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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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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A4 리더 진영의 무한도전

editor 김지영 기자

2016. 12. 01

본업은 가수지만 작곡과 음반 프로듀싱에 연기까지 하는, 그룹 ‘B1A4’ 리더 진영. ‘열일’ 하는 그의 다재다능함이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일도, 사랑도 ‘대충’이 안 되는 열정적인 ‘꽃선비’와 함께한 ‘오! 해피 데이’.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좋은 날에…’라는 가사를 따라 부르다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래서 차 안에서 즐겨 듣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작곡한 이가, 2014년 9백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본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자기 할머니인 줄도 모르고 오드리(심은경)를 흠모했던 인디 밴드 ‘반지하’의 리더 역을 한 배우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이 작품에서 연기를 곧잘 해 갓 데뷔한 신인 배우인 줄만 알았던 그가 실은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B1A4’의 리더 진영(25·본명 정진영)이라는 것도.

B1A4 멤버 중에 이처럼 다재다능한 보석 같은 존재가 있음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된 건 10월 18일 인기리에 종영한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덕분이다. 최종 시청률 20%를 훌쩍 넘기며 많은 화제를 뿌린 이 작품에서 그는 남장 내시 홍삼놈(김유정)만 바라보는 ‘꽃선비’로 출연해 뭇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위기에 처한 김유정을 구하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당신과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마저 뜨겁게 만들었다.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10월 26일, 그가 〈여성동아〉 스튜디오를 찾았다. 그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우르르 몰려든 젊은 팬들의 환호성이 그의 높아진 인기를 실감케 했다.

▼ 〈구르미 그린 달빛〉이 방영되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아봐서 신기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해요. 아직 드라마가 끝난 게 실감이 안 나요. 사극은 처음이었는데 그 세계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이었죠.

▼ 부모님은 드라마 보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반응이 좋아서 무척 기뻐하셨어요. 매회 모니터링을 하면서 방송이 끝날 때마다 연기 평과 조언을 해주셨어요. 시청자의 입장으로 얘기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 드라마가 끝나고 제작진과 출연진이 다 같이 필리핀 세부로 포상 휴가를 다녀왔다면서요.


앨범 작업도 해야 하고 다른 스케줄도 있어서 저는 하루 늦게 갔다가 하루 일찍 왔어요. 10월 22일에 출발해 이튿날 밤 12시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죠. 세부는 처음이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열심히 구경했어요. 자주 보지 못한 스태프, 배우들과도 금방 친해졌고요.

▼ 극에선 친하지 않았던 박보검(세자 역), 곽동연(호위무사 역) 씨와도 잘 지냈나요.

그중 제가 가장 연장자여서 둘 다 저를 형이라고 불렀어요. 서로 나이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서 촬영 전부터 얘기가 잘 통했어요. 그런 친밀감이 연기 호흡을 맞출 때도 시너지를 발휘했죠.

▼ 언제부터 연예인을 꿈꿨나요.

어릴 때부터 연기도, 노래도 워낙 좋아해서 TV에 나오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그 생각이 절실해진 건 중3 무렵이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살던 충북 충주에서 주말마다 홀로 서울에 와 연기 학원을 다니며 오디션을 봤어요. 첫 출연작이 2007년 방영된 드라마 〈최강! 울엄마〉였어요. 거기서 불량배 역을 했죠. 작은 역이지만 TV에 나온다는 자체가 좋았어요. 학교 내에서도 그 일이 화제가 됐고요.

▼ 학창 시절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아요.  


저희 학교에 연예인 지망생이 저밖에 없어서 좀 더 주목을 받긴 했어요.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 데이’가 되면 선물을 좀 받았죠.

▼ 그런 선물을 받으면 얼굴이 빨개지는 스타일인가요.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데 친해지면 수다스러워져요. 하하.

▼ 충주 중산외고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던데, 외고를 다닌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웃음) 없어요. 중국어과도 별 뜻 없이 선택했어요. 중국어를 전공하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진 못했고요. 그래도 학교 수업에 빠진 적은 없어요.

▼ 청소년기에 일탈을 해봤나요.  

전혀요. 밤늦게 귀가하거나 욕을 한 적도 없어요. 연예인의 꿈을 갖고 있어서 나중에라도 흠이 될 일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 박혀 있었던 것 같아요.  

▼ 연기를 배우다 왜 가수로 데뷔했나요.

연기 학원을 다니다 고3 때 현재 소속사(WM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어요. 청주대 연극영화과 수시 모집에 합격했을 무렵인데 소속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제가 미니홈피에 올린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든다며 오디션을 보자고 했죠. 그 오디션에서 연기한 인물이 영화 〈왕의 남자〉의 주인공 ‘공길’이에요. 이 얘기가 와전돼 제가 공길 대역으로 출연한 줄 아는 분이 많더라고요(웃음). 그 오디션을 거쳐 연습생으로 들어갔다가 B1A4멤버로 발탁돼 2011년 데뷔를 했죠.

▼ 작곡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연습생 기간에 곡을 한번 써보자 한 것이 계기였죠. 그때 처음 접한 ‘미디(전자 악기와 컴퓨터를 접속해 연주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규격)’로 피아노 곡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처음 만든 곡을 제 목소리로 녹음해 연습실에 틀어놨는데 멤버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그 노래가 바로 첫 앨범에 수록된 첫 번째 곡 ‘블링 걸’이에요.



〈구르미 그린 달빛〉의 김유정 테마곡 ‘안갯길’도 그가 작사, 작곡을 다 했다. 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프로듀서로 참여했을 때는 ‘같은 곳에서’ 라는 자작곡을 만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걸 그룹 ‘IOI’도 그에게 ‘벚꽃이 지면’이라는 곡을 받았다. 지금까지 음원으로 나온, 그가 만든 노래는 30곡쯤 된다. 그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로 그는 처음 만든 ‘블링 걸’을 꼽았다.

“드러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그 노래를 썼어요. 잠이 안 와서 썼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제게 작곡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준 의미 있는 곡이기도 하죠. 그 노래 덕분에 계속 작곡을 할 수 있었거든요.”



▼ 음악적 재능은 외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 아닌가요. 외할아버지가 주현미 씨의 노래 ‘탄금대 사연’을 작사한 이병환 씨잖아요.

충주 탄금대에 가면 할아버지가 쓰신 가사가 적힌 노래비가 있어요. 충주에 갈 땐 그 기를 받고 싶어서 일부러 들르곤 해요. 외할아버지가 작사가라는 걸 고등학교 때 처음 알았어요. 어릴 때부터 제가 연예인이 됐으면 하셨죠. 가족끼리 노래방을 자주 갔는데 제 노래를 듣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지금도 자주 모니터링과 조언을 해주실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여주세요. 제가 가수가 된 걸 가장 기뻐하신 분도 할아버지고요.  

▼ 데뷔 전 어떤 노래를 즐겨 들었나요.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했는데, 특히 소녀시대’의 ‘Gee’를 즐겨 들었어요. 버스 안에서 그 노래 들으면 가슴이 막 뛰고, 데뷔하면 이런 노래 부를 수 있을까 기대되고. ‘나도 꼭 잘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좋아하던 소녀시대 선배님들을 방송국에서 처음 봤을 때 한 공간에 있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웃음).

▼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인가요.  

연기 학원을 다닐 때요. 중3 때부터 3년 넘게 혼자 충주에서 서울까지 주말마다 왔다 갔다 했는데 그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오디션도 대부분 저 혼자 보러 다녔는데, 그때부터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던 셈이죠. 어른들을 상대해야 했으니까요. 가끔 막차를 놓쳐 새벽까지 터미널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요. 아마 꿈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못 견뎠을 거예요.  

▼ ‘열일’을 하는 건 힘들지 않나요.


싫어하는 일을 여러 가지 했으면 갈피를 못 잡았을 텐데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몸이 힘들어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구르미 그린 달빛〉을 찍는 동안에도 잠자는 시간을 줄여 작곡을 했는데 힘들다고 느껴지진 않았어요. 잠을 못 자는 괴로움보다 노래를 만드는 즐거움이 더 컸으니까요(웃음).  

▼ B1A4 멤버들은 개인 활동을 많이 하던데 사이가 어떤가요.

개인 활동을 할 때는 서로 응원해주고, 모니터링도 해줘요. 평소 수다도 많이 떨고요. 다들 알아서 잘하고 성품이 착해서 리더로서 어려움이 별로 없어요.


▼ 쉴 때는 뭘 하나요.

곡을 쓰려고 해요. 하루 종일 작업을 하는 건 아니고, 악상이 떠오를 때 음악을 만들어요. 체력이 중요하니까 헬스클럽에 가서 열심히 운동하고, 집에서도 간단한 아령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가끔 영화 보러 가고, 부모님이 집에 오시면 외식도 하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요. 지금 누나와 둘이 살고 있는데 바쁠 때는 누나 얼굴 보기도 힘들거든요.

▼ 데이트는 안 하나요.

여자친구가 없어요. 사귈 시간도 없고, 아직은 누구를 사귈 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어요. 고교 시절엔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저는 좋아하면 먼저 다가가서 고백해요. 그 친구에게도 그랬고요.

▼ 교제 경험이 노래 만들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부활’의 김태원 씨가 만든 많은 명곡 중에도 첫사랑을 생각하면서 쓴 노래가 많더라고요.  

저도 곡 쓸 때 과거를 회상하면서 많이 써요. 다른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도 많이 들으려고 하고요. 제 연애가 모든 사람을 공감시킬 순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간접 경험을 하는 거죠.

▼ 고등학교 때 사귄 여자친구가 첫사랑인가요.

첫사랑은 초등학교 때 한 것 같은데요. 하하하.

▼ 좋아하는 여성상이 있나요.

딱히 없어요. 그냥 느낌이 와요. 처음에는 외모에 호감을 느끼는데, 제가 만나는 사람을 보면 생긴 게 저와 닮았다고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우연히 알게 된 건, 제가 되게 예의 바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거예요. 한번은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여성이 할머니 짐을 들어 드리더라고요. 그 순간 그 여성이 너무 좋아졌어요. 천사처럼 보였거든요.

▼ 다시 여자친구가 생기면 어떤 사랑을 하고 싶나요.

운명적으로 만나 인위적이지 않은 영화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요. 책을 떨어뜨렸는데 같이 집다가 눈 맞는 그런 거 있잖아요. 하하.

▼ 삶의 좌우명은 뭔가요.

‘한 번 사는 인생, 즐겁게 살자’요. ‘인생, 뭐 있어!’란 말을 좋아해요. 일이 겹치거나 생각대로 안 풀릴 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스트레스 받지 말자!’ 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해져요.

▼ 요즘 ‘갓진영’ ‘갓토벤’으로 불리고 있어요. 10년 뒤엔 어떤 애칭이 생기길 바라나요.

‘너도 진영?’요(웃음).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생겨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이런 말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앞으로 연기든, 노래든, 작곡이든 다 후회 없이 하고 싶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서 팬들에게 진정성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 그에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학창 시절”이라고.

“스무 살이 되면서부터 가장 입고 싶은 옷이 교복이었어요. 그 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워요. 지금 청소년기를 보내는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되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즐기길 바랍니다.”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이지은
의상 · 소품 협찬 클럽모나코 시스템옴므 엘페
스타일리스트 김정영 신꽃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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