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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OKING & TRAVEL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가을 맛 여행을 떠나다

기획·한여진 기자 사진·현일수 기자

2010. 11. 18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눈이 오려나 비가 오려나 억수장마 지려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몰려든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릿골 올 동백이 다 떨어진다
간다지 못 간다지 얼마나 울었나
송정암 나루터가 한강수가 되었네
정선의 구명은 무릉도원이 아니냐
무릉도원은 어디 가고 산만 충충하네
- 정선아리랑 中

산골을 따라 골골이 흐르는 물줄기가 마을을 에돌고, 비바람을 맞으며 모습을 만들었을 바위산이 병풍처럼 들어서 있는 정선. 산길을 굽이굽이 돌고돌아야 만날 수 있는 그곳에는 고랭지 채소, 산나물, 버섯, 더덕 등 사계절 내내 먹거리로 풍성하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선은 가난하고 척박한, 애환의 땅이었다. 거친 물줄기와 칼날처럼 솟은 바위산의 척박한 땅에서 거친 삶을 살던 정선 사람들. 한숨인지 노래인지 모를 정선아리랑은 노래라기보다 척박한 땅에서 거친 삶을 살았던 그들의 가슴 속 이야기다.
이런 정선이 변하고 있다. 강원랜드가 들어서고 레일바이크, 래프팅 등 즐길거리가 생기면서 애환의 땅이 관광 도시로 탈바꿈됐다. 산골마을에 사는 이들의 소통의 장이었던 정선 5일장은 강원도 먹거리를 맛보기 위해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구절리의 레일바이크는 연일 매진이 되고 있다.
정선 5일장이 서던 날, 정선으로 떠났다. 장터에서 감자떡, 찐 옥수수, 콧등치기, 메밀전병 등을 배불리 먹고, 소금강이나 민둥산, 동강 등에서 여유를 만끽한 뒤 레일바이크를 즐기다보면 절로 콧노래가 난다.

정겨움이 묻어나는 정선 마을 풍경

정선읍에서 북쪽으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아우라지는 정선군 북면 구절리에서 흘러오는 송천과 임계면의 골지천이 합류하며 어우러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선의 동서를 이어주던 곳으로 지금은 타는 이가 적지만 20년 전만 해도 나룻배가 오갔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도 1천2백리 떨어진 서울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뗏목 터에 각지에서 몰려온 뱃사공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정선아리랑’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물길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있고 아우라지관광지가 조성돼 있지만, 그 수백 년간 물길이 만나듯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졌던 애틋함이 곳곳에 배어있다.
정선은 산봉우리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다른 모습이 펼친다. 정선읍에서 남쪽으로 차로 20여분 떨어진 소금강 줄기에 위치한 화암 마을은 아우라지와는 또다른 모습이다. 그림 같은 바위, 화암(畵岩)이란 이름처럼 한 폭의 산수화 같다. 특히 마을 맞은편 바위 절벽 위에 위치한 몰운대는 절경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구름도 쉬었다 간다는 몰운대 반석에 앉아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도 좋다.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1 옥수수는 감자, 콩과 더불어 정선 사람들의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 맛이 달고 고소해 설탕이나 다른 조미료를 넣지 않고 쪄도 맛있다. 2 1천리 남한강 물길 따라 목재를 운반하던 아우라지 뗏목 모습. 3 정선 어디에 가나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 코스모스, 국화, 밤송이 등을 만날 수 있어 여행이 한층 즐겁다. 4 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요즘, 정선은 고랭지 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지대가 높아 서늘한 바람이 일찍 불기 시작해 병충해 없이 늦가을까지 키울 수 있다. 5 화암마을에서 만난 할머니. 직접 농사 지은 들깨를 손질하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이 정답고 친근하다.



시끌벅적 정선 5일장이 서는 날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1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 채소 판 돈은 다음 주에 놀러 올 손자 용돈으로 줄 생각이다. 2 시장 한쪽에서는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지푸라기를 엮어 망태, 짚신, 멍석 등을 만들고 있다.



산골마다 피어나는 안개 너머로 여명이 번져오면 산골 사람들이 하나둘 장터로 모여든다. 1966년에 처음 열리기 시작한 정선 5일장은 2와 7로 끝나는 날짜에 열리는 2, 7장이다. 고등어 한손 사러 꼬박 서너 시간 산길을 걸어와야 했지만, 장터에 가면 옆 마을 소식을 들을 수 있고,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장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이런 정선 5일장이 최근에는 달라졌다. 5일장이 관광객들에게 알려지면서 하루 평균 1천여 명 이상의 외지인이 찾아오는 새로운 관광지로 뜨고 있는 것.
시골 장에 가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마음 설레고 흥겨운 이유는 무얼까? 장터 가득 넘쳐나는 먹거리와 구수한 입담 때문일 것이다. 고구마처럼 못생긴 산마, 바람이 불면 술 취한 사람처럼 춤을 춘다는 곤드레나물, 흙냄새 폴폴 나는 산더덕, 속이 꽉 찬 배추, 앞 마당 감나무에서 딴 홍시 등 보기만 해도 배부른 먹거리가 가득하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장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3 정선 5일장 입구 모습. 4 장터 안에는 메밀전병,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등 정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골목이 조성돼 있으므로 꼭 가보길. 5 장터 분위기를 한층 흥겹게 만드는 놀이판. 사물놀이, 창, 통기타 연주 등이 수시로 열린다.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6 서울보다 30~5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산나물, 배추, 더덕, 버섯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정선 5일장의 매력.



정선 구경도 식후경, 정선의 대표 먹거리
음식에는 그 지방의 특색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던 정선의 먹거리는 감자, 메밀, 옥수수 등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 메밀을 반죽해 뚝뚝 썰어 만든 콧등치기나 메밀 반죽에 배추를 올려 만든 배추전, 옥수수반죽을 멸치국물에 말아 먹는 올챙이국수…. 멋 부리지 않은 투박한 모양새,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담백한 맛이 정선 사람들과 참 많이 닮았다. 정선을 닮아 더욱 정겨운 정선의 대표적인 먹거리를 소개한다.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지글지글 배추전, 수수부꾸미, 녹두전…전 열전 들기름을 두르고 메밀반죽을 얇게 지지다가 배춧잎을 올려 만드는 배추전, 메밀전에 배추김치를 다져 넣어 만든 메밀전병, 수수가루를 도톰하게 지진 뒤 팥고물을 올려 먹는 수수부꾸미, 다양한 나물을 넣어 만든 녹두전 등은 정선의 대표 먹거리. 배추전이나 메밀전병은 맛이 밍밍한 편이지만 한두 젓가락 먹다보면 소박한 맛의 매력을 알게 된다. 메밀전병과 배추전, 수수부꾸미, 녹두전 모두 한 장에 1천~2천원 정도.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입맛 살리는 산나물 장아찌 곤드레, 곰취, 산더덕, 깻잎 등 다양한 산나물로 만든 장아찌. 향긋한 나물 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입맛이 산다. 특히 쌉싸래한 끝맛이 일품인 곰취와 곤드레 장아찌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1 쫄깃쫄깃 면발이 살아있는~ 콧등치기 메밀면발이 쫄깃해 후루루 먹다보면 콧등을 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콧등치기. 만드는 방법은 물에 된장을 풀고 끓이다가 메밀가루를 반죽해 만든 메밀국수와 채썬 애호박, 당근, 파 등을 함께 넣고 끓이면 된다. 여기에 달걀지단과 김, 양념간장 등을 곁들여 먹는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콧등치기국수는 원조로 알려진 아우라지역 앞 청원식당(033-562-4262)을 비롯해 정선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가격은 5천원 정도.
2 담백한 맛~ 올챙이국수 가난한 시절, 옥수수가루를 물에 불려 국수처럼 끓여 먹던 음식. 끓는 물에 옥수수 알맹이를 5시간 이상 삶은 뒤 녹말을 헝겊으로 걸러내 솥에서 다시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다. 불을 끄고 4시간 이상 뜸을 들인 뒤 구멍이 숭숭 난 체에 내리면 국수가 뚝뚝 떨어지는데, 국수 모양이 올챙이와 비슷하다. 올챙이국수는 여름에는 냉국에 말아 양념간장을 곁들여 먹고, 겨울에는 멸치국물에 말아 숟가락으로 뚝뚝 떠먹는다. 가격은 5천원 정도.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옥수수, 황기, 더덕 막걸리 아우라지가 있는 여량면에는 3대째 옥수수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여량양조장이 있다. 쌀에 옥수수가루를 40%정도 섞어 수작업으로 만드는 여량 옥수수 막걸리는 첫맛은 구수하고 끝맛은 달착지근하다. 막걸리의 톡 쏘는 맛이 적어 한층 깊은 맛이 난다. 정선에는 옥수수뿐 아니라 황기, 더덕, 곤드레 등 정선의 맛이 담긴 다양한 막걸리가 있으므로 꼭 맛보길. 정선의 경치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며 정선아리랑을 읊조리다 보면 스트레스도 싹 풀린다. 문의 019-226-4017

정선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1 억새가 끝없이 펼쳐진 민둥산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위치한 해발 1,119m의 민둥산은 이름처럼 정상에 나무가 없는 대신 가을이 되면 억새밭이 드넓게 펼쳐진다. 11월에는 능선을 따라 30여 분간 억새밭을 헤쳐 가야 정상에 도착할 정도로 억새가 무성하다. 자동차로 해발 800m에 위치한 발구덕마을까지 올라간 뒤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면 억새밭이 펼쳐진 정상이 보인다. 내려올 때는 억새군락을 지나 북쪽 지억산을 오른 뒤 불암사를 거쳐 화암 약수로 내려오면 좋다. 발구덕마을 길은 2~3시간 정도 걸리고, 화암약수로 내려오는 길은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2 전통가옥 체험 가능한 정선 아라리촌 대마 껍질을 벗겨 지붕을 만든 저릅집, 소나무 널빤지로 지붕을 얹은 너와집을 비롯해 굴피집, 돌집, 귀틀집 등 정선 전통 민가가 조성돼 있어 전통가옥을 체험할 수 있다. 물레방아, 아우라지 뗏목, 농기구, 고인돌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조양강을 끼고 조성된 산책로도 경치가 아름답다. 입장료는 무료, 숙박은 1박에 10만~20만원 정도. 문의 033-560-2059
3 씽씽~ 레일바이크 완행열차가 사라진 구절리역부터 아우라지역까지 7.2㎞ 구간에 조성돼 있다. 산, 강, 논, 밭을 따라 놓인 철로를 달리며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특히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송천 위를 달릴 때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난다. 오전 9시·11시, 오후 1시·3시·5시 하루 5번 출발하는데, 단풍 시즌에는 연일 매진이므로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요금은 2인승 1만8천원, 4인승 2만6천원이다. 문의 www.railbike.co.kr.

강원도 정선 5일장 서던 날


드라이브와 트래킹 코스로 제격! 소금강 정선 소금강은 동면 화암1리의 화표주에서 몰운1리의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약 4㎞의 계곡이다. 동대천과 어우러진 기암절벽의 장엄한 풍경이 금강산에 버금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드라이브와 트래킹하기 좋다. 드라이브 코스는 화암1리의 화표주에서 시작해서 몰운대까지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소나무, 강물, 쪽빛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트래킹은 드라이브의 마지막 지점인 몰운대에서 출발한다. 구름조차 쉬어갈 정도로 경치가 빼어난 몰운대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를 내린 노송과 단풍나무의 조화가 아름답다. 몰운대를 포함해 신선대, 설암, 화엄약수까지 이어지는 8km의 트래킹 코스는 가파르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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