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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OUPLE

의지하지만 의존하지 않는 부부 탤런트 임성민 · 마이클 엉거 교수

“아내는 내게 최고의 스타예요”

글 · 김유림 기자 | 사진 · 조영철 기자 | 디자인 · 최진이 기자

2015. 10. 16

2011년 미국인 마이클 엉거 교수와 결혼해 화제를 모은 임성민. 오는 10월 결혼 4주년을 맞는 두 사람이 다른 언어와 이질적인 문화에도 불구하고, 4년간 ‘한결같음’을 지키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화 같은 만남으로 시작한 평화로운 결혼생활의 한 조각.

의지하지만 의존하지 않는 부부 탤런트 임성민 · 마이클 엉거 교수
연예계 전반에 국제결혼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 아나운서 출신 탤런트 임성민(46)은 4년 전 오로지 자신 하나만 바라보고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마이클 엉거(51) 교수와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현재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전공 조교수로 재직 중인 마이클 씨는 한국으로 오기 전에도 미국 뉴욕필름아카데미(NYFA) 부학장으로 일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가을 햇살이 유난히 화창했던 9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성민·마이클 엉거 부부는 사진 촬영 중 서로 거울을 보듯 마주 보고 포즈를 교정하고, 그러다 깔깔대고 웃기도 하는 등 다정한 모습이었다. 현재 KBS 일일드라마 ‘가족을 지켜라’에 출연 중인 임성민은 최근 후두염이 심하게 걸려 촬영까지 미뤄야 했다. 그래서인지 촬영 내내 마이클 씨는 임성민의 컨디션을 챙기느라 바빴다.

두 사람은 요즘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날 결혼했다. 10월 14일이면 어느덧 결혼한 지 4년이 된다. 마이클 씨에게 혹시 결혼기념일 이벤트로 준비한 게 있냐고 묻자 “서양 전통에 따르면 해마다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 있는데 올해는 4주년이라 과일과 꽃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양에서는 결혼 1주년에는 종이를, 2주년에는 코튼(면)을, 3주년에는 가죽을, 5주년에는 나무를 선물한다. 진주는 30주년에, 다이아몬드는 60주년에 주고 받는다.

“첫 번째 결혼기념일에는 종이로 만든 카드와 편지를 받았는데, 마치 여러 사람이 준 것처럼 다양하게 준비했더라고요(웃음). 또 결혼 초청장을 재활용해서 꽃을 만들어 붙였는데 너무 예뻐서 액자에 넣어 보관했어요. 지난해에는 가죽 치마를 선물받았고요. 비싼 것들은 아니지만 해마다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선물인 만큼 왠지 더 특별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렇다면 결혼 4주년을 앞두고 두 사람은 각각 결혼생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한결같음’에 고마움을 표했다. 먼저 마이클 씨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사귄 것까지 포함하면 7년을 만났는데 아내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늘 새롭고, 지루하지 않다”며 웃었다. 남편의 특급 칭찬에 겸연쩍은 표정을 짓던 임성민은 “남편 역시 언제나 재미있어서 좋다”며 마이클 씨의 등을 두드렸다.

“남편이나 저나 늦은 나이에 결혼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유지해온 자기만의 생활이 있는데 결혼 후에도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다 보니 다툴 일이 없어요. 서로를 의지하는 건 맞지만 의존하지는 않으려는 게 서로 같거든요. 특히 저는 20대 때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치열한 방송가에서 살아남으려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여야 했고, 연기자로 전향해서도 자의 반 타의 반 독립적으로 활동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혼자 서는 게 몸에 배더라고요. 남편 역시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연기자와 연출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공유할 거리가 많다는 것 또한 부부 간의 정을 돈독하게 해주는 요인이다. 요즘처럼 임성민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면 남편은 하루도 빠짐없이 TV를 보며 아내의 연기를 모니터링하고 감상평을 들려주기도 한다. 임성민은 ‘가족을 지켜라’에서 박철호와 함께 철없는 부부로 등장해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의지하지만 의존하지 않는 부부 탤런트 임성민 · 마이클 엉거 교수
“최근 들어 아내 분량이 늘어 기분이 좋아요(웃음). 예전에는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의 역할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에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라 보면서도 즐거워요.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 아내는 주로 촬영 중이라 저 혼자 TV를 보면서 힘내라고 문자 메시지를 자주 보내요(웃음). 아내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배우예요.”

2013년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이후 2년 만에 작품을 하게 된 임성민은 오랜만에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기쁨인 동시에, 동료 배우들의 따뜻한 환대 덕분에 촬영장 가는 게 즐겁다고 한다. 극 중 동서 간으로 나오는 이휘향과 시어머니로 등장하는 반효정으로부터 연기에 관한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특히 같은 동네에 사는 이휘향과는 피트니스 센터에 함께 다니면서 더욱 친해졌다고.

“2001년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연기자로 전향했지만 그동안 저 자신을 보여드릴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역할의 분량도 그렇고 함께 출연하는 선생님들께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사실 그동안 현장에 나가면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다르더라고요. 앞으로 남은 시간도 선생님들 말씀 한마디 한마디 잘 새겨들어서 좋은 연기 보여드리고 싶어요.”

임성민·마이클 엉거 부부의 공통 취미는 영화 감상. 거의 매일 집에서 DVD로 영화를 감상하는데, 신혼 초에는 남편의 취향에 맞춰 러닝타임 12시간이 넘는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끝까지 본 적도 있다고 한다. 임성민은 “남편이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한 가지 단점은 매일같이 DVD가 집으로 배달돼 온다는 것이다. 한 달에 DVD 구매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는 사람에게 만남의 계기를 준 매개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만나 처음 사랑의 불꽃이 튄 장소가 부산국제영화제이기 때문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깝다.

“2008년 일에서 침체기를 겪던 중 뉴욕 맨해튼으로 무작정 떠났어요. 2002년에 처음 여행을 갔다가 반해서 그 이후로 몇 차례 더 방문했을 정도로 뉴욕은 막연한 동경의 도시였거든요. 한 달여간 그곳에 머물면서 뉴욕필름아카데미 단기 수업도 들었는데, 마침 한국의 아침 방송에 뉴욕 체류기를 셀프카메라로 찍어 보내기로 약속하면서 그곳 학교 총장님을 찾아뵙고 촬영 장비와 스태프를 지원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한 한국인 교직원께서 ‘뉴욕에 왔으니 뉴요커와 소개팅을 한번 해야 하지 않겠냐’며 그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마이클 얘기를 했는데, 하필 마이클은 카이스트대와 공동 진행하는 워크숍 때문에 한 달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어서 만나지 못했죠. 그러다 저는 귀국했고 마이클이 여전히 한국에 있다고 해서 미국에서 도움 주셨던 총장님을 생각해 인사치레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했어요. 그날 이후로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소소하게 인연을 이어갔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꽃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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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만남이 이뤄진 건 그해 마이클 씨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면서다. 뉴욕필름아카데미와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가던 임성민은 한국 교육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총장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이 아이디어가 현실로 이뤄지면서 마이클 씨와의 두 번째 만남이 추진됐다. 원래 오기로 돼 있던 선배 대신 마이클 씨가 컨퍼런스 발표자로 뽑혀 한국을 다시 오게 된 것.

“아내는 낮에는 저를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을 인솔하며 현지 코디네이터처럼 일하고, 밤에는 화려한 드레스 차림으로 레드카펫을 밟은 뒤 영어로 영화제 사회까지 봤어요. 행사가 끝난 뒤에는 영화 관계자들과 어울려 포장마차에서 술잔도 기울였는데 그런 모습들이 다 아름다워 보였죠. 정말 멋진 여자란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졌어요(웃음).”

그때부터 9개월간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마이클 씨가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오면서 결혼을 전제로 진지한 만남을 이어갔다. 그가 사랑을 찾아 떠나겠다고 했을 때 마이클 씨의 부모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인생의 축복”이라며 그의 결정을 적극 지지해줬다고 한다. 그 전까지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던 임성민은 남편과 만나면서 처음으로 결혼할 용기를 갖게 됐다.

“마이클을 만난 뒤 인생의 폭이 한결 넓어진 기분이에요. 그동안 막연히 가졌던 두려움과 세상의 편견 등에서 좀 더 자유로워졌고, 예전부터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이 컸는데 남편을 만나고 날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면서 인생의 재미도 다양하게 느끼고 있어요. 누군가 제게 ‘어떻게 외국인을 만날 생각을 했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약 남편이 아니었다면 결혼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웃음).”

임성민은 남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인기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와 친구가 된다는 것. 임성민은 “남편을 아는 사람들은 다 남편을 좋아하는데 그게 참 부럽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 늘 교수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는다”며 웃었다. 깔끔한 성격을 지녀 집안일도 대부분 남편 차지라고 한다. 반면 임성민은 여기저기 집 안을 어지럽히고 다니는 성격이라 하루는 남편으로부터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사는 것 같다. 귤과 캐러멜을 몰래 까 먹고 도망갔다”며 놀림 아닌 놀림을 받기도 했다고.

“식사 준비는 주로 제가 해요. 결혼 초에는 남편을 위해 서양 요리를 배워서 자주 해줬는데 요즘은 남편도 한식을 잘 먹어서 상 차리기가 한결 수월해졌어요. 연어스테이크나 조기구이를 좋아해서 밥과 생선, 김치만 있으면 한 끼가 해결되거든요(웃음). 어른들이 보시면 혀를 찰지도 모를 식단이지만 남편은 늘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의지하지만 의존하지 않는 부부 탤런트 임성민 · 마이클 엉거 교수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결혼 당시 마이클 씨는 미국 명문가 자제로 화제를 모았는데, 아버지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변호사이고 어머니는 미국 유명 식품 회사 레드닷그룹 창업자의 외동딸로 동양화의 영향을 받은 화가로도 알려졌다. 마이클 씨의 외할아버지는 1930년대 세계 최초로 포테이토 칩을 상품화시킨 주인공으로 위스콘신 주에는 그를 기념하는 박물관까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외할아버지 이후 가업은 이어지지 않았고, 현재는 레드닷의 후속 기업인 레이스(Lays)와도 무관하다고 한다.

“간혹 제가 재벌가에 시집갔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시부모님으로부터 받는 경제적인 지원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마이클은 대학 시절 부모님께서 자신의 학비를 내주셨다는 사실에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럽게 생각해요. 더군다나 지금은 결혼해서 어엿한 가정까지 꾸렸으니 부모에게 손 내미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죠. 한국 사회의 통념과는 차이점이 많지만 저 역시 남편의 생각을 전적으로 존중해요.”

2남 1녀 중 장남인 마이클 씨는 해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두 달간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드라마 촬영 때문에 오래 시간을 내지 못했던 임성민은 일주일 휴가를 얻어 시집을 방문했다고. 임성민은 “시부모님이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찾아뵈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2세 계획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임성민은 아직까지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 모두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일을 하면서 육아를 잘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솔직히 아직 부모가 될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겸임교수로 출강 중인 임성민은 배우이자 MC, 교수로 다양한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누가 뭐라 해도 그를 가장 반짝이는 ‘스타’로 인정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도전 앞에서 그는 언제나 든든하다.

장소협조 · 더달달(02-562-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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