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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areer

쇼호스트 ‘장사의 신’ 이수정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조영철 기자 | 디자인 · 김영화 | 장소제공 · 한스갤러리

2016. 02. 24

복잡한 백화점까지 가지 않고 집에서 유명브랜드 물건을 살 수는 없을까? 롯데홈쇼핑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 이 그 답이다. 2008년 론칭 때부터 꼬박 8년을 이 프로그램과 함께하며 깐깐한 안목과 완판 기록으로 ‘롯데의 빨간 리본’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쇼호스트 이수정을 만났다.

어느새 불혹의 나이가 됐지만, 롯데홈쇼핑의 간판 쇼호스트 이수정(40) 씨는 여전히 20대 청춘처럼 눈부시고 활기차게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며 살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에서 공업디자인을 공부한 뒤 곧장 지역 방송국에 취직해 취재 현장을 찾아다니는 리포터부터 라디오 DJ와 뉴스 앵커까지 다채로운 방송 경험을 쌓고, 그간의 이력을 밑거름 삼아 쇼호스트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사의 신’으로 자리매김했다.
25세이던 2001년 롯데홈쇼핑의 전신인 우리홈쇼핑의 쇼호스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이 회사에 입사한 그는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최고의 매출 실적을 올렸고, 이듬해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8년 동안 ‘여성 의류부문 연간 매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타고난 승부사일까, 아니면 남다른 노력파일까. 그는 두 기질을 모두 갖고 있는 듯했다.
“방송하는 동안 상품을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구매 전후의 만족도라고 생각해요. 기분 좋게 쇼핑한 것 같은데 막상 사고 나면 강매당한 것처럼 괜히 샀나 싶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방송 중에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상품의 특장점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 공을 들여요. 상품을 받아보고 나서도 어떤 점이 좋아서 샀는지 알아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으니까요. 디테일에 대한 설명을 다른 쇼호스트보다 길게 하다 보니 처음에는 스태프들과 충돌이 잦았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으니까 이제는 믿고 맡기는 분위기예요. 상품이 많이 팔리기도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반품하는 분들이 아주 적다는 게 저로서는 더 뿌듯한 일이죠.”
지난해 그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모두 4백50편에 이른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롯데홈쇼핑의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 <TV 속의 롯데백화점>. 2008년 론칭 때부터 그가 줄곧 진행을 맡아온 <TV 속의롯데백화점>은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는 유일한 홈쇼핑 프로그램이다. 백화점에서 파는 프리미엄 제품을 홈쇼핑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다.
매주 금요일 오전 8시 20분부터 1백25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씨가 방송 중 올리는 매출은 주문액 기준으로 평균 30억원 내외. 분당 매출이 2천만~3천만원에 달한다. 그동안 히트시킨 상품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방송 초반에는 백화점에서 브랜드를 내주지 않으려고 해 애를 먹었지만 홈쇼핑에서 동일 상품을 팔다 보니 백화점은 백화점대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홍보하고, 홈쇼핑은 홈쇼핑대로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을 좋은 구성으로 제공함으로써 높은 매출을 챙기는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선지 요즘은 홈쇼핑 진출을 원하는 고품격 브랜드가 많아졌죠.”

▼ 한 프로그램을 8년째 진행하고 있으니 남다른 애착이 생길 것 같아요.
<TV 속의 롯데백화점>은 그 자체로 제 쇼호스트 인생인 셈이에요. 홈쇼핑 데뷔 15년 차인데 처음 3년간은 숙맥이었어요. 5년 차에 방송에 대한 감이 생기고, 7년 차에 고객의 니즈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그 프로그램을 진행했거든요.
▼ 어떤 식으로 방송을 준비하나요.
보통 3~6개월 전부터 준비해요. 시즌을 열기 전 내년도 트렌드를 공부해 상품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거든요. 업체들도 제 성격을 아니까 방송 전날 제품이 도착하도록 신경쓰고, 상품 관리자들도 제가 방송하는 제품엔 쉽게 구별할 수 있게 빨간 리본을 달아둬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침에 방송하기 힘들어요.
▼ 홈쇼핑 마니아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쇼호스트’로 통하는데, 인기 비결이 뭔가요.
웃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좀 새침하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인데 30대분들은 언니 같은 느낌으로 저를 보고, 40대분들은 친구처럼 편하게 느끼고, 50대분들은 귀엽게 봐주시더라고요. 방송하는 상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엄청 몰입해서 보고 객관적으로 정직하게 설명하는데 그런 면을 신뢰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꾸준한 요가와 시리얼로 에너지 충전

쇼호스트는 상품을 말로 표현하는 직업일 뿐 아니라 자신을 통해 보여주는 직업이다. 상품 설명을 아무리 잘해도 쇼호스트의 모습이 멋지지 않으면 수화기를 들게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역시 몸매 관리는 물론 패션 스타일링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 평소 식사 조절을 하나요.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으려고 시리얼, 아몬드 같은 걸 가방 안에 넣고 다녀요. 가방을 열면 언제나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게요. 양을 줄일 수 없으니까 질을 따지게 되더라고요. 고기든, 생선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데 탄수화물 섭취는 자제하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제 식사 포인트는 간을 최대한 싱겁게 하는 거예요. 그게 습관이 돼서 소금 안 친 설렁탕이 제 입맛에 딱 맞아요. 짠맛을 느끼면 불쾌한 기분이 들 정도죠.
▼ 체력은 어떻게 관리하는지요.  
쇼호스트는 운동선수처럼 체력 소모가 많은 직업이라서 밤에는 사적인 약속을 거의 잡지 않아요. 술자리에 끼면 에너지를 많이 쓰잖아요. 요즘 요가를 열심히 해요. 요가한 지 7~8년 됐어요. 보통 회사 옆 스포츠센터에서 요가를 하는데 정말 바쁠 땐 집에서 해요. 텔레비전 앞에 항상 매트가 있어서 자세 잡으면서 TV를 봐요. 보통 오전 6시쯤 출근해서 시즌 때는 밤 12시에 퇴근하는데, 낮에 시간이 빌 때는 시장조사를 다니거나, 상품 기획 미팅에 참석하고 패션쇼를 구경하러 엄청 돌아다니죠.
▼ 패션 감각을 키우는 나름의 노하우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홈쇼핑 방송을 즐겨 보면 요즘 유행하는 패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많이 입어보는 게 무엇보다 필요해요. 패션 서적이나 방송을 아무리 많이 봐도 많은 옷을 입어본 사람의 감각은 못 따라가요. 제가 보기엔 많이 입고 즐기고 느끼는 사람이 위너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해외로 출장 가면 요즘 잘나가는 브랜드의 옷을 한 가지씩은 사와요. 그 브랜드를 느껴보기 위해서요. 홈쇼핑에는 맘에 안 드는 옷을 교환하거나 반품할 수 있는 좋은 제도가 있으니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뭔지 끊임없이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 발품 팔아 얻은 그런 경험과 지식이 방송에 도움이 되나요.
산경험이고 산지식이기 때문에 상품을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죠. 요리를 좋아해서 설명하려는 내용을 음식에 비유해 이야기할 때가 많아요. 이를테면 제품이 품절될 것 같으면 제품을 설명할 때 “자장면 집에 자장면이 떨어져간다”고 말해요. 품질이 뛰어난 원단은 ‘꽃등심 A++’에 비유하고요. 그러면 방송을 보시는 주부들이 금세 이해하더라고요.
▼ 홈쇼핑에서 물건을 살 때 주의할 점이나 고려할 점이 있나요.
사진만 보고 사는 건 삼갔으면 해요. 모델을 기용해 찍은 사진은 다 포토샵을 하기 때문에 실물을 보면 사진과 다른 느낌이 들죠. 모델 컷은 이미지 참고용 정도로만 여기고, 쇼호스트가 설명하는 실질적인 정보를 고려해 구매 여부를 판단해야 후회하지 않아요.
▼ 사이즈를 주문할 때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평상시 입는 옷의 사이즈를 참고하면 돼요. 예를 들어 66사이즈인 사람이 넉넉하게 입고 싶을 땐 반 사이즈 크게 주문하고, 딱 맞게 입을 생각이면 정 사이즈를 요청하는 게 좋아요.  
▼ 홈쇼핑에서 구입한 옷을 스타일리시하게 입는 방법도 가르쳐주세요.  
체형에 자신 없는 분이나 살집이 있는 분은 면 분할에 신경 써야 해요. 상의와 하의 길이의 비율을 잘 조절하고 가로와 세로, 사선의 면 분할을 적절히 하면 한결 늘씬해 보이거든요. 상의의 길이가 애매하면 키가 작아 보여요. 이럴 땐 미니 원피스를 입으면 체형이 커버되면서 키가 커 보이는 효과가 있죠. 키가 작거나 다리가 짧은 분들은 바지 색과 신발 색을 같은 톤으로 연결해 시선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게 좋아요. 올 블랙 컬러로 입고, 레드나 골드 머플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멋 내는 한 방법이죠. 머플러 하나로도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어요. 진보적이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원할 땐 메탈 소재를 믹스매치하면 좋아요.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원하면 파스텔톤의 핑크나 오렌지, 살구빛 스카프나 벨트로 포인트를 주시고요. 올 블랙 정장에 그레이 캐시미어 스카프를 늘어뜨려도 굉장히 멋스러워요. 도회적이고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죠. 액세서리 같은 경우도포인트 아이템으로 활용하면 좋은데, 과하게 주렁주렁 다는 건 촌스러워 시선을 하나로 모으는 게 좋아요. 반지만 4개를 끼거나 화려한 귀고리를 착용하는 식으로요.  
▼ 제2의 이수정을 꿈꾸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뭔가요.
쇼호스트는 크게 두 부류가 있어요. 자기가 말하고 싶은 걸 설명하는 부류와, 고객이 궁금해하는 걸 설명하는 부류요. 다시 말하면 전자는 자신을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여기는 쇼호스트고, 후자는 고객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죠. 그 가운데서 저는 후자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개인적인 시선과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속시원하게 긁어주고, 자신보다 상품을 돋보이게 할 줄 아는 쇼호스트요.



그는 고객을 결코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자신의 말 한마디와 제스처 하나가 고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틈틈이 자신의 영역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으며 최선을 다해 프로다운 쇼호스트가 되려고 노력한다. 또 그의 얼굴만 봐도 구매자들이 즐거워질수 있게 방송에 들어가기 전 초콜릿을 먹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기분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오랜 습관 중 하나. 이런 그를 다섯 시간 가까이 관찰하다 보니 지금 그가 받고 있는 수억원의 연봉과 ‘장사의 신’이라는 애칭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지금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기를 바라시는가. 그러면 남보다 덜 자고, 더 많이 노력하는 수고를 아끼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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