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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PD가 들려준 ‘우결’ 비하인드 스토리

황정음·조권·가인… ‘우결’빛낸 실제 스타 모습, 카메라에 담긴 미공개 컷”

글 문다영 사진 지호영 기자·MBC 제공

2010. 02. 17

한창 인기를 모으다 3%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던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최근 이 프로가 가인과 조권, 이선호와 황우슬혜 커플을 내세워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3년째 이 프로를 총지휘하고 있는 정윤정 PD가 인기비결, 방송 뒷얘기를 들려줬다.

정윤정 PD가 들려준  ‘우결’ 비하인드 스토리


국내 최초 가상 부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단발성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 달리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상 부부에게 주어지는 ‘여행 가기’ ‘시장 보기’ 등 어느 연인, 부부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상적 미션이 시청자에게 설렘과 동시에 “맞아, 나도 그랬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2002년 MBC에 입사한 정윤정PD(32)는 처음 총 책임자로 나선 프로그램이 ‘우결’이다 보니 그 애정이 더욱 각별하다고 말한다. 연애를 하고, TV를 보고, 운전을 하면서도 늘 ‘우결’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출연자와 동고동락해온 정 PD의 기억 속에 가장 인상 깊은 촬영 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황정음이 김용준의 생일을 맞아 이벤트 연 날을 꼽는다. 아파트 21층에 사는 김용준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층마다 서면 황정음이 그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적은 스케치북을 보여줬던 이벤트로, 21층 계단을 쉴 새 없이 뛴 황정음과 그 모습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켜보던 김용준의 눈물이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 바 있다.

“김용준·황정음 이벤트 보며 그들의 사랑에 함께 울었어요”

“그 장면을 편집하면서 저도 울었어요. 실제 커플이 아니라면 절대 하지 못할 이벤트죠. 더군다나 제작진이 촬영동선을 잘못 잡는 바람에 그 장면을 두 번 찍었어요. 그 새벽에 정음씨가 42층을 오른 거죠. 5층에서부터 울먹울먹하던 용준씨를 잊을 수가 없네요.”
김용준·황정음 커플은 ‘우결’ 시청률이 3~4%를 기록하며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투입돼 프로그램을 다시 인기 반열에 올려놓은 만큼 정 PD로서는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실제 커플이라서 시도할 수 있었던 미션들 덕분에 더욱 기억에 남기도 한다.
“통장을 공개하는 미션은 제가 생각해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솔직한 정음씨 덕분이죠. 촬영 전에 정음씨 어머니께서 돈을 좀 넣어서 가라고 했는데 솔직한 게 좋다고 그냥 왔더라고요. 잔액이 4백87원이라 용준씨가 ‘13원 보태서 껌 사먹자’고 했던 기억이 나요. ‘집 구하기’미션은 친구들과 얘기하다 얻은 현실적 미션이었어요. 연애하는 친구들이 경제적 상황을 많이 걱정해서 고안한 아이디어인데 저를 포함해 용준·정음씨도 서울 집값에 깜짝 놀랐죠.”

정윤정 PD가 들려준  ‘우결’ 비하인드 스토리




2008년 2월 시작한 ‘우결’은 스타들이 짝을 이뤄 부부체험을 하는 형식 자체만으로 큰 이슈가 됐다. 크라운제이·서인영, 앤디·솔비, 황보·김현중 등 수많은 스타가 ‘우결’을 거쳤고, 대부분 인기 반열에 올라섰다. 스타 제조기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다 보니 시청자로선 촬영 이면에 대한 궁금증이 클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큰 궁금증은 “어떤 기준으로 스타를 선정하고, 커플을 짜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PD는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정말로 별다른 건 없고 그저 열심히 인터뷰를 하는 것”이라 답한다. ‘우결’제작진이 섭외하고 싶은 이들, 또는 ‘우결’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오는 스타들을 인터뷰해 리스트를 만드는데 최근에만 50명에 가까운 연예인을 만났다고 한다.
“틈나는 대로 만나 괜찮은 사람들은 기억해 뒀다가 이미지나 스타일, 성격 등을 고려해 잘 어울리겠다 싶으면 커플을 맞춰요. 그 와중에 재미있는 일도 벌어져요. 이선호씨를 인터뷰한 후 황우슬혜씨와 만났는데 잘 어울린다 싶어 커플로 선정했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두 사람이 지인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소개팅 비슷하게 만난 적이 있다더라고요.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제작진이 정해준 파트너가 과거에 사귀던 사람이라서 첫 촬영에서 하차한 스타도 있어요. 그리고 섭외된 스타들이 밝히는 이상형 3순위도 한몫해요. 일례로 조권·가인 커플은 파트너로 원하는 3명의 스타 중에 서로가 포함되어 있어서 커플로 맺어줬지요.”
스타들이 함께 지내는 신혼집도 이슈가 된다. 규모와 위치도 다양해 시청자로 하여금 어떤 기준으로 그들의 신혼집이 정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게 한다.

정 PD는 각 캐릭터에게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집을 선정한다며 “로맨틱 커플인 알렉스·신애는 분위기 있는 펜션, 어린 커플인 조권·가인에게는 실험정신이 묻어나는 컨테이너 박스를 제공하는 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촬영용 집이다 보니 주변 상황에 따라 갑작스럽게 이사를 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출연하는 동안은 둘다 절대 연애금지!”

정윤정 PD가 들려준  ‘우결’ 비하인드 스토리


“황보·김현중, 강인·이윤지, 김용준·황정음 커플 등이 촬영 도중에 갑자기 이사를 했잖아요. 원래 미션에 들어 있던 건 아니고, 집 소유주가 나가라고 한 거예요(웃음). 비어 있는 방을 월세를 내고 촬영용으로 쓰는데 도중에 전세 계약이 되면 저희는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죠. 스타의 집에서 촬영을 하다 이사한 적도 있어요. 환희·박화요비 커플의 경우 ‘편하게 촬영하고 싶다’는 환희의 요청에 따라 실제 그의 집에서 촬영을 했는데 이웃 주민들이 촬영 때문에 불편하다고 항의해 결국 나와야 했어요.”
금기사항도 있다. 그중 첫째는 ‘가상 부부생활을 할 동안에는 두 사람 모두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것. 시청자가 방송을 보며 갖는 환상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두 번째 원칙은 커플 출연자끼리의 ‘전화통화 금지’다. 서로의 솔직한 속내와 감정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촬영이 없는 날에는 되도록 연락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정 PD는 “통제가 안 된다”며 웃는다. 특히 나이가 어린 커플일수록 급속도로 친해지는데 조권·가인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나는 가수 커플이다 보니 연락하는 걸 막을 수가 없다고.
리얼리티 쇼이지만 상황을 지시하는 대본이 따로 있다거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정 PD는 정작 ‘짜고 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스타들이지만 화도 내고, 울기도 하고 솔직한 감정을 보여주는 게 ‘우결’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간혹 출연자의 소속 기획사에서 나서는 경우가 있어요. 촬영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출연자를 데리고 나가서 ‘이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 이건 꼭 해라’ 등등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키더라고요. 물론 ‘우결’을 통해 인기를 얻은 스타가 많은 만큼 욕심도 나고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희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럴 경우 소속사에 확실하게 통보를 했죠.”
이렇듯 제작진이 갖은 노력을 기울여도 안 좋은 루머가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다. “애정이 넘쳐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등의 소문이 그것. 이에 대해 정 PD는 “‘우결’은 상대를 싫어하면 절대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오히려 시청자분들이 생각하시는 것과 반대 상황이 많아요.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아도 스스럼없이 손을 잡거나 담소를 나누죠. 루머가 도는 이유는 알아요. 촬영 중간 각자의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가 옷매무새라든지 메이크업을 수정해주는데 그걸 본 사람들이 ‘카메라 밖에선 둘이 말도 하지 않는 사이’라고 하는 거죠. 황보·김현중 커플의 경우도 지리산 등반 촬영 때 너무 힘들어서 말을 안 했는데 그걸 보고도 오해를 하시더라고요.”
내친김에 정 PD는 ‘우결’최초 실제 커플로 투입됐던 김용준·황정음이 하차하면서 돌았던 ‘결별설’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 커플은 워낙 다이내믹해 섭외 전 인터뷰에서도 하루에 세 번 헤어진다는 말을 했어요. 촬영 때도 아침에 ‘헤어진 거나 다름없게 됐다’고 했다가 저녁이면 손잡고 나타나 ‘화해했어요’라며 웃는 정도였죠.”
평범한 연인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연예인이다 보니 확대 해석되는 일이 많다는 것.

인공호흡기 달고 있던 ‘우결’을 되살려내다

정윤정 PD가 들려준  ‘우결’ 비하인드 스토리


정 PD는 ‘우결’출연자들이 인기를 얻고 나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뜨면 나간다는 말도 맞겠지만 그렇다고 서운하지는 않아요. 스타들이 기회를 잡았을 때 그걸 발판으로 더 성장하면 좋은 일이잖아요. 사실 제작진도 스케줄이 많아진 스타들을 감당하기 버거울 때가 많아요. 촬영현장에서 컨디션 좋지 않고, 힘들어하는 게 티가 나니까 저희가 먼저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판단할 때도 있죠.”
정 PD는 일상과 일의 경계 없이 ‘우결’에 빠져 산다. 프로그램에 매진하면서 사생활이 없어졌지만 그저 행복하다고 웃는다. 하지만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든 때도 있었다.
“시청률이 너무 안 나와 ‘우결’이 폐지의 기로에 서 있던 때가 있어요. 주변에선 ‘한물간 프로그램에 한물간 연예인들이 나온다’고 얘기하고, 그런 인식 때문에 섭외도 되지 않았어요. 심지어 한 연예인은 ‘제가 인공호흡기 달고 있는 프로그램에 왜 나갑니까’라며 출연을 거절하더라고요. 하지만 힘들었던 순간을 이겨내고 나니 더욱 성숙해질 수 있어서 그때가 감사한 마음도 드네요.”
‘우결’을 통해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던 커플도 있고, 커플끼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큰 인기를 얻은 스타도 많다. ‘우결’을 거쳐 간 출연자들은 모두 팬 혹은 이성의 ‘사랑’을 얻었는데 정작 정 PD는 ‘우결’에 매진하면서 사귀던 남자친구와 이별을 겪었다. 그는 “주변에서 눈이 너무 높아졌을 거라는데 그렇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제작진 중 싱글이 많아 걱정은 하고 있다”며 웃어 보인다.
아직 연인보다는 시청자의 사랑에 더 목마르다는 정 PD는 한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남성분들이 꼭 ‘우결’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여자들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연인과 함께 버스 뒷좌석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잖아요. 물론 알렉스를 비롯한 몇몇 남성 출연자들이 보여준 로맨틱한 면에 남성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갖는다는 건 알지만 ‘누구라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일상’을 담으려고 하니 꼭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세요.”

★ 정윤정 PD의 ‘우결’ 귀띔

정윤정 PD가 들려준  ‘우결’ 비하인드 스토리


TV에서 볼 수 없었던 멤버들의 면면
“김현중은 바쁜 스케줄 탓인지 촬영 중 잠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촬영 때 제작진이 종종 그를 깨우느라 고생했던 일이 생각난다. 또 가인의 경우는 꼭 촬영 전에 밥을 먹어야 한다. 속이 든든하면 확실히 의욕적으로 촬영에 임하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 출연자는?
“조권이다.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아이돌이고, 남자의 이미지를 본 적도 없어 새로운 면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캐스팅했다. 그런데 첫 촬영에서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는 것처럼 춤추고 개인기를 하기에 ‘그럴 필요 없다. 그냥 남자로서의 감정에 몰입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바로 태도를 바꿨고, 지금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 뿌듯하다.”

‘우결’커플들과 해보고 싶은 것은?
“젊은 커플들과 배낭여행을 가보고 싶다. 배낭여행 다녀온 시청자는 ‘나도 저랬어’ 하고 공감할 수 있고, 안 다녀 온 분들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요즘 신혼부부가 배낭여행 가면 많이 싸운다는데 그런 사실적인 그림도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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