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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fishing #follow_me

MSG 무첨가, 팔딱거리는 리얼리티 ‘도시어부’ 촬영 현장을 찾아서

EDITOR 두경아

2019. 04. 04

경기 평택시 진위천, 낚시꾼들에게 입소문 난 명당자리에 ‘우당탕탕 민물 페스티벌’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촬영을 위해서다. 이곳에서 만난 ‘MC 3인방’ 이덕화·이경규·장도연이 들려준 방송 뒷이야기와 카메라로 담기 힘든 촬영 현장의 생생한 이모저모를 공개한다.

배우 이덕화(67)는 연거푸 낚싯대만 들었다 놨다 하고, 개그맨 이경규(59)는 “에이~ 에이~” 하는 원망의 탄식을 내뱉는다. 개그우먼 장도연(34)은 입을 꾹 다물고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3월 8일 오전, 경기 평택시 진위천에서 맞닥뜨린,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 진행을 맡고 있는 세 MC의 첫인상이다. 촬영이 ‘한창’이라고는 하지만 낚시에 열중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일반 낚시터의 풍경과 다를 바 없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사전 연출도 있을 수 없다. 그저 물고기를 기다리고, 낚고(혹은 물고기 농간에 낚이고), 중간 중간 만담이 오갈 뿐이다. 촬영을 위해 띄운 드론이 윙윙 소리를 내니, 출연자 중 누군가가 “드론 촬영을 잠시 멈춰볼까요? 저 소리 때문에 물고기가 달아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촬영장 분위기는 방송보다 낚시가 더 중요해진다. 방송이지만 방송이 아닌 듯한 상황이 계속 펼쳐지는데, 이 묘한 분위기가 바로 ‘도시어부’의 매력이다. 

월척 판별용 도시어부 공식 자. 
물고기가 이 위에 오르는 순간, 희비가 갈린다.

월척 판별용 도시어부 공식 자. 물고기가 이 위에 오르는 순간, 희비가 갈린다.

사실 2017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낚시’하는 ‘예능’이 이 정도로 화제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경규, 이덕화의 입담과 그에 걸맞은 낚시 실력, 현장에서 물고기와 ‘밀당’을 하는 드라마틱한 장면들, 마지막에 잡은 물고기로 푸짐한 식사를 하며 매회 초대되는 게스트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삶의 여유를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한다. 방송의 인기와 더불어 낚시업계도 호황이다. ‘도시어부’를 본 후 낚시에 흥미가 생긴 이들이 부쩍 늘어서다. 이 덕분에 아웃도어 업계에 낚시용 ‘피싱웨어’를 출시하는 브랜드가 많아졌고,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광복점·대구점 등은 낚시 전문관인 ‘도시어부관’을 오픈했을 정도다.

물고기를 낚는 날보다 낚이는 날이 많은 도시어부들

‘도시어부’ MC 이덕화, 이경규, 장도연과 게스트 두 명이 합세해 모두 다섯 명의 낚시꾼이 이른 아침부터 강에 드리운 낚싯대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에는 ‘우당탕탕 민물 페스티벌’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그 아래에는 한우 세트, 운동화, 화장품, 게다가 낚시인들에게는 로망인 루프캐리어 등이 부상으로 늘어서 있다. 

드디어 낚싯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 어~~” “뜰채 가져와!” 이덕화의 주문에 정지 화면인 듯 고요했던 촬영장이 떠들썩해지면서 급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가벼운 사투 끝 한 마리의 물고기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몇 자(尺)야? 한 자(30cm)는 안 되는 것 같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이경규가 말을 보탠다. 비록 크기가 크지 않아 방생해야 하지만, 어쨌든 물고기 한 마리는 카운트됐다. 나머지 경쟁자들은 애써 질투의 감정을 수습하는 듯했지만, 오전 내내 성적이 좋지 못한 이경규는 급기야 이렇게 외쳤다. “너희들, 고기 잡은 수만큼 맞아야 한다!” 그러곤 이덕화를 보고 이렇게 덧붙인다. “나는 한 대도 안 맞습니다.” 이덕화와 이경규는 오랜 호흡을 자랑하듯, 농담을 주거니받거니한다. 대부분 이경규의 ‘버럭’에 이덕화가 웃으며 화답하는 그림이다. 전날 울산 바닷가에서 낚시를 한 데 이어 이날은 새벽부터 민물낚시를 이어가는 바람에 출연자나 스태프들 모두 지쳐 있었지만 촬영은 계속된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도시어부’의 룰

대체로 예능 프로그램의 녹화를 진행할 때는 좋은 장면을 건질 때까지 촬영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도시어부’ 촬영장에는 정확한 타임테이블이 있었다. 일단 드론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로 낚시가 시작되고 50분간 촬영, 10분 휴식의 사이클이 반복된다. 출연자 한 사람당 한 명의 ENG 카메라맨이 붙어 그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촬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적인 낚시라 하더라도 극적인 순간은 있고, 언제 명장면이 나올지 모른다. 이를 포착하기 위해 한 출연자당 별도의 고정 카메라 3대가 설치됐다. 출연자의 정면, 측면을 찍는 카메라와 햇볕을 막아주는 파라솔에 붙어 있는 카메라다. 게다가 크레인에 매달린 메인 카메라는 고르지 못한 바닥에, 그것도 진흙투성이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데도 연신 이곳저곳을 비춘다. 낚시 종료 사이렌이 울리면 즉시 낚싯대에서 손을 떼고 그 자리를 나와야 한다. 출연자들이 더 낚시를 하고 싶다고 아우성을 쳐도 절대 그 자리에 머물 수 없다. 



고요한 가운데 드론 소리만 웽웽거리고, 스태프들은 장화가 딸린 잠수복을 입고 기꺼이 강으로 들어가 앵글을 잡는다. 출연자들과 나란히 앉은 인근 일반인 낚시꾼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거든다. “가운데 거(낚싯대) 보세요!” “방금 움직인 것 같은데?” 방송과 실제 낚시의 경계가 없다. 이곳저곳을 비추는 카메라만이 촬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들 뿐. 

이날 ‘우당탕탕 민물 페스티벌’은 한밤중까지 이어졌다. 승자는 누구일까? 초대된 게스트는 누구일까? 궁금하다면, 4월 4일 오후 11시 방송을 통해 확인하시길.

INTERVIEW 1 이덕화
“낚시 그만두면 그땐… 십자수 해야 하나?”

이덕화는 요즘 ‘어부’로 더 유명하다. 그의 배우 전성기 시절을 모르는 1020세대는 그를 낚시 전문가로 알고, “드라마 잘 봤습니다”라는 인사 대신 “낚시 잘하십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나 ‘도시어부’로 팬 층이 늘어난 것은 큰 수확이다. 게다가 일하며 취미를 즐길 수 있으니 ‘월척’이 따로 없다.
 
“제게 ‘도시어부’는 인생 프로그램이에요. 드라마가 잘돼서 박수 받는 것도 흐뭇하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낚시를 하며 촬영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피곤해도 (제작진에게) 더 하자고 해요. 잠을 몇 시간 못 자도 그저 좋아요.” 

이경규와의 찰떡 호흡은 오랜 인연에서 나온다. “경규가 자꾸 옆에서 웃기는 소리를 해서 웃을 뿐”이라는 그는, 슬쩍 “이건 낚시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한다. 

“경규는 대학 다닐 때부터 수십 년을 봐와서 식구 같아요. 경규와 방송하며 웃고 즐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비방송용 이야기도 가끔 나오는데 그 모든 것이 즐거워요.” 

그는 ‘도시어부’에 출연한 게스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가수 김조한을 떠올렸다. 

“매너도 있고, 낚시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낚시를 아주 잘 배웠더라고요. 100점 만점에 100점! 낚시도 매너가 중요한 취미거든요. 잡고 못 잡고를 떠나서 낚시에 미치면 위아래도 없죠. 물론 낚시할 때만 그렇지만(웃음).” 

이덕화의 낚시 경력은 무려 50년을 넘는다. “낚시는 내 인생”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경력이 많다고 물고기를 잘 잡는 건 아닌가 보다. 그는 “낚시는 운칠기삼”이라며 “경력과 실력이 반비례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나이 들면 순발력도 떨어지고 기운도 없어지니까요. 그래도 낚시는 제게 생활이에요. 오죽하면 ‘낚시 그만두면 이제 뜨개질을 해야 하나, 십자수를 해야 하나’ 그러겠어요. 하하.”

INTERVIEW 2 장도연
“사람 속 알아도, 물고기 속은 아무도 모른답니다”

지난 2월 ‘도시어부’에 합류한 장도연의 낚시 경력이나 방송 경력은 이덕화·이경규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지만 식사 자리에서의 입담이나 낚은 물고기 수는 두 선배에게 밀리지 않았다. 이 덕분에 그는 두 선배의 질투와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어우~ 선배들에 비해 제 낚시 실력은 턱없이 부족해요. 열심히 하니까 용왕님이 도와주시는 거죠. 운이 좋아 물고기가 제 미끼를 물었어도 실력이 부족하니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어이없는 실수도 하고, 타이밍 보고 계산하다가 놓치기도 하고…. 아직은 ‘잔바리’죠. 지금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는 핑계가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똑같은 모습이면 분위기가 험악해 (뜸을 들이다가)…지진 않겠죠(웃음)?” 

여성이기에 ‘도시어부’ 촬영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일단 촬영 장소가 늘 바닷바람, 강바람 부는 야외다 보니 더위와 추위에 노출돼 있으며 인근에 화장실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 그럼에도 그는 “불편한 건 선배님들이나 저나 똑같을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주변에 낚시에 관심 있는 여자들이 꽤 있더라고요. 어제 진행된 울산 촬영에서는 선장님이 그동안 잡은 물고기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큰 고기는 대부분 아내분이 잡으신 거였어요. 이제 낚시 즐기는 여성분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저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낚시를 취미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는 “그동안 제가 어르신들에겐 인지도 제로에 가까웠는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서는 연배가 있는 분들이 많이 알아봐준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낚시한 자들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도시어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꼽았다. 

“지난번에 이경규 선배님이 배에서 짬뽕을 해주셨어요. 해물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국물이 정말 맛있었어요. 솔직히 낚시하면서 먹는 건 다 맛있는 거 같아요. 초보라 그런지 낚시를 하고 있을 때는 모르겠는데, 마치고 나면 몸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뭘 먹어도 맛있긴 해요. 진짜 다 맛있어요.”

INTERVIEW 3 이경규
“앉으면 딱 감이 와요.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전문 낚시꾼 분위기가 풀풀 나는 이경규. 이날 그는 민물낚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고자 후배들을 견제하면서 큰 웃음을 줬다. ‘고요한 낚시터에서 어떻게 웃음을 이끌어낼까?’라는 의심은 그를 보고 사라졌다. 낚시터에서 그는 낚시꾼으로나 예능인으로나 베테랑다웠다. 

“고등학교 때부터 낚시를 해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자리에 앉아 있으면 ‘뭔가 나올 것 같다’는 촉이 와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그 감이 맞느냐고요? 반반이죠.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고. 오늘도… 음… 반반이에요.” 

사람들은 그에게 “낚시하는 거지, 그게 무슨 일이냐”고 하거나 “취미 생활하니 좋겠다”고 한단다. 그러나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취미도 계속하다 보면 일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낚시가 일과 취미 중간에 있어요. 취미로 낚시하러 가면 고기는 안 잡히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방송에서는 고기가 많이 나와야 보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 모두 재미가 있는데, 그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고기를 잡을 때 마음에 부담이 있죠.” 

‘도시어부’를 촬영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으니, 그는 특유의 툴툴대는 말투로 “촬영 끝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면서도 지난해 촬영하러 간 알래스카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알래스카에서 홍어 잡을 때가 제일 좋았어요. 20kg 정도 되는 홍어를 잡는 순간 그 뒤에 그림처럼 펼쳐진 알래스카의 경치가 정말 장관이었어요.” 

그동안 ‘도시어부’는 국내 멋진 낚시 포인트는 물론 팔라우나 알래스카 등에서도 촬영을 진행해 낚시의 다양한 재미를 보여줬다. 그 덕분인지 낚시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낚시 관련 용품을 파는 곳에서도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하고, 전체적으로 낚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도시어부’의 기여도는… 60% 정도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도시어부’를 통해 삶의 쉼표 같은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낚겠습니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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