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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우리가 모르던 얼짱 변호사 임윤선

글·김유림 기자|사진·박해윤 기자

2014. 04. 15

‘노홍철의 소개팅녀’로 방송에서 처음 얼굴을 알린 뒤 각종 퀴즈쇼에서 활약하며 유명인이 된 임윤선 변호사. 냉철하고 도회적인 이미지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로망, 연기 열정이 있다.

우리가 모르던 얼짱 변호사 임윤선
똑똑하고 예쁘기까지 한 엄친딸 임윤선(36) 변호사를 만나러 가는 길, 왠지 ‘어려운 사람’일 것 같다는 편견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를 만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금세 사라졌다. 각 잡힌 정장 대신 선택한 헐렁한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새도 그렇고, 솔직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말솜씨에 오히려 친근감이 들었다.

2009년 SBS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노홍철의 소개팅녀로 출연해 처음 얼굴을 알린 임 변호사는 2011년 백지연, 문정희와 함께 tvN 모닝 토크쇼 ‘브런치’ 공동 MC를 맡았다. 이어 2012년에는 박명수, 아이유가 진행을 맡은 MBC ‘최강연승 퀴즈쇼 Q’에 출연, 한국 퀴즈쇼 사상 최고액인 3억원을 상금으로 받아 전액을 기부해 큰 화제를 모았다. 또 올 초 방영된 tvN ‘더 지니어스2’에 출연해 비록 5회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뛰어난 두뇌와 처세술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에는 ‘박근혜 키즈’로 유명세를 탄 이준석 의원과 함께 채널A 시사토크쇼 ‘신문 이야기 돌직구 쇼’(이하 ‘돌직구’) 공동 MC를 맡고 있다. ‘돌직구’는 MC 포함 5명의 출연자가 매일 아침 8개 일간지 주요 기사를 소개하며 각자의 시선으로 기사를 풀이하는 프로그램으로, 채널A 김진 기자와 신완수 전 SBS PD, 허문명 동아일보 오피니언팀장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3월 중순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임윤선 변호사는 첫 방송 전날 수면 유도제를 먹고 겨우 잠이 들었을 정도로 긴장감에 시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생방송이다 보니 조심스럽기도 하고, 뭔가에 생각이 꽂히면 잘 헤어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잠을 많이 설쳤어요. 사실 요즘 하루하루가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에요. 아침에는 생방송을 위해 새벽 5시 반부터 신문을 펼쳐 방송 발제거리를 찾고, 오후에는 재판 때문에 바쁘고, 저녁에는 10시까지 연극 연습을 하거든요. 밤에 자려고 누워도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감과 긴장감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너무 무리한 스케줄인가 싶지만,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라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정말 즐거워요(웃음).”

우리가 모르던 얼짱 변호사 임윤선
그의 입에서 ‘연극’이란 단어가 나오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변호사와 연극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닌가. 그의 뜻밖의 고백에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연극 얘기로 흘렀다. 그가 연극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중학교 때부터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한 임 변호사는 중학교 때 연극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고등학교 때는 연극 동아리를 직접 만들었고, 대학교 때는 입학식 날 가장 먼저 연극 동아리방으로 달려갔을 정도로 연극을 좋아했다.



“처음 방송 제안이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어쩌면 다시 무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유명인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주목받고자 방송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한때 접어뒀던 연기 열정을 이제라도 다시 불태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결국 3년 전 방송과 변호사 일을 병행할 수 있는 로펌으로 옮겼어요(웃음). 사실 그 전까지는 변호사 생활이 미치도록 싫었는데, 방송을 병행하다 보니까 본업도 즐거워요.”

이루지 못한 ‘첫사랑’ 연극

얌전한 모범생인 줄로만 알았던 그에게 이런 열정이 숨어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요즘 그를 보며 “이제야 물 만난 물고기 같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임윤선은 연극을 ‘첫사랑’과 같다고 말했다. 가질 수 없었기에 아련하고 세월이 흐를수록 미련이 남는. 한때 그는 모든 걸 버릴 각오로 무작정 첫사랑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변호사 1년 차 때였는데 재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을 해서 그날 당장 오디션이 있는 극단을 찾아갔는데 덜컥 합격을 한 거예요. 다음날 극단 대표와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약속까지 했지만 결국 그 자리에 안 나갔어요. 고액 연봉이 주는 안락함과 열정을 선뜻 맞바꿀 수는 없었거든요. 또 변호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 일로써 어느 정도 기반을 쌓은 뒤 외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극단 대표님께 죄송해요.”

우리가 모르던 얼짱 변호사 임윤선

지난해 유럽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 임윤선 변호사. 그곳에서 그는 더욱 창조적이고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 후에도 문득문득 연극에 대한 미련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비겁한 자신에 대한 원망이 뒤섞였다. 그런 간절함 덕분인지 결국 그는 오는 4월 그토록 기다리던 첫사랑과 조우한다.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화가 나혜석’ 무대에 오르는 것. 프로 연기자 데뷔를 앞두고 요즘 그는 밥을 굶어도 배부를 만큼 흥분 상태라고 한다. 연극 출연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그와 함께 탭댄스를 배우던 중년의 연극배우가 자신의 남편이 연출하는 작품에 그를 적극 추천한 것. 임윤선은 이번 연극에서 내레이터 겸 기자 역할로 분한다. 연극은 4월 4일부터 6일까지 공연된다.

“저와 가장 친한 언니가 탤런트 송일국 씨 아내인 정승연 판사인데, 어느 날 부부가 탭댄스를 열심히 배우러 다니더니 저한테도 잘 맞을 거라면서 한번 배워보라고 권하더라고요.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났고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어요. 처음엔 비중이 큰 역할인지 모르고 덥석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대본을 보니 주인공 다음으로 비중 있는 역할이라 부담이 커요. 그래도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인 만큼 최선을 다해야죠.”

자칭 ‘강남 좌파’ ‘탐미적 인문주의자’

‘차도녀’ 이미지와 달리 임윤선 변호사는 충남 충주 시골 마을 출신이다. 한 학년에 2개 반밖에 없는 작은 학교를 다녔는데, 그의 집은 전교에서 몇 안 되는 농사를 짓지 않는 가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의 교육열이 다른 집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네 딸 중 셋째인 임윤선은 어려서부터 뭐든 잘하는 팔방미인이었다. 공부는 물론이고 글짓기, 웅변, 연극 등 다양한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 상을 휩쓸었다. 임 변호사는 “시골 학교다 보니 조금만 잘해도 금방 눈에 띄었다. 어려서부터 많은 대회에 나가서인지 무대에서의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즐기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충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불어교육과에 진학했다. 사법시험은 그의 인생에 있어 당연한 코스였다.

“삼촌이 검찰청에 계시기도 했고, 사법시험을 보길 원하는 부모님의 뜻에 당연히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닌 척해도 제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모범생이거든요. 어쩌면 망언이라 할 수도 있는데(웃음), 솔직히 시험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어요. 도서관에 제일 늦게 와서 제일 일찍 가는 아이로 유명했죠. 나중에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하는 말이, 저는 분명 떨어질 줄 알았대요(웃음). 물론 합격 등수는 좋지 못해요. 아마 제가 문 닫고(끝으로) 들어왔을걸요. 하하. 타고난 머리는 조금 좋았는데 항상 노력이 부족했어요. 치열하게 사는 걸로 따지면 오히려 지금이 최고죠.”

2005년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일정 부분 기득권에 편승해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편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의식은 ‘강남 좌파(진보적 이념을 지닌 고학력·고소득층)’로 기울었다. 과거 tvN ‘브런치’ 진행 시 방송에서 이런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 방송이 나간 뒤 한 일간지에서 ‘강남 좌파’ 특집으로 인터뷰를 요청한다면서 어디에 사냐고 묻기에 용산(동부이촌동)이라고 했더니 좀 난감해하셨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사실 전 겉과 속이 좀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의식적으로 제 자신을 일정 틀에 가둬두려는 마음이 있는 한편, 내면의 화두는 언제나 인간과 사랑이거든요. 끊임없이 연극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자칭 ‘탐미적 인문주의자’인 임윤선은 지난해 가을 보름간 혼자 유럽을 돌며 그동안 삶에 치여 누리지 못했던 또 다른 행복감을 맛봤다고 한다.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찬란한 유물들 사이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고. 무엇보다 오로지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시간들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예술가들이 신과 인류에 바친 거대한 문화, 예술을 보면서 나도 더 치열하고 창조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핑크빛 무드는 없었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그는 “상대에게 내 나이가 미안해서 서른둘이라 속이고 밥 한 번 먹은 적은 있다”며 까르르 웃었다.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 다이어리’ 출연 후 당시 소개팅남이던 노홍철과는 1년에 한 번 정도 식사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홍철의 여자’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 그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자체가 내 인생의 오점”이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걸 계기로 방송을 하게 됐고, 다양한 삶을 살게 됐으니 고마운 오점”이라고 정정했다. 현재 남자친구는 없다.

“나이 들수록 결혼이 어려워요. 저처럼 자아가 강한 여자는 더 그런 것 같아요(웃음). 그동안 조건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는데 사랑 없이는 결국 안 되더라고요. 사실 서른두 살 쯤에 헤어진 사람이 있는데 그 뒤로 1년 가까이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다가, 나중에 주변을 돌아보니 웬만한 사람들은 다 결혼하고 없더라고요. 하하. 밤에 잠이 잘 안 올 정도로 결혼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린 적도 있지만 지금은 ‘어차피 늦은 거 나이에 지지 말자’로 생각을 바꿨어요. 그랬더니 훨씬 마음이 여유롭고, 사랑을 갈구하는 제 모습이 좋아요(웃음).”

본업에 충실하되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임윤선 변호사. “방송 욕심이 있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처럼 앞으로 ‘방송인 임윤선’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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