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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남다른 교육법

사교육 끊고 두 아들 키우는 김원미씨 체험기

글·이혜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1. 02. 08

중학교 국어교사인 김원미씨는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두 아들의 사교육을 끊었다. 방학 중에는 말 그대로 방학답게 놀리기로 한 것. 한 달에 1백만원씩 들어가던 사교육 대신 엄마와 체험학습을 다니니 비용은 절반도 안 들고 아이들은 자기 주도 학습을 시작했다.

사교육 끊고 두 아들 키우는 김원미씨 체험기


“인터뷰까지 하게 돼 민망하네요. 그저 놀릴 시기에 놀리고 있을 뿐인데요(웃음).”
최근 ‘아깝다 학원비!’라는 책에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사례로 수기를 쓴 김원미씨(42)는 “특별한 교육을 시키는 것도 아닌데 관심을 받아 부끄럽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그는 김요한(12) 김주한(9) 두 아들에게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요즘은 방학이라 더 놀리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알아서 그냥 놀아요(웃음).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책을 많이 보기도 하지만 매점에 가거나 열람실 좌석표 뽑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긴 해요. 컴퓨터 사용은 큰 아이의 경우 30분씩, 작은 아이는 10분씩 시간을 정해두고 하고 있고요. 할 일을 끝낸 뒤에 컴퓨터를 할 수 있다는 조건인데 서로 얘기를 나누고 결정한 사안이라 잘 지키는 편이에요. 텔레비전은 많이 보는 것만 아니라면 나무라지 않고요. 하지만 어영부영 있다 보면 방학이 끝나니까 요즘에는 가능한 한 문화체험활동을 같이 하려고 해요. 첫째와는 얼마 전부터 함께 라켓볼을 배우고 있고 며칠 전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도 다녀왔어요. 아이들이 어깨를 들썩이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기분이 좋던데요(웃음).”
중학교 국어교사인 김원미씨는 방학에 여유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지난해 배운 수학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수학 문제집 풀기를 마치면 가능한 한 아이들과 밖으로 나간다.
“아이들이 게임이나 컴퓨터에 몰입하는 건 그것보다 재미있는 걸 모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넓고 재미난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자주 데리고 나가요. 사교육비로 그간 두 아이에게 매달 1백만원씩 썼는데, 이렇게 다니면 그 절반도 안 쓰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되진 않아요. 교육학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시기마다 발달 과업이 있다고 하잖아요. 어릴 때 충분히 놀지 않으면 이상하게 성장할 수도 있으니까 놀 시기에는 놀게 하려고요.”
그가 애초부터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보통의 맞벌이가정 자녀들처럼 그의 아이들 역시 어릴 적부터 엄마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여러 학원을 전전했다.
“근처에 친정어머니가 사시긴 하지만 주로 학원에 많이 보냈어요. 동네 아이들이 하는 건 거의 다 시킨 것 같아요. 어린이집에서도 방과 후 활동이 따로 있어서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 종이접기, 미술을 시켰죠. 유치원 때는 도형놀이를 따로 가르쳤고,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선 피아노, 태권도, 미술은 기본이고 영어, 수학도 따로 보냈어요.”
그러다 언젠가부터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피아노를 싫어하는 큰 아이가 3년에 걸쳐 바이엘을 배우는 모습을 보자 이런 교육을 강요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급기야 빽빽한 학원 스케줄 때문에 다른 체험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과감히 사교육을 끊기로 했다.

사교육 끊고 두 아들 키우는 김원미씨 체험기


“평소에는 영어학원을 일주일에 두 번씩 갔는데 방학이 되니까 매일 수강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방학인데도 아이들은 쉴 틈이 없는 거죠. 학원 다니느라 바빠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른 체험활동도 못하는 걸 보니 회의가 들더군요.”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우연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카페에 가입해 학부모 대상 수업인 ‘등대지기학교’를 수강하면서 사교육에 매일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섰다고 한다. 사교육만으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사로서의 경험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큰 힘이 됐다. 사교육1번지에서 10여년간 교사로 생활해온 그는 “사교육의 해악을 누구보다 많이 목격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원형탈모증에 걸린 아이도 있고, 한 시간마다 전화해 엄마와 스케줄을 상의하는 아이도 있고요. 심지어 약해 보이는 아이들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일도 잦았죠. 물론 다른 곳도 ‘왕따’ 현상이 있긴 하지만 거긴 괴롭히는 정도가 더 심했어요. ‘동물의 왕국’이 떠오를 정도였죠.”

사교육 끊자 ‘자기 주도 학습’ 시작한 아이
특히나 김원미씨는 사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일수록 뒷심을 발휘하고, 창의력이 남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강북에서도 교사 경험이 있는 그는, 같은 상황에서 강남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사교육을 덜 받는 강북 아이들이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사교육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니까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 거죠. 반면 어려서부터 엄마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학원만 다닌 아이들은 중학교에 진학해 방황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교육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조기교육이 능사가 아니더라고요. 영어유치원만 해도 다닌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다른 점을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무조건 어릴 때 교육시키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도리어 본인이 필요할 때 가르쳐야 더 잘 흡수한다는 걸 여러 차례 느꼈어요.”
실제로 김씨의 두 아들은 학원을 끊은 뒤 적극적으로 변했다. 큰 아이의 평균 점수는 90점 정도로 이전과 비슷했지만 학습 태도는 더 좋아졌다. 스스로 불안해서 그랬는지 자신이 세운 계획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 그야말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과학실험을 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빌려오기도 한다. 학원을 네 곳까지 다니던 둘째는 수업 중 책상 위에 서 있는 등 산만한 모습을 보였으나 요즘에는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학원차를 타고 내리는 동네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불안감이 밀려온다는 김원미씨. 그럴 때마다 그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들이 원한다면 학원에 보낼 수도 있지만 그전처럼 무턱대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건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동물 키우는 걸 좋아해 해양동물학자를 꿈꾸는 첫째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건축가가 되고 싶어 하는 둘째가 꿈을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어줄 생각이다.
“‘SKY’ 대학 간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물놀이 하시는 분들을 보니 희열에 찬 얼굴로 공연을 하던데, 제 아이들도 그분들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 이렇게 방치하다 보면 아이들이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내려가 봐야 또 바닥을 치고 오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아이들에게는 그런 힘이 있으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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