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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money

부동산 펀드는 신의 한 수?

집값 폭등 시대

editor 홍수용 동아일보 논설위원

2016. 11. 07

적은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부동산펀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박 칠 찬스일까? 쪽박 찰 막차일까? 매력적인만큼 신중해야 할 부동산펀드 접근법.

적은 돈으로 건물주 만들어줄 꿈의 펀드일까

1백 명이 1억원씩, 총 1백억원을 모아 빌딩을 한 채 샀다고 하자. 이 빌딩으로 사무실 임대사업을 해서 연간 총 5억원의 수입을 올리면 투자자 1명당 5백만원씩 돌아간다. 원금 1억원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연 5%로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단, 중간에 원금을 찾는 환매가 어렵고 추후 빌딩 매매 때 가격이 1백억원 밑으로 떨어질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이 요즘 눈길을 끄는 부동산펀드의 기본 구조다. 실제 투자 수익률도 5% 안팎인 펀드가 적지 않다. 이런 높은 수익률에 힘입어 지난 7월 하나자산운용이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을 투자처로 설정해 3백억원을 공개 모집한 부동산펀드는 1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산펀드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도 채 안 되는 초저금리 시대에 솔깃한 투자 대상이지만, 향후 부동산 경기를 예측하기 힘들기에 리스크도 적지 않은 ‘뜨거운 감자’다.   

아파트나 땅을 직접 매매하는 직접 투자 방식 중심의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부동산펀드라는 간접 투자 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1년부터다. 아직까지도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게 들리는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 부동산 투자회사)가 이 간접 투자의 매개체였다. 주식회사 형태인 리츠는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현상을 겪는 건설사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동시에 거액의 부동산을 직접 사기 힘든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넓히는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부동산 경기가 빠른 속도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리츠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주식회사인 리츠와 달리 일종의 수익증권인 부동산펀드는 자산의 50%를 초과하는 금액을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활황에 접어들면서 부동산펀드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간접 투자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부동산펀드가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대박의 기회가 될지, 막차를 타는 위험에 몸을 던지는 패착이 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부동산펀드의 종류는 보통 임대형, 대출형, 경·공매형, 직접개발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임대형 부동산펀드는 기관투자가나 개인으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사무용 빌딩, 상가, 오피스텔 같은 부동산을 매입해 임대 수입과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올리는 구조다. 가장 대중적인 대출형 부동산펀드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을 개발하는 회사에 자금을 빌려준 뒤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공매형은 법원 경매나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를 통해 부동산을 사들인 뒤 임대사업을 하거나 낙찰가보다 높은 값에 재매각해 차익을 내는 펀드다. 직접개발형은 펀드가 직접 아파트 부지를 매입해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반인 참여 가능한 공모형 펀드

지금까지 부동산펀드의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은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두는 공모(公募) 방식이 아니라 소수의 기관투자가들만 대상으로 하는 사모(私募) 방식이 대세였다.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끼리만 투자해서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까지 부동산펀드 1백개 중 95개 이상이 사모형 펀드였고, 일반인이 가입할 수 있는 공모형은 극히 일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모형 펀드가 출시되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앞서 언급한 하나자산운용의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 펀드에 이어 9월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도 판매 닷새 만에 목표 모집액 3천억원을 채웠다. 이 펀드는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있는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다.   

직접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외에 사모부동산펀드를 펀드 광주리에 집어넣은 ‘공모 재간접 펀드’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공모 재간접 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은 5백만원으로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금액(1억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들이 공모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담는 위험 분산 차원에서, 국내 부동산펀드에서 해외 부동산펀드로 눈을 돌릴 필요도 있다. 국내 부동산펀드는 투자 대상이 보통 3개를 넘지 않지만 해외 부동산펀드는 여러 지역의 수십, 수백 개의 부동산에 돈을 나눠 넣는다.  

이외에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ETF(Exchange Traded Funds  상장지수펀드)도 대체 투자처가 될 수 있다. ETF는  보통의 펀드에 비해 비교적 수수료가 저렴하고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수익률이 미국 부동산 지수에 연동하는 ‘KINDEX미국리츠부동산 ETF’가 대표적이다.  

부동산펀드 투자 의향이 있는 사람은 먼저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펀드 판매사를 찾아가서 펀드 정보를 확보해두는 게 좋다. 전례를 보면, 여유자금이 없어서라기보다 어디서 어떤 펀드가 나오는지 몰라서 투자 기회를 놓치는 사람이 많았다.

다음 단계는 자신과 궁합이 맞는 부동산펀드를 고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기간과 해당 부동산펀드의 청산 시기가 차이가 날 경우 자금이 묶여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임대형 펀드는 펀드 청산 때 펀드가 갖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해야 한다. 이 매각 결과에 따라 투자자는 매각 차익에 따른 배당을 받을 수도 있고 손해를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가입 전 감정평가서를 통해 투자 대상 부동산의 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어 투자설명서를 받아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뒤 자필 서명을 하는 단계를 거친다. 자필 서명은 원금 손실 등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 본인이 책임을 진다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마지막으로 투자 자금을 송금하고 추후 수익금을 받을 거래 계좌를 개설한다. 이렇게 펀드에 가입하면 기준 가격 변동 내역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수익률 변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상투 잡을 위험은 없을까

과거와 달리 최근 공모형 펀드가 늘고 있다는 것은 투자의 ‘선수’들인 기관투자가들이 이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자칫 만만한 개인들이 상투를 잡을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빌딩에 빈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중  장기적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다. 개인 투자자들은 부동산펀드의 원금 손실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공실률이 높아 임대료가 떨어지면 투자수익률이 기대 수준을 밑돌 뿐 아니라 추후 자산 매각 시 자산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면 주식형 펀드도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부동산 시장이 강세라고 해서 부동산펀드도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펀드의 종류에 따라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은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세계 시장에 돌아다니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돈의 힘으로 버텨온 국내외 부동산 시장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가장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재테크는 장밋빛 시나리오만을 염두에 둔 ‘묻지마 투자’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디자인 조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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