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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똑똑하게! 제대로 알고 하자

EDITOR 정혜연 기자

2019. 08. 31

한일 갈등이 심화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전범 기업과 우익 성향 기업, 오너의 혐한 발언이 문제가 된 기업 등으로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월 초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고시하자 이후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본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비롯해 내용물, 첨가물, 용기 등 일본산이 섞인 제품까지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다. 특히 일본 전범 기업과 우익 성향 기업, 오너의 혐한 발언이 문제가 된 기업은 불매 1순위다. 

전범 기업이란 국가와 군대가 일으킨 전쟁 범죄에 가담해 군수물자를 만들어 공급한 기업을 말한다. 일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물자 공급에 가담했다가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온 기업이 상당수 살아 있다.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에 관여했던 일본 기업 1천4백93개사를 조사해 여전히 존재하는 기업 2백99개사를 확인해 발표한 바 있다. 


전범 기업이나 우익 기업 뿐만 아니라 일본계 매장과 일본산 제품도 모두 문제가 된다.

전범 기업이나 우익 기업 뿐만 아니라 일본계 매장과 일본산 제품도 모두 문제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미쓰비시 그룹’이다. 그룹 산하 금속·상사·전기·제강·중공업·화학 등 8개 계열사가 있고, 카메라 관련 장비 회사 ‘니콘’과 맥주 회사 ‘기린’ 등 이름이 다른 자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이외 전쟁 중 일본군에 군수물자를 지원한 전력을 가진 회사들인 ‘파나소닉’ ‘도시바 기계’ ‘미쓰이 금속공업·조선·화학’ ‘아이치 기계공업’ ‘히타치 조선·항공’ ‘후지 전기·중공업’ ‘마쓰다’ ‘스미토모 전기공업’ ‘모리나가 제과’ 등이 전범 기업에 속한다. 

리스트에는 없지만 전쟁 직후 사명을 새롭게 지어 전범 기업이 아닌 듯 보이는 전범 기업의 계열사들도 있다. 일본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 자동차’는 전범 기업인 ‘미쓰이 그룹’ 산하에 있으며 ‘도시바’ ‘후지필름’ 등도 미쓰이 계열사에 속한다. ‘닛산 자동차’의 모태 역시 전범 기업인 ‘아이치 항공기’인데 아이치 그룹의 경우 현재 기계공업과 시계전기가 살아남아 있다.

일본의 빅3 맥주 회사들은 모두 뿌리 깊은 전범 기업이다. ‘삿포로 맥주’의 원류인 삿포로 관영 양조장의 설립자 구로다 기요타카는 1876년 일본이 조선에 강화도조약을 체결하게 하는 데 공을 세운 인물이다. 또 1914년 일본은 중국 산둥반도 칭다오 점령 후 맥주 공장을 빼앗아 ‘대일본맥주’라는 이름 아래 맥주 브랜드 ‘삿포로’ ‘아사히’ 라벨을 붙여 일본과 동남아 시장으로 보냈다. 빅3 가운데 하나인 ‘기린 맥주’는 전범 기업 미쓰비시 그룹이 1907년 한 미국인이 일본에 설립한 양조장을 인수해 새로이 출범, 전쟁 기간 군수물자로 공급한 바 있다. 



이 밖에 우익 성향을 드러낸 일본 기업 역시 불매운동 1순위가 되고 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기업은 화장품 생산업체 ‘DHC’다. 지난 8월 초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이 직접 DHC TV에 출연해 망언을 쏟아낸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후 DHC코리아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DHC TV의 한 출연자가 “한국 지사장이 멋대로 사과했다”고 말해 재고의 여지가 없게 됐다.

미국 회사에 넘어간 SK-Ⅱ, 한국 회사라는 다이소

그런데 ‘일본 제품 불매운동’ 대상이 된 기업과 제품 중에 한국인 혹은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회사거나 라이선스 제휴, 지분 참여 등으로 애매하게 걸쳐 있는 경우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모기업이 다른 나라의 기업에 인수된 경우 역시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세이도·나스·케이트·DHC·코스메데코르테·루나솔 등은 일본에서 설립된 회사로 일본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한국으로 수출하는 100% 일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 기업이었다가 해외로 소유권이 넘어간 브랜드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SK-Ⅱ다. 원래 197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화장품 회사지만 현재 미국의 P&G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어 불매운동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주인이 바뀌었지만 생산 공장은 여전히 일본에 있고, 제품을 100% 일본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에무라도 마찬가지다. 195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던 일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우에무라 슈가 일본으로 돌아와 1967년 설립한 브랜드이다. 이후 2004년 로레알 그룹에서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주인이 바뀌었지만 생산 공장은 여전히 일본에 있다. 

의류, 가방, 화장품 등을 선보이는 명품 브랜드 ‘겐조’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1970년 창립 당시에는 일본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가 수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1993년 프랑스의 글로벌 명품 그룹 LVMH가 100% 소유한 브랜드로 생산 역시 중국 등 제3국가에서 이뤄져 일본과는 연관이 없는 상태다. 


일본 브랜드는 아니지만 일본에 제조 공장을 둬 문제가 되는 곳도 있다. 1995년 탄생한 영국의 친환경 목욕용품 전문 업체 ‘러쉬(LUSH)’는 당초 영국에 제조 공장을 두고 생산, 수출해왔다. 이후 글로벌 인기를 얻으며 독일·일본·호주·캐나다 등 7개 국가에 제조 공장을 세웠는데, 러쉬코리아는 지난해 2월부터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조하는 품목은 23개에 불과하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날 때마다 생활용품 종합 마트 ‘다이소’는 해명을 하기 바쁘다. 대주주인 박정부 대표는 “한국의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와 별개로 100% 독자 운영되는 한국 기업”이라고 누누이 밝혀왔다. 그러나 지분 관계를 보면 다이소는 한국의 아성 HMP와 박정부 대표가 64%를 소유하고, 일본의 대창산업이 34%를 소유한 합작회사다.

일본인, 일본 기업 투자 참여한 합작회사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988년 코리아제록스가 미국 사우스랜드사와 합작해 ‘코리아 세븐’을 세우고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상가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1994년 롯데쇼핑에 인수됐고, 현재까지 롯데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다. 

음료 포카리스웨트와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오츠카’는 한국의 동아쏘시오홀딩스가 50%, 일본의 오츠카제약이 50%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포카리스웨트는 국내 협력사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아 100%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일본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츠카제약이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매출로 인한 수익 일부가 오츠카제약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선 일본 브랜드들은 모두 불매운동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모기업이 일본을 벗어나고, 제품 생산도 일본이 아닌 곳에서 이뤄져야 그나마 의심의 눈초리에서 비켜난다.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한일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 뉴시스 각 회사 홈페이지 캡처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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