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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뉴스 에이스 조수빈

EDITOR_FASHION 한여진 기자 EDITOR_FEATURE 김명희 기자

2019. 09. 29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신뢰라는 가치를 만들어온 조수빈 아나운서가 채널A 주말 메인 뉴스에 새롭게 닻(Anchor)을 내렸다.

아이보리 터틀넥 풀오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인 이어링 가격미정 슈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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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촬영은 경험이 없어 어색해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조수빈(38) 아나운서는 카메라 각도와 포토그래퍼의 사인에 맞춰 능숙하게 촬영을 이어갔다. 카메라를 바로 앞에 두고 수십 명의 기자, 스태프와 실시간으로 손발을 맞춰가며 뉴스를 진행하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 했다. 서울대 언어학과 출신으로 미인대회(2002년 미스월드유니버시티 한국대회 3위) 입상 경력도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는 2005년 KBS에 공채로 입사, 2008년부터 4년 동안 KBS 9시 메인 뉴스 앵커를 맡은 바 있다. 이후에도 ‘세계는 지금’ ‘우리말 겨루기’ ‘그녀들의 여유만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섭렵한 그는 지난 4월 프리랜서로 독립했고, 9월 28일부터는 채널A 주말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A’(토·일요일 오후 7시 30분)의 앵커를 맡게 됐다. 

뉴스 진행과 이번 화보 촬영의 다른 점은 방송에선 주로 단정한 슈트 차림이었다면 화보 촬영에서는 다양한 의상을 소화했다는 것이다. 2011년 결혼해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는 의상 콘셉트에 따라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소녀부터 이지적인 여성까지 다양한 표정을 얼굴에 담아냈다. 카메라 앞에서 스스럼없는 당당한 몸짓으로 감탄을 자아낸 그녀와 마주 앉았다.

플리츠 드레스 43만5천원 리스. 와이어 브레이슬릿 12만8천원, 로즈골드 브레이슬릿 38만8천원, 크리스털 브레이슬릿 13만8천원, 크리스털 링 50만원, 스틸 웨이빙 링 35만8천원, 터키석 링 14만원, 로즈골드 스캘럽 링 19만8천원 모두 스톤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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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정장 입은 모습만 봤는데, 화려한 옷도 잘 어울리네요. 평소에는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나요. 

방송할 때 외에는 옷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특히 옷은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정리하기도 힘들어 최소한으로만 샀는데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에는 오히려 좋은 옷이 필요한 순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브랜드 인터넷 아웃렛에서 기본적인 디자인을 몇 개 샀어요. 어느 순간 깨달은 건데 가방이나 옷을 사는 시간에 운동을 하고 음식을 조절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시간과 돈의 여유가 생기면 운동에 투자하죠. 

운동을 좋아하게 되는 건 보통 어떤 계기가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필라테스 덕분에 인생이 많이 바뀌었어요. 20대 때 9시 뉴스를 진행하면서 디스크가 파열됐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방송을 했는데, 몸이 안 좋으니까 일상이 너무 힘들고 우울했어요.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남편이 검사를 한번 받아보자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디스크가 파열된 채로 굳었다고 하더라고요. 지인의 추천으로 재활 운동차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그걸 하면서 허리도 좋아지고 우울증도 극복했어요.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하는 동안은 행복하고, 정신적·체력적으로 이만큼 버틸 수 있는 것도 필라테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스튜디오 같은 것도 차려보고 싶어요. 


네이비 보타이 드레스, 민트 컬러 가죽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브라운 빅 코트 79만8천원 로우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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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고민정(현 청와대 대변인) 선배가 그만두고 나서 제가 선배 자리에 앉게 됐어요. 고민정 선배 전에는 조우종 씨 자리였고요. 공교롭게도 두 분 모두 퇴사를 한 터라 제가 그 자리에 앉게 됐을 때 “너도 나가는 거 아냐?”라고 한마디씩 하셨는데, 정말 퇴사를 하게 됐어요(웃음). 사실 재작년쯤부터 더 나이 들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란, 고민을 했었고 마침 그 무렵 부모님 두 분이 모두 편찮으셨어요. 좋아하는 방송을 하고 있었지만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스케줄 조절이 어렵잖아요, 그래서 고심 끝에 퇴사를 결심했죠.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혹시 방송을 다시 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나의 길이 열릴 것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일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면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쓰라는 뜻이구나, 생각하기로 했죠. 



막상 회사를 그만두니까 어떻던가요. 

한동안은 원 없이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행사와 방송, 기획사 미팅 등으로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바빴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엄마가 집에 있어서 아이들은 좋아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아이들이 집에 올 즈음이면 제가 퇴근해 아이들을 맞곤 해서 크게 달라진 걸 느끼진 못했을 거예요. 


화이트 타이 블라우스 4만2천원 딘트. 퍼플 벨티드 플리츠스커트 가격미정 그레이양.

화이트 타이 블라우스 4만2천원 딘트. 퍼플 벨티드 플리츠스커트 가격미정 그레이양.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 여러 방송사에서 제안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채널A 뉴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채널A에서 연락이 왔을 때 크게 고민하지도 않고 그냥 ‘이건 하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사 4년째 되던 해부터 KBS 9시 뉴스를 진행했는데 뉴스가 좋은 이야기보다 사건 사고, 비판적인 내용들이 많고 개인 생활도 거의 없다 보니 20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죠. 그래도 방송사 간판 프로그램을 맡겨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색을 못 했어요. 늘 고마운 마음과 힘들다는 생각이 교차했고 자랑스럽지만 벗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그때는 맛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료들이 제일 부러웠어요. 나는 세상의 모든 고민을 짊어지고 사는데 그 친구들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거든요. 나중에 되짚어보니 그렇게 힘들게 방송을 한 게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됐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고, 나이가 들고 경험이 있었더라면 좀 더 즐기면서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뉴스A’를 진행하면서 예전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앵커로서 매듭을 잘 지어보고자 합니다. 

이제 곧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채널A에 합류한 소감은. 

구성원들이 유연하고 젠틀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제가 KBS에서 일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시간을 존중해주시고요. 채널A에서 프리랜스 앵커가 메인 뉴스를 진행하는 건 처음이라고 알고 있어요. 오랫동안 지켜오던 원칙을 깨고 저를 선택한 데는 조직에 좋은 자극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으실 거라 생각하고요, 저 역시 전례가 없는 일에 도전하는 만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요. 


리프 드레스 17만6천4백원 딘트. 
워치 1백4만원 페라가모타임피스by갤러리어클락.

리프 드레스 17만6천4백원 딘트. 워치 1백4만원 페라가모타임피스by갤러리어클락.

동아일보 인턴 기자 1기(2004)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동아일보와 인연이 각별하네요. 

당시 앵커 지망생이었는데 뉴스의 기본을 알아야 할 것 같아 동아일보 인턴 기자에 지원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 배웠던 모든 것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시체 부검을 참관하기도 하고, 사회부에 배치받은 동기들은 연쇄 살인범 유영철 사건이 터져서 정신없이 바빴죠. 유력 정치인의 재판을 방청하고 기사를 썼는데 선배가 칭찬을 해주셔서 우쭐했던 기억도 있고요. 굉장히 힘들었지만 그래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내일은 또 뭘 배울까 궁금해지고 피가 끓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뉴스를 대하는 자세와 취재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요즘 같은 뉴스의 홍수 시대에는 앵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않으려고 해요. 어릴 때는 트위터 같은 곳에 개인적인 생각 밝히는 게 멋있어 보였는데 나이가 드니까 점점 더 그런 게 두렵고 조심스러워져요. 어제까지 모든 언론에서 사실로 보도했던 내용이 오늘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요. 겸손한 자세로, 제가 전하고 있는 뉴스에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공정한 뉴스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뉴스 앵커로서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 위 세대에도 워낙 훌륭한 분들이 많으시고 제 세대에도 뛰어난 분들이 많아서 꼭 저여야만 하는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럼에도 제 장점은 보시는 분들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부드럽고 편안하게 진행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메인 뉴스 앵커들도 거의 대부분 머리를 기르는데, 아무도 기억하진 않지만 그걸 처음 시도한 사람이 저랍니다(웃음). 그게 외적인 부분을 통한 소심한 도전이었다면 ‘뉴스A’에서는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무겁지 않게 해보고 싶어요. 

결혼 후 엄마가 되면서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뉴스 분야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 관련 뉴스에 관심이 많았어요. KBS 9시 뉴스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조두순 사건이에요. 당시 사건이 KBS 내 다른 시사 프로그램 특종이었는데, 사건이 너무 끔찍하니까 9시 뉴스에 내보내는 게 옳은지 여부로 토론이 있었어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저는 보도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물론 피해 아동의 신원이 보호된다는 전제 하에요. 9시 뉴스 보도 이후 이 사건은 온 국민의 분노를 산 사회적 이슈가 됐죠. 방송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고, 그 후로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예방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버건디 풀오버 8만9천원 그레이양. 벨보텀 플레어 팬츠 12만8천원. 브리티시 체크 패턴 롱 코트 69만8천원 모두 로우클래식. 캐멀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파이톤 오픈 토 슈즈 가격미정 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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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어요. 조수빈 아나운서를 보면서 원하는 걸 쉽게 이뤘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시기는 했지만 금전적으로 엄청나게 지원해주는 집안은 아니었어요. 저는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매번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혼자 다 이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타이밍이 잘 맞았거나 혹은 좋은 사람을 만났거나 하는 식으로요.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 당분간 아이들은 엄마를 주말 뉴스에 양보해야겠네요. 

남편이 평일에는 바빠서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해요. 앞으로 주말에는 자신이 육아를 전담하겠다고 하니 믿어봐야죠. 물론 아이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아빠와 추억을 많이 쌓는 것도 좋을 듯해요.

사진 최승광 디자인 김영화 제품협찬 갤러리어클락 그레이양 딘트 라움 로우클래식 리스 슈하이 스톤헨지 
헤어 성찬 메이크업 이순열(담아뷰티) 스타일리스트 유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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