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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느낌 있는 배우 세 가지 이야기

드라마 ‘신돈’ 출연, 연기 영역 넓히는 뮤지컬 스타 오만석

글·구가인 기자 / 사진ㆍ박해윤 기자

2006. 02. 08

드라마 ‘신돈’에서 원현 스님 역을 맡아 호평받고 있는 오만석. 안방극장에서는 낯선 얼굴이지만뮤지컬 계에선 공인된 스타다. ‘2005년 뮤지컬대상’에서 ‘헤드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방송과 영화, 뮤지컬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1 신인 연기자 on TV
드라마 ‘신돈’ 출연, 연기 영역 넓히는 뮤지컬 스타 오만석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낯선 일에 적응하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더 쏟아야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자칫하면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갈 위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스타 오만석(31)의 드라마 출연은 의외다.
“저는 배우가 ‘이 정도면 되겠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 도태된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죠. TV 드라마 연기는 새로운 도전이에요. 저는 뮤지컬 배우, 연극배우를 넘어서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무인시대’에 잠깐 출연한 적이 있지만 본격적인 TV 출연은 ‘신돈’이 처음이다. 오만석은 극 중에서 신돈을 그림자처럼 따르다 나중에는 배신하고 마는 가공의 인물 원현 역을 맡았다.
“드라마 출연을 갑자기 하게 된 것은 아니고요, 영화나 TV에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서 운 좋게 합류하게 됐죠. 방송은 처음이다 보니 부족한 게 많아요. 특히 드라마는 일주일 전에 나오는 대본에 맞춰 순간순간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총 60부작인 ‘신돈’은 현재 중반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는 5월 종영 때까지 드라마 촬영에만 몰두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극 초반 바보스러울 만큼 착한 모습의 원현은 점차 세속에 물들며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처음엔 순수한 청년이던 원현이 신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고, 신돈의 힘으로 세상이 바뀌길 바라다가 종국엔 신돈을 배신하죠. 배역 성격이 크게 변한다는 점은 연기하는 입장에선 매력적이지만, 그 폭이 너무 크다 보니 인터넷에선 ‘다중 원현’이라고도 불려요. 그런 점에선 저와 닮은 면도 있어요(웃음).”

#2 스타 on Stage
드라마 ‘신돈’ 출연, 연기 영역 넓히는 뮤지컬 스타 오만석

지난해 출연한 뮤지컬 '헤드윅'(왼쪽)과 '겨울 나그네'


연극 ‘이’의 공길, 영화 ‘라이어’의 알렉스, 뮤지컬 ‘헤드윅’의 헤드윅 등 오만석은 특히 동성애자 또는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적 소수자 역할로 관객의 뇌리에 남아있다.
“저는 이성애자이다 보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관건이었고요(웃음).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패왕별희’ 같은 영화를 열심히 봤어요. ‘헤드윅’의 경우엔 트랜스젠더 바나 트랜스젠더 쇼에 가서 그분들의 행동을 관찰했어요. 그 과정에서 편견도 없어졌죠. 다만 그런 역들을 주로 하다 보니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같아 앞으로는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해요.”
지난해 여름 주연을 맡은 ‘헤드윅’은 그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동독 출신 록 가수 헤드윅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로 소극장에서 공연했음에도 불구하고 6만3천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인기 영화배우 조승우가 출연한 덕도 있지만 “조드윅(조승우)을 보러 갔다가 오드윅(오만석)에 반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그의 연기력이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신돈’ 출연, 연기 영역 넓히는 뮤지컬 스타 오만석

“(조)승우와는 1998년 같은 학원에서 재즈댄스를 배우면서 알게 됐어요. 함께 출연한다는 얘길 듣고 기분 좋았죠. 경쟁하기보단 상호보완하는 관계였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가 가진 순발력이나 재치, 관객을 흡수하는 능력은 대단해요. 서로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죠. 실은 많이 고마웠어요. 마이너로 그칠 수 있었던 공연이 승우 덕에 많이 알려져 성공할 수 있었으니까요.”
“(여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헤드윅’을 공연하는 넉 달 동안 근육이 생길까봐 좋아하는 축구도 못했다”는 오만석은 ‘헤드윅’으로 지난해 말 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해 그는 ‘헤드윅’ 외에도 연극 ‘어쌔씬’, 가극 ‘금강’, 뮤지컬 ‘겨울나그네’ 등에 출연했다. 지난해 12월 공연한 창작 뮤지컬 ‘겨울나그네’는 아쉬움을 남긴 공연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겨울나그네’는 흥행에서 쓴맛을 봤어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숙제를 드러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작기간을 늘리고 기술이나 음악적인 면도 뮤지컬에 맞춰 세심히 신경 써야지 대본 만들어 노래하는 것에 그치면 경쟁력을 얻기 어렵다는 걸 확인했죠. 연기 면에선 빠른 템포에 익숙해져 있다가 호흡이 느린 작품을 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에 대해 평하는 그의 말 속에는 배우의 시각뿐 아니라 연출자로서의 시각도 담겨 있다. 실제로 그는 ‘헤드윅’에서 조연출을 맡기도 했다. 혹시 그는 연출자의 꿈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원래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다닐 때부터 연출 쪽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쪽으로 공부도 더 하고 싶고 나중에는 공연 연출도 해보고 싶어요. 주변 분들도 한번쯤 연출을 해보라고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연출가가 되는 게 목표는 아니고요. 그 역시 어떤 틀을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공연 연출이 됐건, 영화배우가 됐건 실력을 길러서 계속해서 누군가의 부름을 받을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3 남편 & 아빠 at Home
2001년 결혼한 그는 두 여자와 함께 산다. 아내 조상경씨(33)와 딸 영주(4).
“결혼을 약간 일찍 한 편이죠. 후회하고 있어요(웃음). 아내는 저보다 두 살 많은데 학교 후배예요. 학교에서 연극 공연할 때 아내가 의상과 분장을 맡아서 알게 됐죠. 지금은 영화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는데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얼굴 없는 미녀’ ‘범죄의 재구성’ ‘달콤한 인생’ ‘야수’ ‘괴물’ 등 꽤 많은 영화의 의상을 담당했어요. 영화판에선 저보다 잘나가요.”
“일찍 결혼한 걸 후회한다”면서도 이어지는 아내 소개에는 자랑스러움과 애정이 배어나온다.
네 살 배기 딸은 아빠의 예술적 기질을 물려받았는지 벌써부터 “기미가 보인다”고 한다.
“제가 헤드윅 연습할 때 찍은 비디오를 틀어 달래서는 흉내를 내면서 안무를 외워요. 어린아이들이 추는 춤을 안 추고 안무된 춤을 추더라고요. 하지만 뭐든 억지로 시키진 않을 생각이에요. 공부하란 얘기도 안 할 거고요. ‘내가 보니 이게 좋으니까 너도 이걸 해라’ 하면 안 돼죠. 나는 나고, 딸은 딸이니까요. 대신에 전폭적인 지원도 안 할 거 예요(웃음). 자기가 하고 싶은 건 자기가 알아서 챙겨 하는 거니까요.”

그는 자신이 배우가 된 게 “물 흐르듯 이뤄졌다”고 표현한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들어간 연극반에서 운 좋게 주인공을 맡으면서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부모 몰래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합격했으며, 그 후로 쭉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 그러나 고1 때 소극장에서 처음 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고 나선 ‘배우는 정말 좋은 직업’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정말 많이 울고, 웃었어요. 극이 끝나면서 뭔가 뭉클함이 밀려오는데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가끔 제가 연기하는 극을 보시고 난 관객들의 표정에서도 그런 기운이 보여요. 그러면 생각하죠. 내가 헛된 일을 한 건 아니구나… 그때가 배우로서 가장 보람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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