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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스타들의 행복한 입양 ①

아들 둘 낳고 셋째 딸 공개 입양한 이옥주

“오랜 시간 입양을 준비하고 기다리다보니 정말 제 아이를 낳은 것 같은 기분을 느껴요”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ㆍ조영철 기자

2006. 06. 19

미국인 남편 토머스 거슬러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개그우먼 이옥주가 한국 아기를 공개 입양했다. 마침 제 1회 입양의 날이기도 했던 지난 5월11일,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 사무실에서 이옥주 부부와 이들이‘가슴으로 낳은 딸’재클린을 만났다.

아들 둘 낳고 셋째 딸 공개 입양한 이옥주

“아가!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고맙구나! 앞으로 우리 함께 재미있게 살아보자!”
개그우먼으로 활동하다 미국인 토머스 거슬러씨(40)와 결혼해 지난 2000년 미국으로 이주한 이옥주(37)는 딸 재클린을 가슴에 안고 활짝 웃으며 이렇게 속삭였다. 이날은 이씨가 1년여 간의 기다림 끝에 만난 재클린을 공개 입양하는 날. 이씨는 아이를 처음 보는 순간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마음은 진작부터 갖고 있었어요. 유니세프와 적십자 회원으로 활동하는 남편이 연애시절부터 늘 ‘우리 언젠가는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자’고 얘기했거든요. 큰아들 대니와 둘째 아들 토미를 낳아 키우면서 아이 키우는 즐거움과 행복에 단단히 빠져 나중엔 제가 더 적극적으로 입양을 알아보게 됐죠.”
그래서 이들은 둘째 아들 토미가 네 살이 된 지난해 5월, 입양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직접 낳은 두 아이가 모두 아들이기 때문에 셋째는 딸을 맞아들이기로 했다. 입양을 위해 굳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아이가 엄마와 같은 인종이어야 좀 더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하지만 입양절차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제출해야 할 많은 서류와 까다로운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입양하려면 정말 철저한 심사를 거쳐야 하더라고요. 먼저 입양을 원하는 가정이 아이를 키울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부모될 사람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교육관은 어떤지 등을 꼼꼼하게 조사해요. 그 다음에는 집을 직접 방문해 아이들에게 부모의 교육방식에 대해 묻고, 평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지까지 확인하죠.”
이옥주는 해외 입양을 하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고 한다.
이들에게 새 식구가 될 아이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신청한 날로부터 7개월여간의 시간이 흐른 뒤인 지난해 12월. 입양기관인 한국홀트아동복지회로부터 “아이의 서류와 사진이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은 날 이들 부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재클린을 품에 안기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1년
이옥주는 그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끝없는 상상력이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혹시라도 실망할까봐 그동안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오늘은 안 된다. 여기저기 말하고 싶고 떠들어대고 싶고…. 처음 연애하던 기분이 이랬던가 싶다. 오늘밤 잠이나 잘 수 있을까’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그 후에도 기다림의 시간은 다섯 달 넘게 계속됐고, 이들 부부는 올해 5월 초에야 비로소 아이를 데리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입양을 위해 한국을 찾은 날부터 재클린을 품에 안기까지의 1년은 배 안에 아이를 잉태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설레는 기다림의 시간이었어요. 어떤 아이일까 보고 싶은 마음과 부모로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했거든요.”
부랴부랴 서울로 달려온 이옥주와 남편 거슬러씨가 딸을 데려가기 위해 홀트아동복지회 사무실을 찾은 지난 5월11일은 마침 제1회 입양의 날. ‘입양의 날’은 가정의 달 5월에 한 가족(1)이 한 아동(1)을 입양해 건강한 새로운 가족(1+1)으로 거듭나자는 의미를 담아 올해 처음 제정됐다. 이들 부부의 입양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들로 북적이는 사무실 안에서 아이는 위탁모 전영숙씨의 등에 업혀 자고 있었다.
“제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관심을 받는 게 정말 송구스러워요. 진짜 훌륭한 분들은 위탁모로 봉사하시는 분들, 그리고 장애 있는 아이를 입양하시는 분들인데 말이에요. 전 딸 하나 더 갖고 싶다는 제 욕심 차린 것뿐이죠.”

아들 둘 낳고 셋째 딸 공개 입양한 이옥주

사실 이옥주는 입양 사실을 이렇게 널릴 알릴 계획이 아니었다며 입을 열었다. 공개 입양이기는 하지만 여느 부모들처럼 필요한 절차만 밟고 조용히 한국을 떠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입양아에 대한 편견이 많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입양의 좋은 점을 널리 홍보해달라는 복지회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이옥주는 “‘남의 아이를 어떻게 키우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오랜 시간 입양을 준비하고 기다리면서 정말 내 아이를 낳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여기 와서 처음 아기를 보는 순간 ‘아, 네가 바로 내 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세련되면서도 흔하지 않은 이름을 고르느라 한참을 궁리한 끝에 ‘재클린’이라는 이름을 짓는 등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 단계마다 친자식을 낳는 것 이상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옥주는 위탁모 전씨로부터 재클린의 사진과 건강기록부, 작은 비닐 지갑에 들어있는 탯줄을 전달받으며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입양이 자연스러운 출산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아
이제 재클린은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이씨 부부와 두 명의 오빠 대니, 토미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지금 두 아들은 미국에서 동생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미국에서는 입양이 아주 자연스러운 출산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입양이 무엇인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었어요. 학교에서도 한 반에 서너 명은 입양 아동이고 어디를 가든 피부색이 다른 아이와 함께 다니는 입양 부모를 쉽게 볼 수 있거든요.”
이옥주는 “아직은 처음 보는 엄마 아빠 품이 낯설어서인지 재클린이 많이 울지만 곧 토미와 대니를 똑 닮은 모습으로 자라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아빠를 제일 좋아해서 내가 질투할 정도의 사이가 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레이저성형의료기 회사의 아시아담당 마케팅 이사인 남편 거슬러씨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으로 출장을 자주 오는 편인데 한국에 올 때마다 이옥주를 대신해 친정 식구들에게 안부를 전할 만큼 자상한 성격이라고. 큰 아들 대니가 ‘존경하는 영웅을 써내라’는 학교 숙제에 ‘우리 아빠’라고 적어냈을 만큼 아이들에게도 ‘최고의 아빠’라고 한다.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장작을 패고 태권도를 하며 친구처럼 어울리다가도 엄하게 가르쳐야 할 때는 확실하게 꾸짖을 줄 아는 사람이에요. 특히 집에 있는 주말에는 절대 TV를 보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죠.”
이옥주는 이제 재클린과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려나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재클린을 기다린 지난 1년 동안 그는 미국의 입양 부모들과 많은 대화를 갖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한 가정과 친구가 되어 한국의 생모가 보낸 편지를 번역해주고 아이 편지를 대필해주기도 했다고.
“언젠가 아이가 자라 생모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얼마든지 만나도록 도와줄 겁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생모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혼란을 줄 수 있으니 피하고 싶지만요.”
입양을 원하지만 망설이는 부모들에게 이들 부부는 “입양은 행복으로 가는 길이니 용기 있게 첫발을 내딛으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누구나 입양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용기와 계기가 부족해서 실천에 못 옮기는 거 아닌가요? 그런 분들이라면 한번쯤 홀트아동복지회 같은 단체에 나와 자원봉사해보세요. 아이와 눈 맞추는 기쁨에 어느새 용기가 솟을 겁니다.”
남편 거슬러씨는 “혹시 아이를 더 입양할 마음은 없느냐”는 질문에 “아내가 원한다면 아내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3,4년 후쯤에는 이들 부부가 넷째 아이를 입양하러 한국을 다시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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