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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cene_stealer

시선 강탈로는 주인공! 마성의 신 스틸러 열전

EDITOR 이미나

2018. 10. 15

화룡점정. 장면 하나로 시선을 훔치고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빼앗는 이들이 있어 작품이 완성된다.

‘러블리’의 새로운 정의
‘미스터 션샤인’ ‘아는 와이프’ 이정은

이정은(48)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블리’ 함안댁으로 주가가 급상승한 배우다. 살구색 망토를 둘러쓰고 한 손에 호미를 든 채 ‘애기씨’ 고애신(김태리)이 유진 초이(이병헌)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지켜보는 함안댁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였던 누군가가 그녀에게 ‘함블리’라는 애칭을 선사했고, 이후 애신과 꽃빙수를 먹으며 즐거워하거나 유진 초이가 사준 짜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천진한 모습으로 드라마 속 ‘귀여움’은 함안댁의 차지가 됐다.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한 이정은은 2013년을 기점으로 영화와 드라마에도 얼굴을 비쳤다. 2015년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어딘가 허술해 보여도 용하기 그지없는 서빙고 보살 역을 통해 감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또다른 인기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시간 여행의 비밀을 아는 서우진(한지민)의 엄마로 출연하면서도 두 작품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펼칠 수 있는 건 맡은 배역에 온전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녀의 탁월한 연기력 덕분일 것이다. 놀라운 건 그녀가 한동안 무대 울렁증을 겪기도 했다는 사실. 천연덕스럽기까지 한 작품 속 모습 뒤에 숨은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서울 토박이인 이정은이 ‘미스터 션샤인’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할 수 있었던 것도 끈질긴 노력의 산물이다. 소속사에 따르면 이정은은 촬영에 앞서 미리 선생님을 두고 사투리를 ‘열공’했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경상남도 출신 스태프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이정은은 소속사를 통해 “늘 덕담으로 용기를 북돋워주는 이응복 PD, 언제나 즐겁게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스태프들과 동료 배우들 덕분에 함안댁과 다른 캐릭터들과의 케미스트리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는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신 스틸러의 교본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예지원

배역을 맡았을 때 그 인물에 ‘빙의’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매력을 투영시켜 표현하는 배우가 있다. 배우 예지원(45·본명 이유정)은 후자에 가깝다. 그녀는 스스로도 배역에 자신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요즘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도 그녀는 나이도, 본명도, 사는 곳도 분명하지 않지만 살림 솜씨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니퍼 역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흰 블라우스에 검정 스커트를 유니폼처럼 착용한 채 대파가 담긴 봉투를 들고 걷는 모습, 놀다 지쳐 잠이 든 우서리(신혜선)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공주님처럼 안아 번쩍 옮기는 모습 등은 예지원만의 독특한 포스와 어우러지며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기계 음 같은 무미건조한 말투에 실린 제니퍼의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말들은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던 공우진(양세종)에게 위안을 선사한다. 드라마가 종반을 향해 가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제니퍼의 과거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26년 차 베테랑 배우로서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이는 예지원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드라마 관계자는 예지원에 대해 “‘어디에서 이런 걸 구했지?’ 싶을 정도로 제니퍼에 딱 어울리는 의상과 소품까지 직접 준비하는 등 열의가 엄청난 배우”라며 “이번 작품에선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안정감 있게 맡은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예지원 역시 “제니퍼는 미스터리하고 판타지적인 인물이지만, 튀거나 돋보이지 않고 공우진과 우서리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면서 “일상적인 캐릭터가 아니어서 낯설 수 있는 제니퍼를 흥미롭게 생각해주시는 시청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제니퍼만의 매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같은 배우였어?
‘도깨비’ ‘라이프’ 염혜란

대학병원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갈등과 암투를 그린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장면들은 대부분 강경아 팀장의 몫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상사 구승효(조승우)의 밀려드는 업무 지시에 “사장님은 시키면 끝이지만, 저는 어떡하라고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 예선우(이규형)가 의사들에게 괄시를 받자 강경아가 던진 “조상님이야 뭐야, 반말 찍찍 하고”라는 한마디는 또 얼마나 시원했는지. 능력이면 능력, 재치면 재치, 여기에 인간미까지 갖춘 강경아는 ‘라이프’ 속 인간관계에 균형을 맞추고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진정한 신 스틸러였다. 강경아를 연기한 염혜란(42)은 20여 년간 극단 연우무대에 몸담았던 연극배우 출신이다. 연극 ‘잘자요, 엄마’에서 모녀로 호흡을 맞춘 배우 나문희와의 인연으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 출연한 그녀를 눈 밝은 연출자들이 연이어 캐스팅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겉은 멀쩡하지만 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있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김순영, 여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조카를 구박하던 드라마 ‘도깨비’의 지연숙, 딸에게는 강한 모성을 보이면서도 타인에게는 가차 없이 악행을 일삼는 드라마 ‘무법 변호사’의 남순자 등은 염혜란의 연기 폭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두고 시청자들이 ‘그들이 같은 사람이었어?’라는 반응을 보일 때 가장 기분 좋다는 그녀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며 대중을 놀라게 하고 싶다고. 염혜란은 ‘라이프’ 종영 후 소속사를 통해 “새로운 대본이 나올 때마다 설레고, 대본을 덮고 나서는 심장이 뛰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다.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전해왔다.

거르기 힘든 존재감
‘미스터 션샤인’ 이정현

‘일본인이야, 한국인이야?’ 빡빡머리에 강렬한 눈빛으로도 충분히 ‘쎄’ 보이는데, 하는 짓마저 악랄하기 그지없었던 ‘미스터 션샤인’의 츠다 하사를 보며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츠다 역을 맡은 배우 이정현(28)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은 교환학생으로 일본에서 지내며 다져졌다. 한국에 대한 험담을 하는 교수에게 서툰 일본어로 공개 사과를 요구했던 일을 계기로 일본어 공부에 더욱 매진해 지금은 일상 회화 정도는 자유롭게 나눌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때 갈고닦은 일본어 실력으로 이정현은 2016년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선 도요토미 히데요시 아역을, 영화 ‘박열’에서는 조선인을 괴롭히는 일본 자경단의 일원을 연기하기도 했다. 스크린에 잠시 스쳐가는 작은 역할에 불과했지만, ‘박열’ 속 이정현의 서슬 퍼런 모습에 꽂힌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는 이를 놓치지 않고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지금까지 주로 광기 어린 악역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젠 ‘눈에 힘 좀 풀고’ 다채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다. 그래서인지 롤 모델도 단역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존재감을 키운 배우 이범수인데, 한 배달 앱 CF에서 화성에까지 철가방을 들고 가는 배달원 역할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그를 떠올리면 어려운 목표는 아닐 성싶다. 이정현의 소속사는 “‘미스터 션샤인’ 덕분에 방송 출연과 인터뷰 등 생각지도 못했던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앞으로도 대중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그의 다짐을 전해왔다.

차세대 악역 기대주
‘친애하는 판사님께’ ‘보이스2’ 허지원

2015년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의 말미에 염석진(이정재)에게 총구를 겨누는 임시정부의 막내 대원 명우를 기억하는가. 채 3분이 안 되는 등장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가 바로 요즘 신 스틸러로 각광받는 배우 허지원(31)이다. 당시 충무로에서 웬만한 신예 배우는 모두 도전했다는 명우 역 오디션에서 장편 상업영화 출연 경험이 채 세 편이 안 되는 그가 10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허지원은 SBS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와 OCN 드라마 ‘보이스2’에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발휘했다. ‘보이스2’에서는 연쇄 살인 사건의 공범 곽민수로,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선 한강호(윤시윤)의 ‘악몽’ 같은 친구 진욱태로 분해 ‘악역계의 새싹’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것. 특히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선 반삭발의 모습으로 등장해 회를 거듭할수록 한강호의 숨통을 조이는 비열한 면모를 선보이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 허지원은 2017년 연극 ‘여직공’으로 영국 6개 극장 투어에 참여했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다. 연기 경력은 짧지만 작품마다 180도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안정감 있는 활약을 펼치는 그이기에 다음 행보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허지원은 소속사를 통해 “‘보이스2’에 잠깐 나왔음에도 많은 시청자가 기억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며 “앞으로도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웃음으로 간 맞추는 넉살꾼
‘김비서가 왜 그럴까’ ‘너의 결혼식’ 강기영

한밤중 난데없이 ‘경솔하다’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른 날이 있다. 이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박유식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말이다. 박유식은 누구에게도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이영준(박서준)과 마음을 나누는 유일한 친구이자, 이영준과 김미소(박민영) 사이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적으면 한 회에 한 신, 많아도 다섯 신 가량밖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차고 넘치는 ‘경솔한 매력’을 뽐내며 드라마의 웃음을 책임졌다. 박유식 역을 맡은 강기영(35)은 2015년 ‘오 나의 귀신님’, 2016년 ‘W’ 등의 드라마에서 코믹한 연기로 극에 없어서는 안 될 감초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 개봉한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발랄한 매력의 옥근남 역으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같은 듯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사실 그의 전매특허인 유쾌한 연기가 빛을 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2014년 tvN 드라마 ‘고교처세왕’ 오디션장에 아이스하키 선수 복장을 하고 가거나, 영화 ‘목욕의 신’ 오디션장에서 바지를 벗는 무모함으로 합격을 따낸 건 얄궂게도 이 무명의 시간이 그의 멘탈을 단단하게 만든 덕분이었다. 강기영은 9월 방영되는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다시 한 번 시청자의 눈길 사로잡기에 나선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나는 그저 작가님들이 잘 차려주신 밥상에 포크만 올리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박유식이나 옥근남 모두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친근한 모습을 지녔기에 많은 분들이 편하게 이입해주셨던 것 같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현장을 이끌어주신 감독님들과 스태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기획 김지영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유본컴퍼니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AM스튜디오 본팩토리 화앤담픽처스 IHQ 메가박스플러스엠 tvN 드라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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