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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중국의 홈스쿨링 열풍

글&사진·이수진 중국 통신원

2013. 01. 08

중국의 홈스쿨링 열풍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홈스쿨링’ 바람이 불고 있다. 명문 베이징대를 졸업한 장차오펑 씨는 연봉 30만 위안(한화 약 5천2백만원)을 포기하고 지난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일곱 살짜리 아들을 직접 가르치기로 했다. 입학 전까지만 해도 종달새처럼 활기차던 아이가 인근의 기숙사 학교에 입학한 이후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월~토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2시 45분까지 어문, 수학, 영어, 독서 등을 가르친다. 이 밖의 시간은 수영, 무술, 태권도, 족구, 피아노, 서예 등 취미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아들을 가르치면서 자신감이 붙은 장씨는 롱쉐위안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집을 작은 학교로 개조해 홈스쿨링을 희망하는 또래 학생을 딱 4명까지 추가로 받겠다고 밝혔다.
장씨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홈스쿨링을 둘러싸고 한바탕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사실 중국에서도 이전부터 홈스쿨링을 시도한 부모들은 있었다. ‘피피루중둥위안(皮皮魯總動員)’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세 수입만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동문학가인 정위안제가 대표적이다. 그는 10여 년 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내는 대신 자신이 집에서 직접 가르쳤다.
2011년에는 온라인상에 ‘홈스쿨링연맹’이 생겼다. 이 연맹은 2009년부터 하던 사업을 접고 ‘전업 아빠’로 나서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다섯 살 딸을 가르친 쉬쉐진 씨가 설립한 것이다. 쉬씨는 현재 여덟 살인 딸과 세 살인 아들, 네 살 난 조카를 가르치고 있다. 커리큘럼은 매일 아이들의 기분 상태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준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때는 교재 내용을 미리 녹음해 MP3로 들려주기도 한다. 즐겁게 배우는 열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저마다 타고난 재능을 찾아가는 것이 쉬씨가 홈스쿨링에서 얻고자 하는 교육 목표다.

홈스쿨링 사이트 하루 방문자 5만 명, ‘부자들의 유희’비난도

중국의 홈스쿨링 열풍

1 교육열이 높은 중국에선 부자들을 중심으로 자녀에게 맞춤형 교육을 시키기 위해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 중국의 홈스쿨링 논쟁에 불을 붙인 장차오펑 씨 부자.



베이징, 상하이, 난징, 광저우, 청두 등 1백71개 도시에 지부를 두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홈스쿨링연맹에는 실제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5천 명이 등록했으며 하루 방문자 수가 5만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외국 사례, 참고할 만한 교재, 홈스쿨링이 적합한 아이들의 성격을 비롯해 학적을 보류, 유지하는 방법이나 훗날 학력 인증을 받기 위해 쯔카오라 불리는 국가고등교육자학고시에 응시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와 노하우가 올라와 있다.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 대신 자녀의 특성에 맞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홈스쿨링 최대의 장점이다. 장씨나 쉬씨처럼 직접 아이를 가르치는가 하면 몇몇 부모가 서로 품앗이를 하거나 홈스쿨링을 하는 사람에게 자녀를 위탁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안학교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학교 수업을 일부만 듣는 절충식 홈스쿨링도 있다.
이처럼 홈스쿨링에 대한 높은 관심은 그만큼 제도권 교육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홈스쿨링은 뜻만 있다고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녀를 직접 가르칠 수 있는 능력과 정력, 그리고 비용 및 시간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재력까지 ‘3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홈스쿨링을 ‘부자들의 유희’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똑똑한 부모의 실험이 아이의 미래를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홈스쿨링이 또 다른 온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지식뿐만 아니라 또래들과 어울리는 공동체 생활인데 홈스쿨링은 이 같은 사회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취약하다는 것이다.
결국 제도교육에 대한 지적은 홈스쿨링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많은 장점이 있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다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들을 홈스쿨링으로 가르친 정위안제도 딸은 학교에 보냈다. 이유는 딸의 경우 기질적으로 제도권 교육에 맞기 때문이라는데 남매 간에도 그렇게 다른 걸 보면 교육에는 정말 정석이 없는 것 같다.



이수진 씨는…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를 거쳐 CJ 중국 법인 대외협력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중2, 중1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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