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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CEO 팀 쿡 커밍아웃 효과

글·김지영 기자|사진·뉴시스AP 제공

2014. 12. 01

“내가 게이인 게 자랑스럽다.” 애플 CEO 팀 쿡이 10월 말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해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커밍아웃은 동성애자와 아이폰, 그리고 경쟁사인 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 CEO 팀 쿡(54)이 10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공개했다. 팀 쿡은 기고문에서 “내 성적 성향을 단 한 번도 부인한 적이 없지만,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적도 없다”면서 “나는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이를 신이 내게 준 훌륭한 선물 중 하나로 여긴다”고 밝혔다.

그는 “동성애자로 살면서 성 소수자로 지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다른 소수자들이 매일 어떤 도전에 부딪히는지도 알 수 있었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다른 소수자들의 고충에 더 공감하게 됐고, 풍부한 삶을 살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 “때때로 힘들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 자신으로 살고 내 길을 따르며 역경과 편견을 넘어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고백에 지지와 호평, 판매 돌풍 이어져

이후 그의 갑작스러운 동성애자 선언을 둘러싸고 배경과 취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자 그는 “애플 CEO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이나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 공공연히 동성애를 지지해왔다. 지난해 12월 그가 모교인 앨라배마주 오번대에서 강연 도중 “이제는 인간 존엄의 근본적 원칙에 대해 법률로 명문화할 때”라고 강조하며 동성애자의 권리 보장을 역설한 일화는 유명하다. 10월 27일에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그의 고향 앨라배마주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팀 쿡의 동성애자 선언은 자발적 커밍아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 기업의 CEO가 동성애자라고 고백하는 것은 회사 이미지와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BP CEO였던 존 브라운은 기업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감췄던 자신의 성적 정체성이 1997년 한 타블로이드 신문의 보도로 알려져 사회적인 치명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성 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당당히 커밍아웃한 팀 쿡에게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진정한 용기와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포춘’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그의 동성애자 선언을 높이 평가해 그사이 달라진 기업 문화와 사회적 인식을 체감케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팀 쿡의 커밍아웃이 기독교, 천주교 문화권과 아랍권 국가의 소비자들에게 애플 제품에 대한 반감과 이질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애플 주가는 팀 쿡이 커밍아웃한 10월 30일 소폭 하락했다. 반면 증시 전문가들은 그의 커밍아웃이 애플 이미지나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9월 19일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일본 등지에서 출시 사흘 만에 1천만 대를 팔아치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10월 31일 공식 판매를 시작한 국내에서도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인 삼성과 팀 쿡의 커밍아웃을 소재로 한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이 임원들에게 커밍아웃을 독려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팀 쿡의 커밍아웃 효과,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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