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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의 영업 기밀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CJ E&M 제공

2015. 10. 28

대박 식당에는 며느리도 모르는 레시피가 있는 법. 그렇다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승승장구 중인 나영석 PD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뭘까. 그는 ‘삼시세끼’ 어촌 편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 일부를 공개했다.

나영석 PD의 영업 기밀
최근 기자를 대신해 기사를 쓰는 로봇이 등장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스포츠 경기의 승부나 주가의 등락, 기업의 실적 발표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생산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렁에 빠졌다’ ‘승리를 장식했다’ 같은 관용적인 표현도 구사한다고 한다. 그 로봇이 만약 나영석(39) PD에 관한 기사를 쓴다면 ‘예능의 미다스 손’ ‘시청률 보증수표’ 같은 수식어를 붙였을 것이다. 그만큼 나영석이란 이름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이자 아이콘이 됐다.

그는 KBS 시절 ‘1박 2일’부터 2013년 CJ E&M으로 옮긴 후 제작한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정선·어촌 편까지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그가 CJ E&M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모두 케이블 채널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지난 10월 16일 방영된 ‘삼시세끼’ 어촌 편 2회는 최고 15%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제공,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최근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 등 ‘1박 2일’ 원년 멤버들을 불러 모아 제작한 웹 기반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는 조회 수가 5천만을 넘어섰다. 승승장구의 비결이 궁금하던 차, 10월 초 ‘삼시세끼’ 어촌 편 시즌2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가 대놓고 “나는 이렇게 해서 시청률을 뽑아낸다”고 말한 건 아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냥 감이 잡힌다. 어차피 인기라는 건 인풋 대비 아웃풋처럼 똑떨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기도 하니까.

‘삼시세끼’ 어촌 편 시즌2는 장소를 바꿔서 진행될 거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제작진은 만재도에 그대로 눌러앉기로 결정했다. 작은 섬 만재도에서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지루한 일상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이 있다!

“시청자들께 다른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래서 실제로 다른 지역으로 답사도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이곳만큼 풍광이 아름답고 몰입도 높은 섬이 없더라고요. 또 어떤 특별한 걸 찾기보다 별일 일어나지 않는 이 작은 섬에서 심심한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걸 연속극처럼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즌1이 끝난 후 마을 분들과 이웃사촌처럼 친해져서 명절 때 선물도 보내드리고 계속 안부 전화를 주고받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그분들이 방송을 마치 본인들의 일인 양 챙겨주세요.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도 주시고. 그런 부분들로 인해 방송을 더 깊이 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출연진도 마을 분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얼마 전 촬영에선 해진이 형이 일을 나갔다가 안 돌아오기에 알아봤더니, 마을 펌프가 고장 나서 동네 분들과 그걸 고치고 있었더라고요.”



어촌 편의 신 스틸러, 강아지 산체와 고양이 벌이는 방송이 끝난 후 억지로 떼어놓는 게 미안해 주인들끼리 자주 만나게 하고, 동물병원에 함께 다니며 진료받도록 했다. 후속 편 제작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부쩍 성장한 둘의 케미스트리는 시즌2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예전엔 벌이가 일방적으로 당했는데 이젠 살이 많이 올라 둘의 관계가 역전됐어요. 그럼에도 보통 개와 고양이처럼 아옹다옹하는 게 아니라, 장난도 잘 치고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가 찾으러 다니는 게 저희가 봐도 신기해요. 정이 너무 많이 들어 촬영이 끝나면 어떻게 떨어드려야 하나 걱정될 정도예요.”

톱니바퀴처럼 물고 물리는 ‘삼시세끼’ 정선 편과 어촌 편, ‘꽃보다~’ 시리즈, ‘신서유기’ 등을 모두 나영석 PD 혼자 힘으로 만든 건 아니다. 이른바 나영석 사단이라고 불리는 신효정 PD, 박희연 PD, 이우정 작가, 최재영 작가, 김대주 작가 등이 프로그램마다 헤쳐 모여 식으로 팀을 이뤄 그와 함께 작업을 한다. 나영석 PD의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신서유기’의 빠른 전개와 톡톡 튀는 자막은 신효정 PD의 힘이 컸다. 그럼에도 나 PD의 프로그램에는 그만의 일관된 DNA가 있다.

“필름을 돌려보면 매일 반복되는 날들 같지만 거기에 답이 있어요. 승원이 형과 해진이 형이 무심코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들도 모르게 고민을 내비치고, ‘신서유기’ 촬영을 마치고 나서 승기가 제작진과 술을 마시다가 속마음을 털어놓고, 지원이가 호동이 형에 대해 말하고…. 그런 걸 포착해서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걸 좋아해요. 스타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별일 없이 지나가는 듯한 하루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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