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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체력은 약골 중국 입시 체력장 도입 고민

글·사진 | 이수진 중국 통신원

2012. 12. 03

체력은 약골 중국 입시 체력장 도입 고민


중국 생활에서 흥미로운 점 가운데 하나는 곳곳에서 다양한 체육 활동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아침저녁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공터나 공원에 모여 부채춤, 칼춤, 체조, 사교 댄스 등에 몰두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골목 곳곳에 마련된 간이 운동 시설은 항상 주민들로 북적거린다. 야외 탁구대는 먼지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탁구를 치는 사람들로 붐빈다. 초중고교의 경우 운동장 구보 및 줄넘기, 체조 등이 일반화돼 있다. 대부분의 중국 회사는 하루 일과 시작 전에 스트레칭 등 체조 시간을 갖는다. 운동을 하려면 일단 장비부터 갖추고, 뒷산을 올라가도 값비싼 등산복을 차려입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게 실용적이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 중국에서도 아이들이 체격은 커지는데 체력은 약하다는 걱정이 나온다.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군사훈련 때 학생들이 쓰러지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요즘 아이들은 덩치만 컸지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고도근시, 고혈압, 고도비만 등 삼고(三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가슴둘레는 커졌지만 폐활량은 줄어드는 등 체력 저하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체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급기야 대학 입학 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 체력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무원에서 ‘학교 체육 강화에 관한 의견’이 나온 데 이어 일부 성시에서는 고교 학업 평가에 체육 과목을 포함시키겠다고 나섰다. 체육 수업의 성적이 C 미만인 경우 가오카오 성적과 상관없이 대학 입학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체력은 약골 중국 입시 체력장 도입 고민

1 2 3 학교 체육관, 빙상장과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는 아이들. ‘스포츠 강국’ 중국도 요즘 학생들의 체력 저하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실용 체육 강조해도 학생들 체력은 갈수록 떨어져
체력 시험의 가오카오 반영 가능성에 여론이 분분한 것을 보니 1980~90년대 학력고사와 함께 실시됐던 한국의 체력장이 떠올랐다.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및 철봉 매달리기, 오래달리기 등의 종목 시험을 치렀던 체력장은 20점 만점으로 입시에 반영됐다. 체력장 날이면 재수생들까지 모교를 찾아 운동장이 북적거리곤 했다. 오래달리기를 하다 누가 쓰러졌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어지간하면 20점 만점을 받았지만 1, 2점씩 깎이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체력장은 안전사고와 변별력 부족을 이유로 1994년 폐지됐다.
돌이켜보면 체력장이 실제로 얼마나 체력을 키워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험과 관계없는 것은 모두 뒷전이던 수험생 시절 체력장은 운동이라곤 숨쉬기밖에 안 하던 아이들이 책상을 벗어나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유일한 명분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체력장 폐지 이후 고교 수험생들의 체육 시간이 흐지부지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고등학교 2, 3학년 교과 과정에서 체육을 필수 과목으로 정해 체육 교육을 활성화하기로 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나이 먹을수록 새록새록 와닿는 것이 바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다. 이 말을 세상에 널리 회자시킨 사람은 17세기 영국의 계몽주의 철학자 존 로크였지만 이 말의 기원은 더 멀리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치와 향락에 빠진 로마의 지배 계급을 비판한 풍자 시인 유베날리스가 욕망과 허영으로 가득한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원하는 모습을 꼬집으며 진정 뭔가를 기원하려 한다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있기를 기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했다.
말로는 지덕체(중국에서는 덕지체의 순이다) 교육을 강조하면서 현실에서는 입시에만 매달리는 요즘 부모들 역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뭐든 빨리 효과를 보려면 시험과 연결시키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겠지만 과연 최선의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필요한 것은 체육 시험이 아니라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오래도록 생활 속에서 유지할 수 있는 즐거운 운동 습관을 키우는 것 아닐까.

이수진 씨는…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를 거쳐 CJ 중국 법인 대외협력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중2, 중1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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