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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터뷰

베일에 싸인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 “경영 스타일 & 프라이버시 공개”

글·정현상‘신동아 기자’ / 사진·롯데그룹 제공

2008. 06. 23

최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 추진 및 글로벌 경영으로 재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소문난 그를 만나 경영자로서의 포부와 계획, 결혼생활 및 자녀교육법을 들었다.

베일에 싸인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 “경영 스타일 & 프라이버시 공개”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지 선정 한국 40대 부자 중 5위, 국내 최대 백화점업체의 실질적인 CEO…. 여러 면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53)은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신 부회장을 지난 5월 중순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만났다. 오전부터 시작돼 오후 1시30분까지 이어진 회의를 막 끝낸 후 비서가 챙겨주는 1식 4찬의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친 그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기자를 맞았다. 두 손으로 정중하게 명함을 내미는 모습에서 소탈함이 묻어났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회장(86)의 2남1녀 중 차남인 그는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81년 노무라 증권에 입사해 영국 런던지점에서 7년간 근무하며 금융 실무 능력을 쌓은 뒤 롯데그룹에 입사, 현재 그룹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세 기업인이 젊은 시절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하지만 그는 노무라 증권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판단력을 체득했다고 한다.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하던 시기는 영국 기업들이 구조개혁을 단행하던 때였어요. 덕분에 선진 기업들의 재무 관리와 국제금융 시스템을 피부로 접할 수 있었어요. 그것이 현재 그룹을 경영하는 데 커다란 도움과 자신감을 주고 있죠. 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 계획을 접하면 그것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지, 세계의 흐름은 어떤지 등을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는 국제적인 금융회사에서 실전을 통해 익힌 것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이 여전히 그룹의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지만 차츰 신동빈 부회장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54)은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전념하고 있다고.
최근 신 부회장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내수 중심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한 글로벌 경영을 선언했기 때문. 롯데는 지난해 모스크바에 백화점을 오픈했으며 오는 7월에는 베이징에도 백화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 선양에 10억 달러를 투자, 백화점·마트·호텔·아파트·놀이시설 등으로 구성된 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 지역은 해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어요. 특히 유통이나 식품 분야 등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곳이죠. 지난 1년 중 5개월 정도는 해외에서 보낸 것 같아요. 올 1월에는 베트남에서 현지 사업을 둘러봤고, 2월에는 태국에서 전략회의를 열었으며, 석유화학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카타르에도 다녀왔죠.”
국내에서는 지난 10년 간 숙원사업이었던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4월 말 신 부회장은 청와대의 민관합동회의에서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하는 데 군사시설과 관련된 고도(高度)제한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건의했고, 이에 이명박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신 부회장은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서울을 대표하는 초고층 건축물이 될 것이다. 파리의 에펠탑, 미국의 시어즈타워,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은 모두 각 국가와 도시를 상징하는 주요 관광 수입원이다. 잠실에 제2롯데월드를 지으면 관광객이 20~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2롯데월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현장 중시하는 아버지 경영 스타일 물려받았으며 자녀들과 되도록 많은 시간 보내려 노력
베일에 싸인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 “경영 스타일 & 프라이버시 공개”

신동빈 부회장은 지난 2006년 한국과 핀란드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핀란드 국민훈장인 백장미장을 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킴 루오토넨 핀란드 대사, 신 부회장 부인 마나미씨, 신 부회장.


신 부회장은 직접 경쟁사 백화점과 호텔 등을 돌아보거나 점포 개점 행사에 참석하는 등 현장 경영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장에서 고객의 뜻을 파악하고 직원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여기기 때문.
“사무실에서 보고만 받아서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요. 고객이 먹는 것을 만드는 식음료 사업부터 고객이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는 백화점·마트에 이르기까지 롯데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부분이 많은 기업이죠. 따라서 현장을 둘러보면서 서비스는 친절한지, 청소는 잘돼 있는지, 안전점검은 잘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여요.”
이렇게 현장을 누비는 덕분에 롯데 임직원들은 신 부회장을 ‘탈권위주의적’이라고 평가한다고 한다.
“직원들이 그렇게 봐준다면 고마운 일이죠. 사실 그런 자세를 갖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은 회장님이에요. 검소한 생활태도부터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까지 회장님의 영향을 받았죠. 회장님은 지금도 일본과 한국을 오갈 때 수행원들이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세요. 당신을 수행하지 말고 각자의 일을 하라고 하시죠.”
신 부회장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은 노령에도 불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챙기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고 한다. 신 부회장은 아버지를 꼬박꼬박 ‘회장님’이라고 칭했다. 이는 선배 기업인으로서 존경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아주 건강하세요. 경영인에게 정년이 없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계시죠. 홀수 달에는 한국에 오셔서 계열사 보고를 받으시는데 그것 때문에 지금 한국에 계세요. 지난 5월4일에는 고향마을에서 잔치를 열고 옛 이웃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죠. 또 주말이면 매장을 직접 둘러보거나 가끔 청계천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시고요.”
그는 지난 85년 일본인 마나미씨(49)와 결혼,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마나미씨는 일본 유명 기업가의 딸로,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한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화제가 됐다. 현재 자녀들은 일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저희 집 분위기는 평범한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부모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를 함께 접하고 있다는 것 정도죠.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해 늘 미안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려고 해요. 집에서는 다른 아버지들과 다를 게 전혀 없죠.”
재벌 2세들은 부러움을 한몸에 받지만 또 한편으로 어깨에 큰 짐을 하나씩 지고 태어난 것과 다름없다. 선대가 일군 기업을 지켜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 중압감을 이겨내고 기업을 수성한 2세들은 1세들만큼이나 훌륭하다는 평을 듣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심한 자괴감에 시달리거나 파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 부회장은 어떤 축에 들까.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신 부회장에 대해 “지금까지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오랫동안 모범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국내에 들어와 한국문화뿐 아니라 재계와 정계의 논리를 습득하느라 무척 힘든 과정을 거쳤다. 아직까지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승계받지 않았는데도 큰 무리 없이 총괄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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