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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conomy

소비자 놀이터 ‘체험형 매장’ 열풍 “사지 말고 마음껏 즐기세요”

EDITOR 강현숙 기자

2020. 02. 02

에르메스와 구찌 같은 명품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시대다. 유통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제품을 직접 경험하고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는 ‘체험형 매장’이 대세로 떠올랐다.

# 기자는 얼마 전 루이비통 미니 백을 온라인으로 샀다. 백화점 갈 시간도 마땅치 않고, 맘에 들지 않을 경우 반품 과정도 간단해 집으로 배송받았다. 평소 화장품은 매장에서 테스트해본 뒤 온라인으로만 산다. 오프라인에 비해 할인 혜택이 많고 샘플 증정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침대와 가구, 가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브랜드의 복합 공간을 즐겨 찾는다. 흡사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처럼 꾸며져 있어 매장 곳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제격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1월 온라인 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총거래액은 12조7천5백76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0.2%p 증가했다. 음식 서비스는 100.3%p, 화장품 32%p, 가전·전자·통신 기기 15.5%p 증가 폭을 보였다. 최근에는 에르메스와 구찌 같은 명품의 구매까지 상당수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을 만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입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하는 ‘쇼루밍(showrooming)’, 매장에서 본 물건을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로 검색하고 구입하는 ‘모루밍(Morooming·모바일+쇼루밍)’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 배경에는 주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1980~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은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하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고, 다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검색한 뒤 가격 비교나 사용 후기를 읽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온라인을 통한 매출이 급증하면서 반대로 대형 마트와 백화점을 비롯한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은 쇠퇴 일로에 서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업체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모색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의 증가다. 이에 대해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의 맹점은 제품을 실제로 보거나 만질 수 없다는 것이다. 섬세한 체험, 경험의 문제를 만족시키는 체험형 매장이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이마트가 2015년 킨텍스점에 처음 문을 연 체험형 가전 라이프 전문점인 ‘이마트 일렉트로마트’는 현재 44개 매장으로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다른 유통업체에는 없는 차별화 콘텐츠로 이마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쇼핑센터로 대중을 유인하는 유명 점포)’ 역할을 해 일렉트로마트의 방문객이 이마트에서 함께 장보는 집객 효과를 보이고 있다.



뷰티 클래스와 메이크업 상담으로 브랜드 충성도 높여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체험형 매장은 뷰티 관련 분야다. 요즘 관심을 모으는 곳은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라운지 ‘아모레성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자리한 자동차정비소 건물을 개조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스타일리시한 매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10월 오픈 이후 누적 방문자 수는 2만4천 명을 넘어섰고, 매일 평균 5백여 명이 찾을 만큼 인기다. 주 고객층은 밀레니얼 세대로 80% 비중을 차지한다. 이곳의 특이점은 다양한 뷰티 제품을 카테고리별로 체험할 수 있지만, 화장품은 팔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프로모션이나 광고를 통한 소비보다, 직접 사용하고 고르는 것을 즐긴다. 뷰티 클래스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품을 경험하고 선택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방문했던 30대 주부 이모 씨는 “제품 구입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직접 써보고, 메이크업 팁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메인은 ‘뷰티 라이브러리’로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한율 등 아모레퍼시픽그룹의 30여 브랜드 제품이 구비돼 있다. 감촉이나 향, 메이크업 룩에 따라 맞춤 제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아모레성수에서는 그동안 메이크업을 포함한 플라워, 사진, 티 등 월평균 8개에 이르는 클래스가 열렸으며, 예약률은 80% 정도로 높다. 또한 방문객들의 SNS 게시물이 많아지면서 뷰티 핫플로도 입소문 났다. 최근에는 남성들의 방문이 증가해 남성 아이브로 서비스와 화장품존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안티폴루션 제품을 활용한 클렌징존 구성도 준비 중이다. 


애경산업도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루나’의 첫 단독 매장인 ‘루나 시그니처’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데 열심이다. 루나는 2006년 론칭 이후 단독 매장 없이 헬스앤뷰티(H&B) 스토어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확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브랜드 충성도, 구매까지 연결되는 트렌드를 지켜보며 매장을 열게 됐다고 한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보고 체험하면서 공감할 수 있게 노력했다. 덕분에 루나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매혹시키는 가장 큰 강점은 구매와 상관없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1:1 맞춤형 카운슬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적합한 제품 추천도 이뤄진다. 매장은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이 즐겨 찾는 AK& 홍대점 2층에 자리했다. 데이트존, 오피스존, 클럽존 등 3가지 콘셉트로 구성돼 보는 재미가 있다. 데이트존에는 틴트와 볼터치 같은 색조 제품이 다양해 러블리한 메이크업을 즐길 수 있다. 오피스존은 깔끔한 피부 표현이 중요한 만큼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 위주로 정리돼 있다. 클럽존은 강렬한 색조 메이크업을 돕는 아이&립 제품이 주를 이룬다.

인증샷 찍게 하는 감성 자극 인테리어와 체험거리

‘중장년층의 등산복’이라는 나이 든 이미지가 강했던 코오롱스포츠는 콘셉트 스토어인 ‘솟솟618’과 ‘솟솟상회’ 덕분에 확 젊어졌다. 솟솟은 코오롱스포츠가 1973년 브랜드 론칭부터 함께한 상록수 로고를 한글화한 것이다. 두 곳 모두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극대화했다. 

솟솟618은 청계산 등산로 초입에 위치해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618은 청계산의 높이인 618m를 의미한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구성됐는데, 지하 1층에 가면 브랜드 론칭 당시 이야기와 1970년대 헤리티지 상품 및 현재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마치 자그마한 코오롱스포츠 역사관처럼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평이 많다. 다양한 등산 관련 상품을 직접 입고 빌릴 수 있는 렌털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카페 공간이 어우러진 지하 1층에서는 업사이클 소재를 사용해 즉석에서 네임 태그를 만들어볼 수 있어 인기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 낙원상가에 문을 연 솟솟상회는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하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리셀(Re-sell)과 리유즈(Re-use)의 의미를 뉴트로 감성을 담아 표현했다. 코오롱스포츠의 역사를 사진과 상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호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복고풍 실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데, 기존 매장에서 사용하던 집기 일부를 리사이클링해 꾸몄다. 옛날 학교 앞 문구점에서 볼 수 있었던 오락기는 물론 추억의 뽑기 오락기도 비치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구세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젊은 층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전 빈티지 상품을 현재 상품과 믹스매치해 입을 수 있도록 재판매도 한다. 솟솟상회 엠블럼 디자인을 적용한 문구류와 30여 종의 와펜, 배지도 잘 팔린다.

도슨트 투어·쿠킹 클래스…
잠재 고객 만드는 다채로운 서비스 제공해

화장품과 의류뿐 아니라 가구나 가전 등 다양한 업계에서도 특색을 갖춘 체험형 매장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문객들의 제품 구매가 바로 이뤄지진 않더라도, 잠재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시몬스 테라스’는 수면 전문 브랜드인 시몬스의 복합 문화 공간이자 라이프스타일 쇼룸이다. 재작년 9월 오픈 이후 1년간 누적 방문객 10만 명을 돌파했고, 주말에는 일평균 3천 명 이상 방문하는 명소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공간에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시몬스 제품을 전시, 소개하고 있다. 지하 1층은 시몬스 모든 제품을 만날 수 있는 ‘테라스’다. 비비드한 옐로 컬러의 론드리 룸 콘셉트 공간에 핑크 탁구대를 배치하는 식으로 침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유니크하게 표현했다. 1층에는 최상위 매트리스 컬렉션인 ‘뷰티레스트 블랙’이 전시된 ‘호텔’과 ‘매트리스 랩’이 자리했다. 2층에 올라가면 올해 창립 1백50주년을 맞는 시몬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브랜드 뮤지엄 ‘헤리티지 앨리’가 나온다. 1900년대 초반에 사용된 침대 매트리스 원단, 1백 년이 넘은 초창기 침대 프레임 등이 전시돼 있다. 헤리티지 앨리를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무료로 운영 중이다. ‘라운지’에서는 다채로운 전시를 벌이며 문화 감성을 키워준다. 세계적인 비주얼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장 줄리앙 : 꿈꾸는 남자’, 1980~1990년대 아날로그 디지털을 주제로 한 ‘RETRO STATION : 레트로 스테이션’ 등이 진행됐다. 

테라스와 더불어 생산 연구 시설인 ‘팩토리움’을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체험하는 ‘팩토리움 투어 프로그램’은 수면연구 R&D센터, 생산 시스템, 헤리티지 앨리, 매트리스 앱 등 시몬스의 모든 스토리를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의 끝판왕’이다. 시몬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신청 가능하다. 


프리미엄 주방 가전 브랜드 ‘쿠첸’은 ‘쿠첸체험센터(삼성점, 정자점, 서래마을점)’를 통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다. 밥솥, 전기레인지, 유아 가전 등 쿠첸의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마음껏 만져볼 수 있으며 구매도 가능하다. 특히 재미있는 쿠킹 클래스로 유명하다. 각 지점마다 전문 셰프가 상주해 전기레인지를 이용한 쿠킹 클래스를 진행한다. 6세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키즈 쿠킹 클래스’, 싱글 남녀가 짝을 이뤄 요리를 만들어보는 ‘쿠킹 시그널’도 있다.

소비를 위한 놀이 공간으로 거듭나야

오프라인 매장이 쇼핑의 중심이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이 메인이고, 오프라인 매장이 이를 보완하며 보조하는 분위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은 소비의 놀이화 시대로, 매장은 소비를 매개로 한 놀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은 간편하지만 실물을 접할 수 없어 답답하게 마련. 다채로운 체험거리를 갖춘 놀이터 같은 매장에서 즐거운 경험을 하면 자연스럽게 온라인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체험형 매장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경험이 구매로 이어지도록, 옴니채널(omnichannel·소비자가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 등 여러 경로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 방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서비스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동엽 교수는 “소비자가 매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도록, 오래 머물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자인 박경옥
사진제공 시몬스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쿠첸 코오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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