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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스 카야의 교훈

터키 유생? 불륜 유부남?

글·김유림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5. 01. 07

터키 출신 방송인 에네스 카야의 ‘총각 행세 사건’으로 여론이 뜨겁다.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 출연자들에 대한 자질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방송인 전성시대를 맞아 지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

에네스 카야의 교훈
jtbc ‘비정상회담’에서 ‘터키 유생’으로 불리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에네스 카야(31)가 ‘불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방송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인기를 모은 그였기에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지난 11월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에네스 더 이상 총각 행세 하지 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해당 글의 게시자는 유부남인 에네스 카야가 그동안 총각 행세를 하며 많은 여성들을 만났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자신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음성 녹음 파일 등을 공개했다. 이후 또 다른 여성은 한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도 에네스 카야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서 이 여성은 “메시지를 보면 알겠지만 (누가 봐도) 연인 관계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고, 성관계도 있었다. 자기는 바람도 안 피우는 사람이라고 말을 하는데 어떻게 결혼했다고 상상할 수 있겠나”라며 분노했다. 또 이날 방송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음성 파일과 에네스 카야의 음성이 일치한다고 전했다.

충격적인 소식이 알려진 후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침묵하던 에네스 카야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뒤늦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수위 높은 말을 했고, 환대에 취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는 순간도 있었다”라고만 할 뿐, 여성들과의 교제 사실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사과문은 대중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까지 에네스 카야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10여 명으로, 이들은 SNS 단체 대화방에서 사건의 진행 방향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의 여파는 비단 에네스 카야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비정상회담’ 나머지 출연자들을 포함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방송인들까지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외국인 출연자들의 이미지를 어디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고, 그들의 자질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에네스 카야가 터키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터키 남자들은 원래 그런가?’하는 부정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생겼다. 실제로 터키는 이슬람교를 기반으로 하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한 나라로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터키의 남녀평등지수는 조사 대상 1백36개국 중 1백20위를 차지했으며, 얼마 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남자와 여자를 평등하게 여기는 건 본성에서 어긋나는 일”이라고 발언해 세계 여성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도덕적 검증에 대한 의지 부족이 문제



다시 에네스 카야 개인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여성들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그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사태의 책임은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그를 방송에 기용한 제작진에게도 있다. 사생활로 논란을 빚은 외국인은 에네스 카야뿐만이 아니다. 2011년 Mnet ‘슈퍼스타K3’ 출신 미국인 크리스 고라이트리는 다수의 여성과 염문설을 뿌렸고 한국인 여자친구로부터 3천여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귀여운 외모와 사투리로 사랑받은 미국인 비앙카 모블리는 2013년 대마초 흡연 사실이 발각되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따라서 이 같은 사례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외국인 방송인에 대한 철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따지고 보면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세계가 그리 넓지 않다. 그들의 커뮤니티 안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 관찰하고 주변인들의 평판을 들어보는 과정이 필요한데, 도덕성 검증에 대한 제작진의 의지가 부족한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외국인들의 활약이 하나의 방송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일회성 화제 몰이가 아닌 진정성 담긴 방송 콘텐츠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비정상회담’의 경우 처음에는 외국인들의 의식 있는 발언과 미처 알지 못했던 각국의 문화를 소개해 참신했는데, 최근에는 인기 있는 외국인들의 ‘우리말 향연’으로만 흥미를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디자인·김석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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