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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ON THE ROAD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느릿느릿 워낭 소리를 찾아가는 여행

글 | 박길명 객원기자 사진 | 김형우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봉화군청 제공

2012. 01. 04

겹겹이 둘러친 산이 끝 모르게 이어지고 사이사이 작은 마을의 모양새는 아득하다. 오지로 불리는 봉화. 간이역 승부역에서 펼쳐지는 눈꽃 풍경은 기차 여행자들에겐 ‘로망’이다. 독립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 산정마을도 봉화가 담고 있는 또 다른 풍경화다. 요즘이야 도로가 잘 연결돼 차로 3시간도 채 안 걸리지만 심리적 거리는 여전히 멀다. 그런 봉화를 여행하려면 느긋한 마음이 필요하다. 서둘러선 봉화의 참맛을 보기 어렵기에….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경북 봉화 청량사의 새벽 풍경.



Scene #1 굽이굽이 끼고 도는 ‘작은 금강산’ 청량산과 청량사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1 청량산 길을 따라 조성된 ‘예던길’.



봉화의 험준한 산들은 대개 1000m를 넘는데, 청량산은 최고봉이 870m다. 그래도 낙동강과 몸을 섞으며 천길 단애를 이룬 12개 기암절벽은 뭇사람들에게 쉬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작은 산이지만 언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른 청량산을 마주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풍경 속으로 들어갈지, 풍경 밖에서 감상을 할지 결정한 뒤 산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각 봉우리에 오를 때마다 절경이 이어지고 굽이굽이 산을 끼고 도는 낙동강 줄기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당대 유학자 주세붕이 청량산을 일러 ‘작은 금강산’이라 부른 까닭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풍광이다. 이런 곳에서 사진 한 장 찍는다면 누군들 작가 소리를 듣지 않을까.
청량산엔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해서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연화봉, 향로봉 등 12개 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아 있다. 청량사는 그 한가운데에 자리한 형국. 원효대사가 663년 창건했다는 절로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명필 김생이 10년간 은거하며 글을 썼다는 김생굴, 퇴계 이황이 성리학을 집대성한 청량정사 등도 여행객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청량사에서 숨을 돌리고 30분 정도 오르면 하늘다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높은 현수교다. 해발 800m 높이에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한 하늘다리는 보는 것만으로 아찔하지만 다리 좌우로 펼쳐진 풍경은 장관이다. 청량산도립공원 054-679-4994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2 청량사 내 심검당에서 바라본 새벽 풍경. 3 ‘작은 금강산’ 청량산에 있는 청량사 전경.





Scene #2 산간 협곡 달리는 눈꽃 기차 승부역
석포면 승부리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란 역사 앞 석비의 글귀처럼 첩첩산중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역이다. 낙동강변의 기암괴석과 태백 준령 험한 산간 협곡을 꿰뚫은 철로 위로 이따금 화물열차가 거친 숨을 내쉬며 달린다. 승부역은 1999년 환상선 눈꽃 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봉화의 겨울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승부역에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대합실이 있다. 오글오글 복작대는 대합실 안에는 흑백 톤의 철길 엽서가 마련돼 있다. 문득 보고픈 이들에게 편지를 띄워보라. 철길 엽서는 애잔한 느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줄 매개체가 된다. 첩첩산중에 들어앉은 간이역의 여운과 함께 말이다. 협곡 사이로 이어지던 길은 승부리에서 처음으로 한적한 마을을 만날 수 있다. 태백산 자락인 비룡산과 오미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에 둘러싸인 자태가 꼭 육지 속 섬마을을 연상케 하는 승부마을이다. 이곳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고요함 자체를 느낄 수 있다. 승부역 054-673-0468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4 승부역은 한겨울 눈 쌓인 협곡을 달리는 눈꽃 열차로 유명하다. 5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석비. 6 첩첩산중 간이역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승부역.



박노욱 봉화군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국내 최고의 청정 자연환경”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봉화는 서울 면적의 2배입니다. 산림 비율은 군 면적의 83%를 차지합니다. 오지로 불리던 봉화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국내 최고의 청정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이를 활용해 동아시아 최대 규모 국책사업으로 꼽히는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수목원 조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목원 주변지역종합지원지구’ 개발을 위한 마스터 플랜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목원을 통해 생태학습을 하게 된다면 전국 제일의 저비용·고효율 효과를 자신합니다. 또한 주변 지역에 대한 숙박·레포츠 시설 등의 투자 활성화로 봉화가 관광의 명소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봉화의 정자.

아울러 인근 영주시와 함께 백두대간 산림과학벨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친환경 휴양도시로서 저희 군의 또 다른 간판 사업이 ‘정자 테마파크’입니다. 봉화군에는 1백3개 정자가 있는데 전국 정자 수의 7분의 1이 넘습니다. 정자는 원래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자리 잡아 선비들이 명상과 학습을 하고 때론 산천을 감상하는 곳으로 사랑받았지요. 이런 정자와 누각 그리고 산천이 어우러지는 관광 테마를 꾀하고 있습니다.
봉화는 중부내륙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지만 멀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접근성으로 따지면 꾸준한 도로 정비로 서울에서 2시간30분, 부산에선 2시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런 인프라를 토대로 한약우, 사과, 고추 등 봉화 특산물에 대한 통합 브랜드화를 꾀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것입니다. 2011년에는 유입 인구가 40년 만에 2백70여 명이 늘었습니다. 전국 군 단위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했지요. 귀농 덕이 컸는데요. 앞으로 봉화라고 하면 관광객에겐 편히 쉬어 갈 수 있고 귀농인에겐 쉽게 정착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도록 할 것입니다.”


Scene #3 계서당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춘향전’ 이몽룡의 실존 인물로 추정되는 성이성이 살았던 집 계서당의 모습.



이몽룡과 성춘향 하면 누구나 전남 남원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봉화의 계서당은 이몽룡으로 추정되는 성이성이 살던 집이다. 성이성은 실존 인물로 조선 광해군~인조 때 사람이다. 그는 부친 성안의가 남원부사로 있을 때 남원에서 공부했고, 과거에 급제한 뒤 암행어사로 서너 번 출두했다. 이후 출사를 거절한 뒤 봉화에서 계서당을 짓고 살았다. 성이성이 호남 암행어사 때 지은 시가 계서당 입구에 걸려 있다. 춘향전 암행어사 출두 때의 시구와 흡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향전’은 부친 성안의의 친구가 지었다고 한다. 당시 양반의 실명을 거론할 수 없어서 성을 이씨로 바꾸고 춘향의 이름에 ‘성’씨를 붙였다는 것. 계서당을 방문하면 이몽룡이 머물던 방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소나무 등을 구경할 수 있다. 계서당 054-679-6341~4

Scene #4 워낭 소리 울리는 산골마을 상운면 하눌리
독립 영화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워낭소리’의 촬영지다. 그 덕에 영화 속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의 주변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집 앞에 번듯한 공원이 생겼고 집까지 가는 언덕길 또한 말끔하게 포장됐다. 30년간 할아버지와 동행했던 누렁이는 생전 풀깨나 뜯어 먹었을 야산 자락에 묻혔다. 사람의 무덤처럼 봉분도 조성됐다. 주위를 돌아보니 가지런히 난 길을 따라 느릿한 걸음을 옮기는 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할아버지가 탄 달구지를 끌고 있다. 누렁이 조형물이다. 한창 힘을 자랑할 적 누렁이 모습이다. 털은 윤기가 흐르고 바싹 말랐던 몸은 근육질을 자랑한다. 논밭 주위 영화 속 대사가 적힌 벤치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노인네들 겨울 잘 보내라고 나무를 이레 해놓고 떠났다 아입니꺼.”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1 영화가 히트한 후 관광 명소가 된 최원균 할아버지 댁. 2 영화 ‘워낭소리’의 한 장면. 3 소의 턱 밑에 다는 방울 워낭.



Scene #5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지형 닭실마을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넉넉한 논과 밭이 이어지다간 깨끗한 물길이 마을을 감싸고 흘러간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金鷄抱卵) 지형’이란 데서 유래됐다. 경주의 양동마을, 안동의 하회마을과 내앞마을 그리고 ‘닭실마을’까지 영남의 4대 길지로 꼽는단다. 충재 권벌이 조선시대 기묘사화로 관직에서 물러나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래 5백여 년간 지켜오고 있는 안동 권씨의 집성촌. 마을 전체가 사적 및 명승 제3호 ‘내성 유곡 권충재 관계 유적’으로 지정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가지런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기억 속의 할머니가 버선발로 달려 나올 것처럼 정감 그득한 마을이다. 마을 명물 ‘닭실 한과’는 충재 선생의 제사와 마을 구성원들의 혼례 등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대를 이어 전해온다. 닭실 한과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닭실한과 054-674-0788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1 하늘에서 내려다본 닭실마을 전경. 2 안동 권씨 집성촌 닭실마을에서 만드는 전통 한과.



●봉화 맛집
입에 달고 몸에 좋은 고기 한약우
봉화는 질 좋은 약초를 먹고 자란 ‘한약우’가 유명하다. 봉화군은 약초 재배 면적이 475ha에 이르는 약초 주산지. 더불어 보혈강장제로 쓰이는 당귀의 재배면적은 343ha로 전국의 20%를 차지한다. 봉화의 한우는 당귀나 약초 등을 가공할 때 발생하는 부스러기와 잔뿌리를 모아 배합사료공장을 통해 주문 생산한 전용 사료를 먹여 기른다. 이렇게 키운 한우고기는 일반 한우에 비해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것이 특징. 불포화 지방산 함유량이 일반 한우가 51%라면 한약우는 76%나 된다. 씹을수록 부드러운 육질에 풍부한 육즙이 미식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봉화한약우프라자 054-674-3400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소나무 장작으로 구워낸 고기 맛 솔봉숯불구이
소나무의 고장, 봉화에선 숯불구이의 나긋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매호유원지와 봉화읍 중간쯤에 위치한 봉성은 소나무 장작을 이용한 돼지숯불구이로 유명하다. 봉화에서 나고 자란 50대 부부가 운영하는 솔봉숯불구이(대표 유영성)에서 그윽한 향과 맛을 접할 수 있다.
여기엔 매일 소나무를 찾아 솔잎과 땔감을 장만하는 주인장의 정성도 한몫한다. 소나무 숯불에 굵은소금으로 간을 해 구워내는 돼지고기는 기름이 쏙 빠져 쫄깃쫄깃하고 담백하다.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내는 소나무 숯불 향에 묻혀버린다. 또 초벌구이가 돼 있어 고기 냄새가 옷에 밸 염려도 없다. 소나무 숯을 화덕에 넣어 부채질하면 불이 잘 붙고 고기의 기름기는 쏙 빠지며 반질하게 굽힌단다. 맛있게 익어가는 냄새에 군침이 절로 돈다. 윤기 반질한 숯불구이. 석쇠 사이에 솔잎을 끼워 뒤집으면 고기의 맛과 질이 달라진다고. 입맛 당기는 숯불구이만큼이나 친환경 재료들로 만든 맛깔스런 반찬, 봉성의 정성이 담긴 옛 맛 그대로를 살린 한상이다. 솔봉숯불구이 054-674-3989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식당을 찾은 탤런트 김형일과 유영성씨 부부.



ON THE ROAD 프로젝트 출발합니다!

‘여성동아’와 iMBC해피코리아가 우리 땅 우리 섬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숨겨진 아름다움을 알리고 지역 축제와 먹거리, 특산품을 소개해 도시와 농촌의 행복한 만남을 도모하는 ON THE ROAD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새로운 여행 코스가 개발되면 독자 여러분을 초청해 함께 떠나는 여행 이벤트도 마련합니다. 매달 ‘여성동아’ 지면을 통해 소개된 내용은 iMBC해피코리아 홈페이지(http://happy. imbc.com)에 게재되며 관련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ON THE ROAD 독자체험단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http://cafe.daum.net/happy.imbc.com에서 신청하세요. 문의 02-761-0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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