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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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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맺은 현대차-애경그룹 소박해서 더 빛난 결혼식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이상윤 | 디자인 · 김영화

2016. 04. 26

격조 있고 소박한 예식을 뜻하는 ‘스몰 웨딩’ 붐이 재벌가로 번진 것일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손자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 결혼식이 화환도, 삼엄한 경비도 없이 성당에서모든 이의 축하를 받으며 소박하게 열려 화제다. 그 훈훈한 현장의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요. 좀 떨리기도 하고요(웃음).”

지난 4월 15일 정오, 서울 중구 명동성당의 별관에 마련된 신부대기실에서 만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차녀 수연(26) 씨는 결혼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하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수연 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28)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로써 현대가와 애경가는 사돈지간이 됐다.

정성이 고문은 1985년 대전선병원 설립자인 고(故) 선호영 회장의 차남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해 1남 1녀를 낳았다. 정 고문의 외아들인 신랑 동욱 씨는 미국 뉴욕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있다. 신부인 수연 씨는 미국 코넬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통제 없이 자유롭게, 뒤풀이도 생략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 성균관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만난 부인 홍미경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고문과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장녀 문선 씨는 미국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애경산업에서 근무하다 2013년 이태성 현 세아홀딩스 전무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들 직계 가족은 예식 1시간 전인 정오부터 명동성당 앞마당에서 하객을 맞았다. 정성이 고문은 하늘색, 홍미경 고문은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서로 정겹게 인사를 나눠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신부의 남동생 정균 씨와 언니 문선 씨, 형부인 이태성 전무도 환한 얼굴로 곁을 지켰다.

이날 결혼식에는 범현대가와 애경가가 총출동했을 뿐 아니라 재계의 주요 인사 등 7백여 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재벌가의 결혼식과 달리 취재진이나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간소하게 진행됐다.

결혼식은 성당 안에서 오후 1시부터 1시간 가까이 혼인미사로 치러졌다. 양가 모두 경건하고 소박한 결혼식을 원했고, 신랑과 신부가 가톨릭 신자여서 명동성당을 예식 장소로 택했다고 한다. 세례명이 각각 ‘요한’과 ‘안나’인 신랑과 신부는 주례를 사제의 강론으로, 축가를 성가대의 성가로 대신하고 화환과 축의금도 일절 받지 않았다. 결혼식 뒤풀이 행사인 피로연도 생략했다.


결혼식이 끝난 뒤 하객들은 성당 뒤뜰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현대가에서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예식이 거행되기 10분 전 성당 앞에 도착한 정몽구 회장은 신부 채씨의 부모와도 인사를 나눴다. 현정은 회장은 딸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와 함께, 정대선 현대 BS&C 대표이사와 그의 아내인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어느새 훌쩍 자란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노 전 아나운서가 현대가의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애경그룹에서는 장영신 회장을 비롯해 채동석 애경그룹 유통·부동산 부문 부회장,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 부문 부회장 등이 자리했다. 그 밖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 재계 인사들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 씨도 참석했다.

소박한 이날 결혼식이 재벌가의 행사임을 문득 깨닫게 해준 유일한 장면은 ‘EQ900 전도사’ 정몽구 회장이 제네시스 EQ900 5000cc급을 타고 와 재계 인사들의 축하인사를 받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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