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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보통 사람 방송 출연 잔혹사

無검증·악마의 편집·신상 털기…

글·김유림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4. 04. 15

보통 사람에게 방송은 유명세를 얻는 발판인 동시에 비난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SBS ‘짝’ 자살 사건으로 돌아본 일반인 방송 출연의 명암.

보통 사람 방송 출연 잔혹사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던 커플 매칭 프로그램 ‘짝’은 출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결국 폐지됐다.

얼마 전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 출연자가 촬영 중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3월 5일 새벽 2시15분 ‘짝’을 촬영 중이던 제주도의 한 펜션 화장실에서 A씨(29·여)가 숨진 채 발견된 것. 촬영 분 분석 결과 A씨는 사망 전 2시간 20분 동안 화장실을 4차례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화장실 안에서 흐느끼는 장면도 포착됐다.

‘엄마 아빠 미안해!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 외에 불에 타 내용을 알아 볼 수 없는 메모지 한 장도 발견됐으며 현재까진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측이 “현재까지는 방송국에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힌 가운데, 고인의 장례식은 사건 발생 열흘 뒤에 치러졌다. 하루아침에 딸을 잃은 A씨의 부모는 “멀쩡했던 딸이 방송 출연 중 왜 힘들어했고 죽음까지 선택했는지를 밝히고 싶다”고 원통해 했다.

그의 돌연한 죽음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가 방송 출연으로 인해 느꼈을 심리적 부담감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프로그램 특성상 인간 본연의 감정인 사랑을 만인 앞에 공개해야 하고, 선택받지 못할 경우 느끼는 수치심과 비참함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는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짝’에 대해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SBS 측은 사건 직후 ‘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으로 일반인의 방송 출연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해 일반인이 참가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방송의 생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 출연자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개선하고 출연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제대로 검증 절차를 밟지 않고 무분별하게 일반인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풍토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 실제로 방송 출연 이후 신상이 털리거나 부적절한 언행이 문제가 돼 물의를 빚은 이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슈퍼스타K5’에서 ‘말더듬이’ 지원자로 감동을 선사했던 박모씨를 들 수 있다. 방송에서 그는 말더듬으로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절절한 사연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으나 방송 출연 이후 사기 및 횡령 혐의로 피소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제작진은 “사기 혐의 등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사안인 만큼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보통 사람 방송 출연 잔혹사

‘샤크라’ 출신 이은은 시아버지와 관련한 의혹으로 방송에서 중도하차했다.

SBS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룹 ‘샤크라’ 출신 이은 편에서 재력가로 등장했던 이은의 시아버지가 방송 출연 후 회사 경영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 ‘오마베’ 방송 후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이은의 시아버지가 운영하는 골프 리조트의 관계사이자 회장의 부인(이은의 시어머니)이 운영하는 회사가 빌라 인테리어 공사를 한 업체들에게 공사 대금을 부적절하게 지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에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들은 이은의 시아버지가 “리조트가 부도가 났으니 공사대금을 못 준다. 대신 골프장 이용 선불카드를 받아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오마베’ 제작진은 ‘시사매거진’ 방송 다음날 이은의 분량을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냈고 시청자들의 항의는 거세졌다. 결국 이은은 방송에서 하차했다.

논란 일 땐 땜질 처방,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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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인 더 시티’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일반인 방송 출연의 순기능이 약화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미국, 유럽의 방송을 보면 일반인의 방송 출연 비중이 매우 높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주는 진한 감동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방송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인의 경우 제작진의 의도대로 편집하기가 쉽고,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도록 출연자를 유도하는 경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통 사람 방송 출연 잔혹사

김그림

2010년 방송된 Mnet ‘텐트 인 더 시티’에서는 뚜렷한 직업도 없는 김모씨가 부모에게서 받은 용돈으로 수 억원대 명품을 구입한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맹공격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일부 네티즌이 “부모가 준 돈으로 호화생활을 한다면 증여세를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민원을 제기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대본을 읽었다”고 주장해 또 다른 파장을 낳았다.

자신의 촬영분이 어떻게 편집돼 방영될 지 예측할 수 없는 일반인 출연자들은 제작진의 일명 ‘악마의 편집’으로 네티즌들에게 맹공격을 당하는 2차 피해를 겪는다. Mnet ‘슈퍼스타K’는 매 시즌마다 편집 논란에 휩싸인다. 대표적인 예로 시즌2에 출연했던 김그림을 들 수 있는데 당시 그는 자신이 원하는 파트를 부르기 위해 함께 짝을 이룬 파트너와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이 방송된 후 생방송 무대인 Top12에는 포함됐지만 시청자 투표에서 최하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김그림 이후에도 신지수, 이지혜, 최태영, 예리밴드 등이 방송 편집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은, 편집으로 인한 논란이 또 다른 이슈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청률 상승 내지 프로그램 인지도 상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와 관련해 이문원 씨는 “‘신상털기’ ‘마녀사냥 ’등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한 독특한 문화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을, 또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절망을 안겨주기도 하는 게 방송인만큼, 일반인 출연자의 신중한 선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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