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지금은 발레시대

같이 추실래요~ Shall We Ballet?

글·김민지 기자 사진·한용훈,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11. 04. 05

15세기 이탈리아 왕실의 사교춤으로 시작된 발레. 몇 세기를 넘고 넘어서 이제야 대중 앞에 섰다. 영화, CF, 피겨스케이팅, 개그 등 다방면에 접목돼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발레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발레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같이 추실래요~ Shall We Ballet?


3월11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 새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수줍은 듯 미소를 머금고 차례로 입장한 이들은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발레리노팀의 이승윤(33), 박성광(30), 양선일(32), 정태호(33). 1월 초 발레리노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가리는 몸 개그로 좌중을 사로잡았던 이들은 실제 발레를 배우기 위해 처음 연습 현장을 찾았다.
스트레칭부터 시작한 발레리노팀은 30분도 지나지 않아 땀을 뻘뻘 흘렸다. 스트레칭은 무용수에게 필수 과정. 몸을 풀지 않으면 제대로 춤을 출 수 없다. 대개 스트레칭 동작은 수평에서 수직, 바를 잡는 것에서 바를 놓는 순서로 진행된다.
‘개콘’ 발레리노팀은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무용수들 가운데서 확 튀었다. 아등거리는 몸동작도 우스웠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착용한 ‘하얀색 타이츠’가 남달랐다. 실제 무용수들은 화이트 컬러의 무용복은 피한다. 조명을 받으면 실제 몸매보다 훨씬 커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 발레단에서 개그 아이디어를 따온 발레리노팀에게 하얀색 타이츠는 버릴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48)은 “하얀 타이츠를 입고 멋지게 보이려면 몸 자체가 예술이 돼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스트레칭이 끝나자 발레리노팀은 공연 ‘돈키호테’의 동작들을 배웠다. 발레 마스터에게 배우는 4명의 실력은 가지각색. 그나마 발레리노팀에서 발레 마스터를 맡은 정태호가 유연하게 따라 해 칭찬을 받았다. 1시간여의 연습을 마친 그는 “발레를 개그 소재로 희화화해 무용수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재미있게 본다’며 현장 방문을 환영해줘 고마웠다”면서 “실제 가까이서 춤추는 발레리노들을 보며 ‘남자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무용수의 신체 부위를 가리는 데 개그 포인트를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 발레 공연이나 발레 무용수만의 기술을 접목해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개콘’ 발레리노팀에게 맨 처음 발레를 가르쳤던 엄재용 수석 발레리노(32)는 요즘 부는 ‘발레 열풍’이 반갑다. 어릴 적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그가 발레에 입문한 건 중학교 3학년 때. 발레 교수였던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다만 고급문화라는 인식 탓에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그는 발레의 대중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취지에서 지난해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시청자 투어에 참여했다.
엄씨는 20만 관객을 모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나탈리 포트만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블랙 스완’, 2월 전 회 매진된 국립발레단의 공연 ‘지젤’, 김연아가 선택한 새 쇼트프로그램 ‘지젤’ 등을 예로 들며 “이들이 발레 대중화의 불씨를 당긴 것 같다”며 “보는 발레로 즐기기 시작했다면 직접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실제 무용수가 되려면 날씬한 몸매, 강한 체력, 뛰어난 유연성 등 타고난 기질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발레 배우기를 즐기는데, 무용수가 되고자 한다면 되도록 빨리 진로를 정하는 게 좋다. 몸이 굳기 전에 발레에 맞는 몸매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용복이나 토슈즈, 레슨비, 예술 중·고등학교 학비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공연으로 즐기는 발레, 관전 포인트

같이 추실래요~ Shall We Ballet?
그간 발레를 영화나 TV에서만 접했다면 이제 자신 있게 무대에서 발레를 즐겨보자.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 등에서 발레 공연 입문자를 위해 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6월에는 고전·현대 발레 등 다양한 극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발레 축제가 처음으로 열린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엄재용·한서혜씨가 발레 공연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희극→비극 순으로 공연을 선택해라 많은 발레가 비극으로 끝나지만 희극도 있다. ‘돈키호테’는 대표적인 희극 발레.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발레극은 극 전개상 엉뚱하고 기발한 에피소드가 많이 포함돼 있다. 발레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관람 전에 미리 줄거리 알아보기 공연을 정했다면 인터넷으로 간략하게 내용을 알아본다. 대략적인 스토리만 알아도 대사가 없는 발레극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차이콥스키 3대 발레를 즐겨라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백조의 호수’를 섭렵하면 발레의 기초는 닦였다고 볼 수 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친숙하고 줄거리도 익숙해 발레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공연이다.


같이 추실래요~ Shall We Ballet?

1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리노들이 ‘돈키호테’ 공연 연습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2 3 유니버설 발레단의 연습 현장을 찾은 개콘 발레리노팀 모습. 발레리노를 소재로 한 이들 개그는 무용수들에게도 인기다.



하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나 취미로 발레를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다는 게 무용수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한서혜 수석 발레리나(23)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예술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고, 수직 상승으로 몸을 움직이다 보니 자세 교정까지 확실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발레의 장점은 입소문을 타고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고 있다. 국립발레단 부설 아카데미의 경우 2005년 6백90여 명에 불과했던 성인 수강자가 지난해 1천5백 명을 넘어섰다.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여성만 즐기는 것도 아니다. 3월10일 오후 9시 국립발레단 아카데미 중급반을 찾았을 때 눈에 띄는 몇 명의 남성들이 보였다. 그중 최고참으로 5년째 발레를 배우고 있는 김영진씨(59)는 발레의 매력을 한마디로 얘기했다.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건강과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예술이라는 것. 교통사고로 생긴 허리 통증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발레가 이제 그의 취미이자 특기가 됐다. 그는 “발레의 운동량은 상당하다”며 “다른 운동처럼 격렬하게 몸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체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발레의 동작들을 따라 하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 제대로 된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동작은 아무 의미가 없다. 스트레칭을 바탕으로 유연성과 근력을 키워야 한다. 지난해까지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있다가 올해부터 아카데미 학생들을 가르치는 홍미선씨(30)는 발레 기본기를 위한 첫 단계로 ‘좋은 자세’를 꼽았다.
올해부터 아카데미에 성인 토슈즈반이 새로 개설됐다. 그러나 처음부터 발레리나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토슈즈를 신을 수는 없다. 발레의 기본 자세라 불리는 발끝을 드는 동작(푸엥트)은 보기엔 쉽지만 초보자가 바로 따라 하긴 어려워서다. 반복된 연습과 근력, 상당한 요령을 필요로 한다. ‘튀튀’라고 불리는 발레복도 꼭 입을 필요가 없다. 간단한 트레이닝복이나 레깅스 등 편한 복장으로 수업을 받아도 충분하다.
홍씨는 발레 효과를 보려면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 동작은 최소 1주일에 3회 이상 30분씩 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석 달 정도 지속해야 몸이 자리를 잡고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진다. 수강자 김나윤씨(31)는 “1년 이상 발레를 배우다 보니 키가 1~2cm 정도 커졌다”며 “다이어트 효과를 크게 본 건 아니지만 몸매가 탄탄해지고 균형이 잡혔다”며 발레의 효과를 전했다.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에선 단순히 발레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수강생들이 참여하는 공연도 마련하고 있다. 3년 넘게 발레를 배우고 있는 김희정씨(27)는 “매년 공연을 통해 발레리나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함께 배우는 조연경씨(40)는 “발레를 배우고 공연도 하면서 공연을 즐기는 법까지 알게 됐다”며 “몸짓으로 하는 아름다운 발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필수 발레 용어

푸엥트(point) 발레의 기본 자세. 발끝으로 서서 몸 전체를 지탱한다.
플리에(plie) 무릎을 굽히는 동작. 플리에는 무릎을 크게 구부리는 그랑 플리에와 반만 구부리는 드미 플리에가 있다. 상체는 굽혀지지 않도록 주의.
바트망 탕듀(Battement tendu) 다리를 곧게 뻗은 상태에서 뒷발과 부딪친다. 무릎을 쭉 편 상태로 푸엥트 자세를 만들어 바닥을 충분히 밀면서 나간다.
※ 국립발레단 홈페이지(www.kballet.org) 참고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