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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강렬해서 아름다운 남자 빅뱅의 탑과 배우 최승현 사이

“항상 새롭고 유행 선도하는 젊은 에너지이고 싶다”

글·조지영 TV리포트 기자 | 사진·뉴시스 제공

2013. 12. 17

가수로서도 매력이 넘치지만 배우가 안 됐더라면 참 아까울 눈빛이다. 어딘가 모르게 사연 가득해 보이는 눈빛, 배우로서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겠나? 단언컨대 최승현은 축복받은 유전자를 지녔다.

강렬해서 아름다운 남자 빅뱅의 탑과 배우 최승현 사이
그룹 ‘빅뱅’으로 데뷔한 지 8년. 탑은 가요계에서 수많은 후배가 선망하는 위치에 섰지만 스크린에서는 풋내가 폴폴 풍기는 신인 최승현(26)이다. 2010년 ‘포화 속으로’에 이어 ‘동창생’(11월 6일 개봉)으로 두 번째 스크린 도전에 나선 최승현은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빅뱅의 탑으로서가 아닌 연기자 최승현으로 팬들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간혹 가수와 배우 중 우선순위를 묻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황스러워요. 저는 가수 탑이기도, 연기자 최승현이기도 하거든요. 사실 최승현이라는 이름도 안 쓰고 싶었는데 엔딩 크레디트에 ‘탑’(TOP)이라고 적혀 있으면 이상할 것 같다는 의견에 본명을 쓰게 됐어요. 굳이 구분 지으라고 하면 저만 알고 있는 인간 최승현과 엔터테이너 탑으로 나눌 수 있겠네요.”

‘동창생’ 본 YG 양현석 사장과 빅뱅 동료들 반응은…

강렬해서 아름다운 남자 빅뱅의 탑과 배우 최승현 사이

영화 ‘동창생’에서 최승현은 동생(김유정)을 지키기 위해 남파 공작원이 되는 리명훈을 연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10월 29일 열린 ‘동창생’ VIP 시사회는 시상식 못지않게 화려한 별들의 잔치였다.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스타가 최승현의 첫 주연작을 축하해줬다. YG패밀리의 든든한 지원사격도 빠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빅뱅 멤버들이 모두 모인 덕분에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자리가 됐다. 시사회가 끝난 후 빅뱅 동료들의 반응을 묻자 최승현은 머쓱한 미소를 짓더니 “다들 친하니까 싫은 소리를 못 한다. 좋은 이야기만 해줬다”고 부끄러워했다. 그렇다면 냉정하기로 소문난 YG의 수장 양현석 대표는 최승현에 무슨 말을 해줬을까? 최승현의 대답은 “저보다 더 바쁘신 분이라…. 이야기도 제대로 못 나누고 겨우 인사만 드렸다”였다. 더불어 그는 지인들보다 대중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겠노라고 눈을 반짝였다.

최근 2~3년 사이 연기를 병행하는 아이돌에 대한 시선이 많이 너그러워졌지만 최승현이 ‘포화 속으로’에서 첫 연기 도전을 할 때만 해도 본전도 못 찾고 연기의 벽 앞에 무너지는 가수들이 많았다.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은데, 오히려 저는 최근에서야 ‘연기돌’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사실 억울한 부분도 있죠(웃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남들의 선입견에 얽매이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싶어요. 저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으면 발전이 없고 자만하게 되거든요. 부족한 건 많지만 계속 가다듬어서 대중이 만족하는 지점까지 가는 게 목표예요.”

‘동창생’은 하나뿐인 여동생을 지키려 남파 공작원이 돼야 했던 소년 리명훈의 이야기다. 그가 맡은 리명훈은 러닝타임 1백13분 중 1백 분이나 등장한다.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신인으로서 부담감이 상당했을 터다.

“‘포화 속으로’로 상을 많이 받았어요. 당시에는 고생한 걸 알아주고 보상해주니 감사하다고만 여겼는데 시간이 흘러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니 과분하지 않았나 싶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죠. 그걸 이제야 깨달았으니 ‘동창생’도 2년 정도 지나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뒤늦게 생각해보면 자신의 단점이 속속들이 보인다는 최승현. 그래서일까? 그는 계속해서 “화가 난다”는 말을 주문처럼 반복했다. 처음에는 신인 배우로서의 겸손인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지하게 화를 품고 있었다.

“그런 거 있잖아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영화 속에 저만 나오니까 단점도 계속해서 노출하게 되고…. 또 고생해서 찍은 작품이 2시간 만에 끝나버리니까 괜스레 허탈하더라고요. 뭔가 초조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화가 나는 것 같아요. 아,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요. 연인이 떠나는데 화가 안 날 수가 없죠. 개봉 날까지는 화가 나 있을 거예요. 그날까지는 날 선 상태죠(웃음).”

액션과 먹방의 대가

잠시 가식이 아닐까 싶은 찰나에 또다시 표정은 진지해진다.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진정한 요물이 아닐까. 최승현은 자신에게 비중보다는 존재감이 우선이라 설명했다. 단 한 장면에 나오더라도 관객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하면 좋겠다는 것. ‘동창생’에서 눈빛 연기로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냈음에도 아쉬운 점이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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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연기에 힘을 준 것도 사실 그게 아니면 리명훈을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어요. 침묵하는 상태가 많고 아무 감정이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말을 안 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 말이 터지고 눈빛이 달라지죠. 그런 디테일에 신경을 썼어요. 눈빛은 진정성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무슨 감정인지 전할 수 있잖아요. 덕분에 사연이 많아 보이는 리명훈이 됐죠.”

그의 ‘먹방’ 실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즐겨 먹을 것 같은 그가 노릇하게 구워진 호박전을 복스럽게 먹는 모습은 특히 일품이다. 그뿐이 아니다. 포장마차에 쭈그려 앉아 국밥 한 그릇을 게걸스럽게 먹는가 하면, 잊지 않고 깍두기 한 점까지 야무지게 입에 넣고는 헤벌쭉한 표정을 지어 뜻하지 않은 웃음까지 선사한다. 하정우와 윤후의 뒤를 이을 ‘먹방계의 샛별’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감독님이 음식을 예쁘게 찍고 싶다며 특별히 푸드 스타일리스트까지 부른 장면이에요. 요리도 예쁘고 맛도 좋았죠. 심지어 호박전을 먹는 장면을 찍기 전에 저는 식사를 한 상태였거든요. 배가 부른데도 음식이 맛있어서 한 그릇 뚝딱 해치웠죠. 소품 음식을 뱉거나 그런 건 없어요. 제가 국밥 같은 거 안 먹는 줄 아시는데 의외로 잘 먹어요. 제가 못 먹는 건 삭힌 홍어랑 닭발, 두 가지뿐이에요. 나름대로는 조신하게 먹는 거였는데 과했나요? 하하.”

배우 최승현의 진가는 액션 신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그의 액션은 꽤 차진 구석이 있다. 평소 습관을 보면 날쌘 스타일도 아니고 날렵한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닌데 어찌 된 일인지 스크린 안에서는 말 그대로 날아다닌다. 남파 공작원 배역을 맡은 만큼 격술부터 총술까지 다양하고 노련한 액션을 선보인다. 거기에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모습은 그의 훈훈한 외모와 어우러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런 장면은 그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승현은 영화 촬영을 시작하기 넉 달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하루 4시간씩 무술 연습을 했다.

“잘 나왔다니 다행이네요. 사실은 오토바이를 탄 건 제가 아니에요(웃음). 얼굴 나오는 장면만 따로 찍고 운전은 대역 배우가 했죠. 고백하자면 아직 자동차 운전면허도 없어요. 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필요성도 못 느껴서 면허를 안 땄어요. 여느 남자들과 다르게 차와 운전에 관심이 없어요. 오토바이 타는 장면이 정말 중요한 신이었다면 면허를 따서라도 오토바이를 탔을 텐데…. 박홍수 감독님도 그렇고 그 장면에서 굳이 저를 필요로 하지 않았어요. 티가 안 났다니 한편으론 다행이네요. 하하.”

액션 신에 대한 설명이 느닷없는 자백으로 시작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장면을 제외한 모든 액션은 그가 직접 연기했다. 그래서 최승현은 오토바이 타는 장면만큼은 “내가 아니다”라고 정확히 짚고 넘어가길 원했다. 그 밖에도 손 하나로 눈 깜짝할 새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 장면에서 ‘아저씨’의 원빈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특공무술은 이스라엘의 크라브마가예요. 빠른 동작과 절도 있는 액션이 특징이죠. 그래서 원빈 선배와 비슷하다고들 느끼시나 봐요. 하지만 제가 어떻게 원빈 선배를 흉내 낼 수 있겠어요? 그리고 누군가와 똑같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저는 저이고 싶어요.”

액션 장면을 촬영하면서 깨진 유리 파편에 오른쪽 손등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아찔한 사고를 겪기도 했다. 지금에서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엔 겁도 나고 화도 났다고 한다.

“손등에서 회 한 점 분량의 살점이 떨어진 거예요. 혈관이 손상되고 피도 많이 났죠. 그 길로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손을 못 쓸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겁이 없는 편인데 손을 못 쓴다는 말을 듣고는 아찔하더라고요. 주변의 피부를 모아서 봉합 수술을 했고 다행히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도 아직 상처는 남아 있죠. 영광의 상처예요.”

무슨 일이든 제대로 끝장을 보려는 그의 성향이 멋진 액션 신을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 다친 손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는 걸 걱정할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콘서트 투어 스케줄까지 겹치는 바람에 미안함을 넘어 죄책감까지 들었다고 한다.

영화 값 아깝지 않은 배우 되고 싶어

강렬해서 아름다운 남자 빅뱅의 탑과 배우 최승현 사이
자신만의 색을 내고 싶다는 그에게 같은 간첩 소재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대해 넌지시 물었다. 이 영화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동창생’ 출연을 결정하기 전 그도 김수현이 맡은 주인공 원류환 역 캐스팅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도 배우와 인연이 있는 법.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김수현의, ‘동창생’은 최승현의 인연이었다.

“사실 ‘동창생’이 먼저 촬영을 시작했는데 개봉이 늦어졌어요. 억울하다고 말하면 비겁한 것 같고 그냥 그게 영화의 운명인 것 같아요. 제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출연했다면 그 정도로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 못했을 거예요. 김수현 씨가 연기를 정말 잘했어요.”

마지막으로 최승현은 ‘동창생’의 흥행 스코어에 신경쓰기보다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만족을 느끼고 돌아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수보다 ‘최승현이 이번에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고 노력했구나’라고 알아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나서 1만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면 좋겠고요. 행복은 멀리서 오는 게 아니잖아요.”

‘동창생’ 개봉 열흘 후 그는 신곡 ‘DOOM DADA’를 발표하고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DOOM DADA’는 공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무서운 기세로 국내외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언젠가 그가 한 말이 생각난다. 아름다운 청년,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젊은 에너지이고 싶고 항상 새로우면서 유행을 선도하고 싶다는. 지금 최승현, 그리고 탑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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