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재테크 핫이슈

부동산 불패 신화, 이대로 끝나는가

전문가 4인에게 물었다!

글 최은성 사진 박해윤 기자

2010. 05. 06

현재 부동산 시장은 주택가격 하락과 반등으로 의견이 갈려 그 어느 때보다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덩달아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서민의 고민도 커졌다. 대립되는 전망을 내놓은 부동산 및 금융 전문가 4인을 만나 주택시장 전망 & 수익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노하우를 알아봤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폭락론’의 기운이 드리운 가운데 주택가격이 곧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부는 아파트 값 거품론, 높은 가계 부채,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일부는 주택공급 부족 및 주택교체 수요, 가구 분화 등을 들어 폭락론을 부정하고 있는 것. 부동산 및 금융 전문가 4인이 안갯속 부동산 시장을 긴급 진단했다.

▷▶ 하나금융연구소 금융시장팀 김완중 연구위원 → 하락
“거품 낀 아파트 값,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맞물려 하락세로 전환”

부동산 불패 신화, 이대로 끝나는가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4월 초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요인 점검 및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가계부채 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급락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의 주요 책임자인 김완중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하락을 전망하는 이유로 고평가된 아파트 가격, 인구구조의 변화 그리고 가계부채를 들었다.
“그동안 주택시장은 강한 ‘내 집’ 욕구와 80~90년대의 고속성장, 저금리로 인해 상승세를 지속해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데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주택가격이 버블 수준에 도달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2006년 12월 이후 조금씩 하락의 기미를 보였어요. 그러다 2008년 9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고평가됐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하락세가 급물살을 탔죠. 2009년 상반기 정부의 강력한 부양정책으로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9월 총부채 상환비율(DTI) 규제 영향으로 다시 약세로 돌아서 현재는 거래량마저 위축된 상황입니다.”
전체 인구의 14.9%를 차지하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도 주택가격의 중장기적 하락을 전망케 하는 요소다.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부터 은퇴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세대는 주택과 부채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가구가 전체의 71.5%에 달해요. 퇴직 이후에는 소득의 감소로 부채를 갚아 나가기 어렵죠. 퇴직금이 넉넉하면 몰라도 대개는 집을 팔아야 할 겁니다. 앞으로 9년 동안 이어질 퇴직 인구 증가는 성장률 둔화는 물론 부동산 가격 하락의 큰 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저출산의 영향으로 국내 인구가 2018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주택 구매 최대 수요층인 35~55세 역시 2016년부터 줄 것으로 보여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집값과 가계부채 비율도 주택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영국 다음으로 높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부동산 투매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연일 폭락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죠. 우리나라도 가계 실물자산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데다 올해 3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만 58조원이 넘어서 가계 부채를 청산하기 위한 매물이 쏟아져나오면 큰 폭으로 집값이 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김 연구위원은 이제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제는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물론 알짜 지역은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지만 주택 구매 최대수요층의 자산 현황을 보면 주택 보유가격 3억원대 초반, 금융자산 5천만원 미만으로 금융자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더욱이 소득수준이 떨어지고 은퇴시점은 빨라지는 데 반해 연금제도는 아직 미비한 상태라 노후를 대비해 50세가 됐을 때 금융자산 비중이 40%가 되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그럼 내 집 마련의 꿈은 접어야 할까? 김 연구위원은 “집을 통한 재테크가 예전처럼 수익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아파트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매월 현금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에 눈을 돌려보라”고 조언했다. 또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펀드처럼 국내와 해외로 분산투자하는 게 좋다”며 “국내에서는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좋고, 해외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만큼 직접투자보다는 부동산 리츠 등 간접투자 상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호주,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등 오피스 수요가 높은 지역의 리츠 상품이 투자가치가 있다”고 귀띔했다.

▷▶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 → 하락
“인구감소, 전철·고속도로 확충으로 수도권 투자가치 떨어져”



부동산 불패 신화, 이대로 끝나는가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임상수 연구위원은 도시화 둔화, 30~40대 인구 감소세 등을 이유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을 전망했다.
“이미 지방 아파트 값은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어요. 지금은 수도권 집값 조정기죠. 수도권 공급물량 부족 등 단기 상승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철과 고속도로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아져 수도권에 대한 투자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볼 때 수도권 주택가격이 하락할 겁니다.”
임 연구위원은 구입능력 감소도 장기적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국내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2천7백10만원입니다. 현재 서울에 66㎡(20평형)대 아파트를 사려면 3억~4억원은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런 현실은 중간 소득을 가진 계층이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해 내 집 마련을 미루게 만들죠.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중간 소득 계층의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가계가 금융권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을 여력을 소진한 것도 집값 하락의 요인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이미 위험 수준인데다, 사교육비와 열악한 복지제도 등이 가계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이나 평수 늘리기에 나설 수 있는 가정은 드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내 집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일까?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간다고 해도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지금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보여요. 다만 투자가 아닌 주거 목적이어야겠죠. 앞으로 몇 년간 수도권 공급부족과 재개발 이주 수요 증가에 보금자리주택 청약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벌일 거예요. 높은 전세가격에 이사비용, 물가상승률 같은 기회비용이 상당히 발생하겠죠. 이런 비용이 가계 재정을 압박하기 때문에 여력이 된다면 무조건 미루는 것보다는 내 집 마련을 하는 편이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죠.”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 → 반등
“전세가 매매 밀어올리고, 가구분화도 상승 동력”

부동산 불패 신화, 이대로 끝나는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의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거치면서 부동산 및 건설 관련 분야 연구로 명성을 쌓은 허 위원은 단기적으로도 주요 투자처인 서울 및 수도권은 공급부족과 맞물려 상승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단계를 대세하락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현재 집값이 빠진 이유는 수도권 미분양과 보금자리주택 대기수요 때문이에요. 특히 보금자리주택 대기수요가 전세수요로 몰렸기 때문이죠. 결국 높아진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밀어올릴 수밖에 없어요. 이 현상은 가을 이사철에 더 심해질 거예요.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집을 잃은 사람들이(멸실 수요) 계속해서 늘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일시적인 요인으로 주택가격이 내렸지만 빠르면 지방선거 즈음부터 상승세가 나타날 거예요.”
허 위원은 2011년부터 서울 및 수도권의 공급 부족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당초 올해 주택공급 물량을 50만 가구로 목표했다가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문제와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 증가로 목표치를 수정한 바람에 올해 주택공급 물량은 25만 가구 정도로 예상돼요. 분양에서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면 내년부터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의 공급부족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날 거예요. 단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경기 도심권은 공급물량이 부족해 상승여력이 높지만, 외곽지역 특히 파주·김포·용인·시흥 등은 미분양 문제와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의 영향까지 겹쳐서 연말 하락 가능성이 높아요.”
허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주택가격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도권 집중 경향이 강한 국내 특성상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이 크지 않겠지만 계속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집값이 대폭락할 가능성은 적어요. 미국에는 우리처럼 중과세 제도가 없어서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많아요. 저신용 대출도 문제였지만 세계 경제 악화로 투매 현상이 벌어진 것이 집값 폭락의 원인이죠. 이에 반해 국내 주택시장은 1가구 1주택의 실수요자들에 기반을 두고 있고, 다주택자는 소수에 불과해요. 인구 감소시대로 접어든다고 해도 가구 분화를 통한 상승세는 계속될 거예요. 현재도 노인이나 독신자 등 1~2인 가구 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이미 인구의 20%를 넘어섰죠. 10년 후, 절대적인 공급부족 시대가 마감된다고 해도 가구 수 증가가 새로운 주택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주택가 상승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죠. 다만 이 때부터는 중대형보다 소형으로, 아파트에서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으로 주택 구매 패턴이 변화될 거예요.”
허 연구위원은 소득증가에 따른 주택 구매 및 교체 욕구가 높은 점, 관리비가 낮은 친환경 아파트에 대한 기대 등도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박원갑 소장 → 반등
“오랜 상승장에 지쳐 숨 고르기 중… 최고 투자처는 여전히 아파트”

부동산 불패 신화, 이대로 끝나는가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꺾이긴 했어도 급락이나 장기적인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단언한다. 지금의 주택가격 하락은 세계 주택가격 하락,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 아파트 값 거품 논란,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주택 대기수요 증가 등이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일종의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세계 경기와 별도로 오랫동안 나 홀로 호황을 이어왔어요. 특히 강남을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의 상승세가 가팔랐죠. 지금은 길었던 상승장으로 인한 피로감, 급등에 대한 부담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쉬어 가는 거예요. 주식시장도 상승장이 길면 쉬어가는 조정장이 오지 않습니까.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죠. 다만 그 조정 방식이 가격이나 기간 정체 중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힘들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폭락이나 버블붕괴론은 어불성설이라는 겁니다.”
박 소장은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파트 값 폭락은 부동산 시장의 생리를 무시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 충동이나 비합리성에 지배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결국은 시장의 수급법칙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는 것. 실물경기 회복, 지방선거에 따른 개발 공약, 뉴타운 재개발로 인한 철거이주민 증가 등도 주택가격 상승을 전망케 하는 요소다. 박 소장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출구전략으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규제 같은 속도 조절용 규제책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세계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을 흔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아파트 소형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현재 1~2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게 사실이고, 이것이 소형주택 강세의 한 원인일 수는 있지만 주요 원인으로 보긴 어려워요. 2010년 수도권의 66㎡(20평형) 이하 아파트 입주물량(1만4천1백31가구)은 132㎡(40평형) 이상 대형 물량(5만9천65가구)의 5분의 1에도 못 미쳐요. 결국 소형 강세 현상은 신규물량 부족 때문인 거죠. 여기에 재개발 이주라는 임시 수요층까지 더해지면서 일종의 병목현상을 빚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2010년부터 10년간 소형주택 30만 가구를 건립할 예정이라 앞으로 공급 과다 문제에 부딪힐 수 있어요. 그러니 ‘몰빵식’ 소형 부동산 투자는 주의해야 합니다.”
박 소장은 인구구조로 보면 오히려 중대형 강세장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인구구조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40·50대는 소득이 늘고 자녀가 커감에 따라 집을 넓히려는 욕구가 왕성한 때예요. 중대형 아파트의 핵심 수요층이라고 볼 수 있죠. 전국적으로 보면 40·50대 인구가 2016년 1천6백35만 명으로 정점을 이루지만, 수도권만 보면 2022년이 피크(8백82만 명)예요. 향후 10년 이상 수요는 탄탄한 반면 공급물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니 언제든 중대형 시장이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할 수 있죠.”
박 소장은 앞으로 10년, 부동산 시장의 최고 투자처로 아파트를 꼽았다.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수요층이 탄탄해서 호황이나 불황 모두에 강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확인이 용이하고 환금성·수익성·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매력으로 꼽았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서두르지 말고 시장의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폭락은 없지만 대세 상승기가 끝났고, 시세보다 저렴한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꼭 내 집 마련을 할 생각이라면 “봄이 가기 전에 ‘급매물’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강남권은 고점 대비 20%, 비강남권은 30% 정도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