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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여자와 대화할 때 ‘왜?’라고 따지지 마라”

김지윤의 연애와 결혼의 방정식

글·권이지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REX 제공

2013. 05. 15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동영상 ‘여자와 대화하는 방법’의 주인공인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 소장. 그는 여자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에게 딱 4가지 단어만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진짜?” “정말이야?” “웬일이야?” “헐.” 김 소장이 들려준 연애에서 결혼까지 반드시 성공하는 법.

“여자와 대화할 때 ‘왜?’라고 따지지 마라”


바야흐로 연애시대다. 서점 실용서 코너에는 연애와 관련된 책들이 글로 연애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숙맥인 남자들에게 여자를 유혹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픽업 아티스트라는 신종 직업도 등장했다. 이미 연애의 기술을 알려주는 블로그는 문전성시를 이루다 못해 레드오션이다. 그만큼 연애를 하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신도림 영숙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여자와 대화하는 방법’이라는 동영상이 인기를 끈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약 4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래는 그 영상의 한 토막.

“오빠 나 오늘 신도림역에서 영숙이 만났어.”
“그래서? 커피 마셨어? 밥 먹었어? 다음에 만나기로 했어?”
“아니!”
“그럼 그 얘기를 나한테 왜 하는데?”
“왜는 왜야? 신도림에서 영숙이 만났다는 거지.”

여자의 대답은 남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왜 어떤 대답을 해도 여자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동영상 속 강사는 여자와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 남자들에게 딱 4가지 단어를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진짜?” “정말이야?” “웬일이야?” “헐.” 그리고 여자와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과 경청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남자들에게는 신의 계시처럼 느껴지고, 여자들에게는 공감 어린 박수를 받는 이 영상 속 주인공은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37) 소장이다. 2008년부터 대학교, 대학선교단체, 교회 등에서 미혼 크리스천을 대상으로 연애 코칭을 시작한 그는 정곡을 찌르는 강의로 유명하다.
서울 광진구 건대 입구 근처 북카페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여름 한 교회에서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사랑에 관한 3가지 관점’이라는 강연 중 일부를 편집한 것인데, 원본보다 더 인기가 좋을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이 영상이 온라인에서 인기몰이를 한 후 그의 일정은 전보다 더 빠듯해졌다고 한다. 전에는 크리스천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면 요즘은 방송뿐 아니라 대학과 기업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 얼마 전에는 MBC 에브리원의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강의’와 tvN ‘스타 특강 쇼’에 초대되기도 했다.
강연 외에도 그는 기존에 출간한 두 권의 연애지침서 ‘사랑하기 좋은 날’과 ‘고백하기 좋은 날(포이에마)’의 후속작도 준비 중이다. 네 살짜리 딸 챙기랴, 강의하랴, 원고 집필하랴, 그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웃었다.

“여자와 대화할 때 ‘왜?’라고 따지지 마라”

많은 사람들은 남녀가 만나 결혼해 행복하게 살거라 생각한다. 김지윤 소장은 “동화 속 엔딩 같은 결혼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기독학생회(IVF)의 간사였던 김지윤 소장은 교수인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지만, 원래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걸 좋아해서 저절로 입담이 늘었다고 한다. 그는 간사 생활을 하며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해오다가 2008년부터는 ‘크리스천의 연애’라는 강의를 시작했다. 김 소장은 “젊은 신도들을 대상으로 따끔한 조언을 했을 뿐인데 그게 뜻밖에도 인기를 얻었다”며 웃었다. 2011년 늦가을부터는 ‘좋은연애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청춘들이 진짜 사랑을 하고 좋은 가정을 꾸리고, 좋은 사회를 만들도록 돕는 것이 어느덧 그의 소명이 됐다.
“일을 하며 많은 대학생을 만났는데 가정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그때 결심했죠. 그들이 부모 세대가 됐을 때 자녀들에게 조금은 더 좋은 가정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돕자고요. 그리고 그들이 좋은 연애를 하도록 돕는 것이 좋은 가정을 만들기 위한 씨뿌리기 작업이라고 생각했죠.”

라면 맛있게 먹는 법과 결혼의 공통점

김지윤 소장은 자신의 연애와 결혼을 한 마디로 설명했다. “10대 때는 연애를 많이 했고, 20대 때는 연애를 안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못했으며, 30대가 되기 직전 한 사람을 기적처럼 만나서 결혼했다”고. 그는 20대 때 자신의 고민이 지금 결혼에 골인하지 못한 이들과 비슷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강 건넛집 남자와 만나서 결혼해라’라고 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았는데 요즘에는 아니잖아요. 자신에 대한 관심도 늘고, 또 결혼의 의미가 달라지면서 남녀사이가 다소 복잡해졌어요. 그러다보니까 연애가 어려워진 게 아닌가 싶어요.”
20대 때 그는 꽤 오랜 시간 연애를 하지 못하고 솔로로 지냈다. 스스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연애를 안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가진 환상이 확고해 연애를 못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아무리 좋은 남자가 있더라도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라며 마음속에 ×표를 그렸더니 어느새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때는 연애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내 사랑은 이렇겠지, 내 연애는 저렇겠지, 남자가 나를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주겠지’ 하고 드라마 속 에피소드가 내게도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여자에게 잘하는 남자는 표준이 될 수 없는 남자들이잖아요. 그걸 몰랐죠.”
김 소장은 연애 못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처럼 원하는 조건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키, 경제적인 안정, 지성, 성품, 시댁의 조건 등 어느 하나라도 포기할 줄 몰라서다. 그는 “완벽한 이상형의 왕자님은 말을 타고 오다 죽었기 때문에 오지 않는다”는 말로 딱 잘랐다.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내가 아닌 무지개 너머의 공주들과 행복하게 사니 욕심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가장 먼저 주변에서 찾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결혼은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가장 타이밍이 맞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남이 끓인 라면을 딱 한 젓가락 얻어먹을 때잖아요? 라면 맛을 결정하는 건 무슨 라면이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먹느냐죠.”
과거 그렇게 많은 인연을 떠나보냈던 그에게 30대를 눈앞에 두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를 통해 현실의 연애란 무엇인지 깨달았다.
“사랑받으려고 할 때는 별로 만족하지 못했어요. 내가 만족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연애는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여자와 대화할 때 ‘왜?’라고 따지지 마라”

김지윤 소장은 사람들이 연애를 통해 자아성찰을 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김 소장을 구원한 남자는 다름 아닌 중학교 동창. 연락이 끊겼던 그를 새로 등록한 교회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몇 번 만나보니 사람이 괜찮게 느껴져서 그가 먼저 연애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처음에는 친구로 지냈는데, 마음이 자꾸 가서 제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어요. 스팸메시지처럼 ‘이번 주 날씨가 춥네. 잘 지내’라고요. 그런데 상대도 마음이 있었는지 꼬박꼬박 답장을 하더라고요. 나중엔 남편이 점점 더 세게 나왔고, 그렇게 오랜만에 연애를 했어요. 결혼도 했고요.”
그는 결혼하면서 현실과 환상의 괴리를 깨달았다. 연애는 환상적일 수 있지만 결혼은 아니었다. 김 소장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고 이성적으로 판단케 하면 어떤 사람을 만나 행복할 수 있을지 깨닫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강의에서 실제 결혼 생활에서 해야 할 일을 수치로 소개했다. 그는 “누군가가 잘 정리해놓은 것을 보고 정말일까 하고 다시 계산해보니 스스로 이 정도로 많이 해야 하나 하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① 3만5천 번의 식사 준비 ② 1만~4만 번의 이부자리 정리 ③ 7천 번의 화장실 청소 ④ 2년 기준 4천3백20~8천6백40번의 기저귀 갈기 ⑤ 1년 기준 1천8백22~3천6백 번의 수유

환상 속에 있는 이들에게 결혼은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극약 처방까지 했지만, 홀로 지낸 시간이 긴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결혼은 어려운 숙제다.
“오랜 기간 동안 솔로로 지낸 사람들은 안정적인 배우자를 만나려고 해요. 눈은 더 높아지고 조건은 복잡해지죠. 게다가 내 감정도 헤아려야 해요. 사회적 배경도 맞아야 하고요. 하지만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늦더라도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심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남녀 관계에 대해 옳은 관점과 기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려면 중요한 것은 로맨스가 아니에요. 관계를 이끌어가는 의지와 본인과 상대의 성품이 훨씬 더 중요하죠. 올바른 태도와 과정을 취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혼하고 싶다면 친구를 경계하라
‘친구 따라 강남 간다’지만 연애나 결혼에서는 오히려 친구가 독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우리로서는 주변 친구들의 반응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만났던 40대 초반 여성들에 대한 일화를 들려줬다.
“어느 날 한 여성이 골드미스터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더니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난리가 났어요. 남자가 호남인 데다 여자에게 외제차까지 선물하는 바람에 친구들은 ‘이 세상에 왕자님은 존재해’라는 환상을 갖게 됐죠. 그러던 어느 날 그들 중 한 명이 새로 남자를 만나게 됐어요. 그는 성실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골드미스터보다 별로였죠. 벤처 사업을 시작한 터라 모아둔 재산이 많지 않다고 하더군요. 골드미스터를 만난 친구가 없었다면 이 여자는 성실한 그 남자를 선택할 수 있을 텐데 자꾸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게 되더래요.”

김 소장은 여자들의 허영과 비교의식 때문에 자신이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립적으로 내게 꼭 맞는 사람을 선택하면 좋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현명한 선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결혼은 어려운 일인데, 오히려 결혼 후 연애할 때보다 더 남남 같은 부부도 적지 않다. 소통은 부부 사이에서도 꼭 필요한 법. 최근 그는 서먹한 모습의 부부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제 시야에 점잖은 부부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어요. 사실 아이들과 식당에서 밥 먹으면 정신없잖아요? 그런데 두 사람은 마치 선이라도 보는 것처럼 완벽하게 차려입고 대화도 없이 식사만 하더라고요. 아빠가 아이를 대할 때도 너무 예의를 차리니까 오히려 어색했고요. 어떻게 부부 사이에 저 정도의 거리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그는 서로 위해주고 존중하는 백발의 노부부가 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자신의 결혼을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없겠지만 좋은 부부가 되도록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조언했다.
“결혼 생활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갈등이 반복돼요.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갈등 해결에 대한 의지가 꼭 필요하죠. 결국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방법은 크고 작은 갈등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달려 있는 거잖아요? 남자와 여자는 다른 심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배우자 사이에 생각 차가 있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그게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서로의 불만족에 먼저 귀 기울인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부부마냥 남남처럼 한 지붕 아래 사는 아픔은 줄어들 수 있을 거라 봐요.”
특히 그는 부부가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부는 가까운 사이인 만큼 서로 막 대하기 쉽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고, 또 가족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한 것.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사회는 바로 이런 것이다.

연애는 한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
워낙 입담이 좋다 보니 종종 사람들은 김지윤 소장에게 연애 강의나 결혼 강의를 재미있어서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기술적으로만 한다면 재미있게, 가볍게 하겠지만, 그는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김 소장은 “연애 강의를 하던 초창기에는 남녀 간의 문제만 해결하면 될 줄 알았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그 뒤에 큰 산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을 바꿔서만 되는 일이 아니구나 생각하니 무력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사회에서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의 절망감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며 좌절하기도 했다. 물질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에서 진심은 저 뒤편에 있음을 느끼고 있어서다. 그래도 자신의 강의를 듣고 좋은 짝을 만났다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힘이 난다고 했다.
“연애며 결혼을 어렵다 느끼던 분이 있었어요. 제 강의를 듣고 생각을 바꿔서 결혼에 성공하게 됐다고 해요. 그러면서 제게 청첩장 보낼 주소를 알려달라더니 어느 날 저희 집 우편함에 청첩장과 사탕을 두고 가셨더라고요. 그걸 받아들고 펑펑 울었어요.”
두 남녀의 선택은 그에게 단비처럼 느껴졌다. 사탕과 청첩장을 바탕으로 그는 더 열심히 사람들을 위해 뛰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윤 소장은 연애를 두 가지 과정으로 정의했다. 로맨스의 추구를 넘어 사랑을 통해 한 인간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 그리고 자기 성장이다. 그는 나아가 많은 이들이 연애를 통해 자아성찰을 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살길 바란다고 했다. 자신의 욕망만 채우고 끝까지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나쁜 연애보다 이타적인 사랑을 위해 노력하는 좋은 연애를 하는 것, 그것이 좋은 세상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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