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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korea #impeachment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editor 정희순

2017. 03. 28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으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 소추안 의결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현재 상황까지를 짚어봤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일정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현대사에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 판결을 받아 헌정 사상 최초로 권좌에서 물러난 것이다. 헌재는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행위는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며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일련의 언행에서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관 8인은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국민들의 표정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촛불을 들며 “탄핵”을 외쳤던 대다수의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자축했고 지난해 10월 29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이어졌던 촛불 집회는 축제 분위기를 맞이했다. 반면 태극기를 들었던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에서는 “법치주의가 죽었다”며 헌재 판결을 부정했다. ‘국민 통합’을 외쳤던 박근혜 정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국민 통합 의미했던 ‘퍼스트 도그’

자연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반려견인 진돗개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강아지를 유기했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경찰에 고발했고, 다른 동물단체에선 “버려진 퍼스트 도그들을 입양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반려견을 키웠다. 당시 삼성동 이웃 주민이 생후 2개월 된 진돗개 암수 한 쌍을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고, 진돗개 2마리는 ‘퍼스트 도그’가 됐다. 새롬이와 희망이는 ‘화합과 통합’의 상징이었다. 사람들은 혼자 관저에 있을 대통령의 든든한 가족이 되기를 소망했고, 영남 출신 대통령이 호남 출신 진돗개와 잘 지내면서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내길 희망했다.  



그런데 최근 는 ‘퍼스트 도그’가 잘 만들어진 ‘기획 상품’이었다고 보도했다. 삼성동 주민 A씨가 준비한 선물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관계자의 부탁을 받아 이루어진 ‘연출’이었다는 것. 는 새롬이와 희망이라는 이름 역시 최순실 씨가 지었다는 사실도 함께 보도했다. 진돗개 가족은 그저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의 수단’이었음이 이번에 확인된 셈이다.

앞서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은 1월호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개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대통령이 관저를 출입할 때 직원이 문 앞에 진돗개 두 마리를 마치 경비원처럼 대기시키는데, 그때 잠깐 보는 게 전부일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jtbc 손석희 앵커는 메인 뉴스 앵커 브리핑에서 (동아일보사)는 도서를 소개하며 “사람들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들의 안위를 걱정했죠. 그런데 개 마음을 이렇게 풀이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마음을 주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 마음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개들은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버림받은 적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것. 개들은 오히려 주인인 듯 주인이 아니었던 누군가를 지금쯤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 씨가 쓴 이 책의 후면에는 ‘사랑에도 기술이 있다’는 중제와 함께 ‘반려견을 키우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이 미안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희망이와 새롬이 가족의 ‘공식’ 주인이었던 박 전 대통령은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긴 했을까. 주인에게 관심 받지 못하고 결국 청와대에 남겨진 진돗개 가족의 처지가 우리 국민들의 처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것은 아닐까. 버려진 진돗개 가족은 이번 국정 농단 사태를 함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주인으로부터 버려지는 개가 한 해 평균 5만여 마리. 보호센터에 등록된 수만 따진 수치다. 는 2014년 처음 나온 스테디셀러로 최근 박 전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가 화제가 되면서 다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승복이냐, 불복이냐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특별한 메시지 없이 자택에 들어간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후 신년 인사회 및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 이은 세 번째 메시지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된 후로는 첫 번째 입장이다. 하지만 ‘헌재 판결 승복이냐, 불복이냐’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한 상황.

정치권의 말, 말, 말



불복하는 것이라면 국기 문란 사태”
- 문재인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하고 있다”
- 안희정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한다”
- 안철수




“끝까지 분열과 갈등, 대립으로 대한민국을 몰아가고 있다”
- 이재명




“불복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 국민과 헌법에 대한  배신”
- 유승민



“기대를 하지 말자.
개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는 사법부에 맡기자”
- 남경필



“헌재 결정 이후 사저에 복귀했다.
 전체적인 형식에 있어서는  헌재 결정에 승복한 것”
- 김진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고 한 것은 승복한다는 의미”
- 민경욱





# 숫자로 보는 탄핵 정국

#연예인의 SNS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직후 SNS 반응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헤어 롤 사진을 올리며) 아침에 이 모습이 얼마나 짠하고 뭉클했는지. 재판관님들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고. 우리 모두를 위한 이 아름다운 실수를 잊지 못할 겁니다”- 윤종신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 유아인

“모든 공은 평화롭게 모인 시민들의 것이지만, 그래도 이화의 학생들이 가장 고맙다. 무서웠을 거고 두려웠을 테지만 그들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다. 눈물겹게 고맙다”- 오상진

“햇살을 밝힌 건 다름 아닌 촛불”- 김지훈

“드디어 봄이 왔네요. 맺힌 꽃봉오리가 제발 활짝 필 수 있기를”- 박진영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김동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승환

“참 오래도 걸렸다. 출구. 빛을 따라왔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의 힘이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한민국. 다시 한 번 자랑스러운 내 나라. 탄핵”- 이기우




# 스타가 올린 음악

비와이
‘만세’, 양세형×BewhY

여긴 그들이 아닌 오직 우리만이 지배자 / 실패해도 앞으로만 넘어져도 앞으로만 / 여긴 영원히 우리의 것 우리만이 바꾸어가
- 앨범 中

윤균상
‘봄이 온다면’, 전인권

다 같이 만세를 불러 나비가 날아들 때 / 꽃망울이 수줍게 문을 열어줄 때 / 만세를 불러 슬픔이 녹아내릴 때 / 손을 맞잡고 (손을 맞잡고) 봄이 온다면
- OST 앨범 中

로꼬
‘다시 만난 세계’, 소녀시대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맘까지 /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 없어 멈춰져버린 이 시간
- 앨범 中




# 삼성동 생활 누가 돕나

윤전추 행정관
지난 3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행에 동행한 인물은 부속비서관실 소속 윤전추 행정관. 이날 윤 행정관은 충혈된 눈으로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윤 행정관은 배우 전지현 등 스타들의 헬스 트레이너로 유명해진 인물로, 지난 2013년 3급 행정관으로 발탁될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통령 측에 유리한 기억만을 증언해 구설에 올랐다. 한편 윤 행정관의 사표는 아직 청와대에서 수리되지 않았다.



이영선 행정관
2007년부터 박 전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다 2015년 대통령비서실에서 경호실로 소속을 이전한 이영선 행정관은 20여 명으로 구성된 대통령경호실 소속 자택 경호팀에도 합류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사용한 대포폰을 대신 개통하고 비선 진료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강제 퇴직 처분을 받게 된다.



한식 요리연구가 김모 씨
2월호를 통해 최초로 존재가 확인된 유명 한식 요리연구가 김모 씨도 박 전 대통령을 따라 함께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박 전 대통령의 취임 시 같이 청와대에 들어왔으며, 계약직 공무원 신분으로 관저에서 생활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밀착 수행한 인물이다. 그는 삼성동 자택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식단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고리 3인방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해온 ‘문고리 3인방’이 삼성동 팀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 중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출소 뒤에도 박 전 대통령을 계속 보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의 경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 삼성동 정치의 시작

청와대에서 휘두르던 대통령의 권력은 상실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모양새다. 지난 3월 12일 오후 7시쯤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이동한 박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 모여 있던 1천여 명의 지지자들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서 대기 중이던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 8명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욱 의원을 통해 전한 박 전 대통령의 짧은 메시지 속에 지지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 담겨 있기 때문.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총괄 업무, 윤상현·조원진·이우현 의원은 정무, 김진태 의원은 법률, 박대출 의원은 수행, 민경욱 의원은 대변인 업무를 맡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맞이한 자유한국당 친박 의원


  특종 인터뷰 | #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은 지난해 12월, 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의 관저 회의’ 및 ‘세월호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식사 여부’ 등을 밝혀 진솔한 내용으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기자와 함께 TV를 통해 국회 탄핵 소추안 표결 상황도 함께 지켜봤던 그의 표정은 무척 쓸쓸했다. 한때 대통령을 보필하며 대통령의 밥을 지었던 그는 박근혜 정부의 이번 쓸쓸한 퇴장이 꼭 달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련의 상황이 ‘청와대의 명예’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인터뷰 이후 주목을 받았죠. 그동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한때 모셨던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운영 중인 가게에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고요.

지금은 일상을 회복했나요. 청와대에서 7년간 일하다 밖으로 나오니 세상이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그 안에만 있으면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에요. 청와대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그곳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요즘도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나요. 인터뷰 직후 때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가게를 찾아오신 손님들이 많이 알아봐주세요. “정말 옳은 일하신 거다”라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죠. 청와대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제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역사의 주변에 계셨던 분으로서 대통령의 파면을 지켜본 심경은 어떠신가요. 꼭 달갑지만은 않아요. 제가 모셨던 분이니까요. 하지만 청와대에서 조리장으로 근무하며 대통령의 식사를 준비했던 것도, 이후 인터뷰에 응한 것도 후회하진 않아요.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이번 정부에선 그게 잘 안 됐지만 다음 정부 때는 청와대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명예롭게 생각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있다? 없다!

통상 전직 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퇴임 후 연금을 비롯한 각종 국고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임기 중 파면된 대통령은 이러한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선출직 국가공무원에서 하루아침에 민간인 신분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앞으로 어떤 예우를 받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 전 대통령은 국가 차원에서 최소한의 경호·경비 지원만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임기를 제대로 끝마쳤더라면 퇴임 후 10년간 청와대 경호실에서 경호가 제공되지만, 탄핵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5년만 제공받는다. 만일 연장 요청이 있다면 경호실장의 판단에 따라 5년 연장이 가능하고, 이후에는 경찰이 경비를 맡게 된다. 다만 여권법 시행령에 따라 관용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어 상대국 비자 발급이 면제되고, 공항 VIP 의전을 받을 수 있다. 사망 이후 국립 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은 없지만, ‘국민 통합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국가장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파면 결정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받게 될 연금액 부분. 대통령 재임 당시 받았던 연봉을 감안해 따져보면 평생 월 1천2백만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박탈당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무원연금 대신 국민연금에 가입해 ‘자연인’ 박 전 대통령이 고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오로지 국민연금뿐이다. 4선 국회의원이지만 전·현직 대통령은 국회의원 연금(연로 회원 지원금) 수령 대상에서 제외돼 해당 연금은 수령이 불가능하다. 소득 하위 70%인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되는 월 20만원가량의 기초연금도 소득 기준 초과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무원은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다만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1998년부터 60세가 된 2012년까지 최소 14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왔기 때문에, 20년 미만 가입자 중 최고 연금액인 1백68만원가량의 국민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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