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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ducation

美 컬럼비아대 편입한 홍성휘 합격기

대학생도 아이비리그 간다~

글 이설 기자 | 사진 장승윤 기자

2009. 08. 04

특목고 학생들의 해외 명문대 진학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하지만 국내 대학에서 해외 대학으로 편입한 사례는 아직 낯설다. 대학생활을 즐기다가 한 템포 늦춰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에 합격한 홍성휘씨의 이색 도전기.

美 컬럼비아대 편입한 홍성휘 합격기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홍성휘씨(25)의 이런 바람은 현실이 됐다. 그는 이제 성균관대 03학번이 아닌 미국 컬럼비아대 3학년이다. 편입학시험에 합격해 오는 9월부터 경제학과에 다니게 된 것이다.
그가 미국 대학 편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5년. 한 친구의 색다른 행보가 계기였다. 그가 군 입대를 위해 공군훈련소로 가는 기차를 탄 날, (휘문) 고교 친구인 그 친구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에 편입해 학교를 옮기게 된 것이다. 순간 그는 야릇한 기분과 함께 “저런 길도 있구나”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영문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며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어요. 한데 가까운 친구가 갑자기 미국 대학, 그것도 아이비리그에 간다고 하니 머리가 띵한 한편 ‘나도 못할 것 없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편입에 대한 마음을 굳힌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유학원. 계획을 구체화하려면 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학원 방문은 그에게 실망만 안겼다.
“유학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분도 편입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대부분의 답변이 모호하고 두루뭉술했거든요. 편입할 수 있는 대학, 준비할 서류 등을 알려줬지만 그건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그럴 바에야 직접 준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책자와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지만 만족스러운 정보는 얻지 못했다. 그때부터 그는 ‘발품’이 아닌 ‘손품’을 팔기 시작했다. 각 대학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모집요강을 일일이 확인한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1년간 미국에 머무른 뒤 영어 TV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쌓은 영어실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먼저 지원할 학교 목록부터 뽑았어요. 톱10·톱5·아이비리그·주립대 등으로 성격을 분류해 모집요강을 살폈죠. 학교마다 요구사항이 모두 달랐어요. 외국인 편입학제도가 아예 없는 학교도 있었고요. 결국 도전할 만한 곳을 추려 컬럼비아, 유펜, 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 주립대 등을 목표로 정했죠. 궁금한 부분은 학교 관계자에게 메일을 보내 해결했고요.”

美 컬럼비아대 편입한 홍성휘 합격기

올초 유니세프 캄보디아 자원봉사 캠프에 참가한 홍성휘씨가 현지 어린이들과 축구를 하고 있다.


자신의 강점과 편입 목적 연결해 강조하면 좋은 평가 받을 수 있어
편입은 특별한 자격요건이 없다. 대학에 2학기 이상만 다니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준비과정은 어떨까. 이에 홍씨는 “미국은 대입과 마찬가지로 편입도 비교과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토플과 SAT 성적, 재학 학교의 성적, 각종 에세이, 추천서 정도예요. 이 중 에세이와 추천서가 가장 중요하죠. 토플과 SAT 성적은 기준점만 넘으면 차이가 없거든요.”
홍씨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사이버민간외교단인 ‘반크’와 국제기구인 ‘유니세프’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고, 삼성서울병원 병원학교에서 아픈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그는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과 가치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군으로 입대해 기무사에서 복무하면서 휴가를 이용해 몽골로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귀국한 뒤 그 내용을 부대원들과 공유한다는 조건으로 부대장님께 허락을 받았죠. 봉사하는 동안 최선을 다한 결과 이례적으로 몽골 쪽 관계자에게 다시 초청을 받기도 했고요. 군인 신분으로 어렵게 봉사활동을 갔다 온 일화를 통해 문제해결 능력과 열정을 보여준 거죠.”
그는 또 “자신의 강점을 편입 목적과 연결해 강조하라”고 조언한다. 에세이에서 그가 일관성 있게 강조한 메시지는 ‘동양학을 접목한 경제학’. 그는 학부시절 유학·동양학 수업을 많이 들었다. 그런 학문적 베이스와 해외봉사활동을 들어 ‘경쟁원리가 아닌 동양적 관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편입을 준비하면서 세계에서 인정할 만한 강점을 생각했어요. 그곳에는 없고 이곳에서는 배울 수 있는 것, 즉 동양학 쪽이 경쟁력이 있겠더군요. 제 경력과 지원 학과와 목적이 잘 맞아떨어져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편입지원 마감시기는 3, 4월경. 서류를 제출한 뒤에는 학교의 판단에 따라 간단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학교 측은 궁금한 점이 있을 경우 추가 서류를 요청하거나 이메일 또는 전화로 질문을 한다. 직접 인터뷰가 불가능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최종 점검을 하는 것이다.
편입이 외국 대학을 가는 매력적인 방법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홍씨는 “명문대에 대한 동경으로 편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목적의식을 분명히 한 뒤 결정해야 실패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가 생각하는 편입의 장점은 뭘까.
“3학년부터 학교를 다녀 시간낭비를 줄이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미국 대학의 학풍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죠. 교포나 조기유학을 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 중·고교와 대학을 거친 뒤 유학을 가면 기반이 확실한 거죠.”
올해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번 편입으로 그가 꼽는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 편입을 준비하면서 어떤 문이라도 두드리면 열린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편입에 합격하기 전 학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내가 하버드대학원에 어떻게 가느냐’라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한번 해볼 만하다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죠. 편입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미국 대학은 외국인이라도 얼마든지 공부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관심을 갖고 관계자에게 적극적으로 문의하면 세계로 무대를 넓힐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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