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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newyork #design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한 공간 뉴욕 리빙 숍 리포트

EDITOR 오영제

2019. 02. 25

뉴욕의 모던 디자인은 역동적인 도시 분위기만큼이나 다양하게 발전, 변화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브랜드와 리빙 숍을 뉴욕 현지에서 취재했다.

합판과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현대적인 소재를 활용한 찰스 & 레이 임스, 동서양의 미가 조화를 이루는 간결한 디자인의 작품들을 선보인 이사무 노구치, 20세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알렉산더 지라드… .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미국 디자인 거장들의 작품은 현대 디자인의 발달과 맥을 같이한다. 간결한 디자인과 기능, 실용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미국의 가구는 거장들의 등장 이후에도 다양하게 발전하며 여전히 진화하는 중이다. 만든 이의 장인정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핸드 크래프트 가구, 키치하고 다이내믹한 미국적 정서를 담은 디자이너 브랜드, 차별화된 마케팅 콘셉트로 이슈에 오른 가구 숍까지, 각자의 철학을 가지고 인기를 얻고 있는 뉴욕의 최근 리빙 디자인을 전한다.

가장 미국적인 디자인 조너선 아들러

인테리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이라면 디자이너 조너선 아들러의 얼굴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도예가로 시작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는 인기 미드 ‘섹스앤더시티’와 ‘윌 & 그레이스’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했고, TV 쇼 ‘톱 디자인(Top Design)’의 심사위원으로 얼굴을 알리며 유명세를 탔다. 1993년 바니스 뉴욕 백화점에서 첫 도자기 컬렉션을 선보인 이후 현재는 가구를 비롯해 패브릭, 조명, 홈 액세서리, 욕실용품, 베딩에 이르기까지 집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중세 예술과 현대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현대 미국 디자인을 보여주는 디자이너로 손꼽히고 있다.

하이엔드 크래프트 가구 브랜드 BDDW

화가이자 조각가, 도예가,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타일러 헤이가 론칭한 브랜드. 19세기 셰이커(shaker) 교도들의 가구에서 영향을 받은 간결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박해를 피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셰이커 교도들은 공동생활을 하며 금욕주의적 삶을 살았다. 가구를 만들 때도 장식을 절제하고 기능에 집중했는데, 이러한 검박하고 단순한 디자인은 무척이나 견고하고 실용적이라 현대 가구의 기초가 되었다. BDDW의 가구는 나무, 가죽, 돌, 금속 등 소재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디자인과 절제된 라인,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닌 셰이커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풀어내고 있다. 만드는 가구 하나하나를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생각한다는 오너의 철학에 따라 대부분의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재료의 본래 모양과 특성에 따라 제품을 만든다. 수입목을 쓰지 않고 미국에서 나는 나무로만 가구를 만드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 오바마 전 대통령과 브래드 피트, 릴 킴 등이 고객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가수이자 배우인 이혜영의 집 인테리어에 등장하며 알려졌다. 재주 많은 오너는 가구뿐 아니라 도자기와 가죽 제품, 스테레오 스피커, 손으로 직접 염색하고 짠 옷 등에도 관심이 많아, 이러한 것들을 몽땅 모아 세컨드 브랜드 엠크로우(m.crow)를 론칭하고 소호에 또 하나의 매장을 열기도 했다.

럭셔리 끝판왕 허드슨 퍼니처

뉴욕 첼시에 있는 허드슨 퍼니처 쇼룸은 오피스 빌딩처럼 보이는 평범한 건물 2층에 위치해,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그곳에 무엇이 존재하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메탈 체인 샹들리에, 나무를 통째로 베어다 만든 듯한 다이닝 테이블 등 웅장한 스케일의 가구들을 만나게 된다. 허드슨 퍼니처에서는 수명이 다한 나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로 훼손된 나무를 가져다 금속과 유리 등의 현대적 소재를 접목해 가구를 만든다. 죽어가는 나무는 베어 없애야 다른 나무에 피해가 가지 않고, 세월의 풍파를 견딘 만큼 단단해 가구를 만들기에 좋기 때문. “우리는 수명이 다한 나무에 경의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썩어 없어지게 내버려두지 않고 영속적인 예술작품으로 바꾸는 일을 한다”는 브랜드 설립자 발라스 베일러 말처럼 허드슨 퍼니처에서는 각각의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모양과 결을 살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구를 만든다. 가수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가 신혼집에 들여놓으려다 엘레베이터에 실리지 않아 기중기를 이용해 옮겼다고 보도되었던 다이닝 테이블이 바로 허드슨 퍼니처 제품이다.

체험하는 가구 갤러리 RH

지난해 말 오픈해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구 숍. 지하 1층부터 4층에 이르는 공간을 가구, 조명, 패브릭, 카펫 등 홈 인테리어 제품을 전시하는 쇼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본래 RH(Restoration Hardware)는 1979년 캘리포니아의 유레카라는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브랜드. 빅토리아풍의 우아한 클래식 가구를 콘셉트로 하며 매 시즌 여러 장인, 디자이너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다. 포틀랜드, 보스턴, 시카고, LA 등 미 전역에 걸쳐 수십 개 매장을 두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각 지점을 매장이 아닌 갤러리라 부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구가 놓인 공간은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특히 보스턴 매장 등 풀(Full) 갤러리라 불리는 몇몇 지점은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건물을 복원해 쇼룸으로 변신시켰기 때문에 공간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미술관과 다른 점이라면 이렇게 전시된 가구들을 직원들의 눈치 보지 않고 직접 만지고, 앉고, 누워볼 수 있다는 것. 건물 내에 레스토랑과 커피 바가 있어, 커피나 와인을 주문해 가구에 앉아 마실 수 있다.



기획 한여진 기자 사진 오영제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조너선아들러 허드슨퍼니처 BDDW 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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