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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재현의 스포츠와 건강

체지방 줄이고 몸짱 만드는 겨울 스포츠

반갑다 추위야!

글 | 이재현 운동생리학 박사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2. 01. 02

추위가 찾아오면 몸은 움츠러들고 종종걸음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가기 바쁘다. 그러나 ‘몸짱’ 만드는 데 겨울만큼 좋은 시기가 없다는 게 운동 전문가들의 조언. 같은 수영이라도 여름보다 겨울이 다이어트에 더 효과적이라는데, 왜 그럴까?

체지방 줄이고 몸짱 만드는 겨울 스포츠


한강으로 산책을 나갔더니 그 많던 ‘워커(walker)’들이 다 사라졌다. 워커들을 따라 나왔던 개들도 덩달아 자취를 감추고 까치와 비둘기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바람이 찬 한강변에서 뒷산으로 산책 장소를 옮긴 것일까. 겨울이 시작되자 아무래도 야외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겨울철 추위는 ‘몸짱’을 만드는 데 매우 유리한 환경적 조건이다. 얼마 전 서울대 의류학과 연구팀이 약간 추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추위에 노출됐을 때 몸의 반응을 기억해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차가운 겨울 벌판에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나섰다고 상상해보자. 전신에 소름이 돋으면서 피부는 창백해지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 몸이 열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면서 한편으로는 몸을 데우고자 빠르게 열을 발생시키는 현상이다. 그 과정에서 열 생산은 4~5배가 늘어난다. 처음 추위를 느낄 때는 간이나 근육에 저장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추위가 지속되거나 탄수화물의 저장량이 넉넉지 않으면 지방이 주 에너지원으로 동원된다.
추위 속에서 운동을 하면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흥미로운 생각은 1970년대 오하라(O’Hara)의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캐나다 경비군들이 약 2주간에 걸쳐 북극 지방을 경비하고 돌아오면 체중이 몰라보게 감소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 짧은 기간에 군인들의 체지방이 4kg 정도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실험적으로 확인해보기 위해 그는 6명의 비만 남성들을 영하 34℃ 환경에서 3시간30분씩 10일간 운동을 시켰고 그 결과 체지방이 평균 4.5kg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운동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속도는 한 달에 2kg 정도다).
마찬가지 양상이 극지방 탐험가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영국의 탐험가 피네스(Ranulph Fiennes)와 스트라우드(Mike Stroud)는 1992년 남극대륙 횡단에 필요한 하루 소모 열량을 6500kcal로 계산하고 식량을 꾸렸다가 썰매를 끌 수 없을 만큼 너무 무거워서 할 수 없이 5500kcal로 수정한 후 각자 220kg의 식량을 갖고 원정에 나섰다. 그러나 실제 원정 기간 동안 하루 평균 7000kcal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했고, 그들이 남극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수척해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극지방 탐험이 아니더라도 스케이트, 스키, 스노보드, 캠핑 등 겨울철 야외 활동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 캠핑 초보자라면 캐러밴(캠핑 트레일러) 여행을 권한다. 캐러밴에 누워 별자리를 감상하며 잠들고 아침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휴양림 산책을 해보자. 이 색다른 로망을 즐기는 비용이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운동 후 식욕 억제가 겨울 다이어트의 관건
실내 활동을 원하는 사람은 여름에 시작했던 수영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수영장 안이 따뜻하더라도 물은 같은 온도의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25배나 높기 때문에 그만큼 열손실이 많다. 28~30℃의 수영장 물도 충분히 인체에 추위 스트레스를 주어 에너지 소비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추위에 의한 에너지 소비를 실제 체중 감량으로 연결하려면 중요한 요인을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 바로 식욕이다. “선생님, 요즘 월·수·금요일엔 에어로빅을 하고 화·목요일엔 수영을 하고 있는데요. 에어로빅을 하고 나서는 잘 모르겠는데 수영만 하고 나면 왜 그렇게 뭐가 먹고 싶을까요?” 열심히 운동을 하는 중년 여성들이 내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좁은 에어로빅장에서 운동을 하면 체온이 많이 상승돼 일시적으로 식욕이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여름 체육 시간에 힘들게 운동을 하고 나면 그 뒤 점심 시간에 밥맛이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된다. 반면 차가운 물 속에서 운동을 하면 상대적으로 체온 상승이 적어 혈당이 떨어진 만큼 그대로 식욕이 증가한다. 이와 같이 추운 환경에서 운동을 한 이후에는 식욕을 통제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체지방 줄이고 몸짱 만드는 겨울 스포츠

(왼쪽) 겨울철 대표적인 운동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어린이. (오른쪽) 매년 겨울 해운대에서 열리는 ‘북극곰 수영대회’ 참가자들의 활기찬 모습.



스트레칭은 필수,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겨울철 야외 활동을 안전하게 하려면 다음 사항들에 주의하도록 하자.
첫째, 추울수록 스트레칭은 필수다. 겨울철엔 근육, 건, 인대 조직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상해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선수들도 날씨가 유독 추운 날엔 야외 훈련을 피한다. 겨울철엔 보다 긴 시간 철저하게 스트레칭을 실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둘째, 노인과 아이를 동반한 야외 활동에서는 보온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건강한 성인의 추위 감각에 맞춰 대처해서는 안 된다. 노인은 자율신경 기능이 저하돼 있기 때문에 덥거나 추운 환경에 대처해서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져 있고 아이는 체중 대비 체표 면적이 넓기 때문에 열손실이 성인에 비해 빠르다.
셋째, 강도 높은 운동 직후 면역 기능은 오히려 취약하다. 운동 후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땀을 잘 닦아내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넷째, 질환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혈압이 높은 사람은 아침이나 새벽이 아닌 오후 활동을 권하고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신경 기능이 저하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말단 부위가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잘 보호해야 한다. 특히 급격한 에너지 소비에 의한 저혈당에 유의한다. 질환이 있다면 본격적인 운동 전에 전문 의료인과 상담해야 한다.



체지방 줄이고 몸짱 만드는 겨울 스포츠


체지방 줄이고 몸짱 만드는 겨울 스포츠


이재현 박사는… 고려대학교 체육학과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가 캐나다 McMaster University, Medical Center 내 Children’s Exercise and Nutrition Center에서 박사후 연수 뒤, 하늘스포츠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지금은 대한비만학회 운동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leejh12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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