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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동희 기자의 베스트셀러 산책

‘하늘다리’ ‘스타일’ …

진행·서지혜‘인턴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8. 06. 12

서른의 욕망, 예순의 지혜.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베스트셀러 사이에서 눈에 띄는 책들의 ‘코드’를 짚어봅니다.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그악스러운 욕망의 거울엔 우리 자신의 나약한 모습이 비치고, 삶을 감싸안는 지혜엔 인고의 세월이 묻어납니다. 글 잘 쓰는‘스타 경제학자’팀 하포드가 경제학적 분석틀로 들려주는 세상살이 이치도 흥미롭습니다.

‘하늘다리’ ‘스타일’ …

‘스타일’(예담)의 서른한 살 패션지 기자 이서정에게 인생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1년간 공들여 어렵게 섭외한 인기 여배우는 촬영 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촬영을 거부하고, 선배는 호시탐탐 공을 가로채려고 하고, 스키니진을 입기 위해 먹은 다이어트 약의 부작용으로 ‘훈남’ 동료와의 로맨틱한 순간은 악몽으로 바뀌고 말지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류의 소설과 ‘스타일’이 다른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성수대교 붕괴와 관련된 주인공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잡지출판계에 대한 솔깃한 뒷얘기와 유쾌한 풍자 사이에서 그 기억은 돌림노래처럼 변주되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성수대교를 지나갔다. 이것이 살아남은 자의 비겁함이다. 살아 있음을 증명받기 위해, 비극에 기대는 안간힘.’
‘그러므로 나에겐 언제나 지금이 가장 중요했다. 내가 원하는 걸 당장 취하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 것만이 훌륭한 인생의 본보기 같았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내가 원하는 걸 샀다.’
주인공의 등을 두드려주고 싶어지는 건 불안한 시대를 함께 넘겨온 연대감, 혹은 공범의식 때문일까요?
여기 또 다른 서른한 살이 있습니다. ‘하늘다리’(문학의 문학)의 증권사 펀드 매니저 맹소해. 그와 그의 라이벌 겸 동료들은 ‘개인적으로 벌려면 50년은 개처럼 일해야 할’ 돈을 하루 만에 잃기도 하는 비정한 전장에서 스릴 넘치는 드라마를 엮어냅니다. 첫 장부터 시작해 지속적으로 쏟아지는 증권 전문용어 때문에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이야기를 즐기는 데 그다지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남자들은 이 육체를 더 풍부하고 탐구할 만한 다른 육체의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았다. 아무려나, 나중엔 상관없었다. 나도 그들을 떠나보내며 다산의 여신처럼 풍부해져갔으니까. 메마름과 풍요는 종이의 앞뒤였다. 아무도, 떠나간 남자도 차버린 남자도, 나에게 사막의 메마름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 남자들 모두가 나를 거쳐 또 다른 세계를 배회하는 나의 사생아들이었다. 그들이 원하건 아니건.’
노골적으로 돈과 쾌락을 좇는 여주인공의 삶의 방식은 역설적으로 담백한 느낌마저 줍니다. 자신만만하고 ‘쿨한’ 악녀는 적지 않은 이에게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주는 듯합니다.
고통의 세월을 견딘 언어는 마음을 두드립니다. 시인 신달자씨는 에세이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민음사)에서 딸 같은 제자 ‘희수’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수발한 일,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일, 암 선고를 받은 일 등 순탄치 않았던 삶을 돌아보며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사유를 들려줍니다.
‘그 남자는 나에게 갖가지 원소였는지 모른다. 인간이란 미움도 필요하니까. 섭섭한 것을 견디지 못하니까. 나는 그를 미워하고 섭섭해하면서 나를 숨 쉬게 하고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원소가 그 남자인지 몰랐다. 그는 나의 십자가였어. 나는 자꾸 그 십자가를 어깨에서 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썼지. 십자가는 지고 그냥 묵묵히 가는 것인데 말이야.’

‘삶이 뭐 거대 담론이니?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지만 소중한 것들이지. 누가 아프면 약국에 가서 파스 하나 사 오는 거. 그게 사랑이지. 그게 사는 거야. 넘어지면 팔을 붙들어 일으켜주는 거. 그게 사랑이며 사는 일이다.’
시간의 흐름에 바래지 않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시심을 만나고 싶다면 올해로 서원 40년을 맞은 이해인 수녀의 여덟 번째 시집 ‘작은 기쁨’(열림원)을 추천합니다. 이해인 수녀가 보여주는 소박한 동심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맑게 씻어주는 듯합니다.
내 맘속에 숨어 살며/ 떠나기 싫어하는/ 어떤 슬픔 하나를/ 과자로 만들어/ 기도 속에 넣어둡니다//
내가 좋아하는/ 웨하스, 크래커처럼/ 바삭바삭 담백하고/ 맛이 고소해요//
내 마음에 안 들어/ 비켜가고 싶던/ 어떤 미움 하나/ 음료수로 만들어/ 기도 속에 넣어둡니다//
내가 좋아하는/ 레몬즙처럼/ 쌉싸름 상큼하고/ 맛이 향기로워요
-‘작은 기쁨’ 중 ‘맛있는 기도’ 전문
일상에 숨은 경제원리를 쉽게 설명해주는 경제학자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2’(웅진지식하우스)는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저자는 언뜻 보기에 불합리해 보이는 많은 일 뒤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계산대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구별해낼 수 있지만 그 결과를 급여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빠른 업무처리 여부로 급여가 달라지면 직원들이 속도를 내는 데 급급해 건성으로 계산할 수 있고, 고객의 질문이나 불평을 해결해주는 데 시간을 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예도 있습니다. 뉴욕 등 미국 대도시 거주자의 경우 지방 소도시 거주자에 비해 임금을 15% 정도 더 받지만 생활비는 두 배 가까이 지불합니다. 따라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건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대도시에 살기를 원합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대도시에서는 여러 사람을 쉽게 만나 교류하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등 무형의 이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단지 금전적인 이익뿐 아니라 무형의 이익이 포함된 ‘인센티브’(어떤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자극, 유인책)에 따라 합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방식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하는군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5월 첫째 주, 종합
1 마법천자문 16 (시리얼, 북이십일아울북, 9천8백원)
2 시크릿 (론다 번, 살림Biz, 1만2천원)
3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오픈하우스, 1만원)
4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해냄출판사, 1만2천8백원)
5 스타일 (백영옥, 예담, 1만원)
6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갤리온, 1만2천원)
7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한국경제신문사, 1만원)
8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국일미디어, 1만1천원)
9 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밝은세상, 9천8백원)
10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열림원, 1만2천원)
11 네덜란드에서 보물찾기 (곰돌이CO, 아이세움, 8천5백원)
12 메이플 스토리 (송도수, 서울문화사, 8천5백원)
13 해커스 뉴토익 Reading (데이빗 조, 해커스어학연구소, 1만8천8백원)
14 구해줘 (기욤 뮈소, 밝은세상, 9천8백원)
15 완득이 (김려령, 창비, 9천5백원)
16 몰입 (황농문,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2천원)
17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보물창고, 8천원)
18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푸른숲, 9천8백원)
19 우주에서 살아남기 3:우주정거장 편 (코믹컴, 아이세움, 8천5백원)
20 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중앙북스, 1만원)
21 20대 공부에 미쳐라 (나카지마 다카시,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원)
22 그래도 계속 가라 (조셉 M. 마셜, 조화로운삶, 9천8백원)
23 경제학 콘서트2 (팀 하포드, 웅진지식하우스, 1만3천5백원)
24 해커스 뉴토익 보카 (데이빗 조, 해커스어학연구소, 1만2천9백원)
25 해커스 뉴토익 Listening (데이빗 조, 해커스어학연구소, 1만8천8백원)
26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신달자, 민음사, 9천5백원)
27 슈퍼 기억력의 비밀 (에란 카츠, 황금가지, 9천5백원)
28 스펀지 2.0 공부 잘하는 법 (KBS 스펀지 2.0 제작팀, 주니어김영사, 1만원)
29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9천8백원)
30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김의식, 명진출판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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