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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불경기로 바뀌는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 기준

글&사진 | 김숭운(미국 통신원), Rex 제공

2011. 11. 01

불경기로 바뀌는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 기준


‘뉴욕타임스’는 9월22일 미국 대학입시에서 지원자의 등록금 납부 능력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알려진 ‘부모의 능력 불문’을 뒤엎는 중대한 대학입시 제도의 변화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고등교육 전문 인터넷 매체인 ‘인사이드 하이어 에드’가 각 대학 입학사정관 4백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립대 입학사정관의 50% 이상이 지난 한 해 동안 학교에서 제공하는 장학금 혜택 없이 등록금 전액을 부모가 부담할 수 있는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또 4년제 대학 입학사정관의 22%는 경기 침체 때문에 지원자의 등록금 납부 능력이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대학의 수익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중요한 입학사정의 조건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입시 기준의 변화는 중위권 사립대학에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은 부자들이나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에게는 실력이 조금 모자라도 쉽게 입학할 수 있는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피할 수 없어서, 4년제 대학 입학담당자의 일부는 이렇게 경제적인 고려로 입학한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했다.

불경기로 바뀌는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 기준

1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국 월가의 시위는 20~30대 청년 실업자들로부터 시작됐다. 값비싼 대학 등록금 때문에 이미 큰 빚을 지고 있는 이들은 취업난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2 프린스턴 대학 풍경. 하버드·프린스턴 등은 아직 입학사정에 경제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수입 줄고 취업난에 학비 부담까지, 시름 깊어지는 중산층
미국은 세계적으로 학비가 비싼 편이다.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2만7천2백93달러(한화 약 3천1백40만원), 주립대학은 7천6백5달러(8백75만원) 내외다. 사립 대학생 가운데 65% 이상이 학비 보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일부는 학교 측이, 일부는 주 정부가 부담한다.
적자에 시달리는 주 정부들이 보조금을 삭감하고 있어 대학들로선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등록금을 올리고 장학금을 줄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불경기의 여파로 수입이 줄고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산층 자녀들은 그렇지 않아도 치열한 입학 경쟁에 ‘부자 우선 정책’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또한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경제 상황은 대학 졸업자의 취업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 결과, 몇 년 전부터 중간급 사립학교에는 지원자들이 줄고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싼 주립대학에는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중산층 학생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라면 뛰어나게 공부를 잘해서 학교에 쌓아놓은 적립금만으로도 전원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는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같은 최고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이들 학교는 아직까지 입학사정에 부모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이번 불경기는 미국인들에게 여러모로 타격이 크다.

김숭운씨는… 뉴욕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27년째 뉴욕에 살고 있다. 원래 공학을 전공한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을 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여행을 좋아하며,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한다. 유럽과 남미를 20여 차례 여행했으며, 미국 35개 주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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