책에 대해 말하는 무대에서 인터뷰를 맡은 남자가 책과 관련해 논하는 대신 그녀가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를 캐묻다 끝난 일화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남자는 이런 경험을 겪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이런 질문은 여자라면 반드시 아이를 가져야 하고 따라서 여자의 생식 활동은 마땅히 공적 문제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며, 여자에게 적합한 삶의 방식은 하나뿐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말한다. 여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정답은 없으며, 우리가 습득해야 할 기술은 이런 질문을 거부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designer Choi Jeong Mi
사진 김참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셔터스톡 뉴스1 한서희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제공 웹툰 ‘며느라기’ 작가 CJ E&M
참고서적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갈매나무)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문예출판사)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세종서적)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창비)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궁리) ‘양성평등에 반대한다’(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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