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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구장에서 바비큐 파티한다

기획 한여진 기자 사진 현일수 기자

2010. 06. 08

나는 야구장에서 바비큐 파티한다

야구 좋아하세요? 저는 야구 광팬이랍니다. 다섯 살 때부터 야구 모자를 쓰고 아빠 손에 이끌려 야구장에 다녔고, 학창시절에는 야구장에 가기 위해 수업을 빠지기 일쑤였으며 이상형이 야구를 좋아하는 남자일 정도니 골수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국가대표 야구팀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 금메달을 따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한 후 야구장이 연일 만원을 이루면서 야구장에 가는 재미가 커졌고요(야구는 응원단이 한목소리가 돼 상대편 응원단과 경쟁하듯 응원하며 관람해야 제 맛이거든요).
지난 주말에도 친구와 함께 야구장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았다는 친구는 관람석이 지정좌석제로 바뀐 것에 깜짝 놀라더군요. 하지만 놀랄 일은 그것이 다가 아니랍니다. 요즘 치솟은 야구 인기에 발맞춰 야구장도 진화하고 있거든요. 지정좌석은 기본이고 바비큐 파티를 열거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 존까지 마련돼 있지요. 대표적인 곳은 인천문학구장의 ‘삼겹살 존’으로 구장 내 매점에서 삼겹살과 채소, 양념을 구입해(삼겹살 200g·채소·양념 1만3천원) 테이블에 설치된 전기 불판 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야구를 관람할 수 있답니다. 2주 전부터 인터넷으로 예매할 수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서 18개 테이블이 금세 매진되는 것이 안타깝더라고요. 잔디밭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으면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문학구장 ‘잔디관람석’도 인기예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해질녘, 푸른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보고 있으면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푸른 잔디밭 외야석이 있는 메이저리그 야구장)가 부럽지 않죠.
서울 잠실구장은 연간회원에게만 제공하던 VIP석을 올해부터 일반인에게도 판매(5만원)하고 있어요. 야구장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이 가장 잘 보이는 홈플레이트 바로 뒷좌석으로 공간이 넓어 관람하기도 편해요. 부산사직구장 ‘익사이팅 존’은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선수대기실과 가까워 경기를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어 야구팬들이 즐겨 찾는 곳이고요.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도 야구장을 즐기는 방법이에요. 잠실이 홈구장인 두산베어스의 대표적인 이벤트는 ‘키스타임’으로 카메라맨이 무작위로 선정한 커플은 키스를 해야만 하죠. 인천 SK와이번스는 관객이 선수 라인업을 소개하는 ‘일일 아나운서’ 이벤트, 대구 삼성라이온스는 단상에 올라 가족이나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라이온스 추카추카’ 이벤트를 진행 중이고요.
1982년 개막한 프로야구가 어느덧 내년이면 서른 살입니다. 초창기 술에 취한 아저씨들의 고성방가가 난무하던 야구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행복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뜻을 세우고 기반을 잡는다는 서른, 이립(而立)이란 나이답게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해 야구팬의 한 명으로 마음이 ‘참’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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