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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더 모스트’는 어디? 나는 누구? 기자들의 도마 위에 오른 ‘그녀는 예뻤다’

우먼동아일보

2015. 11. 05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더 모스트’ 매거진 상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3개월 뒤 폐간될 위기에 처했다, 2. 상황 파악 전혀 안 되는 눈치 없는 기자들, 3. 폐간을 막고자 부임된 부편집장은 실무 경험이 전무다, 4. 편집장은 “모스트스럽게”를 외치는 것 외엔 딱히 할 일 없어 보인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일일까? 현직 패션지· 여성지 기자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더 모스트’는 어디? 나는 누구? 기자들의 도마 위에 오른 ‘그녀는 예뻤다’

Q 드라마와 실제 조직도는 얼마나 일치하나.
남성지 패션 파트 A기자 비슷한 편이다. 보통 편집장 아래 패션과 뷰티 피처 파트 디렉터가 있고 그 밑에 에디터와 어시스턴트가 있는 팀 체제다.

패션지 뷰티 파트 B기자 거의 일치한다. 타 매거진과 달리 우린 편집국장과 부편집장이 있는 구조다. 각 팀당 기자가 3~7명씩 배치되는데, 많은 편이라고 하더라.

종합지 피처 파트 C기자 편집장과 피처 · 패션 담당 에디터, 아트 디렉터, 아트 디자이너, 인턴, 어시스턴트로 구성돼 있다.
(이후 답변부터는 A · B · C기자로 표기한다. 이들은 소속 매체와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Q 시시때때로 회의가 열리는 편집팀. 편집장 대신 부편집장이 회의에 참석한다? 편집장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A기자 부편집장은 우리 회사에 없다. 편집장은 그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다. 사무실에서 매일 본다.



B기자 회의는 귀찮을 정도로 자주 있다. 부편집장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편집장은 각 호의 큰 방향과 그림을 제시하고 대외적인 광고를 컨트롤한다. 부편집장은 기자들의 상세 기획이나 시안, 콘티 등을 점검한다. 하지만 배당과 기사 배열, 커버, 헤드라인 등은 부편집장이 침입할 수 없는 오직 편집장만의 권한이다. 달리 편집장이겠는가!

C기자 A기자 회사처럼 부편집장은 없다. 하지만 편집장 얼굴을 지겹도록 매일 본다. 오히려 보기 힘든 건 수석 기자다.


Q 회의에서 나오는 모든 기획 내용을 어시스턴트가 모두 기록한다.
B기자 매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회의를 하며 기획 내용이 바로 결정되기 때문에 따로 보고할 필요가 없을 때가 많다. 만약 부편집장이 “이건 다음호에 하기로 하자”라고 했을 경우, 센스 있는 막내 기자나 어시스턴트가 미리 다음 기획안 머리말에 타이핑해둔 적은 있다.

A기자 글쎄.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배당된 기사는 기자 개인이 챙긴다.

C기자 절대 그런 일 없다. 지금은 첨단 기술이 발달한 2015년도다. 밀레니엄 시절도 그러진 않았을 것 같다.


Q 기자들에게 “모스트스럽게”를 강조하는 편집장(여기서 ‘모스트(Most)’란 ‘고저스(Gorgeous)’ ‘뷰티풀(Beautiful)’ ‘어메이징(Amazing)’을 합친 정도로 해석하자). 실제 기자와 편집장 룩이 궁금하다.
B기자 ‘더 모스트’ 편집장 룩은 극의 재미를 위해 만든 ‘과한’ 스타일이다. 여태 겪어 본 여성 편집장들은 다들 자신의 매력을 살려 ‘고저스’하게 입더라.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다른데, 사무실에서는 셔츠와 팬츠로 시크하게, 행사나 파티에선 명품 브랜드 ‘키’ 룩으로 쫙 빼입고, 마감 한복판엔 편집장도 킬 힐에서 내려와 운동화에 맨투맨 티셔츠 차림이 된다. 기자들? 활동하기 편한 옷들 위주다. 단, 급하게 미팅이 잡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무실에 자신만의 무기(레드 립스틱, 책상 밑 하이힐, 각 잡힌 백 등)가 하나씩 있다.

C기자 편집장은 언제나 슈트를 베이스로 단정하게 입는다. 3백65일 중 3백60일을 행사와 미팅에 참여해야 하니 패션은 기선 제압용 전투복이다. 기자도 마찬가지. 패션 기자들은 특히 자신의 패션 철학을 많이 보여준다. 나 같은 피처 기자들은 뭐…. 잘 입는 사람도 있고 개판인 사람도 있다.

A기자 잡지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다. 일개미처럼 회사를 오가다 보면 어느새 잡지의 성향이 스타일에 묻어난다. 그것 또한 개인의 취향이다.


‘더 모스트’는 어디? 나는 누구? 기자들의 도마 위에 오른 ‘그녀는 예뻤다’

Q 화보촬영 장소를 물색하러 편집팀이 모여 출장을 가기도 하나?
C기자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각자의 영역이 있는데 왜 소득 없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지. 창간 10주년, 20주년 파티가 아닌 이상 화보 촬영 장소 물색을 위해 모든 기자가 달려들 까닭이 없다.

A기자 각자의 배당 기사가 있고 그걸 소화해내는 게 기자의 업무다. 기사 하나를 위해 모두가 가는 건 시간과 에너지 낭비 아닌가.

B기자 말이 안 되지만 드라마니까.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어떻게든 엮어줘야 하니까. 화보 촬영 장소에는 담당 기자와 포토그래퍼만 가도 충분하다. 아마 눈치 없는 선배나 후배가 따라간다고 하는 게 더 성가실 거다.


Q 막역하다고 해야 할지, 막 대한다고 해야 할지. 선후배 간 위계질서는.
B기자
회사라면 어느 곳이든 위계질서가 있다. 이건 나이와 상관없이 연차에 따라 발생한다. 나이가 어려도 연차가 많으면 선배가 된다. 예전보다는 많이 느슨해진 편이라 생각한다.

A기자 매체 분위기가 좌지우지한다. 굉장히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편집부가 있는 반면 가족 같은 분위기의 편집부도 있다. 어떤 게 옳다 그르다 할 순 없지만, 우리 편집부는 알뜰살뜰하다. 좋은 건 서로 챙겨준다. 일적인 부분에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잡아주는 게 선배의 역할이지만, 절대 막 대하진 않는다.

C기자 대기업에 비해 관계가 느슨한 건 맞다. 위아래 개념이 있지만, 패션·뷰티·피처 등 각각 담당 분야가 다르므로 서로 존중한다. 선배라는 이유로 자신이 모르는 일에 꼰대처럼 나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느슨한 것도 맞고, 애정이 없는 것도 맞다. 워낙 사람이 자주 바뀌는 곳이라 정을 주고받는 일을 아예 차단하는 사람도 많다.


Q 마감 임박에 재촬영이 걸렸다. 흔히 있는 일인가.
A기자 매달은 아니지만 간혹 있는 일. 기자는 편집장을 만족시켜야 한다. 결과물이 편집장 입맛에 맞지 않다면, 쿨하게 인정하고 재촬영하는 것이 맞다.

C기자 편집장이나 아트 디렉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꼼짝없이 재촬영이다. 그러나 대체로 인물은 재촬영시키지 않는다. 연예인은 스케줄 잡기가 쉽지 않고, 패션 모델은 비용이 따로 발생하니까. 그 외에 제품 촬영은 언제든지 시킨다.

B기자 처음 시작하는 기자에게 흔히 있는 일이다. 나도 막내 때 똑같은 걸 심지어 ‘삼촬’까지 해봤다.


Q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을 기자가 모를 수 있을까. 그 와중에 셀렙들을 초대해 창간 20주년 파티를 열었다.
C기자 폐간이 일어나는 걸 모를 때도 있다. 창간 20주년 파티 말고도 1년 광고 계약 혹은 연재 기사 제공 계약을 하고도 다음 달에 폐간되기도 한다.

B기자 기자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진 적도 있고.

A기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부에서 모를 수는 없는 일이다. 20주년 기념 파티라니, 최후의 만찬 같은 것인가.


Q 기자는 3D의 아이콘이다. 언제 제일 힘든가.
A기자 마감 기간 잠을 충분히 못 잘 때. 많은 일을 한 번에 해치워야 할 때 가장 스트레스가 심하다.

B기자 기사를 배당 받는 순간 그것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고가의 제품을 쥐락펴락하는 일, 사람 상대하는 일, 글 쓰는 일…. 그러나 모든 걸 통틀어 마감 때 밤샘 근무가 가장 힘들다. 늘어나는 군살을 보고도 야식의 유혹을 떨칠 수 없는 것도.

C기자 사람이 제일 힘들다. 제품은 내가 원하는 곳에 놓고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데, 사람은 그게 안 된다. 매달 진행하는 스타 인터뷰가 있는데, 마감 하루 전날 섭외해서 그날 바로 인터뷰한 적도 있다. 많은 사람들과 일하는 기자도 사람이다. 똑같이 힘들다.



기획 · 안미은 기자 | 사진 · i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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