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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위기’ 제일병원 이영애 인수설의 진실

EDITOR 김지영 기자

2019. 02. 11

배우 이영애가 폐원 직전에 이른 제일병원 구하기에 나섰다. 알려진 것처럼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은 아니다. 2011년 쌍둥이 자녀를 출산할 때부터 인연을 이어오며 이 병원을 돕고 있는 그녀의 속내와 근황, 인수설의 진상까지 단독으로 확인했다.

새해 첫날부터 배우 이영애(48)와 제일병원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로 떠올랐다. 국내 첫 여성전문병원인 이 병원이 폐원 위기에 처해 그녀가 병원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할 거라는 소식 때문이다. 이를 최초 보도한 매체는 ‘제일병원이 조만간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이영애가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병원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5~6월부터 이 병원이 경영난에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 인수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인수’는 와전된 것, 누가 인수하든 기부와 홍보 돕기로

이영애와 제일병원의 인연은 각별하다. 2011년 그의 쌍둥이 자녀가 이 병원에서 태어났고, 부인과나 소아과 진료가 필요할 때마다 이곳을 찾았다. 이영애는 출산 이듬해인 2012년 병원 재단에서 운영하는 ‘이영애 행복맘 후원사업’의 재원으로 1억원을 기부해 다문화가정의 임신부, 미혼모 등 소외계층의 출산과 미숙아 치료를 도왔다. 2017년에도 어려움에 처한 엄마들에게 이 병원이 희망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이영애 행복맘 후원사업에 5천만원을 기탁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병원의 딱한 처지가 그녀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을 터. 하지만 병원을 돕는 방법으로 ‘기부’와는 결이 다른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택했다는 점은 의외였다. ‘인수’는 회사 또는 개인이 다른 회사의 주식과 경영권을 함께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확인을 위해 1월 8일 ‘제일병원 구하기 컨소시엄’ 관계자 M씨를 만났다. 이영애 부부와 친분이 있는 M씨는 “이영애 씨가 제일병원 인수에 나섰다는 소문은 와전된 것”이라며 “이영애 씨는 병원 인수에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으며 병원 경영에도 관심이 없다. 다만 자신의 자녀에겐 고향이나 다름없는 제일병원이 없어지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어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고 싶어 남편과 함께 금전적인 기부를 하고, 자신의 초상권 등 지적재산권도 병원 홍보에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울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전했다. 

M씨에 따르면 이영애는 지난해 5월경 제일병원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몹시 안타까워했다. 또 제일병원이 55년 동안 국내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으로서 축적한 난임·불임 치료의 특화된 노하우와 의술과 인술, 의료 장비를 다루는 기술이 사장되는 것도 막고 싶어했다고 한다. 이영애는 자신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사로 활동하며 친분을 쌓은 ‘콩박사’ 이기원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와 바이오업체·병원 운영 관계자들에게 제일병원의 딱한 사정을 전하며 병원 구하기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병원 인수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기부로 순수하게 돕자는 취지였다. 이후 이영애와 그 뜻을 같이하기로 한 개인과 업체들이 이른바 ‘제일병원 구하기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다. 



제일병원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조카인 고 이동희 박사가 1963년 서울 중구 묵정동에 설립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분만건수 1위를 지키며 ‘출산의 메카’로 명성을 떨쳤다. 1996년 삼성그룹으로 편입돼 한동안 삼성제일병원으로 불렸지만, 2005년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경영난에 빠졌다. 2007년부터 병원을 증·개축하며 공사비로 1천억원대의 담보 대출을 받았는데 저출산 추세로 최근 5년 새 분만 건수가 38%나 줄면서 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서다. 게다가 경영진과 노조 간 갈등으로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간판급 의사와 간호사 상당수가 병원을 떠나 지난해 11월 1일 3백병상 입원실을 폐쇄했고, 12월 29일부터는 외래진료도 받지 않는 사실상 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병원 설립자의 장남인 이재곤 제일병원 재단 이사장은 노조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돼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사장은 병원 공사비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제일병원 측은 경영난이 악화되자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다. 국내 의료법인 매각은 의료법에 따라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기에 재단이사회 구성권을 양도·양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동국대학교 등이 이사회 구성권 인수 협상에 나섰지만 1천2백억원이 넘는 채무와 병원의 복잡한 소유권 문제로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병원 측은 갈수록 늘어나는 부채 때문에 1월 중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제일병원 구하기 컨소시엄은 이 병원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절차가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M씨는 “이영애 씨 부부가 최근 당장 필요한 병원 운영 자금을 마련해주려고 했으나 주변에서 말렸다”며 “이영애 씨는 어떤 단체가 병원을 인수하든 상관하지 않고 공익을 위한 기부와 홍보 활동을 지속해 제일병원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제일병원이 더 많은 엄마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주는 여성전문병원으로 사랑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제일병원의 한 직원은 “1월 들어 우리 병원을 돕겠다는 개인이나 단체가 늘고 있다. 직원들의 동요도, 병원이 문닫을까봐 줄을 지어 진료기록을 떼어가던 행렬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이영애 씨 덕분인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주말, 방학 땐 아이들 데리고 시골에서 보내

이영애는 현재 남편인 정호영 밸애틀랜틱 아시아 대표, 쌍둥이 남매인 승권·승빈과 함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살고 있다. 1월 중순 자택을 찾았으나 그녀를 만나볼 순 없었다. 화장품 CF 촬영으로 집을 비운 터였다. 그녀는 올해 개봉 예정인 김승우 감독의 영화 ‘나를 찾아줘’ 촬영을 마치고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유재명, 이원근과 함께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6년 전 실종된 아들과 생김새부터 흉터 자국까지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의문의 연락을 받은 여주인공 ‘정연(이영애)’이 낯선 마을로 아이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측근에 따르면 그녀는 촬영이 없을 땐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이들 남매의 육아에 힘쓰며 엄마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또한 주말이나 방학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 양평군 문호리에 있는 시골집에 놀러가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과 추억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두 아이를 키우며 방부제 없는 화장품의 필요성을 느껴 천연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돈이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하고 아픈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엄마들을 돕기 위해 기부를 통해 희망을 주고 있는 이영애. 쌍둥이 남매를 비롯한 제일병원에서 태어난 25만명의 고향을 지켜주고 싶다는 그녀의 작은 날갯짓이 앞으로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기대된다.

김지미·김미숙·고현정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 출산

제일병원은 2000년대 초까지 매년 국내 신생아의 2%가 태어난 곳이다. 산모 10명 중 6명이 조산소 아니면 집에서 아기를 낳던 시절이던 1963년 개원해 호텔처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시설로 화제를 모았다. 1960년대 최고의 스타 김지미는 제일병원에서의 출산 경험을 1964년 여성지에 르포 형식으로 소개하며 “육중한 대리석과 모던한 장식이 일류 호텔과 흡사하다”고 극찬했다. 이후 제일병원은 당대 최고 미녀 스타들의 출산 명소로 각광받았다. 이영애뿐 아니라 1998년 5세 연하의 작곡가 겸 음악감독 최정식 씨와 결혼한 배우 김미숙, 2005년 치과의사 홍지호 씨와 재혼한 배우 이윤성,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전 부인인 배우 고현정 등도 이곳에서 아이를 낳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가 3~4세 중 상당수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사진 박은혜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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