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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여성동아 기자가 다녀왔어요 ②

중국 칭다오·웨이하이 카페리 여행

낯선 이방인과도 친구 되는 낭만 있어요~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위동항운 제공

2007. 09. 20

버스보다는 기차, 비행기보다는 배가 여행자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속도는 더디지만 삼삼오오 모여 낯선 이방인과도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 2008 베이징올림픽 준비에 한창인 중국의 산둥반도에 위치한 관광도시 칭다오·웨이하이를 배를 타고 다녀왔다.

중국 칭다오·웨이하이 카페리 여행

카페리를 타고 중국에 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었다. 카페리는 여객과 화물을 싣고 운행하는 선박이다. 4박5일 일정으로 떠나는 칭다오와 웨이하이는 중국 산둥반도 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인천에서 각각 배로 17시간, 15시간 떨어져 있다. 널찍한 선상에서 밤새 바다의 정취를 느끼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전해졌다.
그런데 칭다오로 출발하기로 한 8월2일, 공교롭게도 태풍 우사기가 우리나라를 지나친다는 소식을 접했다. ‘혹시 떠나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일찌감치 인천 국제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결항 여부를 확인했다. 악천후가 아닌 이상 결항하지 않고, 큰 파도에도 요동이 없어 멀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직원의 설명에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탑승 수속을 마친 뒤 항구 내 셔틀버스를 이용해 승선했다. 인천과 칭다오를 주 3회 운항하는 3만 톤급 카페리 ‘New Golden Bridge V’호에는 휴가철을 맞은 가족이나 친구 단위의 관광객이 많았다. 객실은 로열클래스·비즈니스클래스·이코노미클래스 등으로 나뉘는데, 가족여행 시 가장 선호하는 객실은 4인 1실 2층 침대 또는 다다미(일본식 돗자리)식의 비즈니스클래스라고 한다. 짐을 풀자마자 다다미에 둘러앉아 간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가족도 있었다.
출항이 시작된 시각은 오후 6시께. 바닷물 가르는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은 일제히 갑판으로 뛰어나와 인천항을 바라다보았다. 육지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배는 좀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비가 내린 탓에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바다안개가 피어올랐는데, 전망이 좋진 않았지만 운무가 운치를 더했다.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한 뒤 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17시간의 배 여행이 지루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카페리는 노래방·PC방·영화관·사우나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 전망이 내다보이는 카페 라운지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육지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더 그윽하다.
배에 승선한 사람 중 30% 정도는 중국인. 말이 통하진 않았지만 둘러앉아 그들과 함께 잠시 게임을 즐겼다. 포토존에서 중국 전통의상을 빌려 입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하늘과 바다가 구별되지도 않을 만큼 캄캄한 밤, 다시 갑판으로 나갔다. 넘실거리는 바닷물결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서도 별빛이 바닷물에 반사돼 눈부셨다. 짭조름한 바다내음과 시원한 바람에 마음을 빼앗겨 객실에 들어가지 않은 채 여름밤을 지새웠다.

중국 칭다오·웨이하이 카페리 여행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거나 삼삼오오 모여 앉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라운지.(좌) 해발 60m의 샤오위산공원에서 내려다 본 독일식 가옥과 칭다오 시가지.(우)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독일식 가옥과 초록 나무가 어우러진 도시, 칭다오
다음 날 오전 10시. 중국이 가까워오자 먼 바다에 나와 고기를 잡는 어선들이 먼저 관광객들을 반긴다. 곧이어 ‘Welcome to the port fo Qingdao(칭다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푯말이 보였다. 드디어 칭다오에 도착한 것이다.
칭다오는 2008 베이징올림픽 때 해상스포츠 경기가 열릴 예정으로 바다경관이 아름다운 도시다. 1897년 독일군에 점령을 당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 특히 붉은 지붕과 나무가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독일식 건물이 눈길을 끈다. 칭다오의 명물은 맥주. 매년 음력 7월8일(올해는 양력으로 8월20일)부터 2주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축제를 여는데, 아쉽게도 기자가 간 때는 맥주축제를 2주 앞둔 때여서 축제를 즐기지는 못했다.
하이티엔 호텔에 짐을 푼 뒤 칭다오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샤오위산(小魚山)공원으로 향했다. 옛날 어부들이 고기를 잡아와 산에서 말렸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한산한데다 예쁜 가옥이 많아 서울의 삼청동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시가지와 칭다오에서 가장 큰 제1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샤오위산에서 내려오며 영빈관에 들렀다. 영빈관은 독일군이 칭다오를 점령하고 총독부를 설치했을 때 총독이 거주했던 관저. 고급스러운 샹들리에와 오래된 그랜드피아노·벽난로 등 총독의 물건과 마오쩌둥 부부가 휴양을 와 머물렀던 방이 보존돼 있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했다.
갑작스럽게 장대비가 내려 칭다오의 명동이라 불리는 타이둥에 들르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젊음의 거리’로 잘 알려진 중산루에서도 가장 번화한 거리인 타이둥은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단 음식이 기름지니 위와 장이 예민한 사람은 조심할 것. 타이둥 거리만 전용으로 달리는 간이버스를 타는 기분도 색다른데, 중국 돈으로 1위안(약 1백30원)이면 짜릿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중국 칭다오·웨이하이 카페리 여행

장보고의 자취가 남아 있는 적산법화원 앞에 들어선 장보고 기념관.(좌) 중국에서 태양이 가장 먼저 뜬다는 중국 최동단에 위치한 청산더우.(우)


장보고와 진시황 흔적 남아 있는 도시, 웨이하이
이튿날 날이 개자 칭다오 시내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중국인들에게도 칭다오는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내륙에 사는 사람들은 아이들 방학 때 이곳에 와서 여름휴가를 즐긴다고.
차로 3시간 이동해 웨이하이에 도착했다. 웨이하이에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장보고가 세웠다는 적산법화원. 신라시대 당나라와 해상교역을 하던 장보고가 적산촌(赤山村)의 전설 속 명신에게 무역이 잘 성사되기를 빌며 지은 사원인데, 중국에서 한국 관련 사적지를 보는 기분이 특별했다. 다음 코스로 택한 곳은 ‘태양이 가장 먼저 뜨는 곳’ ‘중국의 희망봉’으로 불리는 산둥반도 최동단에 위치한 청산더우. 진시황이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배를 띄웠다는 전설이 있는 곳인데, 이를 알리기 위해 진시황제로 분장한 중국인이 관광객을 맞아 눈길을 끌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진시황제로 분장한 그와 밥을 먹거나 그에게 점을 보는 이벤트가 종종 열린다.
웨이하이웨이 호텔로 돌아와 여독을 푼 뒤, 다음 날 일찍 웨이하이 시내 신와이탄 공원에 들렀다. 다채로운 조형물이 있는 이 공원은 중국인은 물론 조선족을 포함한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으로, ‘군밤타령’ 같은 한국 민요가 종종 흘러나온다. 각종 쇼핑센터와 먹을거리가 한데 모여 있는 공원 주변에서 간단한 쇼핑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천과 웨이하이를 주3회 운항하는 2만7천 톤급 카페리 ‘New Golden Bridge II’호에 승선했다.
15시간이 걸려 다음 날 오전 10시 드디어 인천항에 도착했다. 한여름 밤의 꿈같던 4박5일간의 칭다오·웨이하이 카페리 여행. 바쁘게 오고가야 할 일정이 아니라면 밤바다의 낭만과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카페리 여행을 추천한다. 문의 위동항운유한공사 032-777-0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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