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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정당별 여성·보육 총선 공약

어? 이 공약 맘에 드네~

EDITOR 김건희 신동아 객원기자

2020. 03. 30

4·15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은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여성·보육 공약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공약이 너무 많고 내용이 방대해 정작 나와 우리 아이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가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요 정당들이 어떤 내용으로 여성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지 3월 18일까지 각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핵심 공약을 골라 쉽게 풀어봤다.

지난해 5월 15일 오후 7시 58분,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앞 사거리. 한 사설 축구클럽 승합차가 다른 승합차와 교차로 한가운데서 충돌했다. 축구클럽 차량의 운전자 과실(속도·신호 위반)이 부른 사고였다. 이 사고로 축구클럽 차량에 타고 있던 어린이 2명이 숨지고 6명(어린이 4명·상대 승합차 운전자·행인)이 크게 다쳤다. 당시 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난 김태호 군의 엄마 이소현(37) 씨는 아이를 태우던 축구클럽 노란 승합차가 어린이 통학차량이 아닌 영업용으로 분류된 채 도로를 질주했다는 사실을 사고가 난 뒤 알게 됐다. 

이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축구 한다며 차량에 탄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이 글에 21만 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하면서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대두됐다. 이 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 부모들과 함께 ‘도로교통법 및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 일부 개정안’(일명 태호법) 발의를 이뤄내기도 했다. 태호법의 골자는 현행법이 명시한 15개 업종이 아닌 모든 통학용 자동차를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통학버스 범위 확대는 정부가 안을 마련하라”며 행정부에 공을 넘겼다. 현재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법안 통과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 이 씨는 1월 23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4·15 총선 인재영입을 통해 입당했고, 3월 14일 비례대표 11번을 받았다. 당시 입당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 씨는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일에 관해 아이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헌신적으로 일을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어린이보호구역’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공감대

4·15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은 바로 ‘이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2월 3일 ‘어린이 우선, 사람 먼저’란 슬로건을 내세운 교통안전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핵심은 학원·체육 시설에 한정하지 않고 어린이가 탑승한 차량을 ‘어린이 통학버스’로 지정하고, 어린이보호구역 지정·관리 대상에 ‘통학로’를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초등학교 6천83곳 중 보도 없는 도로 1천8백34곳에 대해 순차적으로 보도와 보행로를 신설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표지·미끄럼방지포장·과속방지턱·옐로 카펫(어린이 보행자 안전지대) 등 안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카메라 8천8백대와 신호등 1만1천2백60개를 향후 3년 동안 설치, 농산어촌 및 도심 지역 학교에 통학버스 배치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부분은 다른 정당들도 세부 내용에서 약간 차이를 보일 뿐 똑같이 강조하고 있다. 원내 제2당인 미래통합당은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초등학교 출입구에서부터 가장 인접한 대중교통 정류장까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확대하고 등하교 시간에 맞춰 어린이보호구역 통학로에 교통관리 경찰관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주요 정당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공약은 더 있다. 아이돌봄 체계 강화다. 민주당은 △병원 이용 △취업 준비 △가족 돌봄 △단시간 근로 등의 사유로 일시적인 보육 서비스가 필요할 경우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아동 수가 감소해 경영난에 처한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시간제 보육 시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미래통합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맞벌이 가정의 원활한 육아를 위해 유급으로 자녀 돌봄 휴가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도 유급 돌봄휴가제 도입을 약속했다. 남녀 모두 육아휴직제도 12개월 사용을 의무화하고 추가로 2년 범위 내에서 무급 휴직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유아를 둔 부모 대상으로 4시간, 6시간 등 근무시간 단축과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급여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장기 무급 휴직을 허용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해소한다는 공약도 마련했다. 정의당은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아동심리 상담가가 어린이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보육 환경 진단 및 교사 상담·교육을 실시해 인권 보육의 기반을 쌓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은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고 민간 어린이집은 공영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가정에 돌보미를 파견할 때 돌보미 채용 검증은 물론 교육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했고, 미래통합당이 민간 사설 업체를 통해 고용된 민간 베이비시터를 정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민간 베이비시터 등록제’(가칭)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6세, 3세 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서유미(40) 씨는 미래통합당의 ‘육아도우미 통합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공약에 특히 눈길이 간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정부가 직접 민간 베이비시터 등록 신청을 받아 육아도우미 통합 DB로 만들고, 이를 통해 국가적 재난 발생 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앞으로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육아돌보미가 해외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지, 감염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정부에 즉각 조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서 씨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육아도우미의 바이러스 감염 우려 문제를 부쩍 신경 쓰게 됐다. 감염병 유행 주기가 짧아진다고 하니 육아도우미의 신분을 언제든 조회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딸 키우기 겁난다”는 부모들

딸아이를 키우는 서 씨의 또 다른 바람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처벌 강화다. 그를 가장 소스라치게 만든 소식은 2008년 12월 당시 8세였던 여자 어린이를 등굣길에 납치한 뒤 폭행해 기절시켜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조두순이 오는 12월 13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는 뉴스다. 그는 “조두순이 출소하면 피해 아동의 학교와 집으로부터 100m까지 접근이 가능한데, 이는 성인 남성이 뛰면 20~30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라고 지적했다. 

“딸 키우기 겁난다”며 우려를 내보이는 부모들이 많다. 2017년에는 조두순 출소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61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 주요 정당은 이 같은 국민 여론에 주목하며 아동 성범죄 처벌 강화를 일제히 외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해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한 사례다. 현행법상 범죄자가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생활권역에 접근할 수 없는 거리 범위는 100m인데, 이를 최대 2㎞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피해자의 주거지나 학교의 경우에는 반경 5㎞ 이내 체류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해선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등에 대한 감경 규정 특례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주취감경 폐지’를 공론화해 국민과의 숙의 과정을 거쳐 검토할 계획이다. 조두순 사건에서 재판부는 범행 당시 조두순이 술에 취해 있었단 이유로 심신미약을 적용해 12년형을 선고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문제가 바로 여성 폭력이다. 최근에는 불법 촬영물의 유포 협박이나 합성·편집 등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가운데 87.6%가 여성이었다. 

20·30대 여성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불리함과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다고 털어놓는 회원들의 게시물이 적잖다. 한 여성 누리꾼은 A 커뮤니티에 몇 년 전 교제했던 전 남자친구와의 경험을 올리며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남친에게 헤어지자고 말하자 그가 내게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영상 한 편을 보냈다. 해당 영상에는 전 남친과 나의 성관계 장면이 찍혀 있었는데, 그가 나와 성관계를 가질 때마다 내 허락을 받지 않고 몰카(몰래카메라)를 찍은 것이었다. 그는 다시 만나주지 않으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하겠다며 나를 협박했고, 다시 재회한 뒤 우리 사이에 갈등이 생겨 다투게 되면 이를 빌미로 내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기록했다. 

해당 누리꾼처럼 이성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기도 한다. 201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이 ‘(성)범죄 발생’으로 일상에서 불안을 인식하는 비율이 57.0%인 반면, 남성의 비율은 44.5%에 그쳤다.

주요 정당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엄단 약속

이 때문에 주요 정당들은 여성 폭력을 근절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여성안심 사회’라는 제목의 여성 안전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불법 촬영에 활용될 수 있는 변형카메라 수입·판매 및 소지 등록제를 도입하고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카메라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성 착취 영상물의 구매자·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유포 협박이나 사진·영상 합성 등 디지털 성범죄 사각지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여성 안전 공약 가운데 ‘스토킹 처벌 특례법 제정’은 스토킹 범죄 양태를 구체화하고 피해자의 범주를 확대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미래통합당도 ‘스토킹 방지 특별법’을 제정해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통해 현재 경범죄(벌금 10만원)에 해당하는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영상을 이용한 협박 성범죄를 성폭력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고 영상 협박 피해자 역시 성폭력 피해자와 동일하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법경찰관이 즉시 현장에 출동해 데이트 폭력 행위를 제지·격리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사진이나 영상 유포 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이 아닌 성폭력 처벌법(카메라 이용 촬영죄)을 적용해 수사하고, 임시조치나 보호처분을 비롯해 스토킹 범죄 피해자의 신변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배우자뿐 아니라 가족·친구·직장 동료·이웃 등 여성폭력 및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도 디지털 성범죄와 가정폭력범죄, 스토킹 방지법에 관한 비슷한 내용의 공약을 내놓았다. 

각 정당들은 가정폭력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피해자·가해자의 격리를 위해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현장 체포주의)를 도입하고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정폭력 범죄의 특성을 감안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명령을 내릴 때 가해자의 자녀 면접교섭권 행사 제한을 추가한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정의당은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상담은 피해자 지원 기관이 아닌 처벌의 일환으로 별도 기관에서 시행하고 피해자 초기 응급 대응 및 보호·자립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비동의 간음죄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은 현행 강간죄로는 처벌의 공백이 생기고 피해자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개정하도록 강간죄 법률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거절 의사를 밝히거나 명시적 동의 의사라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관계를 시도했다면 성폭행으로 처벌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지영법’ ‘임산부 지원’도 눈길

3월 18일 기준으로 미래통합당과 정의당만이 여성 1인가구 안전 정책의 큰 방향을 밝혔다. 두 당의 여성 1인가구 거주 관련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여성 1인가구의 방범 장치 지원, 여성 1인가구도 성범죄자 알림문자 서비스 제도 도입, 경찰청 범죄통계 시스템에 여성 1인가구 별도 구축 등 비슷하다. 

현재 일명 ‘82년생 김지영법’으로 불리는 성별 임금 격차 해소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곳은 정의당뿐이다. 정의당은 출산·육아·돌봄 확대로 성 평등을 추구하고 안전한 일터 보장 및 노동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산부 지원 공약도 눈에 띈다. 현재 정부는 임산부에게 진료비 일부를 국민행복카드로 지원하는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신 1회당 60만원을 지원하고 쌍둥이의 경우 1백만원까지 지원 가능하다. 다만, 국민행복카드의 사용처가 임신·출산과 관련한 진료비와 1세 미만 영유아 진료비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협소하게 설계돼 있는 탓에 사용처를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큰 상황이다. 미래통합당은 임산부에게 택시비(교통비·주유비)를 지원하고 국민행복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해 택시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임산부에겐 주유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행복카드 바우처 금액을 현재 60만원에서 1백만원(쌍둥이의 경우 1백만원→1백4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동아DB 게티이미지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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