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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나는 가수다 특집 ①

‘나는 가수다’ 7인7색, 천상의 목소리에 빠져들다

나는 청중이다

글&사진·김민지 기자, MBC 제공,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1. 06. 15

노래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5월1일 제작진과 일부 가수가 교체되면서 새롭게 시작됐지만 인기는 예전 그대로다.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는 가수들의 뜨거운 울림, 실제 녹화 현장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가수다’ 7인7색, 천상의 목소리에 빠져들다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리던 5월9일,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 1층 로비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녹화를 위해 찾아온 청중평가단이었다.
가수들이 리허설을 마치고 경연을 시작하는 건 저녁 7시. 그러나 공연 1시간 전부터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로비 한켠에는 청중평가단의 자리를 정하기 위해 제작진이 마련한 부스가 있었다. 사람들은 제작진에게 신분증을 제시해 청중평가단임을 확인받은 뒤에야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행렬에 낄 수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는 로비에는 눈에 띄는 푯말도 보였다. 푯말에는 청중평가단을 향한 당부의 말이 적혀 있었다. 방송이 나가기 전에 공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인터넷에 올리지 말아달라는 제작진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현재 ‘나가수’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공연과 관련된 스포일이다. 생방송이 아닌 녹화이다 보니 TV 방영 전 인터넷을 통해 출연 가수들이나 노래, 공연 분위기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경연 탈락자가 누구인지까지 미리 공개될까봐 제작진 쪽에서 청중평가단의 양심에 호소하는 문구를 내건 것 같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작진은 기존 룰도 변경했다. 3월21일 ‘나가수’ 시즌1이 마무리되고 4월18일 녹화가 재개될 때 공개된 새로운 룰은 기존에 가장 감동을 준 가수 한 명에게 투표하던 방식에서 감동적인 공연을 보여준 3명의 가수를 꼽는 ‘1인3선제’로 바꿨다. 여기에 총 세 번의 공연 중 두 번의 경연만 평가해 이를 합산한 점수로 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또 ‘나가수’ 시즌1 때는 1등과 꼴찌만 알렸지만 이제 전체 등수를 공개해 가수들에게 좀 더 치열한 경쟁을 요구했다.
저녁 6시 반쯤 되자 가수들의 이름과 사진이 프린트된 노란 종이를 든 청중평가단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서 있는 경호원들이 일일이 안내했다. ‘나가수’ 청중평가단은 ‘우리들의 일밤’ 홈페이지를 통해 방청 신청을 남긴 사람들 중에서 선발되는데 요즘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국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나가수’ 시즌2가 시작되면서 청중평가단의 구성도 바뀌었다. 처음 김영희 PD가 연출할 때는 1천 명의 평가단 풀을 구성해 공연마다 각 연령대별로 1백 명씩 총 5백 명을 선정해 평가에 참여시켰다. 그러나 신정수 PD가 연출을 맡으면서부터는 기존 풀을 해체하고 공연마다 새로 평가단을 구성했다. 대신 평가의 연속성을 감안해 30%는 남기고, 나머지는 바꿔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청중평가단의 경쟁률이 몇백대 1에 이르며 “녹화장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전했다.

‘나는 가수다’ 7인7색, 천상의 목소리에 빠져들다

1 ‘나가수’ 공연 시작 전 청중평가단이 자리 배정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 공연을 마친 ‘나가수’ 출연 가수 대기실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3 공연을 마치자마자 투표가 이뤄진다. 4 제작진은 ‘나가수’ 스포일을 막기 위해 푯말을 세워뒀다. 5 1억5천만원 이상 고가의 음향 장비로 채워진 ‘나가수’ 녹화 현장.



‘나는 가수다’ 7인7색, 천상의 목소리에 빠져들다


청중평가단이 착석을 끝내자 어느새 공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무대는 TV로 보는 것보다 디자인과 조명이 화려했고 꽤 넓어 보였다. 무대 중앙에는 각종 음향기기가 설치돼 있었다. 어느덧 7시. 그러나 도무지 공연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가수’ 시즌2에서 처음으로 탈락자가 배출되는 날이어서 그런지 제작진도 긴장한 듯 최고의 무대를 꾸미기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는 듯했다.
드디어 공연을 앞두고 ‘나가수’의 선장, 신정수 PD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비가 오는 가운데도 다들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가수들이 일주일 동안 준비한 최고의 노래를 뜨거운 함성으로 맞이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오늘 녹화분이 5월22일 방송될 예정”이라며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알리지 말아달라. 집에서 보는 시청자들의 온전한 재미를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이날 탈락자 발표는 “가수들과 제작진끼리 따로 진행된다”고 공지했다.



1억5천만원이 넘는 음향기기와 장비들로 무대 지원
녹화는 1시간 10분 동안 일곱 가수의 무대가 쉼 없이 치러진다. 이번 경연의 주제는 네티즌 추천곡. 첫 포문을 연 가수는 ‘나가수’ MC 이소라였다. 그는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그만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색으로 재해석했다. 무대 위 양 옆에 붙어 있는 2개 모니터에는 노랫말이 소개돼 청중평가단이 잘 모르는 노래라도 금세 따라 부를 수 있게 배려했다.
침착하게 첫 무대를 마친 이소라는 “순서 정하는 공을 이병진씨가 뽑았는데 1번이 나왔다”면서 “첫 무대라고 다들 저 잊어버리시면 어떡하죠?” 하며 애교 섞인 농담을 건넸다. 가수들의 무대와 무대를 잇는 이소라의 진행은 매끄럽고 재미있다. 방송에서 온전히 느낄 수 없었던 MC 이소라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소라가 소개한 두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BMK. 이소라는 “BMK가 온 뒤로 심정적으로 많이 편해졌다”며 “마음 푸근한 여동생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BMK 미션곡은 그의 풍부한 성량과 잘 어울리는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이었다. 지난 1차 경연에서 꼴찌를 한 탓일까. 무대에 걸어나올 때부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노래를 시작하고 점점 하이라이트로 갈수록 관중들의 분위기를 이끄는 그를 보면서 ‘타고난 가수’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노래 말미에 ‘빰빠빠바빠바’란 가사를 부르면서 신나게 마무리한 게 인상적이었다. 그만의 탁월한 가창력과 싱크로율 100%의 노래였다. BMK의 무대가 끝난 뒤 이소라는 “BMK씨가 ‘예전 콘서트 때도 이렇게 준비한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며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한 무대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세 번째 무대는 요즘 ‘로큰롤 베이비’라 불리는 윤도현이었다. 이날 잦은 기침으로 최악의 상태였던 윤도현은 병원에서 주사를 맞느라 리허설 무대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션곡인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을 윤도현만의 색깔로 개성 있게 불렀다. 모두가 일어선 채로 “YB 최고!”를 외치며 불렀던 윤도현의 무대는 실제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다음은 이소라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보컬리스트”라며 “항상 본인 실력보다 못 불러서 오늘만큼은 자신의 기량대로 잘 부르길 바란다”며 소개한 김연우였다. 그의 미션곡은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 공연에 들어가기 전 리허설을 한 번 더 할 정도로 그는 이번 미션곡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편곡에 앞서 출국하는 김장훈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그동안 김연우의 음색이 ‘밋밋하다’ ‘단조롭다’는 평이 있었지만 실제 공연장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클라이맥스 부분에선 마이크 소리를 빼고 노래 한 구절을 불렀는데 어디서 그런 폭발적인 성량이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어 ‘나가수’의 비주얼 담당 가수가 된 김범수의 무대가 마련됐다. 이소라는 “관객들이 놀라실까봐 미리 말씀드린다”며 “오늘 의상이 좀 파격적인데 범수씨가 참 자신감 있게 입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이 무대를 점점 즐기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소라의 말대로 김범수의 의상은 화이트 컬러로 통일한 왕자 스타일. 롱부츠는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오히려 ‘늪’이란 어둡고 무거운 노래에 잘 어울렸다. 김범수는 고음이 인상적인 조관우의 창법을 무리 없이 소화해 청중평가단으로부터 갈채를 받았고, 이소라는 “아주 잠깐 프레디 머큐리가 생각났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나가수’의 공식 여신이자 요정으로 불리는 박정현이 그 다음 무대를 맡았다. 실제로 보니 더 자그마한 체구였지만 등장할 때부터 걸음걸이가 당찼다. 그가 부른 노래는 부활의 ‘소나기’.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치 머릿속에 영상으로 떠올라 스쳐갈 정도로 박정현의 가사 전달력은 놀라웠다. 이소라는 “최근 콘서트를 하느라 굉장히 정신없는 상황일 텐데 이렇게 멋진 노래를 부르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기도 했다.

공연 뒤에도 입가에 맴도는 멜로디
드디어 마지막 무대다. 청중평가단은 술렁이며 ‘나가수’가 낳은 장안의 화제 ‘임재범’의 이름을 불러댔다. 이소라 역시 “‘나가수’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해준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며 “무대와 실제 모습이 참 다르다”고 웃으며 임재범을 소개했다.
무대에 등장한 임재범은 그 자체만으로 포스가 강렬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꺼낸 첫 소절은 ‘내가 만약’.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격으로 알려진 윤복희의 ‘여러분’이었다. 암 투병 하는 아내와 한때 어려웠던 생활을 고백했기 때문일까. 가사와 그의 삶이 일치한다는 기분에 가슴이 더욱 뭉클해졌다.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노래를 멈춘 채 나지막이 읊조렸다.
“내가 만약 노래할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바로 여러분.”
그의 절절한 노래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격정적인 하이라이트 반주. 임재범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타고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그가 노래를 마치자 무대 가까운 객석에선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렇게 쏜살같이 끝나버린 7명의 무대. 청중들은 탈락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기보다 오히려 이날 가슴속을 울렸던 3명을 꼽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는 듯했다. ‘나가수’ 포스터를 품에 안고 떠나는 청중들의 입에선 ‘아름다운 강산’ ‘사랑이야’ ‘여러분’ 등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청중평가단은 “아직도 노래의 감동이 잊히지 않는다” “태어나서 이렇게 소름끼치는 무대는 처음 봤다”며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감동의 여운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가수’ 열혈 팬, 저도 있어요!
501번째 청중평가단 자처하는 연예인들!

‘나는 가수다’ 7인7색, 천상의 목소리에 빠져들다
5월8일 방송된 ‘나가수’에는 눈에 띄는 청중이 있었다. 영화배우 엄앵란이었다. 이날 방송은 ‘내가 부르고 싶은 남의 노래’ 미션이었는데 그중 이소라가 보아의 ‘No.1’을 부른 뒤 환호하는 관중들 사이에서 영화배우 엄앵란의 모습이 포착됐다. 박정현 노래 중간에도 그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노래 ‘No.1’을 이소라가 멋지게 리메이크해서 부른 것에 대해 보아가 남긴 트위터 글도 화제였다. 보아는 5월9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이소라 선배님의 ‘No.1’ 소름 돋았어요. 멋지게 재해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자극되는 하루!”라는 소감을 남겼다.
김진표 역시 ‘나가수’에 출연 중인 박정현을 언급했다. 그는 “뒤늦게 보는 ‘나가수’. 리나 팬이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말 뿌듯하다. 이 감동! 같이 노래해본 난 그야말로 복 받은 팬! 아직도 조각일까? 들어가봐야지”란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리나(Lena)는 박정현의 영어 이름. 조각은 박정현의 팬카페(Piece of Lena)의 별칭이다. 이미 김진표는 박정현의 팬으로 유명하다. 그는 4집 음반 수록곡 ‘시간이 필요해’의 피처링을 박정현에게 부탁한 적이 있다.
김아중도 MBC 라디오 프로그램 ‘2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여장부들 김아중 편’에 출연해 자주 보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나가수’를 꼽았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매번 눈물을 흘린 것은 ‘나가수’가 처음”이라며 “노래 한 곡 한 곡 심금을 울리는 무대로 이소라 선배님의 무대는 가사에 담긴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고 윤도현씨가 속한 YB밴드가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열광한다. 감동과 열정이 공존하는 무대인 것 같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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