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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동희 기자의 베스트셀러 산책

‘D에게 보낸 편지-어느 사랑의 역사’ ‘친절한 복희씨’ ‘와인의 기쁨1’…

2008. 01. 10

서점에 들어서면 사탕가게에 들어선 아이처럼 설레는 기분이 들어요. 책 냄새 맡으며 느긋하게 매장을 거닐면 인터넷에서 책을 고를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죠. 저와 함께 서점 나들이 가시겠어요? 눈에 띄는 책을 집어들고 요리조리 들여다보기도 하고요.

‘D에게 보낸 편지-어느 사랑의 역사’ ‘친절한 복희씨’ ‘와인의 기쁨1’…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오직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달 제 마음을 사로잡은 책은 ‘D에게 보낸 편지-어느 사랑의 역사’예요. 89쪽짜리 얇은 책갈피마다 내려앉은 건 섬세한 언어로 담아낸, 세월의 흐름에 바래지 않은 영원한 사랑의 고백이지요.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으로 꼽히는 철학자 앙드레 고르는 83년 아내 도린이 척추수술 후유증으로 불치병에 걸리자 모든 사회적 활동을 중단하고 아내를 간병했습니다. 2006년 아내의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깨달은 그는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긴 편지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편지의 마무리에서 암시한 대로 이듬해 그는 아내와 동반 자살을 택했고요. 얇은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삶과 사랑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번역자의 소개글을 책 뒤에 싣지 않고 별도의 소책자로 만든 것도 색다르네요.
지난해부터 베스트셀러 수위권을 놓치지 않는 ‘시크릿’을 볼까요. ‘비밀’이라니 제목부터 어딘지 끌리지 않으세요? 책의 ‘비밀’도 이 ‘끌림’과 관련이 있답니다. 호주의 젊은 여성 프로듀서 론다 번은 부와 성공의 비밀을 알려줄 스물네 명의 유명 인사를 인터뷰한 영상 ‘시크릿’으로 화제를 모으고 이를 다시 책으로 펴내 세계적인 밀리언셀러로 만들었지요. 이 책의 엄청난 성공이 그 ‘비밀’을 실천한 결과라고 하니 솔깃해지네요.
소설도 빼놓을 수 없지요. 9년 만에 나온 박완서 선생의 단편집 ‘친절한 복희씨’, 공지영씨의 자전적 가족소설 ‘즐거운 우리집’이 눈길을 끕니다. ‘친절한 복희씨’에는 같은 제목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어딘지 친근한 제목이네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패러디한 제목이라고 합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여주인공 금자는 자신을 유괴범으로 만든 사악한 남자에게 죽음을 선사합니다. ‘친절한 복희씨’에서 자신을 강간하고 아내로 삼은 남자와 아들 딸 낳고 수십 년간 ‘잘 살아온’ 복희씨는 중풍으로 몸의 반을 쓰지 못하면서도 ‘남성성’을 포기하지 않는 남편에게 어떤 복수를 꿈꾸는 걸까요? 그 밖에도 제1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그리움을 위하여’ 등 질박한 삶을 어루만지는 유머 감각과 원숙한 지혜가 빛나는 단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성이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가족사를 솔직히 드러낸 공지영씨의 소설 ‘즐거운 우리집’은 일간지에 연재될 때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고3 딸 ‘위녕’이 화자가 돼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작가의 분신인 귀여운 엄마, 어른스러운 큰딸 ‘위녕’,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 ‘둥빈’, 막내아들 ‘제제’가 울고 웃으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가 푸근한 기분을 안겨주네요.

작년의 와인 열풍이 올해도 이어질까요?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스토리 작가 아기 다다시의 와인 에세이 ‘와인의 기쁨 1’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책입니다. 아기 다다시는 저널리스트 출신 누나와 남동생의 공동 필명으로 ‘와인의 기쁨 1’을 쓴 건 아기 다다시 A, 누나입니다. 40대 후반의 매력적인 여성으로 열 살, 일곱 살 두 딸을 둔 엄마라고 하네요. 한류 드라마의 팬으로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주인공의 라이벌인 냉철한 와인 전문가 토미네 잇세의 모델이 배용준이라고 밝히는 등 와인 이야기 외에 작가 개인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대형 전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덕분에 고흐에 관한 책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어머니, 여동생, 고갱 등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새로 나온 책은 아니지만 수필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 다시 올랐어요.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88만원 세대’.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돼 평균 임금 88만원을 받으며 살게 될 거라는 우울한 예측을 담은 경제서예요. 경제서라니까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공기업·시민단체·조직폭력집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20대가 각각 어떻게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지, 왜 그렇게 되는지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해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진 않습니다. 소설책 읽듯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요. 공동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와 전직 기자 박권일씨는 20대가 읽기를 바라고 썼는데 30~40대에게 더 많이 읽히고 있다고 합니다. 30~40대가 ‘힘든 일 하려 들지 않는’ ‘요즘 젊은 애’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읽는다고 하네요. 어떤 젊은 어머니는 지금 20대보다 미래의 20대, 즉 자신의 아이가 그 95%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며 읽었다고 합니다. 가난한 20대에겐 1만2천원의 책값도 부담스러우니 상징적인 의미로 8천8백원짜리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관심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 정치부 기자 칼 번스타인이 힐러리의 유년기에서 현재까지의 행보를 소개한 ‘힐러리의 삶’, 힐러리의 자서전 ‘힐러리 로댐 클린턴: 살아 있는 역사’ 등 다양한 책이 선보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책은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입니다. 여러 권의 자기개발서를 써온 저자 이지성씨는 힐러리 자서전과 평전, 수백 건의 인터뷰와 기사를 읽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여자로 불리는 힐러리도 20대 초반에는 모리셔스 섬에서 살다가 멸종된 도도새처럼 약한 여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이기겠다는 신념, 위기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영향력을 키우는 자신감, 장애물을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독서법과 글쓰기 노하우 등 지금의 힐러리를 만든 그의 ‘남다른 성공 비결’을 14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어요. 딸을 ‘알파걸(학업과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면에 있어서 남자에게 뒤지지 않는 엘리트 소녀)’로 키우고 싶은 부모님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2월 둘째 주, 종합
1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제7권 (조앤 K. 롤링, 문학수첩, 8천5백원)
2 시크릿 (론다 번, 살림Biz, 1만2천원)
3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푸른숲, 9천8백원)
4 1일 30분 (후루이치 유키오, 이레, 1만1천원)
5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문학과지성사, 9천5백원)
6 러버보이 (팀 보울러, 다산책방, 9천원)
7 SERI 전망 2008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1만5천원)
8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이지성, 다산북스, 1만원)
9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9천8백원)
10 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1만1천원)
11 친구-행운의 절반 (스탠 톨러, 위즈덤하우스, 1만원)
12 대한민국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 (김민수, 미르북스, 1만4천8백원)
13 잘되는 나 (조엘 오스틴, 두란노, 1만2천원)
14 메이플스토리-오프라인 RPG 24 (송도수, 서울문화사, 8천5백원)
15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1만3천5백원)
16 마법천자문 15 (시리얼, 아울북, 8천8백원)
17 홀리가든 (에쿠니 가오리, 소담, 1만원)
18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잭 캔필드, 리더스북, 1만3천원)
19 해커스 뉴토익 Reading (데이빗 조, 해커스어학연구소, 1만8천8백원)
20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학고재, 8천5백원)
21 폼페이 (로버트 해리스,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3천원)
22 무지개 원리-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차동엽, 동이, 1만2천원)
23 이기는 습관 (전옥표, 쌤앤파커스, 1만2천원)
24 와인의 기쁨 1 (아기 다다시, 중앙북스, 1만원)
25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아르테, 1만3천원)
26 더 내려놓음-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은혜 (이용규, 규장, 9천8백원)
27 비서처럼 하라 (조관일, 쌤앤파커스, 1만2천원)
28 88만원 세대 (우석훈, 레디앙, 1만2천원)
29 바리데기 (황석영, 창비, 1만원)
30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송승용, 웅진윙스,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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