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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일상으로 돌아온 연기 몬스터 강지환

editor 김지영 기자

2016. 11. 07

복수극은 익숙한 장르지만 50부작은 처음이었다. 장장 8개월 동안 투혼을 발휘해 권선징악의 본때를 보여준, 드라마 〈몬스터〉의 히어로 강지환의 진짜 모습.

강지환(40 · 본명 조태규)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얼마나 성실한 배우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2002년 연예계에 데뷔한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를 찍어서다. 데뷔작은 뮤지컬 〈록키호러쇼〉인데, 당시 맡은 배역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족이나 친구 외에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작은 앙상블”이었다. 기자가 그를 처음 본 곳도 그 무대였다. 단역이라기엔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외모와 주연 못지않은 열정으로 시선을 끌던 신인 배우는 3년 뒤, 시청률이 40%에 육박한 MBC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에도 그는 인기보다 연기 욕심이 많아 작품을 위해서라면 몸 사이즈를 풍선처럼 부풀리는 일도, 위험천만한 결투 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자는 주의여서다. 나름의 연기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꾸준히 보폭을 넓혀온 그는 지난해 한중 합작영화 〈천강대가〉로 첫 중국 진출에 나섰다. 그러더니 다시 반년 만에 MBC 50부작 드라마 〈몬스터〉에 도전했다. 드라마 〈돈의 화신〉 〈빅맨〉에 이은 세 번째 복수극이었다. 극에서 부모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는 주인공 강기탄 역을 맡은 그는 첫사랑인 변호사 오수연 역의 성유리, 재벌 딸 도신영 역을 맡은 조보아와 삼각 사랑을 엮어가면서 선배 연기자 정보석(강기탄의 고모부 변일재 역), 이덕화(대권 후보 황재만 역)와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쳤다.

지난 9월 말, 종영 일주일 후 만난 그는 “희로애락을 다 보여주는 캐릭터를 선호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복수극을 계속하게 됐다”며 “50부작은 처음이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다 함께 즐겁게 촬영해서 서운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살이 많이 빠졌네요.



드라마 초반엔 정말 많이 빠졌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 술을 하도 마셨더니 좀 쪘어요.

▼촬영 끝나고 지난 일주일간 뭐 했나요.

작가님, 배우들과 뒤풀이 시간을 몇 번 가졌고 그동안 못 만난 가족, 친구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잠도 늘어지게 자고요. 지난 2월부터 8개월 동안 강기탄으로 살다 보니 촬영 끝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싶다는 거였어요. 막상 긴장이 풀리니 뭘 해야 할지 몰랐는데, 미용실에서 멍하니 잡지를 보다가 요즘 유행한다는 염색을 했죠(웃음).

▼촬영 중 부상을 당했다고 들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사고와 부상이었어요. 방영 초반 중국 하이난에서 촬영하고 돌아와 거의 30회 이상까지 밤을 새웠어요. 저 같은 경우는 서울에서 촬영해도 집에 들어가기가 어려워 트렁크에 짐을 아예 한 보따리 싸가지고 나왔어요. 집에도 못 가고, 장염에 걸려 고생하고, 밤을 새우고 가다가 경부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기도 하고, 화상을 입은 적도 있고…. 정말 힘들게 찍은 작품이에요.

▼30세 강기탄을 연기하면서 실제 나이를 의식한 적이 있나요.

신경이 쓰였죠. 우리 나이로 불혹이 된 것도, 화이브라더스로 소속사를 옮긴 후 처음 하는 작품이라는 것도, 〈돈의 화신〉의 장영철 ·정경순 작가님이 〈기황후〉까지 잘되고 나서 또 저를 기용해주셨다는 것도요. 또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도 호흡을 맞춰야 해서 여러모로 큰 부담을 안고 시작했어요. 주위에서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작품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잦은 부상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에요. 불혹의 나이도 걸림돌이 되기보단 해이해지지 않게 저를 자극하는 각성제가 됐어요. 40대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니까 신인 때처럼 정신 무장을 단단히 했죠.



▼어떤 선배가 가장 상대하기 부담스러웠나요.

정보석 선배님과 호흡을 맞출 때 제일 떨렸어요. 선배님은 제가 신인일 때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분이고, 데뷔할 때 제 별명이 ‘리틀 정보석’이었거든요. 하하. 그래서 작품을 함께 하고 싶었고, 잘 보이고 싶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오히려 저를 많이 배려하고 좋게 봐주셔서 ‘형님’ 댁에 놀러갈 정도로 친해졌어요. 좋은 선배님을 만나 즐거웠어요.

▼강기탄의 아역을 한, 그룹 ‘비스트’ 멤버 이기광 씨의 연기는 어땠나요.

연기하는 걸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아이돌 가수라는 선입견 때문에 큰 기대를 안 했어요. 그런데 첫 회를 찍고 나서 카메라 감독님이 기광이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후반부로 갈수록 잘했다고요. 그 말에 일단 안심을 하고 그 친구가 어린 시절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감정선을 잘 타는지 유심히 지켜봤는데 정말 잘해서 긴장 좀 했죠. 사실 아역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게 ‘이 친구보다 연기를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거거든요.

▼시각 장애 연기를 할 때 참고한 게 있나요.


생각보다 연기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동안 시각 장애 연기를 한 배우들의 작품과 기사를 찾아봤는데, 영화 〈블라인드〉의 김하늘 씨 인터뷰가 인상적이더군요. 특히 “눈이 안 보이는 연기는 말 그대로 안 보이는 것”이라고 아주 심플하게 결론을 내린 대목요. 그 말을 염두에 두니까 시각 장애 연기가 한결 편해졌어요.  

▼촬영 중 힘들고 지칠 때 가장 힘이 된 건 뭔가요.

방송 초반에는 야심 차게 시작한 저희 드라마 시청률이 SBS 〈닥터스〉에 뒤처져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경쟁 드라마가 계속 바뀌어도 〈몬스터〉는 10%대 초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더라고요. 심지어 리우 올림픽 기간에도 흔들리지 않았고요. 그 추세가 6개월 넘게 이어지는 걸 보고 지지층이 확실하다는 걸 알았죠. 후반에는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어요.

▼‘먹방’ 장면도 화제를 모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개밥 먹는 장면요. 처음에 소품실에서 가져다준 개 밥그릇은 새것이었어요. 내용상 지저분해야 하는데 너무 깨끗해서 내키지 않았어요. 근처에 있던 찌그러진 양은 개 밥그릇을 씻어서 그걸로 개밥 먹는 장면을 찍었죠. 음식은 새것이었지만 밥그릇은 진짜 개가 쓰던 거예요. 그때는 주인공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솔선해서 보여줘야 입소문이 나서 잘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데 지금 하라면 못 할 거 같아요. 맛은 정말 좋았지만. 하하.



▼변일재(정보석)가 사형을 당한 결말은 흡족한가요.


실은 변일재 때문에 하도 고생을 해서 그의 최후를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엔딩 세트장에 ‘잠입’해 정보석 선배님이 사형 집행 장면을 찍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결말이었어요.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악의 축이니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멜로 부분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어요.  


저도 성유리 씨와의 러브 라인이 뒤로 갈수록 희미해져서 아쉬웠어요. 제작진도 제가 성유리 씨와 조보아 씨 중 누구와 맺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니까 그 문제를 놓고 무척 고심했는데, 작가님과 감독님 간에 의견 대립이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극 중 성유리 씨와 조보아 씨 가운데 누가 더 실제 이상형에 가까운가요.

극에서는 성유리 씨가 연기한 오수연 변호사를 사랑하지만, 실제로는 조보아 씨가 연기한 도신영에게 더 애착이 갔어요. 도신영은 한 남자만 지고지순하게 바라보잖아요. 오수연은 은근히 야망이 있는 캐릭터고요. 야망 있는 여자보다는 지고지순한 여자가 좋은데, 개인적인 호불호가 작품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되니까 작가님에게는 “도신영이 진실된 여자 같다”고만 말씀드렸어요(웃음).

▼내친김에 물을게요. 결혼하고 싶지 않나요.

해야 될 나이고 정말 하고 싶죠. 주변에서 열애설이 나면 부럽고, 결별했다고 하면 은근히 위로가 된다니까요. 오늘 아침에도 지코랑 설현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뻤어요. 하하하. 결혼하면 아내와 함께 전원주택에서 사는 게 꿈이에요. 얼마 전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래서 대대적인 공사를 했어요. 결혼은 늘 밑바탕에 깔려 있는 희망 사항이에요.  

▼이제 정통 멜로물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원래 멜로 배우예요. 본의 아니게 복수극을 많이 했는데 멜로든, 액션이든, 복수든 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어요. 드라마에서든, 영화에서든 다양성을 갖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저도 전공을 살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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