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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s Cafe | 다시 시작합니다

이창명 사업으로 22억원 날린 실패에서 얻은 교훈

글 최숙영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 ■장소협찬 디어초콜릿(02-3446-7251)

2009. 01. 19

90년대 후반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CF 대사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이창명. 한동안 TV에 얼굴을 보이지 않던 그는 그동안 중국음식 프랜차이즈를 시작으로 여러 사업에 손을 댔으나 연달아 실패, 2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고향 같은 방송에 다시 돌아온 그가 실패담과 그것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이창명 사업으로 22억원 날린 실패에서 얻은 교훈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사업을 시작한 것이고 새로운 기회는 폐업을 통해 찾아왔어요.”
4년 만에 방송활동을 재개한 개그맨 이창명(40)의 첫마디였다. 요즘 KBS ‘스타골든벨’에 패널로 출연 중인 그는 “여러 사업에 손을 댔지만 모두 실패했다. 다시 고향(방송)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92년 KBS 대학개그제에 참가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이창명은 90년대 후반 한 광고에서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대사로 인기를 끌자 중국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이름만 빌려주고 한 점포당 5백만원씩 받았다. 한때 가맹점이 4백20개나 될 정도로 성공했지만 거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2004년 5억원을 투자해 서울 압구정동에 라면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가맹점을 모집하기도 전 장사가 안돼 4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아이템 선정부터 잘못됐어요. 라면은 집에서 간단히 끓여 먹는 음식이지, 외식으로 사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죠. 그것도 모르고 저는 주방장을 동반하고 일본에 가서 라면박물관을 견학하고 맛집도 다니면서 야심차게 준비를 했어요. 메뉴도 오렌지라면·먹물라면·라면파이·라면땅 등 다양하게 개발하고 한 그릇에 1만3천원을 받았는데 가격이 비싸니 장사가 잘될 턱이 없었죠.”
그는 라면가게를 접고 1억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바꾼 뒤 두루치기 전문점을 냈다. 직접 전단지를 뿌리며 적극적으로 가게를 홍보했지만 이것도 3개월 만에 실패하고 말았다.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두루치기가 강남에선 별 인기가 없었던 것.
“지금 돌아보면 메뉴도 다양하지 않고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성공하기 힘든 아이템이었던 것 같아요.”
두루치기 전문점을 접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이창명은 지인의 소개로 3억원을 투자해 화로 꼬치구이 전문점을 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여의치 않았다. 화로 꼬치구이를 하기엔 식당 규모(20m2)가 작고, 꼬치를 끼우고 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회전율이 낮았으며, 연기가 잘 빠지지 않아 서비스 면에서 떨어졌던 점이 실패의 원인.
그는 6개월 만에 꼬치구이 가게를 그만두고 10억원을 투자해 신촌에 화로구이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가게와 사무실을 얻고 영업사원을 스카우트하고 메뉴 개발을 하느라 준비기간만 6개월이 걸렸지만 정작 가게를 오픈하진 못했다. 그동안 사두었던 땅을 팔아서 창업자금을 마련했는데 사업에 연거푸 실패하다 보니 자금이 달렸기 때문이다.
“막판에는 카드깡하고 차량을 담보로 대출받고 선배들한테도 돈을 빌렸어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속이 타들어갔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담배도 끊었어요.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처지가 못 되니 담배를 끊을 수밖에요.”
이창명 사업으로 22억원 날린 실패에서 얻은 교훈


사업이라는 짐 벗으니 오히려 홀가분, 실패 통해 일과 돈의 소중함 알게 돼
그가 사업에 쏟아부은 돈은 총 22억원, 그동안 아내에게 생활비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생활했냐?”는 질문에 그는 “아내가 커피전문점을 운영해 초등학생인 딸과 어린 아들까지 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다”고 대답했다.
“제가 사업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입지 선정을 잘못했기 때문이에요. 가게를 얻을 때마다 갖고 있는 돈에 맞췄는데 권리금을 좀 더 주더라도 목 좋은 가게를 얻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았어요. 음식점 초보 창업자들은 대부분 맛으로 승부하겠다고 하지만 식당으로 성공하려면 음식 맛, 좋은 입지와 함께 운도 따라야 해요.”
그는 실패를 통해 터득한 창업 성공 노하우도 들려줬다. 음식점 사업에 성공하려면 1년간 식당에서 일하며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며, 시장조사를 철저히 한 후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가게를 얻을 때까지 돈을 모으면서 기다려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식재료는 사입하지 말고 새벽 도매시장에 가서 직접 발로 뛰며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밑천을 적게 들이면서 실속 있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겉보기에는 곱창가게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근사해 보이지만 곱창가게가 더 이윤이 많이 남을 수 있어요. 남 보기에 좋은 장사는 이익을 남기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거죠.”
이창명은 여러 차례 실패를 겪으며 돈은 잃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한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고 일과 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는 것.
“사업은 잘되면 거품이고 잘못되면 늪이에요. 그만큼 무서운 거죠. 헛된 꿈을 접고 다시 방송에 돌아올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제게 잘 맞지 않는 사업이라는 짐에서 벗어나니 이제야 비로소 자유를 얻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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