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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다시 보는 감동의 순간

경쟁 뛰어넘은 아름다운 도전, 팬들도 함께 울다

‘위대한 탄생’ 그랜드 파이널 무대

글·구희언 기자 사진·이기욱 기자, MBC 제공

2011. 07. 15

백청강, 이태권, 셰인, 손진영, 데이비드 오….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이 발굴한 별들의 이름이다. 짜릿한 인생 역전 드라마를 보여주며 오디션 프로그램 최초로 멘토-멘티제를 도입한 ‘위대한 탄생’이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최종 톱2에 오른 백청강과 이태권은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였다.

경쟁 뛰어넘은 아름다운 도전, 팬들도 함께 울다


“너를 믿어 백청강! 지켜줄게 백청강!”
“태권브이 이태권 짱!”
5월27일 오후 5시경 서울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 앞. 레드카펫 주위로 수많은 관중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각각 자신이 응원하는 ‘위대한 도전자’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정미씨(22)는 “위대한 스타 탄생의 현장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 KTX를 타고 왔다”며 누가 우승할 것 같냐고 묻자 ‘이태권’을 지목하며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부리나케 달려왔다는 정윤화씨(21)는 “오후 2시쯤 도착했는데도 벌써 체육관에 들어가려는 팬들로 인산인해였다”며 “백청강이 이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체감한 백청강과 이태권의 인기는 기성 가수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체육관을 찾은 관객은 백발 성성한 할머니부터 엄마 품에 안긴 갓난아이까지 다양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축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었다.
체육관 한편에는 백청강을 응원하려 모인 5백여 명의 팬들이 구호를 연습하고 있었다. 김창순씨(57)는 백청강의 우승을 확신했다.
“노래도 잘하고 느낌도 있고,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잖아요. 저도 아이들을 키웠지만, 오랫동안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전진하기가 어려운데 말이죠. 처음에 TV에서 노래를 듣고 감동해서 MP3 파일을 받아 주변 사람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어요.”
이태권의 팬들이 앉은 자리에는 이태권 특유의 무표정 캐릭터가 그려진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노래하는 태권브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김화순씨(49)는 “매번 TV로만 보다가 생방송 현장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보기보다 훨씬 열띤 분위기”라고 평했다. 열두 살 난 아들과 함께 체육관을 찾은 김인영씨(43)도 이태권의 우승을 빌었다.
“오늘 아들 학원도 빼먹고 같이 응원하러 왔어요. 태권이는 생긴 모습과 달리 목소리도 예쁘고, 성량이 풍부해서 좋아요. 오늘 꼭 우승하면 좋겠어요.”
밤 10시. ‘위대한 탄생’ 그랜드 파이널 무대가 시작됐다. 프로그램 시작 직전 백청강이 출연한 ‘미투데이’ 광고가 나오자 함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공연은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시청자는 문자 투표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결승을 앞두고 이태권과 백청강은 멘토 김태원과 레드카펫을 밟았다. “여태까지 받은 가르침을 모두 쏟아내겠다”는 이태권과 “모든 감정을 퍼부어 보여주겠다”는 백청강, 이들이 제대로 붙었다.

경쟁 뛰어넘은 아름다운 도전, 팬들도 함께 울다


경쟁 뛰어넘은 아름다운 도전, 팬들도 함께 울다


화려한 불꽃과 함께 막이 올랐다. 위대한 스타가 탄생할 운명의 마지막 밤을 밝히는 불꽃이었다. 백청강은 “결승에 오른 게 1등을 한 것보다 더 기뻤다”고 했고, 이태권은 “제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다”며 얼떨떨해했다. 백청강은 이태권의 장점으로 “사람들의 귀에 꽂히는 목소리”를, 이태권은 백청강의 장점으로 “감정이 깃든 사연 있는 목소리”를 꼽았다. 서로가 김태원의 제자로 동고동락했지만, 이날만큼은 자웅을 가려야 했다.
진행을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가 국민투표의 시작을 알리기 무섭게 빠른 속도로 문자 투표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날은 위대한 국민 투표 70%, 멘토 점수 30%를 합산한 총점으로 최종 우승자가 정해졌다. 우승자에게는 3억원의 상금과 자동차 K7, 준우승자에게는 K5가 부상으로 주어졌다. 아쉽게도 이번 경연에는 5명의 멘토 중 한 명인 김윤아가 건강 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방시혁, 이은미, 신승훈, 김태원 등 기존 멘토를 비롯해 ‘위대한 탄생’에서 동고동락했던 톱10의 도전자가 자리를 빛냈다.
매주 다른 미션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이태권과 백청강은 비장의 무기를 빼 들었다. 바로 지정곡이 아닌, 가장 자신 있는 곡을 부르기로 한 것. 이태권의 곡이 먼저 공개됐다. 그는 YB의 ‘박하사탕’을 골랐다. 마지막인 만큼 후회 없이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 이태권과 만난 윤도현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음악에 진심으로 깊이 빠져야 한다. 나는 무대에서 진짜 록스타다. 아무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혼자만 노래한다는 느낌으로 부르라”고 그에게 조언했다.



톱12 모두 참여, 7개월 대장정 자축해
“열어줘 제발 다시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나 돌아갈래~ 어릴 적 꿈에~”
20인조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함께한 환상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하얀 재킷에 검은 바지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이태권은 스탠딩 마이크를 쥐고 ‘박하사탕’을 열창했다. 몸집에서 비롯된 폭발적인 성량에 관객은 환호했다. 신승훈은 “이 노래가 심사 받는 마지막 곡이 아닌 음악을 하는 데 첫 번째 곡이라고 생각하라”며 10점 만점에 9.5점을 줬다. 이은미는 “이 곡으로 완벽하게 두성을 익혔다는 것을 알았다”며 9.3점을 줬다. 방시혁은 “미숙한 부분은 있었지만 앞길에 축복이 있길 바란다”며 9.5점을 줬다. 멘토인 김태원은 따로 자신의 제자에게 점수를 매기지는 않았다. 대신 “그룹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으니 꿈을 꼭 이루고 그룹사운드의 계보를 잇기 바란다”는 말로 그를 격려했다.
현장에는 톱2의 가족도 함께했다. 이태권의 어머니 김은희씨는 “아들이 파이널 무대에 서 있는 것만 해도 감격스럽다”며 아버지 이원협씨와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다음은 백청강의 순서. 그가 고른 곡은 이영현의 ‘체념’이었다. 그는 “과거에 이별을 경험했는데 TV에서 이 곡을 들은 뒤 계속 불렀다”며 “파이널 무대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영현은 “이 곡은 절제가 필요 없는 곡”이라며 “절제 대신 절규하라”고 조언했다.
“널 미워해야만 하는 거니~ 아니면 내 탓을 해야만 하는 거니”
큐빅 장식이 박힌 검은 상의에 하얀 바지를 입은 그는 촉촉한 눈빛으로 노래를 불렀다. 같은 블랙·화이트 패션이었지만 이태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물을 머금은 듯 반짝거리는 눈빛과 애절한 목소리는 가사와 잘 어울렸다. 신승훈은 “이제 가사를 음미하면서 노래하는 것 같다”며 10점 만점에 9.6점을 줬다. 이은미는 “리허설보다 부족한 점이 눈에 띄어 아쉬웠다”며 9점을 줬다. 방시혁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오디션 참가자가 아닌 음악인의 길을 걸을 것 같다”라며 “멋진 모습으로 필드에서 다시 만나자”며 9점을 줬다. 김태원은 “부디 꿈을 이루고 헤어진 그녀와 다시 만나길 바란다”며 재치 있는 소감을 말했다. 백청강의 아버지 백명덕씨는 “긴장하면서 봤는데 멘토 덕분에 더 잘한 것 같다”며 아내 이란숙씨와 함께 “청강아, 아빠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앙까(알까)?”라며 하트를 그려 보였다.
톱2의 자유곡 경연이 끝나고 한숨 돌릴 시간.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톱12 첫 탈락자 권리세였다. 그는 마돈나의 ‘Like a Virgin’을 부르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 와중에 문자 투표수는 40만 건을 넘어섰다.

경쟁 뛰어넘은 아름다운 도전, 팬들도 함께 울다


축하무대가 끝나고 톱2의 특별 무대가 진행됐다. 김태원 멘토가 백청강과 이태권에게 각각 자작곡을 선물한 것. 이날은 이들이 생애 첫 자작곡을 부르는 날이기도 했다. 김태원은 이태권에게 “네가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곡을 썼다. 이게 내가 작곡하는 기법. 그랬더니 너의 노래가 들리더라”라며 ‘흑백사진’이라는 곡을 선물했다. 평소 표정 변화가 없어 ‘무표정맨’으로 불린 이태권도 스승의 특별한 선물에는 흔들렸다. “제 우상이 저를 생각하며 곡을 써줬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해서….” 이태권이 흘린 눈물의 이유였다.

멘토 김태원 제자들에게 자작곡 선물
“한 장의 사진만 간직하는 거라면 그대가 담겨진 사진이겠죠~ 난 기다렸었고 널 기다리던 그 아름다웠던 그림이 있는 사진~”
‘흑백사진’은 이태권의 청아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곡이었다. 스페셜 무대에는 따로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 신승훈은 이태권을 일컬어 “가능성 있는 멘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멘티”라고 했다. 이은미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며 감동했다고 밝혔다. 방시혁은 “어떤 위대한 프로가 되더라도 태원이 형과의 사진을 가슴 속에 남겨야 하는 거 알죠?”라며 농담을 던졌다. 김태원은 이태권이 “마치 오래전부터 이 노래를 불러온 것처럼 불렀다”며 “방시혁의 말대로 지금의 이 사진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백청강의 무대. 멘토 김태원이 그에 대해 받은 첫인상은 “상처를 많이 받은 야수”였다. 그는 “지금은 상처를 많이 치유한 모습이다. 홀로 올라온 과정을 나름대로 가사에 담아봤다”며 ‘이별이 별이 되나봐’라는 곡을 선물했다. 김태원은 “이 노래는 비음을 이용해서 고음까지 구사해라. 비음은 네 색깔이 된 것”이라며 그를 격려했다.
“가슴속이 너무 아파 더는 견딜 수가 없을 때~ 혹시 나를 기다려 줄 수 있겠니~ 너를 만나러 그때 만나러 갈 테니까~”
애절한 가사와 감정을 실은 그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멋진 곡이 탄생한 순간. 신승훈은 “7개월간 여러 경험을 했는데 오늘 자기 노래를 가진 경험이 가장 소중했으면 한다”고 했고, 이은미는 “앞으로도 ‘청강’이라는 사람의 목소리로 이 노래가 처음 나왔다는 걸 모든 사람이 기억하도록 멋진 무대를 보여달라”고 했다. 방시혁은 “앞으로도 힘들고 아픈 일이 많겠지만 손 닿는 곳에 태원이 형이 있을 거라는 걸 잊지 마라”며 앞날을 축복했다. 김태원은 “백청강이 모든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종 발표를 앞두고 오랜만에 뭉친 톱10은 다 함께 조용필의 ‘젊은 그대’를 불렀다. 마지막 무대에 어울리는 노래와 가사였다. 이날 무대 위의 도전자 모두가 ‘사랑스러운, 태양같은 젊은 그대’들이었다.
같은 멘토의 두 제자지만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며 여기까지 올라온 톱2. 안정감 있는 노래로 심사위원의 높은 점수를 받은 이태권,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다양한 연령층의 팬을 확보한 백청강. 과연 우승자는 누구일까.
이날 멘토 3명의 평가 결과 이태권은 총점 28.3점을 기록했다. 백청강은 27.6점. 이태권보다 0.7점이 뒤진 상태였다. 하지만 국민투표가 결과를 뒤집었다. 백청강이 문자 투표에서 35만 2325콜을 획득하며 이태권(32만 9617콜)을 2만콜 가까이 앞선 것.
“위대한 탄생, 최종 우승자는 백청강씨입니다!”
박혜진 아나운서가 우승자를 호명하는 순간 백청강은 이태권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눈물범벅이 된 옌볜 총각의 얼굴 위로 흐르는 음악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OST ‘This is the moment’. 그에게는 이날 밤, ‘지금 이 순간’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리라. 그는 “멘토에게 지적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훌륭한 가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김태원은 “가수가 되면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겠다는 계약을 (나와) 마음으로 했는데 그 약속 지키길 바란다”며 그의 앞날을 응원했다. 백청강과 이태권, 그리고 톱10이라는 스타를 배출한 ‘위대한 탄생’은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시즌2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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