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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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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의 황제 개츠비의 파티에서 생긴 일

개츠비의 파티

EDITOR 이나래

2020. 01. 28

욕망과 사치로 가득한 세계, 소설 ‘위대한 개츠비’ 속 파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마련됐다.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가 열리는 개츠비 맨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시절 개츠비가 살았던 저택으로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 속 사교계 황제 개츠비의 파티를 무대로 미국의 황금기였던 1920년대 상류층의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관객들은 개츠비 맨션에 들어서는 순간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 속 사교계 황제 개츠비의 파티를 무대로 미국의 황금기였던 1920년대 상류층의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관객들은 개츠비 맨션에 들어서는 순간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개츠비는 미스터리에 싸인 사람이다. 정확한 직업도, 학력도, 재산의 출처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를 사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주 토요일 밤마다 시끌벅적한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때문. 수백 명의 손님은 비록 개츠비의 얼굴은 모를지라도 그의 저택으로 몰려들어 먹고 마시고 춤추며 유흥을 즐긴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작품에서 ‘여름 내내 밤마다 이웃집에서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개츠비의 푸른 정원에서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속삭임을 주고받으며 샴페인을 사이에 두고 별빛 아래서 부나비처럼 오갔다. 오후 만조 때가 되면 나는 그의 손님들이 래프트 꼭대기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해변의 뜨거운 모래 위에서 일광욕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고 개츠비의 파티를 묘사했다. 파티광 승리는 이런 개츠비에 빗대 스스로를 ‘승츠비’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하고 매혹적인 파티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가 좋은 해답이 될 듯하다.

막이 오르기 전부터 시작되는 공연

이머시브 공연이란 ‘배우=무대, 관객=객석’이라는 공식을 깨고 관객을 공연 속으로 불러들이는 시도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연극 ‘슬립 노 모어’가 가장 대표적이고, 이번에 한국에 상륙한 ‘위대한 개츠비’는 2015년 영국 요크 시의 작은 펍을 개조한 극장에서 처음 열린 이래 현재는 런던에까지 진출해 사랑받고 있다. 이머시브 공연이 가진 최고의 매력은 생동감이다. 실제로 ‘위대한 개츠비’ 역시 개츠비의 드러그스토어로 입장하는 순간부터 배우들이 플로어를 누비며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다. 한쪽에 위치한 바에서 주스나 칵테일 같은 음료를 받아 들었다면(이 공연에는 1인당 한 잔의 무료 음료가 제공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공연을 즐겨야 한다.

관객이자 배우, 1인 2역의 시간

‘위대한 개츠비’ 공연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그레뱅 뮤지엄(개츠비 맨션)에서 진행된다. 2층에 위치한 개츠비의 저택 문이 활짝 열리면, 관객은 파티장으로 입장하게 된다. 공간은 스탠딩 파티의 콘셉트에 걸맞게 참가자들이 춤을 출 수 있는 넓은 플로어를 갖추고 있다. 영화 속 화려한 샹들리에나 소품은 없지만, 조명과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공간이 꽉 차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극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개츠비가 첫사랑인 데이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쉼 없이 파티를 개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데이지의 먼 친척이자 극 중 화자인 닉 캐러웨이 역의 배우 마현진이 등장하고, 그의 독백이 끝나면 파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지 윌슨(박성광)과 머틀 윌슨(정해은)은 플로어를 누비며 “오랜만이에요” “오늘 파티는 즐거우신가요?” 같은 가벼운 인사말을 건네거나, 함께 댄스를 추자고 권하기도 한다. 배우들과 떼를 지어 찰스턴 댄스까지 추고 나면 분위기는 금세 달아오른다. 여기서부터 관객은 구경꾼인 동시에 극에 등장하는 단역 배우로도 활약하게 된다. 때로는 개츠비(박정복)와 데이지(김사라)의 첫 만남에 쓰일 찻잔을 나르거나, 꽃을 구하러 뛰어다녀야 할 수도 있다. 이때 당황하거나 뒷걸음질치기보다는 위트 있게 대답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진짜 배우인 것처럼 말이다.

무대 뒤, 시크릿 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진짜 파티처럼, 여러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인 에피소드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각각의 사연을 가진 배우들은 파티장 바깥 은밀한 공간에서 자신들의 비밀을 공유하고, 선택된 소수의 관객들은 이 이야기를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그러니 배우가 파티장을 떠나 뒤편 복도로 발걸음을 옮긴다면 재빨리 따를 것. 간단하게 힌트를 주자면, 관객은 어떤 방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이종석)과 머틀의 불륜을 엿보거나 개츠비의 독백을 들을 수 있고, 데이지의 고민 상담 역을 맡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과 즉석 연기를 주고받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참고로 에디터가 관람한 공연에서는 한 관객이 톰의 손등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 상황을 연출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함께하는 배우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도 기억해두자.

공연을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꿀팁 대방출

인터미션을 포함해 2시간 30분 이상 진행되는 이 공연을 더 실감 나게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192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의상 혹은 아이템이다. 필수는 아니지만, 관객이자 극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극의 시간적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친 시대로, 원색적인 의상과 화려한 장신구로 무장한 플래퍼(flapper·말괄량이) 룩이 큰 인기를 끌었다. 화려한 주얼리나 스팽글 또는 깃털 장식, H 라인 원피스를 활용하면 1920년대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 다만, 객석이 없는 공연의 특성상 장시간 서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신발은 필수다. 



두 번째는 집중력이다. 시크릿 룸의 에피소드는 한정된 인원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파티장에 남겨질 수 있다. 무대 근처나 양쪽 벽 끝보다는 배우 근처에서 극을 관람하는 편이 유리하다. 또 관람 인원이 많은 주말보다는 평일이 공연을 즐기기에 좀 더 원활할 수 있다. 

이외에 재치 넘치는 말솜씨가 있다면 공연 중간 중간 발생하는 배우와의 스몰 토크를 남들보다 좀 더 길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에피소드 사이사이 발생하는 관객 미션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미션에는 공연장 내부에 마련된 바에서 칵테일을 판매하는데, 신용 카드만 사용 가능하니 참고할 것.

기획 김명희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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