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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실패하지 않는 재테크 계획 짜기

멀리 보고 꼼꼼하게

글·홍수용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사진·REX 제공

2014. 02. 04

‘돈 모으기’라는 소원의 실패 확률이 높은 건 목표만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을 정해두지 않기 때문이다.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재테크 원칙을 정하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

Ⅰ맞벌이 주부의 내 집 마련 실전 플랜

실패하지 않는 재테크 계획 짜기
가정의 월수입이 7백만원 정도인 주부 김희원 씨의 소원은 ‘재테크로 돈 모아 전세 탈출하기’. 올해부터 매년 4천만원씩 5년 동안 모아 2억원을 만든 뒤 현재의 전세금과 합쳐 수도권 외곽에 아파트를 사는 것이다. 다달이 월수입의 절반 정도를 금융 상품에 투자해야 하고 그 투자에서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하는 힘겨운 목표다. 이런 큰 목표를 세워두고 여전히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계를 유지한다면? 5년 뒤까지 가보지 않아도 실패할 게 뻔하다. 그럼 어떤 단계를 밟아야 성공할 수 있을까.

1 당신의 재무 상황을 점검하라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할 때 투자성향 조사라는 걸 한다. 투자자들이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금융 상품에 덥석 가입해 피해 보는 것을 막고 개개인에게 알맞은 투자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서다.

재테크 계획을 짤 때도 자신의 상황과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당신의 재정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라. 3가지 질문을 해보면 된다.



① 당신이 세입자인데 집주인에게 준 보증금이 연간 총수입의 3배를 넘는가? (주택 소유자라면 통과)

② 다달이 부담해야 하는 대출이자가 한 달 수입의 40%를 넘는가?

③ 과거부터 이어온 투자 패턴을 유지하면 은퇴 시점에 도시근로자가구 연평균 소득의 10배(약 5억원) 이상 모을 수 있는가?

①번과 ②번 질문은 여유자금을 굴릴 만한 형편이 되는지 진단하기 위한 것이다. 집에 너무 많은 돈이 잠겨 있거나 빚이 과도한 상황이라면 주거 수준을 약간 낮추거나 부채를 줄이는 것부터 고민해야 한다. ①번과 ②번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새로운 투자 계획을 짤 때가 아니다. 가계의 외형을 줄이는 구조조정부터 할 때다. ①번과 ②번 질문 중 하나에만 해당한다면 적은 자금으로 위험이 크지 않은 재테크를 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③번 질문은 은퇴 후 최소한의 노후자금이 마련돼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5억 원은 부부가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소득의 절반 정도 되는 수입으로 20년 정도 살 수 있는 자금이다. 편안한 노후를 원한다면 젊을 때 고생을 더 해야 한다.

2 긍정적인 태도가 가장 중요

재테크를 하기에 앞서 자신이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금연에 실패하는 사람은 불만이 가득하다. 언제든 담뱃불을 붙일 수 있다. 재테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부정적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은 절대 첫 단추를 꿸 수 없을 뿐더러 어렵게 시작한 재테크 계획도 금방 포기하려 한다.

일본 전기전자업체 ‘내쇼날’의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당시 5백70여 개 계열사에 13만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자신이 3가지 복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했다. 가난한 복, 허약한 복, 못 배운 복. 대부분 콤플렉스라고 생각할 만한 단점들을 그는 복이라고 여겼다. 가난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부지런히 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천성적으로 약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학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가질 수 있었다고도 했다.

재테크를 하려면 과거에 매달리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내가 보유한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10년 전에는 얼마였는데…’ 하는 생각에 매여 있다면 현재와 미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매매 타이밍을 놓쳐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소신에 따라 투자하라’는 말과 맥이 닿아 있다. 스스로 확신하지 못한 채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라는 뜻이다. 스스로를 되돌아 봤을 때 꼭짓점에서 사고 바닥에서 팔았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과거에 연연하고 귀가 얇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보지 못하고 과거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거나 투자 상품의 본질적 가치와 상관없는 외부 요인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때 지레 겁먹고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았기에 후회를 하는 것이다. 자책할 필요는 없다. 태도를 바꾸면 될 일이다.

실패하지 않는 재테크 계획 짜기
3 재테크할 때 지켜야 할 원칙

가욋돈 3등분의 원칙


‘예상하지 못한 여윳돈이 생기면 3등분하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1월에 연말정산을 해서 ‘공짜’ 같은 느낌이 드는 환급금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수십만원에서 1백만원대 돈이 급여통장에 들어온다. 가욋일을 해서 부수입이 생길 수도 있고 기대하지 않던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돈 90만원이 생겼다면 30만원씩 나눈 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위해 3분의 1씩 배분하는 것이다.

과거를 위한 돈은 빚을 갚기 위한 자금이다. 빚이 한 푼도 없는 상태에서 재테크를 시작한다면 좋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으니 재테크를 하면서 갚아나가야 한다.

다른 30만원은 현재를 위해 쓰는 돈이다. 현재를 즐기지 않고 미래만 대비하는 재테크는 지속하기 어렵다. 자기계발에 투자하거나 재테크의 중간 목표를 달성한 자신에게 포상하는 의미로 평소 원하던 물건을 사는 것도 괜찮다. 나머지 30만 원이 미래를 위해 대비하는 자금이다. 적립식 펀드에 불입하는 게 좋다. 이런 ‘3등분 원칙’을 꾸준히 지키다 보면 빚은 줄고 저축은 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은 늘어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상금 주머니 채워두기

재테크에 실패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돌발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일을 상상해보라. 재테크 플랜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당장의 생활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펀드와 보험을 깨서 생활비를 충당하려 할 것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머니마켓펀드(MMF)처럼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에 돈을 넣어둬야 한다. 이율은 아주 낮지만 위기 상황에서 빼내 쓸 수 있는 자금이 월수입의 1.5~2배 정도 규모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존 재테크에 흠집을 내지 않으면서 다시 직장을 구하거나 마음을 다잡을 시간을 벌 수 있다.

무조건 묻어두진 않겠다는 원칙

재테크를 하다 보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때 빨리 원점으로 돌아오는 용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2006년 무렵 집을 샀던 사람 중 다수는 지금쯤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서울 요지의 아파트를 대출 2억원을 끼고 9억원에 산 A씨는 집 살 때 취득세와 등록세로 4천만원이 들었다. 대출금 2억원에 대한 이자만도 이미 3천5백만원 이상 들어갔다. 그는 집을 9억원에 산 게 아니라 9억7천5백만원에 산 셈이다. 이후 집값은 빠지기를 거듭해 최근에는 7억원 언저리다. A씨는 집을 팔라는 권유를 딱 한 차례 받았지만 본전 생각하다 때를 놓쳤다.

A씨는 두 가지 면에서 잘못했다. 먼저 집을 살 때 시장의 수요와 가격 전망을 정밀하게 진단하지 않았다. 또 이미 투입된 ‘매몰비용’에 집착해 끝까지 버틴 것이 두 번째 실수인데 사실 이것이 더 치명적이다.

꾸준히 미래를 보는 연습을 하라

학자적 식견이 없다고 해서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각종 경제전망 보고서나 증권·부동산시장 분석 기사를 꼼꼼히 읽고 그런 유형의 독서량을 늘리다 보면 미래를 보는 자신만의 감각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감각이 있어야 소신껏 투자할 수 있고 불리한 상황에 몰렸을 때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재테크의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은 대부분 당신과 같은 일반인이다.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자신만의 논리를 갖고 있다면 남들보다 앞서는 플랜과 노하우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Ⅱ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하는 재무 설계 9 단계

재테크 계획을 세우는 9단계가 있다. 이 틀을 기본으로 소득 수준과 재테크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1단계 |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여보라

재테크를 하려면 매달 일정하게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정해야 한다. 매달 상황에 따라 금액이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유지돼야 한다. 여유자금의 규모를 최대치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라. 사교육비 지출은 습관 같은 것이다. 한번 냉정히 생각해보라. 이게 과연 효율적인 교육인지…. 고가의 영어학원 대신 하루 10분씩 하는 전화 영어로 대체하는 것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단계 | 가계부 쓰지 마라

단순히 금전 출납 상황을 기록하는 가계부를 쓰지 말라는 얘기다. 자산현황표와 현금흐름표라는 걸 매달 만들어야 한다. 자산현황표는 다음과 같이 생겼다.

실패하지 않는 재테크 계획 짜기
여러분의 자산과 빚이 얼마나 되는지 매달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 표에서는 자산보다 부채가 5백만원 많은 상태다. 물론 장기부채는 당장 갚아야 할 돈이 아니므로 이 가계의 자산상태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단기부채가 자산규모를 넘어서는 정도라면 빚을 빨리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다음은 매달 작성하는 현금흐름표다. 이 표는 수입과 지출 항목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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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계는 지출이 소득보다 30만원 많다. 이른바 ‘적자 가구’다. 마이너스 통장 같은 걸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출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3단계 | 통장을 쪼개라

2단계까지는 재테크를 위한 준비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운용 단계다. 일단 은행에 가서 지출용 통장, 재테크(노후 대비) 통장, 비상금 통장을 만들라.

4단계 | 국민연금에 똑똑하게 가입하라

논란이 많지만 직장이 있는 배우자와 직장이 없는 배우자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배우자는 임의가입자 자격으로 가입하면 된다. 이때 임의가입 금액은 10만원 이내가 적당하다. 배우자가 일찍 사망할 때는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의 경우 일정 부분 손실이 불가피한 점을 생각할 때 임의가입 금액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5단계 |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 운용 방식을 선택하라

자금 운용에 신경 쓸 여력이 없고 앞으로 임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 DB(확정급여)형이 무난하다. 퇴직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라면 DC(확정기여)형을 권한다.

6단계 | 개인연금을 들라

연금저축보험에 매달 34만원 예치할 것을 추천한다. 연금저축보험은 연 4백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신탁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7단계 | 가족 모두를 위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라

가장이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때는 월 15만원 정도의 보험료라면 충분한 보장받을 수 있다. 이건 미루면 안 된다. 나중에 아파서 수술이라도 받고 나면 보험사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다.

8단계 | 종신보험 가입도 고려하라

실손의료보험 사망보험금이 1억원 미만이거나 가장의 연간 수입의 2.5배 미만이라면 종신보험에 가입해 가족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는 10만원 안팎이 적당하다.

9단계 | 공격적 투자 비중을 늘려라

재형저축(또는 재형저축펀드)이나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라. 올 3월부터 출시되는 소득공제 장기 펀드도 고려할 만하다. 보장형 금융 상품인 보험에 가입한 뒤 남는 자금으로 가입해야 한다.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여유자금을 최대한 늘리면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도전할 여력이 늘어난다.·#52062;W

실패하지 않는 재테크 계획 짜기
홍수용 기자

1999년부터 은행·증권·부동산업계,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을 출입하며 경제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월급 받으며 살고 싶다’ (레인메이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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