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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health #sexology

성(性)은 사랑의 도구이자 치유의 도구

‘성 전문가’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원장

EDITOR 김건희

2019. 08. 31

20년 넘게 성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해온 산부인과 전문의 박혜성 원장의 입에서는 여성의 성 문제를 해결해줄 비책들이 술술 흘러나왔다. 그가 거침없이 풀어내는 내밀한 여성의 몸과 행복한 성을 위한 이야기.



의사 가운을 입은 여성이 카메라 앞에 등장한다. 그는 “키스 스킬은 속궁합의 첫걸음이다” “‘홍콩’은 말 한마디로도 갈 수 있다” “남자는 발기, 여자는 애액이 중요하다” 같은 내밀한 성(性) 이야기를 솔직하고 거침없이 풀어낸다. 이른바 ‘속궁합 맞추는 핵 꿀팁’이다. 성관계 후 배우자로부터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고 고민하는 여성에게 음핵과 소음순 사이 주름에 끼인 피지가 주범이라고 설명하면서 “화장솜이나 퍼프에 비누를 묻혀 닦아주면 된다”는 꿀팁을 알려준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성 전문가인 박혜성(55) 해성산부인과 원장. 지난 7월 1일 유튜브에 ‘섹스할 때 꾸리한 냄새 나면 속궁합 못 맞춘다’는 제목으로 올린 10분짜리 이 영상은 40일 만에 조회 수 15만을 돌파했다. 누리꾼들은 ‘공중파에서 다뤄야 할 만큼 내용이 유익하다’ ‘성교육은 친근한 엄마 같은 전문가가 제격이다’라는 댓글로 공감을 표했다. 그가 진행하는 유튜브 ‘산부인과TV’ 채널은 구독자가 2만4천 명이 넘는다.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해성산부인과를 찾았을 때, 박 원장은 유튜브 영상 촬영 중이었다. 촬영장엔 카메라, 조명 등 촬영 장비와 각종 의료 기구들이 즐비했다. 이날 영상에선 질압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주제로 다뤘다. 5분 분량의 영상을 찍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20분. 책상 위에는 여러 제조사에서 출시한 생리컵들이 놓여 있었다. 기자가 “생리컵을 몸속에 어떻게 삽입해야 할지 몰라 쓰기가 겁이 난다”고 하자 박 원장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아 다음엔 생리컵 착용법과 주의 사항을 다룰 계획”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20년 넘게 성 상담과 치료를 해온 산부인과 전문의다.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를 펴냈고, 팟캐스트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박혜성의 행복한 성’ 등을 진행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성 담론 확산에 주력해왔다. 대한성학회 이사, (사)행복한 성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달부터 ‘여성동아’에 여성의 건강과 성을 주제로 한 칼럼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예정이다.

여성들이 질 레이저 시술을 받는 이유

박혜성 원장의 유튜브 방송 ‘산부인과TV’는 구독자 2만4천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박혜성 원장의 유튜브 방송 ‘산부인과TV’는 구독자 2만4천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연구하는 성 주제는 뭔가요. 

한동안 불감증에 관심을 갖다가 요즘은 질 건조증을 연구하고 있어요. 불감증을 해결하는 관건은 파트너의 성 테크닉 향상인데, 하루아침에 좋아지긴 어렵거든요. 



20년 전과 지금,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엔 여성들이 질의 폭을 좁혀주는 ‘이쁜이 수술’을 받았는데, 요즘엔 질 건조증을 해결하는 비침습적 시술 ‘질 레이저’를 받아요. 사회적으로 여권이 신장되고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능력이 커지면서 성적인 부분에서도 아내가 남편을 만족시키는 데 중점을 두던 것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만족을 중시하려는 것으로 바뀐 거죠. 

질 건조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은가요. 

점점 늘어나고 있죠. 성관계 시 촉촉하게 젖어 있어야 할 질이 건조한 상태가 바로 질 건조증이에요. 성관계 때마다 애액이 잘 나오지 않아 마찰되는 느낌만 강할 뿐 쓸리고 아프다고 호소해요. 윤활액을 써봐도 이렇다 할 효과는 없고요. 이렇다 보니 부부 관계를 갖는 게 전혀 즐겁지 않고, 점점 성생활을 기피하게 되죠.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걸을 때조차 속옷에 쓸려 통증이 심해지면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다수랍니다. 보통 질 건조증은 출산과 노화로 40대 이후에 나타나는데, 최근엔 복잡한 현대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로 20~30대에서도 발병합니다. 

생명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군요. 

맞아요. 만족스러운 삶을 결정하는 데는 성생활이 한몫하니까요. 메마른 질을 촉촉하게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는데, 질 레이저로도 해결이 가능해요. 질 점막층에 레이저를 5mm 간격으로 쏘아 콜라겐 재생을 유도하는 거죠. 한 차례 시술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라면 한 달 간격으로 세 차례 정도 시술하는 걸 권해요. 시술도 5분이면 끝나고, 당일 퇴원이 가능해요. 그날 바로 성관계를 해도 전혀 지장이 없어요. 

유튜브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평소 대중에게 성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 사회에 기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직업이 산부인과 의사이다 보니까 성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하죠. 이를 유튜브 방송에서 다루면 좋겠다 싶어 지난봄부터 도전했죠. 

‘사실적인 표현이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이 많은데, 영상에서 무엇을 강조하나요. 

저는 ‘이거 하지 마라’ ‘이거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얘기는 하지 않아요. 한 쪽이 맞고 한쪽이 틀린 것도 없어요. 성은 비정상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주제가 반응이 특히 좋은가요. 

갱년기 여성의 성 고민을 다룬 영상이 조회 수가 높은 편이긴 해요. 폐경기 관련 영상과 갱년기 여성이 명기가 되는 법을 다룬 영상이 각각 조회 수 70만, 33만을 넘었어요. 섹스할 때 나쁜 습관을 다룬 영상은 42만 회를 기록했죠. 한 가지 분명한 건 유튜브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온다는 겁니다.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다 제 영상을 보고 상담하러 오기도 하죠. 그 덕에 사람들과 소통하기 한결 수월해졌어요. 

부부의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서는 파트너 빼고 체위, 장소, 향수, 분위기 등 모든 걸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시더군요. 

집 구조를 바꾸는 건 한계가 있어요. 부부가 최소 한 달에 한두 번은 따로 약속을 정해 모텔에 가는 걸 권해요. 남편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한 뒤 와인을 사서 모델로 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거죠. 집에서 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확 다를 거예요. 방해할 사람이 없으니 편하기까지 하죠. 

미국 심리학자 게리 채프먼에 따르면 사랑에는 5가지 언어(스킨십·인정하는 말·함께하는 시간·선물·봉사)가 있다고 해요. 배우자의 사랑의 언어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배우자가 나에게 불평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 사람의 사랑의 언어를 유추할 수 있죠.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한다면 봉사가 사랑의 언어일 테고, ‘왜 부부 관계 갖는 걸 싫어하느냐’고 하면 스킨십이 사랑의 언어일 거예요. ‘같이 저녁 먹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말은 함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性은 정상도 비정상도 없어

남자들은 우스갯소리로 ‘가족끼리 그런 거 하는 거 아냐’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해요. 

‘잡은 고기한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남자도 있어요. 그런 말의 이면에는 바람을 피우고 싶다거나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외로울 때가 있어요.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이제껏 배운 적이 없다는 거죠. 아내가 부부 관계 갖는 걸 싫어하면 남편이 대화를 시도하며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아예 포기하고 살거나 밖에서 풀려고 해요. 예를 들어 아내가 질 건조증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부부 관계가 자연스레 좋아질 수 있거든요. 

성 기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바이브레이터를 추천해요. 대개 남자가 삽입한 후 사정하기까지 3분 이상을 넘기지 못해요. 반면 여자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시간이 더 걸리다 보니 평생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 여성의 성감대를 자극한 후 남성이 성기를 삽입해 압력을 가하게 되면 남자와 여자 모두 만족하는 성관계가 될 수 있어요. 단, 바이브레이터 사용 땐 청결에 주의해야 해요. 기구를 자주 사용하면 웬만한 성적 자극에는 무감각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한 주에 한두 번 사용하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앞으로 칼럼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요. 

남녀의 사랑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성을 매개로 부부가 좋은 금슬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성은 사랑의 도구, 치유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질병이 생기거나 건강이 안 좋아져 몸 컨디션이 떨어지면 성 기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들이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알찬 정보를 제공하려 합니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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