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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갈등, 우아하지 아니한 家 #아워홈

EDITOR 김명희 기자

2019. 10. 31

타코벨 매장에서 메뉴 주문을 받는 구지은 대표(가운데 모자 쓴 인물). 구 대표는 딸들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LG가에서 보기 드물게 경영에 참여해 왔다.

타코벨 매장에서 메뉴 주문을 받는 구지은 대표(가운데 모자 쓴 인물). 구 대표는 딸들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LG가에서 보기 드물게 경영에 참여해 왔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

범 LG家인 아워홈 경영을 둘러싸고 남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설립한 아워홈은 급식과 식자재 공급, 가정간편식 및 레스토랑 사업을 하는 종합식품기업이다. 연 매출 1조8천억원에 달하는 대기업이지만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38.56%), 장녀 구미현(19.28%), 차녀 구명진(19.6%), 삼녀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20.67%) 등 구 회장의 4남매가 지분 98.11%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구자학 회장의 부인 이숙희 여사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둘째 딸로, 구본성 부회장 남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과 사촌 간이다. 

구 회장의 자녀들 가운데 아워홈 경영에 가장 먼저 참여한 이는 막내인 구지은(52) 대표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인사관리 석사과정을 마친 구 대표는 딸들을 경영에서 배제시키는 LG가에서는 드물게 2004년 아워홈 외식사업부 상무를 시작으로 실무 경험을 쌓아 부사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5년 7월 회사에서 돌연 보직 해임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었다. 구본성(62) 부회장은 2016년 아워홈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에 참여했다. 구지은 대표는 2017년 회사에 복귀했지만 구 부회장과 마찰을 빚으면서 캘리스코로 자리를 옮겼다. 아워홈 관계사인 캘리스코는 사보텐, 타코벨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아워홈이 캘리스코에 10월 12일부로 식자재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고 캘리스코는 이에 맞서 법원에 식자재 납품 중단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워홈은 납품 과정에서 캘리스코와 여러 차례 잡음이 있었고 소통이 원활치 않아 재계약 여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대해 캘리스코는 “연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회사(아워홈)가 연 매출 1천억원도 안 되는 회사를 상대로 부당한 행태를 하고 있다. 캘리스코는 아워홈과 계속 거래를 원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대책을 세울 시간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양측의 주장에 법원은 캘리스코의 손을 들어주었고, 사보텐과 타코벨은 내년 4월까지 아워홈으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차녀인 구명진 씨도 지난 8월 구본성 부회장이 주주총회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주총 허가 신청을 제기해 오빠와 대립각을 세웠다. 구명진 씨는 주총 신청 이유로 아워홈 실적이 부진하고 경영 활동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었다. 구 부회장은 지난 8월 아내인 심윤보 씨와 아들인 구재모 씨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 경영에 참여시키고 있다. 구명진 씨는 주총 소집과 함께, 유능하고 중립적인 사람을 신임 감사로 선임해야 한다며 삼성물산의 정세찬 전무를 추천했다. 이에 법원은 주총 소집은 허가하면서도, 신규 감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 새로운 감사 선임이 필요한지 여부를 주총에서 먼저 논의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두 여동생과의 법적 분쟁에서 사실상 패소한 아워홈 구본성 부회장 측은 “현재 법률 팀에서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명진 씨와 구지은 대표 측의 주장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집안싸움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사진 동아일보DB 디자인 박경옥
사진제공 구지은 페이스북 아워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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