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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du-Tour for Family

독특한 자연 지형, 오래된 건축물을 따라간 여행

글&사진 · 남기환 여행작가

2015. 06. 09

여행을 떠나더라도 아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 부모들의 솔직한 바람이다. 어른들은 활력을 되찾고 아이들은 자연스레 세상에 대한 눈을 키울 수 있는 여행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문가가 추천하는 최고의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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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1.

경이로운 한국의 자연 지형을 찾아서


한라산의 신비로움과 조우

제주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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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오름은 그 수의 방대함과 독특한 생김새, 생태 등의 면에서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기생화산이다.

제주도는 1백2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겼으며 그 중심 화산이 한라산이다. 한라산이 활발한 분화 활동을 하던 그 옛날, 불길이 이리저리 흩어지며 ‘터져 나올’ 곳을 찾다가 작은 분화구를 이루거나 솟아오르면서 제주의 독특한 지형 하나를 더 만들어냈다. 바로 오름이다. ‘기생화산’이라는 학술적 명칭이 있긴 하지만 제주의 그것은 ‘오름’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친숙하다. 오름은 제주 말로 ‘작은 산이나 언덕’을 의미(혹은 산을 뜻하는 옛 몽골어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한다.



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깊은 분화구 가운데 삼나무가 요새처럼 둘러진 아부오름, 완만한 등산을 즐기듯 천천히 올라가면 분화구와 탁 트인 제주의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지는 용눈이오름, 신비롭고 다양한 풍경을 선사하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의 물찻오름 등은 제주도에서 특별히 시간을 내 둘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 드라이브 길로 유명한 1112번 도로에서 접어든, 선계에 들어선 듯 고요한 사려니숲길을 따라가다 작은 숲길로 뻗어 들어가 만나는 물찻오름은 때죽나무 군락을 지나 짙은 숲이 뿜어내는 묘한 기운과 분화구에 생성된 호수의 경이로운 풍경까지, 비경 중의 비경을 품고 있다. 물찻오름은 6년간의 보호 기간을 끝내고 오는 6월 30일 이후 탐방객들에게 개방된다. 한여름에 물찻오름을 찾게 된다면 완만한 오르막을 20여 분 따라가는 동안 숲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에 답답했던 머릿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될 것이다. 정상에 서면 역시 울창한 숲 저 아래로 찰랑거리는 수면의 분화호가 보인다. 수변까지 걸어 내려가 가까이, 그러니까 분화구의 중심으로 내려가 이 장관을 눈에 담는다면 그간의 수고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황홀경을 맛보게 될 것이다.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는 분화구를 덮은 숲과 하늘을 조용히 반영하고, 맑은 새소리가 그 고요함을 오히려 더 깊게 한다. 물찻오름을 탐방할 때는 뱀을 조심하길. 워낙 숲이 우거지고 습기가 많은 데다 오래도록 사람의 출입이 통제됐던 터라 각별히 유의해야 할 듯하다.

제주 여행 및 오름 정보 www.jejutour.go.kr

대자연이 만든 완벽한 S라인과의 만남

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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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육지를 파고 들어온 지형을 보통 ‘만(灣)’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 남해안은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만이 잘 발달됐을 뿐만 아니라 그 굴곡의 다이내믹함이 다양한 식생과 독특한 생활환경을 형성해왔다. 거대한 만을 이루면서, 동시에 연안 습지의 독특한 풍광과 자연 환경을 갖춘 대표적인 곳이 바로 순천만이다.

순천만이라고 하면 순천시 남부의 해안 지대 전체를 일컫는데, 강물을 따라 바다에 이른 토사와 유기물이 풍부한 해안 생태계를 아우르는 갯벌이 된 면적만 22.6㎢에 이른다. 이 순천만 일대에서 보통 ‘순천만 갈대 습지’로 알려진 오늘의 목적지는 순천의 동천 이사천, 해룡천이 합류한 지점에서 순천만 갯벌까지의 5.4㎢에 이르는 거대한 갈대 군락이다. 2006년 1월 20일 국내 연안 습지로는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됐으며,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꼽힐 만큼 생물학적, 지형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누구나 이 순천만 갈대 습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돼 있는데, 갈대 습지 사이로 난 데크를 따라 걸어가며 스치듯 너울대는 갈대를 손끝에서, 두 눈 가득 체험할 수 있다. 갈대숲 사이사이 드러난 갯벌을 유심히 살펴보면 작은 게들의 꼬물거림 정도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곳 순천만 일대는 유일한 흑두루미 도래지이자 검은머리갈매기와 혹부리오리의 세계적인 서식지라고 하니 그 생물학적 가치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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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원형의 갈대섬이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순천만 연안 습지의 풍경.

이 풍성한 갈대숲 사이를 천천히 걸은 뒤 용산전망대까지 오르면 다양한 사진과 화면에서 만났던 환상의 ‘S라인’을 보게 될 것이다. 갯벌 사이를 유려하게 흐르는 좁은 해로가 저 먼 바다로 향하는 동안 만들어낸 장관에 더해 원형의 갈대섬이 점점이 떠 있는 순천만 연안 습지의 풍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신비로움으로 가득해 전망대에 선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자연생태공원에서 용산전망대까지는 곧장 걸어도 20분이 더 걸리고, 약간의 오르막도 감수해야 하니 한여름에 찾는다면 차가운 생수를 챙기는 것이 좋다. 또한 연안 습지 좀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다면 소형 유람선인 생태체험선에 오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참고로 올해 4월 1일부터는 생태 보존을 위해 하루 입장객을 1만 명으로 제한하고,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고 있으니 특히 주말을 이용해 찾는다면 꼭 예약해두길 권한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www.suncheonba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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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한반도에서 만난 거칠 것 없는 지평선

김제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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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며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하늘과 넓은 땅에 보는 이의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김제평야와 진봉 망해대에서 바라본 낙조.

우리 땅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김제평야다. 김제평야는 전북 김제를 비롯해 부안과 전주, 정읍 일대까지 너르게 펼쳐져 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바다로 긴 몸을 뒤척이며 나가는 동안 비옥하고 너른 충적지대와 구릉을 만들어두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김제와 부안 등을 중심으로 근현대에 들어서 간척 사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더 넓은 평야를, 오늘 우리가 기대하고 떠나는 지평선의 풍경까지 완성하게 됐다.

김제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좌우 막힘 없이 탁 트인 평야에 들어서게 된다. 특히 부량면으로 향하는 반듯한 직선로인 벽골제로를 따라 차를 타고 달리면 한참이나 펼쳐지는 좌우의 똑같은 풍경에 두 눈이 시원해진다. 김제 죽산면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 광활(廣活)면에 이른다. ‘막힌 데 없이 넓게 트인’을 뜻하는 광활(廣闊)과는 한자를 달리하지만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광활함은 진봉면 일대에 접어들면 시원스레 펼쳐진 들녘에서 더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

김제평야의 진가를 ‘새의 시선’으로 보고 싶다면 진봉산 정상에 있는 ‘진봉 망해대’ 혹은 ‘망해사 전망대’로 오르길 권한다. 산은 멀고 하늘은 땅과 맞닿아 있는 김제 지평선을 가장 또렷이 볼 수 있는 최고의 뷰 포인트다. 전망대에 오르면 자로 잰 듯 반듯한 농토가 카펫을 펼쳐놓은 것처럼 시원하게 펼쳐진다.

김제는 330년경 백제인들이 지었다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저수지인 ‘벽골제’의 유적과 흔적이 남아 있는 대표 농경지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와 농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벼고을테마파크’가 조성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들러보기 좋다.

김제 여행 문의 063-540-3031~6, culture.gimj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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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머금고 영근 새하얀 소금 알갱이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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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햇볕에 증발하면서 생기는 소금 결정은 멀리서 보면 하얀 눈꽃처럼 아름답다.

요리는 물론이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미네랄의 공급원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소금이 얻어지는 방식은 다양하다. 바다였던 지역이 솟아오르거나 땅속에 가라앉아 소금을 광석 캐듯 채취하는 암염이 있는가 하면, 염호의 담수가 증발해 소금이 되기도 하며, 바닷물을 가두어 소금 결정을 거두기도 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염전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은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량이 세계 그 어느 소금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염전의 위치는 갯벌의 분포와 비슷하다. 이는 해안 가까이 너르고 평편한 땅에 간만의 차가 클수록 바닷물을 쉽게 가두었다가 증발시킬 수 있는 장점 덕분이다. 인천과 경기 서해안, 충남 서해안, 그리고 전라남 · 북도의 해안과 여러 섬들, 경남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염전이 고루 발달했다.

염전은 사방 막힘 없이 탁 트인 풍경과 잔잔한 바닷물을 가둬 강렬한 햇빛을 반사하는 독특한 구조로 돼 있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바닷물을 가둬 소금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듯하지만 물을 가두는 저수지, 그 물을 태양열에 의해 증발시키는 증발지, 어느 정도 증발된 물에서 소금 결정체를 얻는 결정지 등 천일염을 얻는 단계에 따라 구분돼 있다. 널찍한 고무래로 바닷물을 밀어 모으는 풍경은 결정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결정지의 찰랑찰랑한 바닷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얗게 응고돼가는 예쁜 소금 결정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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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증도면의 태평염전은 전통 염전이면서도 관광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잘 갖추고 있다. 소금을 직접 걷어 보는 체험뿐만 아니라 소금박물관을 둘러보며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지역의 소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북 부안의 곰소 염전은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과 부안 여행을 겸해 들러보기 좋다. 별도의 체험 프로그램은 없지만, 곰소항 젓갈 시장을 둘러보며 이 젓갈을 만들어낸 천혜의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염전은 일조량 때문에 3월부터 10월까지만 운영되니 참고할 것.

태평염전과 소금박물관 문의 061-275-0829 www.salt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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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2.

역사적인 건축물을 찾아서


조선 전통 건축 양식과 절묘한 물돌이 마을을 한눈에

안동 하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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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하고 정갈한 조선시대 한옥과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안동 하회마을.

경북 안동은 조선시대 마을 구조가 생생히 살아 있고, 그 안을 가득 채운 전통 가옥들, 그리고 마을 주변의 이색적인 지형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 건축 여행지다. 풍산 류씨가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인데, 낙동강이 흐르며 마을을 감싸 돌아나가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지형 덕분에 ‘물이 돌아 흐른다’는 뜻의 ‘하회’라는 마을 이름을 얻게 됐다.

하회마을은 6백여 년에 걸쳐 옛 한옥과 전통문화를 잘 보존해온 덕분에 한옥과 초가를 포함, 마을 내에 총 1백27채 옛 가옥이 있으며, 이 가운데 12채 가옥이 보물이나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이 유서 깊은 마을에서 겸암 류운룡과 서애 류성룡 형제 등을 비롯해 여러 학자와 관료, 선비들이 배출됐으며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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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둘러보는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하회마을에서 특별히 둘러볼 만한 주요 가옥은 양진당, 충효당, 북촌택, 원지정사, 빈연정사, 겸암정사, 남촌택, 주일재 등이다. 특히 북촌택은 많은 이들이 꼭 찾는 고택인데, 1797년 처음 세워져 1862년 제 모습을 갖춘 뒤로 2백여 년의 세월을 흐트러짐 없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사랑채 누마루에 앉으면 하회마을을 둘러싼 풍경들인 정면의 화산, 북쪽의 부용대와 낙동강, 그리고 남산과 병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회마을을 조금 벗어나도 고택의 미를 살펴볼 곳들은 즐비하다. 그 가운데 하회마을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절벽(부용대) 아래 지어진 옥연정사는 1576년에 집을 짓기 시작해 10년 만인 1586년 완성된, 약 4백30년의 역사를 지닌 고택이다. 이 집은 바로 최근 KBS 드라마 ‘징비록’으로 한층 더 주목받는 조선의 명재상, 서애 류성룡 선생이 마을에서 떨어져 독서를 즐기거나 손님을 맞기 위한 공간으로 쓰였다. 뒷문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절벽을 오르면 부용대에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이 하회마을을 끼고 돌아나가는 장관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하회마을 여행 www.hahoe.or.kr

옛 ‘대학생’들의 삶 속으로 한 걸음!

영주 소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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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서원은 지방의 유생이 학문을 닦고 교양을 쌓는 공간이자, 선대의 현인들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그리고 때로는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진 뒤 지방에 머물며 훗날을 도모하는 곳 등 매우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었다. 이런 서원들에는 우리나라 유학의 역사뿐만 아니라 전통 건축의 구조와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 이 서원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떠난 여행의 목적지는 경상북도 영주의 소수서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기도 하니 그 의미도 사뭇 크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은 사과로 유명한 영주에서도 특히 손꼽히는 사과 산지다. 봄이면 소수서원으로 향하는 길 좌우의 새하얀 사과꽃이, 가을이면 탐스럽게 영그는 사과의 풍경이 늘 함께한다. 조선시대 서원은 지방 유생들, 특히 과거에 응시하려는 선비나 학문의 깊이를 더하려는 지방 선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는데, 풍기 군수 주세붕이 1542년 8월 성리학자 안향을 기리는 사당을 만드는 것에서 비롯됐다. 안향은 우리나라에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인물인자, 이곳 순흥면 출신이었다. 1543년 사당이 완공된 후 동쪽에 ‘백운동서원’을 세워 교육 기관의 기능까지 더했다. 그러다가 1548년 10월 풍기 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이 명종에게 서원의 재정적, 학문적 지원을 요청하면서 ‘소수’라는 이름을 하사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 서원’이 됐다.

전형적인 전통 기와집들이 오밀조밀 자리한 서원으로 들어서면 고택의 정취가 묵직하게 퍼져 나온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강의가 진행됐던 명륜당을 만나고, 교수의 숙소인 일신재와 직방재, 유생의 기숙사이자 공부방 구실을 했던 학구재, 지락재 등이 이어진다. 또한 도서관이던 장서각, 제수를 차리던 전사청 등도 있는데, 구조와 규모 등에서 당시의 삶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곳들을 두루 둘러보며 옛 선비들이 서원을 거닐고, 책을 읽는 등 마치 드라마 속 장면 같은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세월 탓이겠지만 대들보의 빛이 바래고 너무나 소박하게 지어진 숙소는 검박하게 살며 공부에 전념했던 ‘진짜’ 선비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멀리서 개천의 물소리가 낮게 스며들고, 서원으로 들어서기 전 거쳤던 울창한 노송숲의 새들 소리가 오히려 고요함을 더하는 이곳 소수서원은 일부러라도 천천히, 마치 옛 선비들의 걸음을 흉내 내듯 거닐면서 기와 한 장, 툇마루 한쪽에 내려앉은 오랜 세월을 매만져보기에 좋은 곳이다. 또한 머지않은 곳에 이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던 고택들을 모아 마을로 꾸민 ‘영주 선비촌’이 있다. 고택을 둘러보는 것 외에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과 민속 공예 체험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시간이 마련돼 있다.

소수서원과 선비촌 여행 www.seonbich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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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원에는 우리나라 유학의 역사뿐 아니라 전통 건축의 구조와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 2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영주 선비촌.



6백 년 학문의 전당이 품은 깊이와 위엄을 마주하며

장수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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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당

서원과 더불어 조선시대 지방에서 유생들의 고등 교육을 담당하던 기관은 향교였다. 넓게 봐서 같은 기능을 담당하다 보니 향교와 서원은 서로 닮은 듯 다른 듯 구분이 쉽지 않다. 본격적인 향교 여행을 떠나기 전 이 둘의 차이를 미리 알아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우선 지방 유생의 교육과 선현의 제사라는 점에서는 두 곳이 동일하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향교는 공립 교육 기관으로 지방의 주요 행정구역마다 세워졌다는 점이다. 또한 향교가 지역의 중심지에 자리했다면, 서원은 한적하고 주변 풍광이 좋은 곳에 임의로 세워졌다. 지금도 전주와 강릉, 경주 등 많은 도시들에 ‘교동’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바로 향교가 있던 곳을 뜻한다. 향교에서 제사 지내던 선현은 나라에서 공식 지정한 이들에 한했던 것과 달리, 서원은 따로 학문과 덕망이 높은 학자를 정해 제사 지냈다. 건물의 구조도 서원이 자유롭게 배치, 구성했던 데 반해 향교는 건물의 배치와 구성이 거의 일률적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많은 향교 중 추천할 만한 곳은 전북 장수 읍내의 장수향교다. 장수군청 뒤편, 장수초등학교와 담 하나를 두고 이웃한 장수향교는 태종 7년(1407)에 선창리 당곡에 지어졌다 지금의 자리로 옮겨진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향교다. 명륜당과 동재, 서재를 다 짓는데 15년이나 걸렸으니 규모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마비와 홍살문을 넘으며 6백 년 된 이 ‘대학’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소박하나 부분부분 장식성이 빼어난 부강문을 지나고 강의실로 쓰였던 명륜당을 비롯한 부속 건물을 먼저 만난다. 소박하면서도 단아하게, 큰 장식도 단청 마감도 없는 건물이 되레 고풍스러운 멋을 한껏 드러낸 명륜당은 마루 위에 기둥을 올린 독특한 공법으로 눈길을 끈다. 건축 당시 중국의 고관대작들 사이에서 인기 있던 건축 양식이라고. 그리고 수령이 5백 년은 족히 돼 보이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하늘을 가릴 듯한 기세로 풍성한 잎을 드리우며 명륜당과 대성전 사이 뜰에 서 있다. 여기에는 은행나무의 풍성한 열매처럼 학식을 풍부히 키우고, 성현의 말씀을 널리 알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니, 옛 선조들이 건물의 배치, 나무의 수종 하나하나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은행나무들 사이로 난 문을 지나 대성전에 들어선다. 정면과 측면 각 3칸의, 장수향교 제1의 건물인 대성전은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외관에 뭐라 말하기 힘든, 쉬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내뿜고 있는 인상이다. 건물 자체가 지닌 역사적, 예술적 가치 덕분에 이 대성전은 보물 제272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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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향교는 우리나라 현존하는 향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대성전은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장수향교에는 독특하게도 한 노비를 기리는 비각이 입구에 세워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전국의 많은 향교들이 불타 없어졌지만 홀로 목숨 걸고 왜장에 맞서 향교로 발을 들이지 못하게 했던 장일손을 기리고 있다. 왜장이 ‘성스러운 곳이니 침범하지 말라’는 글을 장수향교에 써 붙이고 갔다니 비록 노비의 신분이지만 선비들의 추앙을 받아 마땅했던 것이다.

장수향교 여행 장수군 문화관광 tour.jangsu.go.kr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시대의 유산들

군산 근대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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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곡창지대를 끼고 있어 일제 시대 수탈의 중심에 섰던 군산. 지금도 군산 곳곳에 그 잔재들이 남아 있다.

1876년 강화도조약이 강제 체결된 후 인천과 목포, 마산 등 우리나라의 여러 해안 도시들은 일제의 편의에 의한 강제적인 근대화의 길을 걷게 됐다. 23년 뒤, 전북 군산 역시 이러한 외세의 파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지금까지 폭넓게, 그 어느 도시들과 비교해도 뚜렷하게 도시 곳곳에 남아 있어 한국의 근대문화유산 여행 1번지로 손꼽히고 있다.

수탈의 거점이던 군산 내항을 중심으로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1900년대 초 · 중반의 일본식 근대 건축물이 내항 일대인 장미동과 월명동, 신흥동, 해방동, 금광동에 조밀하고 넓게 분포하고 있다. 1922년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한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시작으로, 일본 18은행 군산지점, 옛 군산세관, 그리고 옛 미곡 창고를 복원한 ‘장미공연장(藏米公演場)’과 옛 일본 업체였던 미즈상사가 쓰던 건물을 복원한 미즈카페 등이 거리 전체에 근대풍의 멋스러움과 독특한 미감을 전한다. 군산 근대문화유산 여행에서 꼭 알아둬야 할 이름이 바로 나카무라 요시헤이다. 아르누보 양식과 로마네스크, 그리고 러시아풍 서양식 근대 건축 양식을 고루 받아들여 일본과 당시 조선, 만주 등에 특이한 분위기의 공공 건축물들을 설계하거나 시공한 인물이다. 서울에서도 그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은데, 한국은행 본점, 덕수궁박물관, 천도교 중앙대교당, 서울 중앙고등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내항 일대를 벗어나면 공공건물보다 일본식 살림집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영화 ‘타짜’에서 평경장의 집이자 고니가 도박을 배운 공간으로 등장한 신흥동 일본식 가옥(흔히 히로쓰 가옥이라 불리는)과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그리고 그 이름과 쓰임은 정확지 않지만 식당이나 카페 등으로 개조돼 여전히 사용되는 옛 근대식 가옥과 창고 건물 등이 무시로 시야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군산 원도심 전체가 거대한 근대 건축 박물관이라 해도 좋겠다. 도심을 벗어나도 임피면의 옛 역사(驛舍)와 발산면의 일본인 농장주 금고 등 관련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앞서 둘러본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현재 군산근대건축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군산의 개항과 수탈의 역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시를 채웠던 많은 건축물들이 생생한 멀티미디어 자료와 모형 등으로 전시되며, 아직 흔적이 남은 당시 건축물의 이국적인 내부를 더불어 감상할 수 있다. 독특한 미감을 전달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 의미와 사연을 따져볼수록 한결같이 마음이 편치 않다. 군산으로의 근대문화유산 여행은 두고두고 우리의 아픈 역사를 짚어보는 생생한 현장으로 의미 있을 것이다.

군산 근대문화유산 여행 군산 문화관광 tour.guns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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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 유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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